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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차라
장소월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보통 학교처럼 넓고 촌스러운 것이 아닌영국식 스타일의 블랙으로 돼 있어 매우 격식이 있어 보였다. 신발도 통일된 구두였고 가방도 학교에서 특수 재료로 특별 제작한 것이다.

제운고등학교의 맞은편에는 공립 중학교인 서울 제2중학교가 있었는데 공립 학교 중에서는 명문 학교였다. 여기서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은 모두 지능이 뛰어나고 똑똑하며 미래의 나랏일에 도움이 되는 엘리트들이다.

제운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가족의 배경과 재력이 상당하다.

서울 제2중학교의 학생들은 가난한 집안의 자제였는데 모두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 낸 것이다.

신분 계층의 다름이 달라 두 학교의 학생들은 수년간 서로 무시하며 적대감을 느끼고 있었다.

장소월이 잘못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검은색 승용차 중에서 그녀는 전연우의 아우디를 보았다. 그녀는 차가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지만 의외로 차는 맞은 켠 학교에 멈춰 섰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전연우와 백윤서가 차에서 내렸다.

‘설마 전연우가 백윤서를 서울 제2중학교에 보내는 것은 아니겠지?’

등 뒤의 시선을 느낀 전연우가 뒤돌아보니 검은 교복에 짧은 치마를 입은 채 얌전하게 서 있는 장소월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머리를 질끈 묶고 있었는데 키가 커서 사람 중에서 매우 눈에 띄었다.

그가 뒤돌아볼 줄 몰랐던 장소월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소월아—”

장소월은 눈길을 돌려, 양 갈래 머리에 검은 스타킹을 신고 통통한 안경을 쓴 통통한 여학생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

서문정은 거센 숨을 내쉬며 손에 책을 든 채 물었다.

“소월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아프다고 휴가를 냈다고 들었는데 이젠 괜찮은 거야?”

서문정은 교육청 청장의 딸이고 소월이와 같은 반이다.

제운고를 다니는 학생들의 신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응, 많이 좋아졌어.”

“어라? 오늘 화장 안 했어? 오늘 되게 차분해 보여. 평소에는 항상 화가 난 표정이었는데 사람이 확 바뀐 것 같다?”

예전에 장소월은 전연우의 이목을 끌기 위해 화장했지만, 화장하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기본으로 한 시간 이상씩 걸리니 그 시간에 잠이라도 더 자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했다.

“내가 화를 내야 좀 정상으로 보이나?”

예전의 장소월은 성질이 더럽고 누구를 만나든 귀찮아하고 혼자서 지내는 것에 익숙했다.

타인의 눈에 장소월은 친구 사귀기를 싫어하고 성격이 괴팍한 사람으로 보였다.

장소월에게 말을 자주 거는 사람은 성격이 좋은 서문정뿐이었지만 장소월은 거의 상대하지 않았다.

서문정은 황급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난 지금도 좋아. 그리고... 화장 안 한 모습도 진짜 예뻐.”

학교에서 장소월은 인맥이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그녀의 가정 형편은 말해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양손에 피를 묻혀가면서 서울에 입각한 장가네 사람들과 누가 친구로 지내려 할까?’

장가네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집안이 흥하게 된 과정이 떳떳하지 못하고, 왕년에 더러운 짓거리를 적잖게 했는데 윗선에서 장가를 처단하기 시작하자 그제야 행동이 신중해졌다. 장소월의 할아버지가 바로 깡패무리의 두목으로 잡혀 감옥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장가네는 돈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권력이 큰 것도 아니지만 서울에서 장가네를 건드릴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어도 장해진을 보면 어느 정도 체면을 지켜주고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장가에서 태어난 사람은 깨끗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전연우는 장소월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고 시선을 거두고 손목시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시간이 있네. 바래다줄게.”

“방금 소월이 아닌가요? 소월이 제운고에 다녀요?”

백윤서는 하늘색과 하얀색이 섞인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평범한 옷감에 머리를 질끈 묶고 있었다.

수수한 교복 차림이지만 백윤서가 입으니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맑고 청순했는데 몸매가 좋아서 무엇을 입든 다 예뻐 보였다.

“응. 저녁에 학교 끝나고 시간 있으면 일찍 퇴근해서 데리러 올게. 오기 전에 문자 보낼게.”

“괜찮아요. 저 혼자 버스 탈 수 있어요. 교문 앞이 바로 버스 역이라 엄청 편해요. 오빠가 바쁜 거 알아요. 저 오빠를 귀찮게 하기 싫어요.”

“윤아, 그거 알아? 나한테 너는 절대 귀찮은 사람이 아니야.”

전연우는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서라면 무조건 헌신할 수 있고 지켜줄 수 있는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백윤서는 머리를 끄덕이고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웃었다.

“알겠어요, 오빠.”

“교장실까지 데려다줄게. 입학 수속을 밟아야지.”

“네!”

장소월은 뒤돌아보았다. 전연우는 고결하고 비범한 분위기를 보였는데, 특히 그의 잘생긴 얼굴이 나타났다 하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전연우는 손에 백윤서의 가방을 들고 윤서아 함께 학교에 들어섰다.

백윤서는 그야말로 전연우가 아끼는 사람인 것이 분명했다. 남들이 괴롭힐까 봐 바쁜 시간을 쪼개서 친히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장소월은 눈길을 돌려 다시 교실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백윤서는 그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으니, 그녀 전생의 운명의 궤도가 바뀌는 건 아닐까?

“소월아, 뭐해?”

서문정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등교하는 사람만 보일 뿐 ‘딱히 볼 것도 없었다. 설마 미남이라도 발견한 건가?’

“아니야, 교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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