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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2화

Author: 무가
오주화가 막 폭발하려던 찰나, 오주풍이 나서서 그를 제지했다.

“그만해. 어제 집에서 무슨 말 했는지 까먹었어? 이번에 온 건 오영준을 데리고 사과하러 온 거지 또 사고 치러 온 게 아니잖아. 네가 오영준 목숨이 아예 안 중요하다면 오늘도 네 마음대로 사고를 쳐.”

그 말에 오주화도 어쩔 수 없이 분노를 속으로 삼켰다.

“오영준, 얼른 진서준 씨에게 사과드려.”

오주풍이 오영준을 떠밀자 오영준은 휠체어를 밀려 앞으로 나갔고 억지로 입을 뗐다.

“죄, 죄송합니다.”

지금은 고개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살고 봐야 나중에라도 복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서준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난 서 있는데 감히 무례하게 앉아서 사과해? 이딴 게 사과야?”

“너 뭐 어쩌자는 건데? 설마 우리 아들보고 무릎 꿇으란 거야?”

오주화가 옆에서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맞아.”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하러 왔으면 그에 걸맞은 태도가 있어야지.”

“이 자식이 일부러 우리 망신 주려는 거잖아.”

오주화는 진서준의 당당한 태도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요구였다.

게다가 지금 병실에는 외부인들도 있는데 소문이라도 퍼지면 오씨 가문 체면은 완전히 바닥을 칠 것이다.

엄승현 일행은 완전히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진서준이 오씨 가문 직계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뭐 대놓고 오씨 가문 사람에게 따귀를 날리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형, 뭐라고 좀 해봐.”

오주화는 오주풍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무릎 꿇어, 오영준. 네가 아직 살고 싶다면 시키는 대로 해.”

오주풍이 단호하게 말했다.

“뭐라고?”

오주화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형, 이건 우리 아들 체면을 완전 짓밟는 거잖아.”

“체면이 중요해? 목숨이 중요해?”

오주풍은 단 한 마디로 핵심을 찔렀다.

오영준이 무릎 꿇지 않으면 진서준은 무조건 오영준을 죽일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체면은 쓸모없는 물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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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8화

    “아니면 네가 모든 남자를 유혹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거야?”“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지금 이렇게 날 누르고 있지?”안가인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사실 진서준은 안가인 위에 올라탄 것도 아니었고 둘 사이엔 딱 10센티미터의 거리가 있어 피부 접촉도 전혀 없었다.“경고하는 거야. 내 질문에 대답 안 하면 널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혀줄 테니까.”진서준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날 괴롭히겠다고?”안가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덮치는 넌 그 나쁜 놈들이랑 뭐가 달라?”“지난번 안씨 가문에서 네가 날 모함했을 땐, 난 그래도 참고 널 혼내지 않았어.”진서준은 싸늘하게 말을 이어갔다.“그러니까 이번엔 협조 좀 하는 게 좋을 거야.”그때 진서준이 참았던 건 안씨 가문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었고 안국성의 체면도 우려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상황도 상황인지라 진서준은 더 이상 여유롭게 협상할 수 없었다.안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정면으로 충돌이라도 생기면 양쪽은 다 피바다가 될 것이다.아마 안씨 가문은 그냥 그대로 멸망할지도 몰랐다.“그럼 내가 협조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안가인이 웃음 섞인 말투로 되받아쳤다.“나도 궁금하긴 해. 잘난 의사님이 대체 어떤 악독한 짓을 할 수 있을지 말이야.”“진짜 그렇게 나가겠다는 거지?”진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내가 사람 괴롭히는 법은 겉으론 멀쩡해도 속은 뒤집어지는 스타일이거든. 경고하는데 날 도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안가인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심지어 도발적인 눈빛까지 보였다.그 눈빛에 진서준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은침을 꺼냈다.“진짜 날 고문하겠다고?”안가인의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안가인도 진서준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진서준은 상상을 초월하는 침술 실력이 있었다.한의학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죽이지 않는 선에서 사람을 미치게 할 수도 있었다.그 은침이 들어오면 안가인은 정말 못 버틸 수도 있었다.“네가 날 이렇게 몰아세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7화

    “하경범이 사라진 건 내가 한 짓이야. 죽인 것도 물론 나야. 근데 이건 전부 안씨 가문의 지시였고 이시언이 증인이 될 수 있어.”영상은 단 한 마디였고 다른 말은 없었다.하지만 그 한마디에 진서준은 소름이 돋았는데 진한 음모의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다.영상 내용을 보면 하경범은 하씨 가문 사람들에게 구출된 게 아니라 이 검은 옷 무리한테 납치된 거였다.목적은 단 하나였다.바로 안씨 가문과 하씨 가문을 서로 물어뜯게 하려는 거였다.이 영상이 하씨 가문 사람들 손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파국이었다.진서준은 즉시 메모리카드를 빼서 조심히 챙겼다.“이거 제대로 골치 아프게 생겼네. 도대체 누가 두 가문 사이 전쟁을 부추기려는 거야?”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혼자 중얼댔다.순간, 진서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혹시 그 용왕인가?”안진천이 말하길 용왕은 안씨 가문을 손에 넣고 싶어 했고 안국성이 그걸 거절했다.그 뒤로 안씨 가문 사람들은 매년 누군가 암살당했고 지금도 그 위협은 계속되고 있었다.이제 용왕도 더는 기다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그래서 이참에 안씨 가문과 하씨 가문을 맞붙게 해서 둘 다 피를 흘리게 하고 안씨 가문의 실력이 약해진 틈을 타 본격적으로 집어삼키려는 수작이었다.“일단 안가인부터 만나봐야겠군.”진서준은 차를 몰고 안세린이 준 주소로 향했다.30분 후.진서준이 도착한 곳은 바닷가에 자리한 고급스러운 별장이었다.멀리서 보니 몸에 딱 붙는 섹시한 수영복을 입은 한 여자가 해변 의자에 누워 태닝을 즐기고 있었다.여자는 아기 피부처럼 매끈한 살결을 자랑하고 있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건 압도적인 몸매였는데 수영복 앞 단추는 위태롭게 버티는 중이었고 언제든 튀어나올 것 같았다.“안가인.”진서준은 별장 문 앞까지 걸어가 해변 의자 위의 여자를 향해 외쳤다.본인을 부르는 소리에 안가인은 선글라스를 벗고 고개를 돌렸다.“어라? 진 신의님이잖아.”진서준이 갑자기 나타나자 안가인은 놀란 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6화

    “고맙긴 아직 이르지. 나도 조건이 하나 있어.”안세린은 식탁 위에 손가락을 콩콩 두드리며 말했다.“무슨 조건인데?”“우리 고모 좀 조사해 줘. 삼촌 죽인 진짜 범인이 고모가 맞는지 알아봐 줘.”안세린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증거를 꼭 찾아내. 그리고 고모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도 밝혀야 해.”“그건 하경범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렵겠는걸?”진서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난 지금 안가인이 어디 사는지도 몰라.”“여기 주소.”안세린은 주머니에서 안가인의 주소가 적혀 있는 쪽지 하나를 꺼내 진서준에게 건넸다.“와, 준비 철저하네?”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안세린이 이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을 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네가 그냥 심심해서 나 찾을 리 없잖아. 그러니까 나도 미리 준비해 둔 거지.”안세린이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이 거래 받아들일게.”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둘의 협상이 끝나고 진서준은 자리를 뜨려 했다.바로 그때, 진서준의 휴대폰이 울렸고 진서준이 확인해 보니 발신자는 조호였다.진서준의 가슴 한쪽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조호, 무슨 일이야?”진서준이 전화를 받자 패닉 상태에 빠진 조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씨, 살려주세요. 우리가 지금 별장에 갇혔어요. 제 부하들이 전부 밖에 있는 놈들한테 당했어요. 분명 하경범이 보내 우리에게 복수하러 온 놈일 겁니다.”“지금 어디야? 금방 갈게.”진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려 나갔다.“옥화 가든의 3번 별장이요.”차에 올라탄 진서준은 엑셀을 밟았고 차는 총알처럼 도로 위를 뚫고 나갔다.10분 후, 진서준은 조호가 말한 3번 별장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확인했다.별장 주변엔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귀도파의 부하 수십 명이 피 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었다.별장 입구엔 검은 복면에 전투복을 입은 남자 둘이 서 있었다.몸에 근육이 잔뜩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5화

    진서준은 성큼성큼 조호의 사무실로 들어섰다.“진서준 씨, 오늘은 무슨 일로 우리 사무실까지 오셨습니까?”조호는 진서준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큰일이 하나 있어서 말이야.”진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화제를 꺼냈다.“큰일이라고요?”조호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진서준이 큰일이라고 할 정도면 웬만한 건 아니었다.“방금 이시언한테 전화 받았는데 하경범이 누군가한테 구출 당했다고 했어.”진서준의 말에 조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요? 하경범이 구출됐다고요? 아니, 이시언 이 녀석은 도대체 뭐 했대요? 어떻게 하경범이 구출되게 내버려둘 수가 있죠? 하경범이 살아있으면 하씨 가문은 무조건 우리한테 복수하러 올 거라고요.”그게 바로 조호가 제일 두려워하는 포인트였다.하씨 가문은 르벨 전체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최상급 명문대가였다.오씨 가문이나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선 머리를 조아리는 수준이었다.하경범이 복수를 시작한다면 조호의 귀도파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박살 날 게 뻔했다.“지금 당장 네 부하들 동원해서 하경범 행방부터 찾아.”진서준이 서둘러 지시를 내렸다.“진서준 씨, 하경범을 찾을 필요 없어요. 분명 하씨 가문 사람들이 구해간 겁니다. 지금은 얼른 르벨에서 도망치는 게 최선입니다.”조호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왜 도망쳐? 넌 하씨 가문이 그 정도로 무서워?”진서준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진서준 씨가 몰라서 그렇죠. 하씨 가문은 진짜 무서운 집안이에요. 르벨에서 하씨 가문한테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때 제가 하경범한테 손댄 것도 진서준 씨가 밀어붙여서 한 거지, 평소 같았으면 꿈도 못 꿨죠.”조호는 솔직하게 말했다.“전 이 동네 토박이입니다. 하씨 가문의 무시무시함을 진서준 씨보다 더 잘 알아요. 솔직히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닙니다.”“그럼 네가 자기 사업을 다 포기하고 떠나겠다는 거야?”진서준이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포기하고 싶진 않지만 살려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4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신경 꺼.”도지아는 다시 병상에 누웠다.“우린 대학교 동기잖아. 신경 안 쓸 수가 있어?”엄승현은 안절부절못하며 머리를 긁적였다.“나 피곤해. 다들 나가줘.”도지아는 눈을 감고 축객령을 내렸다.그 모습에 엄승현 일행은 어쩔 수 없이 병실을 나섰다.“어? 넌 왜 안 나가? 지아가 피곤하다잖아?”엄승현은 짜증 섞인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진서준은 있어도 돼. 너희는 나가.”도지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엄승현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병실을 나섰다.엄승현이 떠난 후, 도지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진서준, 이번 일로 너한테 꽤 큰 민폐 끼친 거지?”“민폐는 무슨, 고작 오주화 하나를 민폐라고 보기엔 오버야.”진서준은 가볍게 웃었다.“그래도 오씨 가문인데 내가 오영준을 때렸으니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 도지아는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꼭 그렇지만도 않아.”진서준은 천천히 설명했다.“오씨 가문 전부가 오주화처럼 머리가 텅 빈 건 아냐. 이번에 오주화가 오영준을 데리고 사과하러 온 건 아마 오씨 가문 가주가 명령했을 가능성이 커. 그 시절 어르신들은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 요즘 애들보다 상황 판단이 잘 서. 오씨 가문이 정말 나랑 끝장을 보려고 한다면 나도 절대 가만히 안 있어. 난 절대 만만한 허수아비가 아니거든.”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허사연과 황예은이 들어왔다.“병원 입구에서 오씨 가문 일행을 봤어. 그 사람들 왜 왔어?”허사연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두들겨 맞고 사과하러 왔지.”진서준은 피식 웃었다.“벌써 사과하러 왔다고?”허사연은 살짝 놀란 눈치였다.좀 더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부터 왔다니 진짜 의외였다.“내가 해 지기 전까지 오영준이 안 오면 오씨 가문이 전멸할 거라고 말했거든.”진서준이 덤덤하게 한마디 보탰다.바로 그때, 진서준의 전화가 울렸고 화면을 보니 이시언이었다.“이시언 씨, 무슨 일이죠?”진서준이 물었다.“진서준 씨, 큰일 났습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3화

    멍하니 있던 오주화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에서 불이 튀길 듯 분노를 터뜨렸다.“이 미친년이 감히 우리 아들을 때려?”고작 천민 주제에 감히 오씨 가문 직계를 때리는 건 오주화가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내가 때린 건 네 아들이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이야.”도지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주화와 눈을 맞췄다.“저 녀석만 아니었으면 내가 병원 신세까지 졌겠어? 오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게 남을 멋대로 짓밟을 이유는 아니잖아.”어제 뜻밖의 참사로 도지아는 세상에 대한 시선을 다시 갖게 됐다.도지아는 힘없고 배경 없는 사람은 그냥 당해야만 걸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러니 지금 이렇게 복수할 기회가 생긴 이상, 도지아는 절대 놓칠 수 없었다.“세상이 말세구나.”오주화는 얼굴이 새파래졌다.“넌 네 짓에 대해 뼈저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그러자 잠자코 지켜보던 진서준이 싸늘하게 말했다.“네 아들이 도지아를 때릴 수 있는데 도지아가 왜 반격할 자격이 없어? 오씨 가문만 주먹을 휘두를 수 있는 특권이라도 있어? 지아야, 계속 때려.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다 책임질게.”진서준의 말은 도지아에게 확실한 버팀목이 됐다.“좋아.”도지아도 더 이상 오주화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이미 기절한 오영준에게 주먹질과 발차기를 퍼부었다.도지아 안에도 분노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힘겹게 생긴 복수의 기회인데 그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그냥 오영준을 죽이지 않는 선에서 때리기만 하면 됐다.강렬한 통증에 오영준은 비명을 지르며 혼수상태에서 깨어났고 눈을 뜨자마자 또다시 밀려오는 뼈저린 고통에 비명만 연발했다.“헐, 도지아 진짜 미쳤나 봐. 오영준을 감히 저 정도로 두들겨?”“이건 너무 무모하잖아. 오씨 가문이 나중에 복수라도 하면 도지아는 끝장이야.”“다 저 진서준이라는 놈이 부추긴 거잖아. 저 녀석만 없었으면 지아가 저럴 일도 없을 거잖아.”엄승현은 모든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겼다.“저 녀석이 지금 일부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2화

    오주화가 막 폭발하려던 찰나, 오주풍이 나서서 그를 제지했다.“그만해. 어제 집에서 무슨 말 했는지 까먹었어? 이번에 온 건 오영준을 데리고 사과하러 온 거지 또 사고 치러 온 게 아니잖아. 네가 오영준 목숨이 아예 안 중요하다면 오늘도 네 마음대로 사고를 쳐.”그 말에 오주화도 어쩔 수 없이 분노를 속으로 삼켰다.“오영준, 얼른 진서준 씨에게 사과드려.”오주풍이 오영준을 떠밀자 오영준은 휠체어를 밀려 앞으로 나갔고 억지로 입을 뗐다.“죄, 죄송합니다.”지금은 고개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살고 봐야 나중에라도 복수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난 서 있는데 감히 무례하게 앉아서 사과해? 이딴 게 사과야?”“너 뭐 어쩌자는 건데? 설마 우리 아들보고 무릎 꿇으란 거야?”오주화가 옆에서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과하러 왔으면 그에 걸맞은 태도가 있어야지.”“이 자식이 일부러 우리 망신 주려는 거잖아.”오주화는 진서준의 당당한 태도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요구였다.게다가 지금 병실에는 외부인들도 있는데 소문이라도 퍼지면 오씨 가문 체면은 완전히 바닥을 칠 것이다.엄승현 일행은 완전히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진서준이 오씨 가문 직계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이건 뭐 대놓고 오씨 가문 사람에게 따귀를 날리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었다.“형, 뭐라고 좀 해봐.”오주화는 오주풍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무릎 꿇어, 오영준. 네가 아직 살고 싶다면 시키는 대로 해.”오주풍이 단호하게 말했다.“뭐라고?”오주화는 눈이 휘둥그레졌다.“형, 이건 우리 아들 체면을 완전 짓밟는 거잖아.”“체면이 중요해? 목숨이 중요해?”오주풍은 단 한 마디로 핵심을 찔렀다.오영준이 무릎 꿇지 않으면 진서준은 무조건 오영준을 죽일 것이다.사람이 죽으면 체면은 쓸모없는 물건이 될 것이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1화

    오영수가 가장 먼저 병실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뒤로는 오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이 우르르 따라 들어왔다.일행의 기세는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끈 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오영준이었다.얼굴은 하얀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고 눈과 코만 간신히 드러난 채, 온몸 곳곳에 깁스하고 있었다.누가 봐도 끔찍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이 기세등등한 사람들을 본 순간, 엄승현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눈이 휘둥그레져 말문이 턱 막혔다.그저 허세 좀 부린 거였는데 오씨 가문 사람들이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엄승현 일행도 두려움에 벌벌 떨며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오씨 가문은 르벨의 3대 가문 중 하나인데 평범한 일반인이 감히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다.오씨 가문을 건드리는 순간, 생명이 위태롭다고 보는 게 정상이었다.“진서준 씨.”오영수가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엄승현 일행을 쓱 훑어보았다.“아까 누가 우리 오씨 가문 사람들한테 따귀 두 대씩 갈긴다고 했어?”오영수가 냉랭하게 질문을 던졌다.“지금 여기 우리 오씨 가문 사람이 다 모였으니까 맘대로 때려봐.”엄승현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고 등까지 흠뻑 젖었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네가 말한 거 맞지?”오영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엄승현을 노려봤다.“그, 그건...”엄승현은 말문이 막혀 제대로 대답할 수도 없었다.그냥 좀 허세 부린 것뿐인데 진짜 오씨 가문과 직면하게 될 줄은 몰랐다.이건 뭐 엄승현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자기소개하지. 내 이름은 오영수, 오씨 가문의 직계야. 지금 이렇게 네 앞에 서 있으니까 마음껏 때려봐.”오영수의 말에 엄승현은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식은땀을 흘렸고 두 다리는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엄승현은 오씨 가문 사람을 진짜로 때릴 용기가 없었다.진짜 따귀라도 날리면 오후엔 본인이 바로 옆 병실에서 신세 지게 될 것이다.“왜, 갑자기 손이 안 움직여? 못 때리겠어, 아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0화

    비록 50년산이면 그렇게 희귀한 건 아니지만 일반 가정에선 쉽게 구경도 못 할 보물이었다.“지아야, 이건 진짜 너 주려고 산 거야. 네가 안 받으면 그냥 버릴 수밖에 없어.”엄승현이 한발 물러서는 척하며 말했다.도지아가 낭비를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걸 엄승현은 잘 알고 있었다.역시나 이 말이 떨어지자 도지아의 이마에 주름이 살짝 잡히며 난감한 표정이 떠올랐다.“알겠어, 그럼 일단 이 인삼을 받을게. 하지만 다음부턴 절대 이렇게 비싼 거 사지 마.”도지아가 가벼운 말투로 귀띔했다.“알았어. 다음부턴 안 그럴게.”엄승현은 웃으며 대답했다.대화를 나누던 중, 엄승현은 옆에 조용히 서 있는 진서준을 발견했다.진서준을 본 순간, 엄승현은 며칠 전 체육관 링 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엄승현은 무의식적으로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괜히 또 주먹이 날아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지아야, 근데 네 몸은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거야? 누가 그런 짓을 했어?” 엄승현이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누군지만 말해. 내가 꼭 정의를 구현해 줄게.”엄승현이 가슴을 탕탕 치며 당당하게 말했다.“맞아 지아야, 엄승현 오빠가 있는데 누가 감히 널 건드리겠어?”“여긴 르벨이잖아, 엄승현 오빠의 눈치를 안 볼 사람은 없어.”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서 한마디씩 거들었다.하지만 다들 입만 열면 전부 엄승현 얘기였다.“그만해. 지아가 맞은 건 내가 알아서 처리했어.”진서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 지역 사람도 아닌 사람이 뭐 어떻게 처리해?”“엄승현 오빠는 우리 르벨에서 꽤 알아주는 인물이야. 인맥이나 배경은 네가 감히 비빌 수준이 아니야.”“그래, 너 싸움 잘하는 건 인정해.”엄승현이 인생 선배인 척 나섰다.“근데 이 세상은 주먹으로만 해결되지 않거든? 지금 세상은 인맥이나 출신을 따지는 시대에 들어섰어. 네가 그걸 알기나 해?”“내가 너희한테 나서지 말라는 건 너희를 위해서야. 도지아를 이 지경으로 만든 범인이 너희가 감당 못 할 사람이거든.”진서준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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