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영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진서준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이번 대결은 상대가 직접 진서준에게 도전장을 내민 싸움이었다.그런데 만약 진서준이 나가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싸운다면 그건 결국 자기가 겁먹고 도망쳤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오늘 강남에서 온 무인이 적지 않았다.이런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오늘 강남의 무인이 다 모이는데 나더러 쫄보가 되라고 하는 거야? 그건 할 수 없어.”진서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쫄보라니? 이건 널 살리려는 거야. 우리 전신전 의도를 몰라?”성미영이 진서준을 쏘아보며 버럭 소리쳤다.“내가 너랑 서지은 사이를 생각해서 부전주님께 부탁드린 거라고. 우리 전신전은 규율이 엄격한 곳이야.”“내 일은 내가 알아서 직접 해결하겠어. 굳이 신세 질 필요 없어.”진서준은 여전히 단호했다.“야. 이 자식아, 너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진서준이 연신 거절하자 성미영이 울컥했다.“네 상대가 누군지는 알고 떠드는 거야?”“몰라.”진서준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리앙이 누구를 내세울지는 진서준도 확실히 몰랐다.차이더리스 가문에는 천의방에 오른 고수만 네 명이었고 다들 최정상급 실력자였다.누가 나오든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자기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대결에 나서겠다는 거야? 너 미쳤어?”성미영이 진서준에게 삿대질하며 따졌다.그때, 옆에서 잠자코 대화를 듣던 김연아가 부드럽게 말했다.“성미영 씨 호의는 이해해요.”“미영아, 진서준을 믿어야 해. 진서준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아.”“지은아,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이 자식 상대는 차이더리스의 아담이야. 천의방 88위의 강자라고.”성미영이 진지한 얼굴로 천의방을 소개했다.“지구에 60억 명이 넘지만 천의방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단 100명뿐이야. 이 사람들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해. 저 녀석이 그런 괴물과 맞붙는다고? 한 수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이 말을 듣자 서지은도 살짝 걱정되기 시
“그래? 배짱 있는 놈이네?”용홍권은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그 자식이 그렇게까지 나가겠다고 한다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지.”“하지만 그 녀석이 죽기라도 하면 어쩔까요?”오영수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놈이 죽으면 내가 직접 복수해 주면 그만이지.”용홍권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조금 조사해 보니까 꽤 흥미로운 사실이 나오더군. 너희가 말하는 그 꼬맹이가 알고 보니 군부의 중장에다가 8대 특전대 총교관이더라고.”그날, 용홍권은 진서준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직접 확인해 봤다.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남자는 겉보기만큼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8대 특전대의 총교관 자리에 오를 정도면 실력 하나는 확실할 터였다.“8대 특전대 총교관이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8대 특전대 따위 우리 전신전 앞에서는 한낱 장난감일 뿐이죠.”양복이 코웃음을 쳤다.전신전이 전신전이라 불리는 이유는 8대 특전대보다 한 수 위이기 때문이었다.“그건 모르는 일이지. 예전엔 설표 특전대가 8대 특전대에서 꼴찌였는데 말이야.”용홍권은 재미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 꼬맹이가 설표 특전대 교관으로 부임한 뒤, 8대 특전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더라고.”“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오영수는 의외의 사실에 살짝 놀랐다.“그래, 몇 번을 확인해 보고 나서야 확신했지.”항상 꼴찌였던 특전대가 딱 2주 만에 1위로 등극했다.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라 진서준의 실력 덕분이었다.솔직히 용홍권 자신도 그렇게까지 단기간에 전신전의 실력을 끌어올릴 자신은 없었다.그걸 해낸 진서준은 꽤나 물건이었다.한편, 반대편 링 근처에서 리앙은 접이식 의자에 널브러져 있었다.리앙의 온몸은 하얀 붕대로 칭칭 감겨 누에고치를 연상케 했다.리앙에 곁에는 강한 기운을 내뿜는 남자가 몇몇 앉아 있었다.이들은 전부 리앙의 안전을 위해 가문에서 추가로 파견한 강자였다.“아담아.”리앙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이번엔 반드시 이 대한민국 놈들 앞에서 자기 나라 고수가 어떻
진서준이 링 위에 등장하자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헉, 진 마스터가 이렇게 젊은 청년이라고?”“국안부 기록에 20대라고 적혀 있길래 장난인 줄 알았는데 실화였다고?”“말도 안 돼. 난 20대 때 겨우 주먹질이나 배우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벌써 이렇게 비범한 실력을 갖췄다고?”“진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네.”사람들은 하나같이 진서준의 나이에 관해 떠들고 있었다.“어라? 생각보다 더 젊은데?”아담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적어도 마흔 살은 넘었을 거라 예상했는데 예상한 것보다 십 년은 젊어 보였다.“다음은 초아국 아담 마스터를 소개합니다.”아담이 자리에서 일어나 링으로 향했다.“아담. 죽일 때 죽이더라도 제대로 굴욕감을 줘야 해. 그냥 쉽게 죽이면 재미없잖아.”리앙이 독기 서린 눈빛으로 한마디 했다.“그야 당연하죠.”아담은 여전히 진서준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고작 20대 초반 청년의 실력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어?손 하나로 충분히 박살 내줄 수 있을 것이다.“이 사람이 천의방 고수야? 이 사람도 엄청 젊어 보이는데?”“그건 그냥 겉모습일 뿐이야. 사실은 99세라고 하더라.”“뭐라고? 99세? 아니, 그럼 대체 어떻게 저 젊음을 유지한 거야?”천의방 고수가 등장하자 관중석은 다시 한번 열띤 토론을 벌였다.심지어 베팅장에서도 판이 벌어졌다.70%가 아담의 승리에 걸었고 나머지 30%만이 진서준을 믿었다.“두 분, 준비되셨습니까?”사회자의 질문에 진서준과 아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언제든 시작하셔도 됩니다.”사회자는 빠르게 링에서 내려갔다.“네가 대한민국 국민이 그렇게 칭찬하는 용존이라는 놈이야?”아담이 먼저 비아냥이 가득한 눈빛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맞아.”진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웃기는구나, 대한민국에 고수가 다 멸종했나 보지? 고작 20대 초반 청년이 이름을 떨칠 정도라니.”아담은 대놓고 비웃었다.순간, 관중석에서 불길이 솟았다.“뭐라고? 우리 대한민국 고수가 다 멸종했다고
대결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분위기는 한편으로 기울어졌다.리앙 같은 해외 이방인이 대한민국 땅에서 링에 올라와 대결하면서 감히 대한민국을 깔본다고?그럼 당연히 주먹뿐만이 아니라 말발까지도 완벽하게 이겨야 할 것이다.“이따가 너 피투성이 돼서 엉엉 울 때도 그렇게 잘 떠들 수 있을지 보자고.”말을 마친 아담이 먼저 움직였다.구급 대종사 아담의 실력은 말 그대로 괴물급이었다.속도는 음속에 육박했고 발을 한 번 구르자 강철처럼 단단한 링이 그대로 움푹 꺼졌다.다음 순간, 아담은 포탄처럼 튕겨 올랐고 천둥 같은 기세로 손을 들어 진서준을 향해 내리꽂혔다.선천 대종사가 내력을 밖으로 방출하는 순간이었다.구급 대종사는 지선과 거의 가까운 존재였고 그가 뿜어내는 강기에 휩싸인 일반인은 근처에만 있어도 죽을 정도였다.“미쳤다. 이게 천의방 고수의 실력인가? 너무 무시무시한데?”“저 공격 피할 수 있긴 해? 진 마스터님이 엄청 위험해 보이는데?”“큰일 났어, 아까 진 마스터님이 도발한 말 때문에 저놈이 미쳐 날뛰는 것 같은데?”아담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관중석 관객들은 다들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성미영이 머리를 저으며 한탄했다.“그러니까 아까부터 부전주가 나가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저 녀석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무리했죠.”“진서준은 괜찮을 거예요.”김연아의 표정과 말투는 전부 단호했다.그러나 꽉 쥔 두 주먹은 미세하게 떨렸다.사실 김연아도 살짝 걱정되긴 했다.그 어마어마한 기세의 주먹을 보면서도 진서준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없었다.그리고 발끝을 살짝 굴리는 순간 진서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응? 공격을 피했어?”진서준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엄청난 일격을 흘려버린 모습에 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도망치는 건 좀 빠르군. 하지만 과연 몇 번이나 피할 수 있을까?”아담이 냉랭하게 웃으며 연달아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주먹을 내지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기세는 더 사나워졌다.그러나 아무리 주먹을 날려도
아담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이렇게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이런 질긴 상대는 처음이었다.“네가 진짜 남자라면 정정당당하게 한 판 붙자.”아담의 얼굴은 새까맣게 굳어 있었다.“내가 지금 어떻게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거지?”진서준은 비웃으며 받아쳤다.“네가 날 공격하면 난 피하지도 못해? 어디서 그런 궤변을 널어놓고 있어?”관중석 무인들이 일제히 동조했다.“진 마스터 말씀이 맞아, 속도도 실력 중 하나야. 네가 느린 걸 누굴 탓해?”“그냥 계속 질질 끌어. 저 늙은 똥고집을 먼저 지치게 만들면 되잖아.”“역시 진 마스터는 영리하군. 적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하고 상대가 힘 빠질 때 반격하는 거지.”한 노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아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내가 정말 널 못 따라잡을 거라고 생각해? 방금까지는 그저 워밍업이었을 뿐이야. 지금부터 네놈과 내 차이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지.”말이 끝나자마자 아담은 발을 구르고 순식간에 진서준에게 돌진했다.아담의 두 손이 움직이며 수많은 장영이 생겨나 진서준을 향해 몰아쳤다.빗발치듯 쏟아지는 장영이 진서준을 완전히 덮으며 피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이 압도적인 공격은 거의 막을 수 없다고 볼 정도였다.“이게 바로 아담의 필살기, 무영장인가?”류재훈이 벌떡 일어나며 미간을 찌푸렸다.“국안부 기록에 따르면 아담이 사용한 필살기는 오직 두 가지뿐. 하나는 무영장이고 다른 하나는 파도 검법이었지. 저 녀석은 과거 무영장을 사용해 초아국 화이트 하우스 최강자를 죽이고 홀연히 사라졌지.”하늘을 뒤덮은 장법을 보며 모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비록 링과 10미터 떨어진 관중석이었지만 다들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다음 순간, 저 무시무시한 장영에 관중들이 갈기갈기 찢길 것만 같았다.“잘했어! 아담이 드디어 전력을 다했네. 애송이야, 넌 이제 끝장이야.”이번엔 진서준이 반드시 죽을 거라 확신한 리앙이 링 아래에서 자신만만하게 외쳤다.“완벽해, 진서준만 죽으면 진씨 가문 가주 자리는 내 거
“개보다 더 비참하지. 나이가 많으면 어쩔 수 없지.”“초아국 천의방 고수도 별것 아니네.”관중석이 기름 끓는 가마솥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놀람, 충격, 그리고 환희가 동시에 폭발했다.이런 결말은 사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건강한 코끼리가 개미한테 가볍게 얻어맞고 쓰러진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었다.이 광경을 본 누구라도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을 것이다.“말도 안 돼, 이게 사실일 리 없어. 저 자식이 어떻게 아담을 이긴다는 거지? 아담은 우리 가문의 4대 고수 중 한 명이란 말이야.”리앙은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하지만 눈앞의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김태영도 멍하니 굳어버렸다.분명 천의방 고수가 당연히 승리한다고 했잖아?아담이 진서준을 이기지 못하면 자기가 진씨 가문 가주 자리에 앉을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는 거였다.“지금은 진 마스터님이 이길 확률이 60%로 올라갔네.”죽청 노인도 눈빛을 번뜩이며 진서준을 재평가했다.죽청 노인 둘이 힘을 합쳐도 아담을 이기기 쉽지 않은데 진서준은 단 한 방에 너무 쉽게 그를 날려버렸다.항상 도도하던 황예은도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리며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대단해, 진서준이 이겼네!”김혜민도 흥분하며 팔짝팔짝 뛰었다.지금 이 순간은 김혜민 자신이 승부에서 이긴 것보다 더 기뻐 보였다.“미영아, 봤지? 이게 바로 진서준의 실력이야.”서지은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랑했지만 성미영은 여전히 엄숙한 얼굴이었다.“이건 시작일 뿐이야. 승부가 끝나기 전까지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몰라.”“아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아담이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벌떡 일어났다.얼굴이 피범벅이 된 아담은 아까보다 더욱 흉악해 보였다.미친 짐승처럼 이글거리는 아담의 눈빛을 본 사람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이 개자식이 감히 날 날려버려?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아담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천의방 고수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단 한 방에 날아가다니, 오늘 겪은 수치가 평생 당한 모욕보다
“패왕의 검이라고? 패배의 검이 아니고?”진서준이 비웃었다.“건방진 놈!”아담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소리쳤다.“내 검 아래 쓰러진 놈들도 전부 너처럼 거들먹거렸지. 하지만 내 검날이 그놈들 목을 베어내는 순간, 그놈들은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더구나. 지금 이 검으로 네 죗값을 치르게 해주마.”이 순간, 다수의 무인이 진서준을 걱정하기 시작했다.검을 든 아담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였다.아담은 대검을 다루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자였다.“저 자식이 전력을 다하려고 하네. 진 마스터가 과연 무사하게 피할 수 있을까?”“저렇게 덩치 큰 놈으로 작은 검을 괴롭히네. 역시 초아국 놈들은 양심도 없어.”“초아국 놈들과 도리를 따져봐야 피 흘리는 건 우리 쪽이지.”150킬로그램짜리 대검이 아담의 손에서 일반 사람이 밀짚을 흔들듯 너무나 가볍게 휘둘러졌다.아담의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이라도 있어?”아담이 진서준을 건방지게 노려보며 비웃었고 그 시선은 이미 죽은 자를 바라보는 듯한 거만한 시선이었다.“쓸데없는 소리가 많네. 너야말로 유언 준비 안 했어?”진서준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그 도발적인 모습에 아담은 이성을 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아담은 대검을 높이 치켜들고 진서준에게 돌진했다.공기를 찢는 듯한 거대한 폭음이 아담의 대검에서 터져 나왔다.“파도 오격!”진서준 곁에 도착한 아담이 고함치며 검을 휘둘렀다.단 다섯 번의 검격이었지만 관중들이 보기에는 하늘을 뒤덮은 검의 잔영처럼 보였다.진서준을 완벽하게 가둬버린 살기 어린 검무의 엄청난 위압감이 관객석까지 전해졌다.심지어 링 바닥에도 거미줄 같은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이게 바로 천의방 고수의 실력인가?”“이번에는 진 마스터가 정말 위험하겠는데?”사람들이 경악하며 웅성거렸다.진서준도 이 공격을 가볍게 웃어넘길 생각은 없었다.진서준은 체내의 영력을 폭발적으로 끓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진서준도 모른다.하지만 서방 교회의 성기사들이 수련하는 건 가짜 선법이었다.이 말인즉, 이 세계는 겉보기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뜻이었다.아담이 신을 강림시키려 하자 그의 몸에서 붉은빛이 퍼져 나왔고 하나의 빛나는 등불처럼 온몸이 발광했다.이를 본 진서준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됐어, 드디어 아담의 필살기 심판의 검이 나오는군.”리앙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아담은 몇 년 전 교회에서 스승을 모시고 기술을 배운 적이 있지. 아담의 신에 대한 경건함은 결국 신의 응답을 끌어낼 수 있을 거야. 심판의 검은 같은 경지의 강자라고 해도 막을 수 없어. 저 자식이 이번에야마로 끝장이야.”무인들은 이런 광경을 처음 목격하는지라 모두가 입을 떡 벌린 채 경악했다.“세상에, 저게 무슨 기술이야? 온몸에 붉은 기운이 돌고 있잖아.”“설마 슈퍼 히어로 변신인가?”“교회 원탁 기사들이 기도를 올려 신의 응답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아담도 거기 출신인가 보네?”이때, 전례 없는 압박감이 모든 이들에게 드리웠고 거대한 산이 머리 위를 짓누르는 듯 숨조차 쉬기 어려워졌다.“저건 심판의 검이야. 전원 경기장을 당장 떠나!”류재훈이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심판의 검은 아담의 모든 힘을 담아낸 기술이었다.구급 대종사의 전력을 다한 일격이라면 이 체육관쯤은 쉽게 산산조각 낼 수 있었다.관중석에는 일반인도 많았기에 만약 체육관이 무너지면 수많은 사상자가 나올 터였다.국안부의 몇몇 종사들이 즉시 사람들을 나누어 대피시키기 시작했다.“지은아, 어서 나가자.”성미영이 서지은의 손을 끌었다.“안 돼, 진서준이 아직 여기 있는 한 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서지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멍청한 계집애. 저 자식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뭘 버티고 있어?”성미영이 분통을 터뜨렸다.“떠나고 싶으면 너 혼자 가. 난 안 가.”서지은의 태도는 여전히 단호했다.“너!”결국 성미영은 포기하고 서지은의 곁에 남아 그녀를 지키기로 했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