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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해보니 약혼녀가 일곱 명!
출소해보니 약혼녀가 일곱 명!
Author: 노양봉

제1화 청천벽력

수라감옥, 이곳은 그 어떤 나라도 감히 범접할수 없는 곳이다. 그 어느 나라의 관할도 받지 않고 있는 이곳에는 흉악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범죄자들만 가득 수감되어 있었다.

그 인원이 얼마나 거대한지 오죽하면 수라감옥의 범죄자들이 함께 발을 구르면 온 세상이 흔들린다는 소문까지 돌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국가도 이곳을 관리할 엄두를 못 내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현재 수감 중인 이선우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백 명이 넘는 범죄자들이 이선우 앞에 꿇어앉은 채 그를 공손히 모시며 헤어지기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오늘이 이선우가 출소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형님, 이건 제가 소유한 아이슬란드 쪽 땅의 전부 재산입니다. 고작 500억 달러밖에 안되지만 받아주십시오. 그동안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전 오성그룹 주식의 50%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1000억 달러정도 될 겁니다. 이거라도 제발 받아주십시오!”

“형님, 로스차일드가에서 발행한 한정판 카드입니다. 전 세계에 세장밖에 없고 가치는 500억 달러정도 됩니다. 이 카드 한 장만으로 세계 5대 재벌들의 100억 달러 정도 되는 대출금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형님, 전 가진 게 하나도 없는 몸이라 고작 이 영패와 쌍둥이 딸밖에…”

“형님, 저는 5만 명 정도 되는 병사를 형님한테 드리겠습니다.”

“뭐 하는 거야? 내가 뭐 이 딴것들 뺏기라도 한댔어? 왜, 나가서 굶어 죽을까 봐?”

“아닙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형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몸을 숙였다.

“그래, 이만 가볼게. 다들 얌전히 있어. 내 손에 너희들중 누구의 피도 묻히고 싶지 않으니까.”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몇 분 후, 이선우가 감옥밖으로 나왔다.

“니들이 왜 여기 있냐?”

이선우가 감옥의 대문을 열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와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 세 사람이 있었다.

“스승님, 모시러 왔습니다.”

이선우는 그 모습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너희들, 한 명은 르네르의 군통치자, 한 명은 임 씨 왕족, 한 명은 르네르에서 손꼽히는 재벌이야. 니들이 저 감옥 안에 애들이랑 같은 줄 알아? 교도관들이 볼까 봐 무섭다. 당장 안 일어나?”

“네!”

세 사람이 신속히 일어났다.

“스승님, 저랑 같이 가시쇼. 군대 통치권은 스승님께 드리겠습니다.”

“웃기지 마, 나랑 가셔야지. 스승님, 임 씨 가문의 공주님이 스승님이랑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들 시끄러워, 내가 딸이 제일 많은데 무슨 소리야. 저랑 가시죠, 앞으로 스승님이 저희 한 씨 가문의 주인이십니다.”

그가 한 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무상으로 이선우에게 돌린다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선우는 내내 지끈거리는 머리만 부여잡고 있을 뿐이었다.

“이 스승은 이제 그냥 부모님께 효도하고 아내랑 행복하게 살라니까 그만 질척거려, 나 간다.”

이선우는 말을 마치고 배를 타고 떠났다.

5년 전 그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아내에게 집적대는 재벌을 실수로 패 죽였었다. 그날밤 그는 감옥에 수감되었고 감옥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이선우의 골격이 심상치 않은 것이 무술에 능할 것 같다고 하며 자신의 제자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이선우는 그날부터 그냥 별생각 없이 노인에게서 무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반년 후 노인은 이선우를 수라감옥으로 데려갔다. 이선우는 그제야 이 사람이 바로 교도소장이자 르네르의 무술, 의술의 신이라고 불리는 그 전설의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 이선우는 노인을 스승으로 모시며 무술과 의술을 학습했다. 3년 전 스승은 떠나기 전 이선우에게 르네르의 전쟁에 도움이 되어달라고 얘기했다. 이선우는 그 기대에 부응하며 전쟁에서 백만 적군을 물리치고 전쟁의 신이 되었다.

국왕은 그를 직접 찾아가 르네르 전쟁의 신이라는 칭호를 내렸는데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선우가 고개만 끄덕여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고 가장 돈 많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당장 집부터 가고 싶었다. 아내에게 집적대던 그 재벌이 사실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어제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밤이 깊어서야 이선우는 한 고급 아파트에 도착했다. 집문 앞에 선 그는 설레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조금 망설였다.

이 집은 아내인 양지은과 마련한 신혼집이었다. 이선우는 손을 뻗어 문을 두드리려던 찰나에 문이 잠기지 않은 걸 발견했다. 그리고 집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호오빠, 너무 좋아…”

이건 지은이 목소린데… 현호오빠가 누구지? 이선우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문을 박차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끔찍하게도 벗은 채로 침대에 올라가 있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보였다. 여자는 당연히 양지은이었고 남자는 자신이 때려죽일 뻔했던 그 재벌-주현호였다.

“뭐 하는 거야 지금?”

“현호오빠, 이선우 아냐 저거?”

“헐, 진짜 이선우네?”

주현호와 양지은 모두 이선우를 알아봤다.

“지은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설명 좀 해봐.”

이선우는 속에서 천불이 들끓는 것 같았다. 눈빛은 사람을 뚫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양지은은 급히 옷으로 몸을 가리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뭘 설명해, 보이는 그대로야.”

“자기야, 그냥 사실대로 말해줘. 아니다 내가 말할게.”

주현호는 이선우를 바라보며 기세등등해했다.

“야, 니 꼴을 좀 봐봐. 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주제에 어디 감히 우리 지은이를 넘봐? 사실 다 지은이랑 짠거야. 너 이 집이 얼만지는 알지?”

“적어도 100억…”

이선우는 그제야 상황이 이해됐다. 그는 분노를 간신히 참으며 양지은에게 물었다.

“얘기해 봐, 뭘 어떻게 짜고 쳤는지.”

“가난한 건 둘째치고 멍청하기까지 하네. 그래, 알려줄게. 난 널 좋아했던 적이 없어. 그냥 이 집을 얻기 위해 결혼했던 거지. 닌 현호오빠랑 살 생각이야.”

양지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현호도 말을 보탰다.

“그래, 놀랍지? 전혀 예상도 못했지? 처음부터 지은이랑 짠거였어. 목적은 자연스럽게 이 집을 가지는 거고. 아니면 네까짓 게 어떻게 날 때려죽이겠어? 이젠 할 말 다 끝났으니까 그만 나가줄래?”

“아 맞다, 일주일 뒤에 황조호텔에서 결혼식 올리기로 했는데 오면 식사 공짜로 하게 해 줄게.”

이선우는 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퍽하는 소리가 두 번 울리고 양지은과 주현호가 바닥에 쓰러졌다.

“너… 네가 감히 날 때려?”

주현호는 놀랍고 분했다. 감옥까지 다녀온 이선우가 또다시 자신에게 손을 댈 줄은 몰랐다.

“감히 널 때리냐고? 난 죽일 수도 있어.”

이선우는 한 손에 주현호 한 손에 양지은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둘은 호흡이 가빠 낯빛이 창백해졌다. 뭐지? 이선우가 언제 이렇게 힘이 쎄진거지? 둘은 질식할 것 같은 느낌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이 손 놔. 너 또 감옥 가고 싶어?”

양지은의 말에 이선우는 손에 힘을 풀었다. 이제 이선우는 양지은의 얼굴만 봐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그녀가 역겨웠다.

“그래, 니들 그 면상 내가 똑똑히 기억해 줄게. 양지은, 이 집은 내가 산거고 지금 100억 정도의 가치가 있으니까 2,3일 내로 입금해. 아니면 니들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줄게.”

이선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양지은과 주현호를 죽여버리고 싶었으나 그건 너무 약했다. 그들의 모든 것을 앗아가서 평생을 후회하며 살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저 더럽혀진 집은 이제 필요 없지만 돈은 꼭 되찾아와야 했다.

밤이 깊어 길에 택시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이선우는 더러운 기분을 조금이나마 잊기 위해 술집을 찾았다. 일단 자고 내일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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