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14화

작가: 차라
장소월의 눈동자에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미안해요. 잘못 봤네요.”

그녀가 앞으로 걸어가자 소년은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갔다.

“누나, 어디 가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연락처 주고받을래요?”

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 결혼했어요. 학생이 이러는 거 알면 남편이 화낼 거예요.”

상대방은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

“아... 그래요.”

장소월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어둡게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소년이 장소월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 괴로워하는 줄로 알 것이다.

그녀는 웃는 듯했지만 눈동자엔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

“일찍 집에 돌아가요. 아직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그 나이엔...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

그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장소월의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스르르 내려가자 인정아가 선글라스를 내리고 초췌한 얼굴을 드러냈다.

“타.”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저번 기자회견 후 소리 없이 종적을 감추었으니 말이다.

블루데이 커피숍.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인정아는 줄곧 선글라스를 하고 있었다. 등 뒤엔 경호원들을 대동했다.

종업원이 커피 한 잔을 가져왔다. 장소월은 따뜻한 물 한 컵만 시켰다.

종업원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인정아가 입을 열었다.

“전연우는 널 갖기 위해 갖은 수를 써서 내 아들과 딸을 해쳤어. 그 자리 영원히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아들과 딸을 함께 잃어버렸다. 그 충격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것이다.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았다.

“그건 저나 사모님이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어쩌면... 전연우도 아주 잠시 저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싫증 나면 이 자리 주인이 바뀌겠죠!”

장소월은 들고 있던 보온병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사모님, 인과응보란 말 믿으세요?”

“...”

인정아는 그녀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15화

    그녀는 온몸의 피가 응고되고 사지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5년 전... 너무 괴로워 바다에 뛰어들 뻔했던 그 순간과 흡사한 느낌이었다.전연우... 너 정말...너무나도 무서웠다!머리가 지끈거리고 정신이 아찔해졌다.유전자 검사 결과서엔 그녀와 전연우가 남매라고 쓰여 있었다.전연우는... 그녀의 친오빠였던 것이다!아니... 그럴 리가 없다!그녀와 전연우 사이엔 절대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못한다!이 유전자 검사는 틀린 것이다!장소월은 얼른 이성을 되찾고 최대한 마음을 추슬렀다. 그녀는 장해진의 딸이 아니다. 그녀의 친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에게 자식은 그녀 한 명밖에 없다!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하나뿐이다. 이 서류가 조작되었다는 것.전연우는 어쩌면 정말 장해진의 아들일지도 모른다.하지만... 대체 누가 이 결과를 조작했단 말인가.장소월은 서류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것 같아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그녀는 급히 컵에 있던 물을 마시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그때 종업원이 다가와 따뜻한 우유 한 컵을 건네주었다.“아가씨, 천천히 드세요.”장소월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난 우유를 주문하지 않았어요.”종업원이 손으로 한곳을 가리켰다.“저분이 시키신 겁니다.”장소월이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그 오토바이 소년이었다. 그가 헬멧을 벗고 차에서 내리려던 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커피숍 앞에 멈춰 섰다. 전연우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온 순간, 장소월은 그의 얼굴에서 처음 보는 불안함을 감지했다.‘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 전연우, 대체 뭐가 무서운 건데?’전연우는 장소월의 앞에 놓여있는 우유를 쳐다보았다.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그와는 달리 장소월은 차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여긴 왜 왔어? 급한 일 있다며?”기성은은 탁자 위 봉투와 만년필을 보자마자 그녀의 동의도 거치지 않고 가져갔다.“그건 내 물건이에요.”전연우가 손을 뻗어 우유를 마시려는 그녀를 막으며 말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16화

    장소월은 편안히 그의 세안 서비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각종 클렌징을 그녀의 얼굴에 문질렀다.그녀가 그의 말에 대답했다.“딱히 없었어. 그냥 좀 듣기 싫은 말은 했는데 나한테 별로 타격 없어.”예전 그보다 더 독한 말도 수없이 들은 장소월이다.“다 지웠으면 나 가서 씻을게.”장소월이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하고 샤워하는 사이, 전연우는 기성은의 전화를 받으며 서재로 향했다.기성은이 보고했다.“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녹음기엔 대표님과 서철용의 대화 내용이 들어있고요. 대표님, 이 물건들 없애버릴까요?”순간 전연우의 몸에 섬뜩한 살기가 감돌았다. 예전 인시윤에게 가졌던 그 감정이 일렁였다.하지만 전연우는 이미 장소월을 위해 손을 씻었다.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모조리 없애버려. 그리고... 그 여자한테 경고해.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인씨 집안 모든 것을 바쳐야 할 거라고.”“네, 대표님.”장소월은 씻으니 피곤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밥을 먹으려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바깥에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초인종이 울리자 별이에게 분유를 먹이던 장소월이 말했다.“아주머니, 누가 왔는지 나가보세요.”“네.”은경애가 문을 열어보니 익숙한 손님이 와 있었다.소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월아! 나 왔어!”장소월이 문밖을 내다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소현아 뒤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와 있었다.강지훈!“저 사람이 여긴 왜 온 거야?”장소월이 일어서자 소현아는 바로 달려와 그녀를 껴안았다.“소월아, 보고 싶었어. 네가 오겠다고 해놓고도 안 와서 내가 이렇게 왔어! 이거 봐... 나 너 주려고 맛있는 것도 많이 갖고 왔어!”그녀는 당연히 강지훈은 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현아와 함께 왔으니 두 사람 모두 내쫓을 수는 없었다.“그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 고작 이런 꼬락서니로 사는 거예요?”강지훈은 말투는 항상 이렇듯 직설적이다. 이어 그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아이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17화

    장소월은 아이를 은경애에게 안겨주었다.“데리고 위에 올라가 있어요. 전 잠시 후에 갈게요.”은경애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세상에... 저 사람은 누구지?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데...’장소월은 주방에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자꾸만 은밀하게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에 그녀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괴이한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었지만, 소현아만큼은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소현아가 강지훈의 옆에 앉았다.“소월아... 역시 너희 집밥이 제일 맛있어.”장소월은 그녀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강지훈이 있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맛있으면 많이 먹어. 아주머니한테 반찬 몇 개 더 해달라고 했어.”강지훈이 말했다.“오랜만에 왔는데 술 한 잔 주면 안 돼요?”전연우는 도우미를 시켜 최상품도, 싸구려도 아닌 중간 등급의 술을 가져왔다.그가 고개를 숙이고 생선 가시를 바른 뒤 장소월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마시고 얼른 가! 우린 외부인 집에 오래 안 둬.”외부인이라는 말을 들으니 소현아는 순간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럼 앞으로 자주 소월이를 만나러 오면 안 된다는 거잖아?장소월이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현아는 외부인 아니야. 누가 외부인인지는 스스로 알겠지.”“소월 씨, 여전히 예전처럼 까칠하네요. 우리 남자들과 같이 마시지 않을래요?”장소월은 단호히 대답했다.“난 인간쓰레기랑 술 안 마셔요.”팽팽히 맞서는 두 사람의 모습에 소현아가 식탁 아래에서 강지훈의 옷을 잡아당겼다.“사고 안 친다고 약속했잖아요. 소월이 괴롭히지 말아요. 아니면... 나 지훈 씨 안 볼 거예요.”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들려왔다. 강지훈은 애완동물 만지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얌전히 밥 먹어.”장소월이 이마를 찌푸렸다, 소현아와 강지훈이... 설마?그럴 리가 없다. 강지훈은 전연우와 똑같이 극악무도한 사람이다. 아니... 전연우보다 더 잔인한 짐승 같은 사람이다. 그의 손에 들어간 이는 그 누구도 빠짐없이 죽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18화

    “지금 어쩌면 이미 몰래 잡아서 숨겨놓았는지도 모르겠네요.”“그런 쓸데없는 얘기 듣고 싶지 않아.”그와 인씨 가문 사이 일은 이미 깨끗이 끝났다. 인시윤이 어떻게 됐든 그와는 전혀 상관없다.위층에서 장소월이 받은 선물은 고작 소식 하나였다.다만 그 소식은 그녀로 하여금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소현아는 동그랗게 불러온 배를 만지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내 배 속에 아기 두 명이나 있대! 나 아기들이 싸울까 봐 매일 밤 동화 읽어줘.”“아기들 진짜 착해. 하나도 안 보채.”임신한 지 2개월밖에 안 됐으니 당연히 느낌이 없는 게 정상이다.정말 강지훈의 아이였다.“현아야, 임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강지훈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장소월은 소현아의 일인 이상 남처럼 수수방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되고 말았다.강지훈 그 더러운 놈은 송시아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니 절대 소현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상처를 받는 건 강지훈이 아니라 소현아 한 명일 뿐이다.노원우의 배신으로 인해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현아 역시 지금처럼 나약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소현아는 맑고 투명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소월아, 강지훈 나쁜 놈인 거 나도 알아. 나 하나도 안 멍청한데 자꾸 바보라고 욕해. 소월아... 나 강지훈한테 말 안 했어!”“절대 강지훈이 아이 아빠가 되게 하지 않아!”“내 뱃속 아이 아빠는 다른 사람이야!”장소월이 물었다.“다른 사람?”“그래!”소현아는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고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조용히 얘기했다.“강용이야! 소월아... 이건 내 비밀이니까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면 안 돼.”강용...작은 돌멩이 하나가 평온한 호수에 떨어져 층층이 물보라를 일으켰다.소현아는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예전 학교 다닐 때 강용이 나한테 약속했었어. 돌아오면 내 아이의 아빠가 되어주겠다고. 그럼 영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19화

    장소월이 전연우의 옆을 지나가자 그는 웃으며 그녀 손목을 잡아 품에 끌어안고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여보... 난 강지훈과 달라. 다시는 저놈과 접촉하지 않을게. 이번이 마지막이야. 응?”그 목소리는 마치 약물처럼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심장을 치유했다. 그의 체취를 맡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이 온몸에 깃들었다.그녀는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물을 벗어나려 해도 결국엔 파도에 밀려 다시 돌아가곤 했다.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넌 항상 그렇게 말뿐이잖아. 송시아도 안 만나겠다고 했으면서 먹이 하나만 던져주면 나 버리고 가서 만나잖아. 강지훈도 마찬가지야. 나랑 한 약속 언제 한번 제대로 지킨 적 있어? 10조짜리 계약이랑 나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뭐 선택할래?”전생의 장소월이었다면 감히 이런 질문을 입에도 담지 못했을 것이다.그녀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인 질문이었다.묻지 않아도 그의 선택이 무엇인지는 똑똑히 알 수 있다.10조가 아니라 6억짜리 계약도 그녀의 목숨과 맞바꿀 수 있을 것이다.‘전연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처참하게 버릴 것이다.그녀는... 정말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였다.장소월이 돌연 그를 밀어냈다.“의미 없는 질문이네. 알고 싶지 않아. 별이 보러 가야겠어.”“돈은 없으면 다시 벌면 돼.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내 아내야.”장소월의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춰서고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평온하게 내뱉은 그 말이 그녀의 심장을 움직였다.그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도우미가 남원 별장 정원에서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있던 그때, 어둠 속에서 은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후드를 입고 마스크를 한 탓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오 아주머니세요?”도우미가 소리쳤다.돌연 그 그림자는 당황하며 도망쳐버렸다.“도둑이야! 도둑 들었어요!”도우미가 몇 번을 소리치자 경호원이 달려왔다. 하지만 날이 너무 어두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20화

    “내일 문 앞에 조명 몇 개 더 달아야겠어. 그리고 마침 회사에서 새 기술을 개발했어. 그것만 쓰면 내가 없을 때 집에 들어온 사람 모두의 정보가 네 핸드폰으로 전송돼.”도둑 방지가 아니라 그녀를 감시하는 게 목적인 황당무계한 말이다....어둠 속에 숨은 범인은 고개를 들고 밝았다가 어두워지는 위층 방을 지켜보고 있었다.검은 모자 아래 그 눈동자엔 고통과 원한이 가득 담겨있었다.얼마 후 미세하게 새어 나오던 달빛이 완전히 검은 구름에 가려졌다.이어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빗물이 몸을 적시니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뚫고 들어갔다.새벽 네 시,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하늘에선 번개가 쳤다.옆방 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장소월은 몸을 뒤집으며 이불 속에서 옆에 누운 남자를 툭툭 찼다.“전연우... 별이한테 가. 또 울어.”발길질에 잠이 깬 전연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조명을 켰다.그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와 잠옷을 입고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전연우가 옆방에서 아이를 달래고 있음에도 울음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장소월은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별이에게 향했다.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며 비가 내리면 별이는 울음을 그칠 줄을 모른다.장소월이 다가갔다.“내가 할게. 언제 집 보수공사 하는 거야? 방음이 너무 안 돼. 비 오면 별이가 너무 울잖아. 계속 이렇게 울다간 몸 상할지도 몰라.”전연우가 말했다.“알았어. 내일 기 비서한테 와서 보라고 할게. 나 담배 한 대 피울 거야.”별이는 장소월의 품에 안겨서야 천천히 조용해졌다.비가 조금씩 그치자 장소월은 창문을 열어 시원하게 환기를 시켰다.장소월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콧등을 톡톡 두드렸다.“남자애가 왜 이렇게 겁이 많아?”“엄... 엄마...”장소월이 입꼬리를 올리며 빙그레 웃었다.‘네가 만약 내가 낳은 아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넌 내 아이가 아니고.’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 순간, 장소월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21화

    “발자국의 크기와 깊이로 봐선 여자인 것 같습니다. 경찰에 신고할까요?”“내일 내가 처리할게.”“네. 대표님.”전연우는 젓가락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내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어. 오늘 밤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고 푹 자. 내일 다시 얘기하자.”“먹어봐. 내 솜씨도 꽤 괜찮아.”장소월이 말했다.“입맛 없어.”그녀의 경직된 모습에 전연우는 차분하게 달랬다.“아침밥으로 조금만 먹어. 두 시간 뒤면 날이 밝을 거야.”장소월이 시계를 쳐다보니 어느덧 네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전연우, 더는 나쁜 짓 하지 마. 응?”“그래. 안 해.”...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빗속에서 달려 나왔다.인정아의 눈에 손에 날카로운 돌멩이를 쥐고 피를 뚝뚝 흘리며 이성을 잃은 듯 뛰어오는 여자가 들어왔다. 인정아가 다가갔을 때 여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시윤아... 왜 그래? 엄마 왔어!”인정아는 그녀 손에서 돌멩이를 빼내려 했으나 인시윤은 더더욱 힘껏 말아쥐었다.“장소월이에요! 장소월이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어요. 전연우와 함께 있어야 할 사람은 나라고요!”“우린 결혼까지 했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또 결혼할 수가 있어요.”그렇다... 온몸이 화상으로 뒤덮여 괴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인시윤이었다.그녀가 살아남았다.하지만 목숨을 지킨 대가는 흉측한 괴물이 된 것이었다.그녀의 목소리 역시 듣기 힘들 정도로 거북했다.그녀가 거리에 나타난다면 모든 사람들이 피하기에 급급할 것이다.“시윤아... 그놈 더는 생각하지 마! 전연우는... 처음부터 우리 집안을 이용하고 네 오빠를 이용할 생각이었어. 너랑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시윤아... 열심히 치료받으면 흉터도 다 사라질 거야! 엄마가 세계에서 제일 유능한 성형외과 의사들을 데려와서 너 예전처럼 만들어줄게...”인시윤은 더럽고 으슥한 어둠 속에서 한 쌍의 부부처럼 아이를 안고 있는 그들을 보았다.“전연우가... 장소월에게 국수까지 끓여주더라고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22화

    날이 밝아오도록 밤새 뒹굴었음에도 전연우의 정력을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그는 욕실에서 씻고 나온 뒤 진한 색 셔츠들 속에서 꽃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검은색 셔츠를 골랐다. 장소월이 그에게 사준 것이었는데 처음엔 이런 화려한 건 싫다고 투덜거렸으나 매번 별다른 고민 없이 빼내는 옷이다. 요즘 그는 거의 그녀가 사준 셔츠 두 장만 돌려 입는다.장소월은 6시에 깬 이후로 줄곧 잠들지 못했다. 별이의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 나는 것 같아 아이의 전용 의약 상자에서 약을 꺼내 먹였다. 이제 체온을 재보니 많이 괜찮아졌다.“옷 갈아입어. 오늘은 나랑 회사 같이 가자.”장소월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전연우, 나 병난 것 같아.”단추를 잠그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가 이마를 찌푸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이리 와봐.”장소월의 이마를 만져보니 확실히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오전 회의만 마치고 집에 올게. 그리고 바로 서철용 보낼게.”장소월은 침대에 기대어 앉아 함께 병을 앓고 있는 별이를 바라보았다.“됐어. 그 사람 보고 싶지 않아.”“말 들어. 건강이 제일 중요해.”장소월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감정이 어렸다.“서철용 엄청 믿나 봐.”“엘리트 개인 병원은 성세 그룹 투자로 세워진 병원이야. 그러니 서철용을 찾는 건 당연한 거지.”전연우가 서철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침대에 누워있던 서철용은 시계를 보니 욕설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이봐, 전 대표, 지금 몇 시인지 알아? 나 아직 두 시간 밖에 못 잤단 말이야.”서철용은 요즘 수술이 많이 잡혀있어 새벽 두 시까지 야근하곤 했었다. 금방 세수하고 누웠는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30분 줄게. 별장으로 와.”전연우는 서철용이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서철용은 장소월에게 또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숨돌릴 틈도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배은란은 뱃속 아이가 짓궂어 계속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조금의 소리만 있어도 잠에서 깨어났다.하여 임신한 이후로 두 사람은

최신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6화

    배가 고픈 데다 아기들이 발길질까지 하니 더욱 아팠다. “아가들아, 제발 차지 마. 규영 언니랑 미진 언니가 곧 맛있는 거 가져다줄 거야.” 그녀가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들을 달랬다. 규영과 미진은 그녀의 애처로운 눈빛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뱃속 두 녀석들이 워낙 시끄럽게 움직이고 있으니 더는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알았어요, 아가씨. 간단히 드실 걸 가져다드릴게요. 여기 앉아서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그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거듭 당부했다. 소현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여기 이렇게 많은 언니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절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게요.” 규영과 미진은 사람들에게 다시 신신당부한 뒤에야 먹을 것을 가지러 자리를 떴다. 지난번 일 이후로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게 되어 소현아의 음식은 반드시 그들이 직접 준비해야 했다.소현아는 혼자 소파에 앉아서 작게 아기들과 이야기했다. “아가들아, 소월 이모가 전연우 그 나쁜 놈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 전화를 왜 안 받은 거지?” “나 소월이가 너무 걱정돼. 근데 너희가 너무 무거워서 몰래 도망갈 수도 없어.” 그녀에게 돌아오는 답은 점점 잦아드는 태동뿐이었다. 소현아는 아기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못마땅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 누군가 문을 열었는지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얇은 연노랑 잠옷만 입고 있던 소현아는 추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곧이어 도우미들의 공손한 인사 소리가 들렸다. “효연 아가씨.” 천효연은 거만한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 보고는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 “여기 뒀던 내 꽃병은 어디 갔어?” 계단 모퉁이에 있던 꽃병이 사라진 걸 발견한 천효연이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현아 아가씨가 다치실까 봐 잠시 장식품들을 다 치웠습니다.” 소현아?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천효연의 눈동자에 냉기가 스쳤다. “그 바보는 지훈 씨가 방에 가둬놨잖아?” 도우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5화

    엄마와 통화를 마친 뒤, 소현아는 장소월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전연우 그 나쁜 놈이 소월이를 괴롭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혹시 소월이는 강용 소식을 알지 않을까... 소현아는 강지훈이 강용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장소월의 당부를 기억하며 감히 묻지 못했다. 통화음이 두 번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 상대가 말하기도 전에 소현아는 흥분해서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소월아! 드디어 전화 받았네! 있잖아, 강지훈 그 나쁜 놈이 나 계속 방에 가둬놓고 문밖으로 못 나오게 했어. 나 진짜 답답해 미치겠어!” “널 여기 데려와 같이 놀려고 했는데, 강지훈의 말이 전연우 그 나쁜 놈이 너 안 보낸다고 하더라고. 둘 다 진짜 짜증 나! 내가 간신히 휴대폰 구해서 전화한 거야. 소월아, 그 나쁜 놈한테 말하고 이쪽으로 놀러 와줄 수 있어?” 한참을 떠들었을 때, 저쪽에서 낮고 위험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지훈이 내가 소월이를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고? 언제 나한테 물어봤는데?” 소현아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몇 초 뒤에야 머뭇거리며 다시 말을 꺼냈다. “전... 전연우 씨? 왜 당신이 전화를 받아요?” 전연우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쁜 놈이 전화를 받아서 많이 실망했나?” 소현아는 겁을 먹고 눈알만 뒤룩뒤룩 굴렸다. “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잘못 들었어요! 소월이는요? 이거 소월이 폰이잖아요. 빨리 소월이한테 돌려줘요!” 전연우가 말했다. “소월이는 전화 안 받아. 다시 전화하지 마.” “소월이한테 나라고 말해줘요. 소월이가 제 전화 안 받을 리 없어요.”소현아는 다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다시는 소월이 찾지 마. 바빠서 너랑 소꿉놀이할 시간 없으니까.” “그리고 강지훈한테 전해. 내게 터무니없는 누명 씌우지 말라고.” 전연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현아가 다시 걸어봤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현아 아가씨, 이제 일어나서 운동할 시간이에요.” 규영과 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4화

    소현아는 얼굴에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빨 자국을 달고서 원망 어린 눈빛으로 강지훈을 바라보았다. 강지훈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말을 들은 순간 소현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가 소월이한테 전화해도 돼요?” “그쪽에서 받기만 한다면야.” 소현아는 이제 아침에 있었던 불쾌한 일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저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 강지훈은 단칼에 거절했다. “안 돼.” 신이 나 붕방거리던 소현아는 김빠진 공처럼 순식간에 축 처져버렸다. “하지만 방에만 계속 있는 건 너무 따분하단 말이에요.” “절대 도망 안 갈게요. 여기 아기들도 있잖아요. 그냥 아래층에서 좀 돌아다니게만 해줘요, 네?” 그녀가 지금 머무는 방은 집에 있던 침실을 완벽하게 똑같이 복원한 곳이었다. 소현아는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며칠 동안 줄곧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그녀는 방안을 끝없이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방은 갑자기 창고로 변해버렸고, 아무리 깨려고 해도 도저히 깨어날 수가 없었다. 강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현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밥을 한입 삼키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연우 그 나쁜 놈도 소월이가 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건 허락하던데... 강지훈 씨는 날 침실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하네. 전연우보다도 더 나빠.” “...” “아래층에서만 놀아. 방을 나서면 규영과 미진이 따라갈 거야.”결국 강지훈이 한발 물러섰다. 소현아의 눈에 다시 별빛이 들어왔다. “음, 당신은 전연우 그 나쁜 놈보다 조금 나아요. 정말 아주 조금.” 아침을 먹고 난 뒤 소현아는 바로 휴대폰을 요구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거의 즉시 연결되었다. “현아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명세진의 목소리는 흥분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듯 조심스러웠다.오랜만에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소현아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엄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3화

    강지훈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돌아왔다.옆방에서 샤워를 마친 강지훈은 잠옷을 입고 소현아의 방으로 들어갔다.소현아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2.2미터나 되는 퀸사이즈 침대에서 편안하게 팔다리를 쭉 뻗은 채 말이다. 무슨 꿈을 꾸는지 웅얼거리며 입가에 흘린 침을 닦고 있었다.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강지훈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그는 이불을 끌어다 그녀의 배를 덮어주고는 코를 꼬집었다.“윽...”잠시 후 소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한 듯 눈을 떴다.“강지훈 씨 너무 싫어요. 숨을 쉴 수가 없잖아요. 빨리 놔줘요.”침대 곁에 있는 사람을 본 소현아는 두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 했다.강지훈이 말했다. “말해 봐.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제대로 말하면 놔줄게.”소현아는 씩씩거리며 눈을 감고 어쩔 수 없이 입으로 숨을 쉬었다. 가슴이 뻐끔뻐끔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마치 복어 같았다.강지훈은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까지 막아버렸다.몇 초 지나지 않아 소현아는 다시 웅얼거리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강지훈은 그저 잠시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이지만, 한번 맛을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그는 손을 떼어 그녀의 허리에 얹고 반바지를 벗기려 했다.소현아는 필사적으로 바지를 붙잡고 엉덩이를 비틀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강지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손 놔. 살살할게.”“저 졸려요. 자고 싶으니까 강지훈 씨도 빨리 자요.”그녀는 강지훈이 또 키스하려 할까 봐 입술을 굳게 다물고 낑낑거리며 그를 밀치고는 죽은 척 눈을 감았다.강지훈이 어떻게 하든 소현아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정말로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곤히 잠든 그녀를 바라보는 강지훈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다음 날 아침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 꼭 안겨있었다. 그녀의 코끝에 그의 단단한 가슴이 닿아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어젯밤 일이 떠오른 소현아는 그의 가슴을 힘껏 깨물었다.곧이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2화

    분개하고 있던 천효연의 시야에 문득 옆 방문 앞에 놓인 목욕 가운이 들어왔다.목욕 가운 허리띠에는 검은색 은은한 무늬가 수 놓여 있었는데 누가 봐도 강지훈의 것이었다!강지훈이 그녀를 침대에 버려두고 저 바보 같은 여자를 찾아온 것이다!그 사실을 깨달은 천효연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강지훈은 바람기가 있긴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천효연은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하여 그녀는 강지훈이 바깥에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저 바보 같은 여자가 나타난 이후로, 강지훈은 그녀를 안고 있으면서도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그 바보를 위해 그녀에게 손찌검까지 했다!설상가상으로 그 바보는 강지훈의 아이까지 가졌다...천효연은 간신히 벽에 몸을 기댄 채 바닥에 놓인 목욕 가운을 쏘아보았다. 동시에 숨을 죽이고 방 안에서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도우미가 다가오자 천효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어서 요염한 자태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아.”소현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미진이 밥을 먹여주기를 기다렸다.그녀도 남의 손을 빌려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부터 손목이 끊어질 듯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아침밥은 강지훈이 직접 먹여주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규영과 미진에게 밥을 먹여주라고 지시하고 서둘러 떠났다.“아가씨, 오늘은 어디 불편한 곳 없으신가요?”어제 주인님의 모습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가 아이를 해치지는 않았을까, 규영과 미진은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들의 마음을 알 리 만무한 소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끄덕였다.“손목이 너무 아파요. 어떡하죠?”두 사람은 안도하며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달랬다. “이따가 저희가 마사지해 드리면 괜찮아지실 거예요.”소현아는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규영과 미진은 의사의 말에 따라 소현아를 데리고 방안을 걸어 다녔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1화

    강지훈의 움직임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소현아는 배가 짓눌리는 느낌에 불안해졌다. 또한 콧속으로 불쾌한 향수 냄새가 흘러들어왔다.“윽...”너무나 불편하니 그만해달라고 강지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입을 틀어막고 있어 다급해진 소현아는 그의 입술을 꽉 깨물어 버렸다.순간 입안에 비릿한 피 냄새가 퍼져나갔다.강지훈이 통증에 약간 뒤로 물러섰다.“강지훈 씨 때문에 아기가 눌렸어요. 그리고 당신한테서 이상한 냄새 나요. 토할 것 같아요.”소현아는 찡그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아 퉤퉤 침을 뱉었다.강지훈의 서늘한 표정을 본 소현아는 토끼처럼 재빨리 배를 감싸 안고 구석으로 도망쳤다.험악한 인상에 입가에 피까지 묻히고 음침한 눈빛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납기 그지없었다.소현아는 겁을 먹고 몸을 웅크렸다.“의사 선생님이 아기 다칠 수도 있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 찾아가서 같이 자요. 하지만 자고 나서는 깨끗하게 씻고 저 찾아와야 해요. 낯선 냄새가 나면 토할 것 같단 말이에요.”그녀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지금 당신 옷에서 이상한 냄새 나요. 도우미 언니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 같아요. 저도 싫고 아기들도 싫어할 거예요.”강지훈은 그녀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의 욕망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격렬하게 끓어올랐다.눈앞의 이 토끼 같은 여자를 당장이라도 삼켜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몸에 걸치고 있던 목욕 가운을 벗어 던지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옷 벗으니까 냄새 안 나지? 이리 와.”소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갈래요. 당신 때문에 아기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 찾아가세요.”강지훈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네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소현아는 밖으로 도망쳐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문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강지훈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가고 말았다.그의 무릎에 앉혀진 소현아가 또 울먹거리기 시작하자 강지훈이 소리쳤다.“울지 마!”강지훈도 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0화

    “지훈 씨, 아랫부분으로 도와줄게요...”그녀의 말은 파편처럼 흩어져버렸다. 강지훈은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천효연은 더 이상 요염한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손가락으로 강지훈의 다리를 꽉 움켜쥐어 길게 할퀸 자국까지 남겼다.죽을 것 같이 괴로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도 강지훈의 마음속엔 조금의 파동도 일지 않았다.여전히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짜증 섞인 얼굴로 천효연의 입에서 물건을 빼내고 그녀를 잡아 벽에 밀어붙인 다음 다시 아래로 밀어 넣었다.질식하기 직전, 천효연은 삽입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허리를 비틀며 그에게 맞춰 움직였다.“지훈 씨, 정말 대단하네요...”강지훈의 붉게 충혈된 두 눈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천 조각을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천효연의 목소리는 입안에 갇혀버렸다. 쾌감에 찡그려졌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걸까? 예전에는 분명 신음소리를 내는 걸 좋아했었는데...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효연은 기진맥진하여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제서야 강지훈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흥분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침대에 널브러진 여자를 힐끗 보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일어나 욕실에서 간단히 씻은 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새 잠옷을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소현아의 방으로 향했다.소현아는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규영과 미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강지훈이 옆에서 방해하지 않으니 밥상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규영과 미진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아가씨, 오늘 너무 많이 드셨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조금만 드시라고 하셨잖아요...”소현아는 퉁퉁 부은 눈으로 그들을 가련하게 바라봤다.“이번 한 번만 먹을게요. 강지훈 씨가 먹으라고 했어요.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세요.”확실히 강지훈이 시킨 것이다. 하여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지만, 걱정스러움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그때 강지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9화

    소현아의 울음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강지훈은 잠시 달래주다가 금세 인내심이 바닥났다.그는 탈옥수를 쫓느라 며칠 동안 뜬눈으로 지새웠음에도 부랴부랴 먼 길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한시라도 빨리 이 여자를 품에 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토록 난동을 부릴 줄이야.“아직도 다 못 울었어?”강지훈은 그녀를 품에 가두고 한 손으로 턱을 쥐어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소현아의 속눈썹은 눈물에 젖어 엉겨 붙어 있었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인지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괴로워진 그녀는 힘껏 입술을 깨물었다.딸꾹질을 멈추려는 그녀의 생각을 알아챈 강지훈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안에 집어넣었다.조금씩 훌쩍거리던 소현아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당신 싫어요. 당신은 전연우랑 똑같이 나쁜 놈이에요! 소월이한테 갈 거예요. 소월이는 나 굶기지 않을 거라고요...”“흐엉, 소월이가 해주는 밥 먹고 싶어요. 소월이가 만든 밥이 제일 맛있는데...”한참을 울고 나서도 머릿속엔 여전히 먹을 것뿐이다.강지훈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요리사한테 다시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라고 해!”잠시 후 따뜻한 음식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향긋한 냄새를 맡자 소현아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멈추었다.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서 내려와 식탁에 앉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 일이 기분을 상하게 한 듯했다.“주인님, 아가씨께선 임신 중이십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는 정서가 불안정하기에 기분을 잘 살펴줘야 한다고 하셨어요.”규영과 미진은 소현아의 붉어진 눈과 코를 보고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강지훈에게 말했다.강지훈은 섬뜩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복도에서 여자 도우미가 새 목욕 가운을 들고 안방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녀 앞에 나타나 손에 들린 옷을 빼앗았다.“줘. 내가 가져다줄게.”도우미는 당황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8화

    소현아는 접시를 끌어안고 좀처럼 내려놓지 않았다.“오늘 모처럼 입맛이 돈다고요. 규영 씨, 미진 씨, 저 조금만 더 먹으면 안 될까요? 아주 조금만 먹고 강지훈 씨에게는 말 안 할게요.”규영과 미진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들 역시 소현아를 좋아하는지라 마음껏 먹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 때문에 주인님에게 혼나는 건 더더욱 싫었다.“아가씨, 배고프시면 제가 과일 좀 가져다드릴까요? 과일은 아기에게 좋을 거예요.”규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와 협상했다.소현아는 고기가 가득 담긴 접시를 눈앞에 두고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왈칵 차올랐다.하지만 배에서 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결국 접시를 내려놓았다.“알겠어요. 그럼 과일 많이 먹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저녁에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오거든요.”규영과 미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기를 치우고 과일을 잘라 가져다주었다. 그러고는 맛있게 먹고 있는 소현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사실 소현아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은 아니었다. 많이 먹어도 과도하게 뚱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글동글 귀여운 편이었다. 식사량을 줄이자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밖에서 돌아온 강지훈은 한눈에 그녀의 얼굴이 핼쑥해졌음을 알아챘다. 살이 빠져 더 커진 눈은 전보다 더욱 청순하고 순진무구해 보였다.“그동안 제대로 못 먹었어?”그가 손을 뻗어 뺨을 꼬집었다. 감촉도 예전만큼 부드럽지 않았고 손에 잡히는 살도 별로 없었다.소현아의 얼굴이 그의 손에 일그러졌다. 그녀는 배고픔에 가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강지훈 씨, 저 배가 너무 고파요. 아기 낳는 거 너무 힘들어요. 그만두면 안 될까요? 아기 그냥 다시 돌아가게 해줘요!”강지훈은 어이없음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돌아가? 어디로 돌아가?”소현아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 역시 아기가 어디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 리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