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넌 내 윤회검에 죽을 거야!”창격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권해철을 향해 윤회검을 휘둘렀다.권해철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다시금 뇌검을 만들어 손에 쥔 뒤 창격과 싸우기 시작했다.탁탁탁...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는 별장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아주 컸다. 이따금 천둥과 번개가 번쩍여서 아주 살벌했다.조금 전 세 악귀를 상대하느라고 권해철은 진기를 꽤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창격과 검으로 싸울 때 권해철은 체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검을 쥔 손이 살짝 떨렸다.창격은 상황을 보더니 악랄하게 웃었다.“이 자식, 오늘 넌 분명 죽을 거야!”“웃기네. 진 마스터님께서 곧 도착할 거야. 진 마스터님이 온다면 넌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권해철은 아주 똑똑했다. 그는 창격과 전력을 다해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는 피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올 때까지 버틴다면 창격은 분명 죽을 것이다.“이 자식, 도망치기만 하네?”창격은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네가 너무 느린 거야.”권해철은 차갑게 웃으면서 그를 도발했다.“진서준 씨!”오윤산은 진서준이 도착한 걸 보고 흥분해서 외쳤다.창격은 또 한 명이 오자 여기 남아있을 생각이 사라졌다. 그는 오세정을 데리고 도망칠 생각이었다.“난 이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음살 마스터가 되면 널 반드시 죽이고 말 거야!”말을 마친 뒤 창격은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권해철은 상황을 보다가 서둘러 검을 휘두르면 그를 쫓아갔다.“넌 도망칠 수 없어. 오늘 우리는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 너를 죽여 이곳에서 정의를 실현할 생각이거든.”진서준은 상황을 파악한 뒤 체내의 영기를 이용했다. 그의 손바닥은 투명한 담청색으로 변했고 천둥과 번개가 모이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손을 뒤집어 손뼉을 쳤다. 순간 번개가 창격의 종아리를 꿰뚫었다.털썩 소리와 함께 창격은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고, 그가 들고 있던 윤회검은 멀리 날아갔다.진서준은 창격의 옆으로 걸어가서 그의 등을 밟고 물었다.“오세정 씨는?”“날 놓
창격은 진서준의 싸늘한 눈빛을 바라보더니 겁을 먹고 침을 꿀꺽 삼켰다.“저... 저기에 있어!”진서준은 창격이 가리킨 별장을 바라보더니 권해철에게 말했다.“권해철 씨, 오세정 씨가 안에 있는지 한 번에 확인해 보세요.”“네!”권해철은 곧바로 오윤산과 함께 별장으로 달려갔다.곧 이어폰에서 권해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 마스터님, 오세정 씨 별장 안에 있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창격에게 말했다.“이젠 죽어!”창격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서둘러 외쳤다.“죽이지 마, 날 죽이지 마! 난 내 모든 걸 너에게 줄 수 있어! 우리 사부님은 마교의 4대 법왕이야. 내가 죽은 걸 우리 사부님이 알게 된다면 분명 너에게 복수하러 올 거야!”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죽이지 않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당신 사부님이 감히 날 찾으러 화진에 온다면 당신과 함께 지옥으로 보내줄게!”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창격의 머리를 밟았다.콰득 소리와 함께 창격의 머리가 공처럼 터져 나갔다.창격처럼 극악무도한 인간은 절대 살려둘 수 없었다. 지금 죽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손에 죽을 것이다.진서준은 창격을 죽인 뒤 곧바로 별장에게 달려갔다.조금 전 창격은 오세정의 체내에 음기가 있다고 했다. 진서준은 그녀의 체내에 있는 음기를 빨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오세정의 목숨이 위험했다.“진서준 씨, 어서 제 손녀를 구해주세요!”오윤산은 진서준을 보자마자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진서준이 다가갔을 때 오세정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오세정은 안색이 창백했고 추운 듯이 몸을 움찔움찔 떨고 있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오세정 체내의 음기가 발작했다는 걸 깨달았다.“다들 뒤로 물러나세요. 제가 오세정 씨 체내의 음기를 빨아들일 겁니다.”권해철과 오윤산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진서준은 오세정의 단전에 손을 올려둔 뒤 체내의 장철결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장철결은 이 세상의 모든 혼탁한 기운을 빨아들일 수 있었
“좋습니다. 그러면 진서준 씨께서 제 손녀에게 수련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시죠!”오윤산의 안색이 환해졌다.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오세정 씨는 제 공법을 수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권해철 씨가 권해철 씨 사문의 공법을 오세정 씨께 가르쳐드릴 수는 있어요.”장철결은 아무나 수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당시 감옥에서 구창욱은 진서준의 몸을 보더니 그에게 용의 핏줄을 타고났다면서 그에게 장철결을 가르쳐줬다.“저한테 맡겨주세요. 손녀분이 오윤산 씨보다 더욱 강해지도록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권해철은 오윤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오윤산은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진서준은 본인 체내의 영기를 오세정의 체내로 흘려보내서 오세정 단전 안의 음기를 억눌렀다.오세정은 곧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진서준 씨!”진서준이 자기 옆에 서 있는 걸 본 오세정은 무척 흥분했다.“오세정 씨를 납치한 놈은 이미 죽었습니다.”진서준이 말했다.“감사합니다, 진서준 씨!”오윤산은 황급히 감사 인사를 했다.“별말씀을요. 하지만 오세정 씨께 설명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진서준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말씀하세요.”곧 진서준은 조금 전 했던 말을 다시 오세정에게 전했다.오세정은 그 말을 듣더니 진서준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기쁜 얼굴로 말했다.“전 권해철 마스터님을 항상 존경해 왔어요. 사부님의 제자가 될 수 있다니, 너무 기쁘네요!”“사부님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는데.”권해철은 웃으며 말했다.“아뇨, 그건 안 돼요!”오세정은 권해철의 앞으로 걸어가서 정중히 말했다.“사부님, 제자를 받아주세요!”말을 마친 뒤 오세정은 권해철을 향해 예를 갖췄다.권해철은 서둘러 오세정을 일으킨 뒤 크게 웃으며 말했다.“인천에 온 보람이 있군요. 재능 있는 제자를 받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제 술법을 이어받을 사람이 생겼네요!”오세정은 진서준을 몰래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경외심이 가득했다.그녀는 권해철의
유지수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진서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왜 전화한 거야?”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부탁한 첫 번째 일 기억해?”유지수는 느긋하게 말했다.“기억해. 하지만 황씨 일가는 나와 원한이 없어. 그런데 내가 그들을 어떻게 처단하겠어?”진서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하지만 넌 황서진을 죽였잖아!”유지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황서진이 먼저 날 건드렸어.”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황서진이 진서준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진서준도 그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황씨 일가에서 황서진이 죽은 걸 알게 되었어. 그들은 종사를 찾아서 널 상대할 생각이야.”유지수가 웃으며 말했다.“난 날 건드리는 사람은 전부 죽여버릴 거야.”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네가 먼저 그들을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용없어. 그들은 네 가족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유지수가 웃으며 말했다.“너희 어머니 아직 서울에 계시지?”쿵!진서준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로 인해 방 안의 커튼이 살랑거렸고 책상이 슬슬 움직였다.“유지수, 죽고 싶어?”“걱정하지 마. 난 너희 엄마를 납치할 생각이 없으니까. 하지만 황씨 일가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나도 몰라.”유지수는 진서준의 살기 따위 아랑곳하지 않았다.어차피 진서라가 있으니 진서준은 절대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황씨 일가 사람들은 나처럼 착하지 않아. 그들은 네 엄마를 납치한 뒤 분명 그녀를 괴롭힐 거야!”유지수가 말했다.“그만해! 내가 황씨 일가를 멸문시키길 원하는 거지? 난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전화를 끊었다.그 뒤 유지수는 또 한 번 그에게 연락했지만 진서준은 받지 않았다.결국 유지수는 문자를 보냈다.[네가 손을 쓰지 않는다면 사람을 시켜 진서라의 손가락 하나를 자를 거야. 그리고 네가 하루씩 늦어질 때마다 하나씩 자를 거야.”...황씨 일가.황서진이 죽임당한 일과 정월문의 두 장로가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난 일 때문에 황
젊었을 적, 황시훈은 고양시에서 양아치로 소문났었고 다들 그를 같잖게 생각했다.그리고 황시훈은 지금도 여전했다.“당신...”황시훈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한서강 씨, 제 조카가 죽었습니다. 그날 저녁 한서강 씨 딸과 아들도 그곳에 있었다던데 해명 좀 해주시겠어요?”황영산이 차갑게 말했다.“황시훈 씨 아들이 제 딸을 성희롱했습니다. 제가 찾아가서 따져 묻지 않은 걸 고마워해야죠!”한서강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황시훈 씨 아들이 죽은 일은 저희와 아무 상관없습니다.”진서준과의 관계가 있으니 한서강은 진서준이 한 짓이라고 밝힐 생각이 없었다.만약 황씨 일가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면 그만이었다.“한서강 씨,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요!”황영산은 한서강을 매섭게 노려보다가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차에 오른 뒤 황시훈은 내키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형님, 그냥 이렇게 한씨 일가 사람들과 그 범인을 놔줄 겁니까?”“아니, 일단 강은우를 찾아가야겠어. 강은우는 분명 뭔가를 알고 있을 거야.”황영산이 말했다.두 형제는 강은우의 집으로 찾아갔다.강은우는 감히 한서강처럼 황영산을 대할 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황영산과 황시훈을 거실로 데려갔다.“질문 하나 하죠. 누가 제 아들을 죽였습니까?”황시훈은 강은우를 차갑게 노려보았다.강은우는 살짝 당황하더니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전 모릅니다.”“잘 생각하고 대답하세요. 당신도 아들이 있지 않습니까? 강씨 일가의 대가 끊기는 걸 바라는 건 아니죠?”황시훈은 강은우를 협박했다.강은우는 화가 났지만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그에게 아들이라고는 강백산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강백산이 죽는다면 정말로 강씨 일가의 대가 끊기게 된다.“진 마스터님이 죽였습니다.”강은우가 말했다.“진 마스터요?”황영산은 그 이름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만월호 전투로 인해 진 마스터는 남주성에서 유명해졌다.그러나 황영산은 단 한 번도 진서준을 본 적이 없었다.“젠장,
황영산과 황시훈 두 사람은 잠에서 깬 뒤 곧바로 탁현수의 거처로 왔다.이때 탁현수는 폐관 중이었기에 우소영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우 종사님, 탁현수 어르신은 언제 폐관을 끝낸답니까?”황영산이 정중하게 물었다.“곧 끝날 겁니다. 제 사부님은 이미 사흘 동안 폐관하셨습니다.”우소영은 덤덤히 말했다.“이번에는 무슨 일로 오셨죠?”황시훈은 곧바로 말했다.“탁현수 어르신께서 저희를 위해 사람을 한 명 죽여주셨으면 합니다!”탁현수는 미간을 찌푸렸다.“사람을 죽이는데 굳이 저희 사부님을 모셔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황씨 일가에서 스스로 해결하면 되지 않습니까?”황씨 일가에는 종사가 두 명 있었다.남주성에 황씨 일가가 죽일 수 없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 사람은 남주성에서 유명한 진 마스터예요.”황산이 설명했다.우소영은 차갑게 웃었다.“그 사람이었군요! 제 사부님께서 출관하신 뒤에 제일 처음 죽일 사람이 바로 그자입니다!”황영산은 깜짝 놀랐다.“탁현수 어르신께서 그 자식과 원한이 있는 겁니까?”“그렇다고 할 수 있죠. 돌아가서 기다리세요. 제 사부님께서...”우소영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사부님!”그 사람을 본 순간 우소영은 서둘러 인사를 건넸다.“탁현수 어르신!”“어르신!”황영산과 황시훈은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앉지.”탁현수는 덤덤히 말했다.“사부님, 이 두 사람도 사부님께 진 마스터를 죽여달라고 온 겁니다.”우소영이 설명했다.탁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쓰지 않고 컵을 들어 올렸고, 그의 손끝에 작은 불꽃이 생겼다.불꽃이 컵 아래를 달구었다.곧 컵 안의 물이 끓어올라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났다.그 광경에 황영산과 황시훈은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하세요!”우소영도 매우 흥분했다.“축하드립니다, 사부님. 대종사 경지가 되셨군요!”탁현수가 선보인 것은 오직 대종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불꽃은 탁현수 체내의 강기로
조천무는 바로 걱정이 사라져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대종사 경지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진 마스터가 엄청난 실력자라고 해도 대종사인 어르신에게는 상대가 안 될 겁니다!”대종사 앞에서 종사는 꼼짝도 못 할 것이다.게다가 진서준은 혼자였기에 절대 탁현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게다가 그날이 되면 조천무는 국안부 사람들과 성씨 일가 사람들을 데려가서 주변을 경계할 것이다.진서준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절대 도망칠 수 없었다.“우리 황씨 일가의 두 종사도 도와드리겠습니다.”황영산이 말했다.“진 마스터는 이번에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겁니다.”조천무는 악랄한 눈빛으로 말했다.우소영은 또 조천무에게 말했다.“남주성에 많이 소문 내세요. 그리고 모든 가문에 저희 사부님이 경지를 돌파한 후 첫 번째 싸움을 보러 오라고 하세요. 그들에게 대종사의 실력을 보여드릴 거라고 하세요.”“좋아요, 지금 바로 분부하겠습니다.”조천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곧 남주성의 모든 가문이 탁현수가 대종사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세상에, 탁현수 어르신 출관하자마자 진 마스터를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지독하시네.”“진 마스터도 약하지 않지만 너무 젊어. 탁현수 어르신을 상대한다면 틀림없이 죽을 거야.”“젊은 인재를 다들 질투하나 봐. 진 마스터도 몇 년만 더 수련한다면 틀림없이 대종사가 될 텐데 말이야.”남주성의 모든 가문이 곧 벌어질 세기의 대결을 의논했다.소년 종사와 대종사라니, 살면서 이렇게 흥미롭고 자극적인 대전을 언제 또 보겠는가?한씨 일가도 그 소식을 알게 되었다.“진 마스터님, 얼른 떠나시는 게 어떻습니까?”한서강이 설득했다.“전 안 갈 겁니다. 제 가족이 그들의 손에 있거든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결연히 말했다.진서준은 대종사와 싸워본 적이 없어서 대종사가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이기든 지든 떠날 수는 없었다.그는 고한영과 유정을 구해야 했고, 진서라도 구해야 했다.“서준 씨, 내가 항상 곁에 있어 줄게요.
진서준은 유지수가 자신을 걱정하는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유지수처럼 악랄한 여자가 다른 사람을 걱정할 리가 없었다.“그런 말 할 필요 없어. 난 널 황씨 일가의 가주로 만들어줄 수는 있어. 하지만 황씨 일가를 멸문시키지는 않을 거야.”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이것은 진서준이 생각해 낸 유일한 방법이었다.오늘 진서준이 탁현수를 쓰러뜨린다면 황씨 일가는 진서준을 몹시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진서준은 황씨 일가의 가주 자리를 유지수에게 줄 것이다.“난 황씨 일가 가주의 자리는 필요 없어. 내 조건은 하나뿐이야. 황씨 일가를 없애.”말을 마친 뒤 유지수는 전화를 끊었다.진서준은 미친 유지수를 무시하고 정신을 집중하며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명인 호수.오늘은 마침 휴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피크닉을 해야 했다.그러나 오늘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공원 주변에는 순무사의 차들이 줄지어 길게 서서 그곳을 완전히 격리했다. 고양시 시민들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순무들이 1m에 한 명씩 서서 자체적으로 벽을 만들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왜 여기 경찰들이 이렇게 많은 건지? 안에서 누가 죽기라도 했나?”“모르겠어. 어쩌다 휴일이라서 여기서 놀 생각이었는데!”누군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실탄을 장착한 순무들 앞에서는 그냥 불평밖에 할 수 없었다.감히 이때 앞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틀림없이 총에 맞을 것이다.사람들 틈 사이로 두 사람이 천천히 다가왔다.한 명은 노인이었고 한 명은 젊은 여자였다.노인은 백발이 성성했다. 그 광경을 본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정말 스케일이 엄청나네. 순무들이 이곳에서 서고 있다니.”조해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저번에 한지유와 조성우에게 욕을 먹은 뒤 조해영은 서울을 떠나 강자를 스승으로 삼았다.눈앞의 노인은 조해영의 사부, 이창훈이었다.이창훈은 비록 나이가 많긴 했지만 그는 대성 종사로 인의방 90위였다.“해영아, 이번에 내가 어렵게 관전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