LOGIN어쩌다보니 천사의 영업에 넘어가 게임 같은 행성으로 환생 되었다. 여긴...완전 RPG 게임과 똑같은 세상이었다. 이상한 퀘스트가 점점 나를 타락시키고... 파티원들은 죄다 변태들만 꼬이는데... 표지:AI
View More저녁인데도 해가 지지 않은 어느 더운 여름날, 나는 퇴근하고 집으로 귀가 중이었다.
평범하게 녹색불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속도를 줄이지 못한 차가 오른쪽에서 굉장한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 뒤로 피했고, 나도 뒤로 피하려고 뒷걸음질 칠때, 꼬마 여자아이 한명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달려가 여자 아이를 밀치는데 성공했고, 대신 돌진하던 차에 그대로 치여 버렸다. 끼이이이익, 콰ㅡ앙! 차에 부딪히고 공중으로 떠올라 바닥에 떨어질때, 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그 찰나에, 이상하게 하나도 아프지 않았으니까. 아마 즉사한 것이겠지.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 앞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온통 푸른 하늘색에 아래엔 구름도 보였다. 구름은 솜사탕처럼 아래에 멀찍이 떠 있었고,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는 바닥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애매했다. 발밑을 내려다보면 살짝 아찔해지는데, 또 막상 발을 움직이면 푹신한 바닥을 밟는 느낌이 났다. “여긴 어디지?” 내가 중얼거린 그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반짝— 하는 빛 하나가 점처럼 생겨났다. 그 점은 순식간에 길게 늘어나더니 사람 형체를 띠기 시작했다. 하얀 빛이 서서히 잦아들자, 그 안에서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백의 드레스, 등 뒤로는 크고 고운 깃털 날개 두 쌍. 허리 아래까지 부드럽게 내려오는 은빛 머리카락이 공기 중에서 아주 느리게 흘러내리는 것처럼 나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는 만화에서나 보던, 정말로 빛나는 고리 하나가 떠 있었다. 진짜, 딱 ‘천사’의 느낌 그대로였다. “어서 오세요. 저는 이나엘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미소와 함께 어딘가에서 종소리 같은 맑은 음이 살짝 울려 퍼졌다. “영접 대기 공간에 도착하신 걸 환영합니다, 나효규님.” 내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걸 듣는 순간, 등골이 살짝 서늘해졌다. “저...여긴 설마?” “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방금 사망하셨어요.” “.......” “교통사고. 오른쪽에서 돌진한 차량, 기억하시죠?” 머릿속이 하얘졌다가, 곧이어 방금 전의 장면들이 쏟아지듯 되감기됐다. 달궈진 아스팔트, 끼이이이익— 하는 브레이크 소리, 절박하게 밀쳐냈던 꼬마의 가벼운 몸. 그리고, 내 몸을 통째로 받아버리던 강렬한 충격과 함께 공중으로 떠오르는 기분. ...그 다음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 진짜 죽었구나.” 입 밖으로 뻔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진 않았다. 슬퍼해줄 가족도 없이, 혼자 열심히 살다가 죽은거니까. 막상 ‘죽음’이라는 걸 이렇게 담백하게 통보받고 나니, 그냥 게임 오버 화면을 보는 기분이었다. 허무하다고 해야 하나, 웃기다고 해야 하나. “네, 방금 사망 판정 완료 됐어요.” 천사가 손뼉을 한 번 딱 치자, 내 눈앞에 푸른빛의 투명한 화면이 떠올랐다. 마치 SF 영화에서 보던 홀로그램 패널 같았다. [프로필 조회 중…] 파란색 글씨가 슉슉 지나가더니, 이내 내 이름과 나이, 직업, 주소 같은 정보가 줄줄이 떠올랐다. [이름: 나효규] [나이: 37세] [직업: 공무원] [주소:인천시 미추홀구...] [사망 원인: 차량 충돌(즉사)] [가족관계: 없음] [특이사항: 교통사고 당시 타인 구조 행동 감지] ...... “와...제 개인정보를 통째로 가지고 있네요." 내가 중얼거리자 천사가 피식 웃었다. “이 정도는 기본중의 기본이에요. 자, 그 다음이 중요하죠.” 툭, 하고 그녀가 허공을 가볍게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쓸려 내려가듯 바뀌고, 대신 숫자들이 큼지막하게 떠올랐다. [선행 포인트: 1,564,312점] [악행 포인트: 362,679점] 숫자는 점점 커졌다가, 가운데에서 합쳐지듯 하나로 모였다. [최종 선행 점수 계산 중…] 툭, 하고 마지막으로 하나의 숫자가 박히며 팡파레가 울렸다. 빰빠라밤ㅡ! [최종 선행 점수: 1,201,633점] “백 이십만?” 내가 되뇌자, 천사가 만족스럽다는 듯 끄덕였다. “축하드려요. 최종 선행 점수 120만점. 평균보다 훨~씬 높으신 편이네요.” “평균이 얼마나 나오는데요?” “여기 오는 분들 대부분은...음, 20만에서 50만 사이가 많아요. 그나마 착하게 산 편이다 하면 70만, 80만. 이렇게 일찍 돌아가셨는데도 120만 점이면 상당한 고득점이죠.” 천사가 나를 쓱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참, 재미없...아니, 착하게 살아오셨네요, 호구님.” “방금, 호구라고 하신...? 제 이름은 효규입니다.” “기분 탓이겠죠.” 정색한 얼굴로 딱 잘라 말하는데, 어쩐지 사람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저 점수는 대체 어떻게 매기는 거에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일생 동안의 행동 패턴, 타인에게 끼친 영향, 선택의 방향성 등을 전부 데이터화해서...뭐, 복잡합니다. 설명 해드려도 이해 못 하실 거에요.” “와, 진짜 콜센터 직원 같은 멘트네요.” “저, 천사입니다만?” 말은 그렇게 하지만, 태도는 딱 매뉴얼대로 일하는 상담원 느낌이었다. 머리 위에 빛나는 고리와 등 뒤의 날개만 아니었으면, 그냥 코스프레한 사람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악행 포인트가 더 높으면 어떻게 되는거죠?" "애초에 악행 포인트가 더 높으면 이곳으로 오지도 못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다음 생에 벌레나 기생충 같은걸로 태어나니까 신경 쓰지 마시길." 천사는 다시 홀로그램을 휙휙 넘기며 뭔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윤회 대상자 검색 중…] [차기 생애 배치 후보 탐색…] [등급: B+ / 선행 상위 12%] “흠, B+ 등급. 생각보다 등급도 잘 나오셨어요.” “B+요? 여기 등급도 있어요?” “당연하죠. 등급에 따라 선택권의 폭이 달라지니까요.” “선택권?” 그 말에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너희들, 잠깐 거기서 멈춰.” 뒤에서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굳은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역시나 예상대로 도박장에서 우리를 따라 나온 남자들이 어느새 꽤 가까운 거리까지 따라와 있었다. “......”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무아도 내 팔짱을 낀 채,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남자들 중 가장 앞에 있던 덩치 큰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와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너 이새끼, 방금 안에서 마르셀을 찾는다고 했지? 네가 마르셀은 왜 찾는거지?” “...제, 제가 그랬나요? 하하하...” 나는 최대한 침착하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혹시 저희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볼일이 있으니까 따라왔지.” 남자는 험악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아니, 내 옆에 서 있는 무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도박장 안에서도 비슷한 시선을 느꼈지만, 지금은 훨씬 노골적이었다. 아예 혀까지 낼름거리며 더러운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흐.이봐 거기 여자. 이런 비실비실한 새끼랑 놀지 말고 우리랑 노는 건 어때? 아주 뿅가게 만들어 주지.” "하하하! 내 튼실한 물건에 반할지도 모른다고?" "푸하하핫! 이거, 오늘 밤은 참으로 길겠군." 뒤에 있던 남자들도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었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무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볼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마시죠...” “...뭐? 푸하하하!” 그 남자들은 내 행동에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무아의 팔을 붙잡고 슬쩍 움직였다. “...분명히 경고 했습니다. 부탁이니까 건드리지 마세요.” 나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이 새끼가 처돌았나.”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는 정말 싸움을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난 할 만큼 했어... 분명히 경고 해줬다고...!' 그때 내 뒤에서 무아의 느긋한
우리는 대장간을 나오자마자 곧바로 모험가 조합으로 향했다. 여신의 눈물을 구하려면 결국 암시장에 들어가야 했고, 마침 어제 조합에서 암시장과 관련된 퀘스트를 봤다는 에르시의 말도 있었으니, 이왕이면 퀘스트를 받아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조합에 도착하자 에르시는 익숙한 듯 곧바로 조합 직원에게 다가갔다. “어제 봤던 암시장 의뢰서, 아직 있죠?” “아, 에르시 씨. 물론이죠.” 조합 직원은 에르시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의뢰서 하나를 찾아 건네주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에르시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 이런 게 있었어?” 내가 의뢰서를 들여다보자 곧 눈앞에 익숙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발견!] ■ 도시의 암시장 조사! -카이델 도시에서 불법적인 암시장 경매가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암시장을 조사하고 경매에 참가해 보세요. 난이도: ???보상: ???권장레벨: 측정 불가권장인원: 측정 불가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 NO━━━━━━━━━━━━━━━━━ “...이게 뭐야? 정보가 없잖아?” 퀘스트 내용을 전부 확인한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난이도도 모르고, 보상도 모르고, 권장 레벨이나 인원조차 알 수 없다니. 도대체 이런 퀘스트를 어떻게 수행하라는 건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러니까 ??? 퀘스트인 거겠지. 수락이나 해.” 에르시는 내가 고민할 틈도 주지 않고 재촉했다. 나는 어쩐지 찜찜한 기분을 느꼈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었기에 결국 수락 버튼을 눌렀다.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그럼 이제 마르셀? 이라는 사람을 찾아야겠네.” 내 말에 에르시는 곧바로 조합 직원을 바라보았다. “혹시 마르셀이라는 이름, 들어 본 적 있으세요?” 조합 직원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죄송하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생각보다 너
다음 날 아침.우리는 숙소 근처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오늘 일정을 정하고 있었다.카이둔을 토벌하고 푹 쉬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여유로운 아침이었다.나는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오늘은 뭐 할 건가요?”에르시는 잠시 생각하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일단 대장간부터 가자.”“대장간?”“그래.”에르시는 로제타를 바라보았다.“로제타씨가 가지고 있는 역린이랑 내가 가지고 있는 독핵부터 장비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로제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찬성이에요. 카이둔의 역린으로 어떤 장비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했거든요.”나는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무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무아씨는 어떡하실래요?”내 물음에 무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좋아요~”“그럼 결정됐네요.”곧 우리는 식사를 마무리하고 대장간으로 향했다.카이둔에게서 얻은 역린과 독핵.과연 이 재료들로 어떤 장비를 만들 수 있을까?조금 기대되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카이델의 대장간이 모여 있는 거리로 들어섰다.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쾅! 쾅! 쾅!뜨거운 열기가 골목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곳곳에서는 붉게 달아오른 금속을 두드리는 대장장이들의 모습이 보였다.“대장간이 엄청 많네?”“카이델은 무기와 장비를 찾는 모험가들이 많으니까.”에르시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쪽을 가리켰다.“일단 저기로 가자. 대장간은 낡아 보일수록 장인일 확률이 높아.”우리는 에르시가 가리킨 낡은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대장간 안쪽에서는 한 남자가 열심히 금속을 두드리고 있었다.쾅! 쾅!마지막으로 망치를 내려친 50대 남자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우리를 돌아봤다.“어서 오시오.”“장비를 제작하고 싶은데요.”로제타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대장장이는 우리에게 다가오며 씨익 웃어 보였다.“잘 찾아오셨군. 내가 장비 제작은 이 근방에서 제일 뛰어나지. 그래, 어떤 장비를 제
나는 잠시 반지를 바라보다가 착용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레벨 150 이상.전설 등급에 스탯도 엄청나게 붙어 있었지만,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이걸 어쩌죠?""일단 네가 가지고 있어. 아직 아무도 사용할 수 없으니."에르시의 말에 무아와 로제타가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역린이랑 독핵만 남았네요. 이거 가져가실 분?”"등신아, 네가 파티장이잖아. 알아서 분배해.""...알았어."에르시의 말에 인벤토리를 열어 카이둔의 역린을 꺼냈다.나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로제타에게 내밀었다.“이건 로제타씨가 가지세요.”“저요?”로제타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이건 상당히 귀한 재료인데요.”“로제타 씨가 좋은 장비를 만들 수 있다면, 앞으로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로제타는 잠시 역린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고마워요, 렌 씨.”“별말씀을요.”“이걸로 어떤 장비를 만들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하하하, 저도요.”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짙은 녹색의 독핵을 꺼냈다.“이건 에르시가 가져.”“나?”“응.”나는 독핵을 그녀에게 건넸다.에르시는 잠시 독핵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살짝 굴려 보았다.“지팡이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면 꽤 쓸 만하겠네.”“그렇겠지?”에르시는 독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그대로 인벤토리에 넣었다.“알았어. 나중에 쓸 만한 장비를 만들어 볼게.”“오, 기대할게.”그렇게 카이둔에게서 얻은 주요 보상은 정리가 끝났다.역린은 로제타.독핵은 에르시.그리고 전설 등급의 고대 반지는 나중을 위해 내가 보관하기로 했다.무아는 이미 비늘 장갑과 부츠를 얻었으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새 장비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제 진짜 좀 쉬죠.”카이둔과 싸우는 동안에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긴장이 풀리고 나니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었다.에르시와 로제타 역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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