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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Author: 차라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방으로 돌아갔다.

핸드폰을 켜고 살펴보니 강용의 문자메시지는 저번 주에 멈춰있었다.

제대로 공부는 하고 있을지...

백윤서는 저번 기말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1반에 오게 되었다. 강용의 성적은 어땠을까?

장소월은 그의 시험 성적이 궁금해 문자를 보냈지만 몇 분을 기다렸음에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녀가 포기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꺼졌던 화면에 불이 밝혀졌다.

강용의 답장인 줄로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소녀 한 명이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도착해 있었다.

오늘 대명산에 눈사태가 일어나 스키를 즐기러 갔던 사람들이 안에 갇혀버렸다고 한다.

32명의 손님은 다쳤고, 8명은 불행하게도 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한 명은 행방불명이라 아직까지도 경찰에서 총력을 다해 찾고 있다.

그 사람은 20세 연극영화과 학생 나청하였다. 누군가 그녀를 찾는다면 그 즉시 경찰에게 연락하라는 기사였다.

나청하?

장소월은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 사진을 살펴보았다.

순간 그녀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틀림없이 저번에 스키장에서 만난 전연우의 여자친구였다.

갑자기 죽었다고?

장소월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손끝에서부터 소름이 돋아올랐다.

장소월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더이상 생각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저녁 10시.

강영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거실로 들어왔다. 하인 아주머니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소월이는요?”

“소월 아가씨는 약을 드시고 잠드셨습니다.”

강영수가 손을 휘저으며 하인을 보냈다.

밤이 늦었으니 그녀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는 주방에 들어가 2000만 원짜리 위스키 마개를 따고 술잔에 절반 정도 부었다. 요즘은 수면제를 먹지 않으니 알코올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열한 시 반이 되어서야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굳게 닫혀있는 장소월의 방문 앞에 멈춰 섰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그녀가 항상 그의 곁에 머무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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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그룹 대표는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학교 문 앞은 전문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아이를 데려다주는 학부모와 차들로 붐비었다. 강한 그룹의 차를 알아본 순간, 모두 양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내주었다.장소월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제운 고등학교 학생들 중 장소월이 강씨 집안 사생아와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강씨 집안 후계자와도 인연이 있었을 줄이야.강한 그룹 대표가 친히 장소월을 학교에 데려다줬으니, 이는 그녀는 이미 강씨 집안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감히 그녀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장소월은 불편함에 견딜 수가 없었다.“나 먼저 들어갈게.”강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저녁 수업이 끝나면 데리러 올게.”“그래.”장소월은 야간자습을 해야 했기에 학교를 마치는 시간과 그의 퇴근 시간이 거의 비슷해졌다. 때문에 마땅히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마침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본 인시윤은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지만 못마땅함을 감출 순 없었다.저번 그녀와의 일 때문에 장소월이 자신과 인연을 끊을까 봐 두려워진 강영수는 인씨 집안으로 찾아가 그녀에게 단단히 경고했다.그녀는 한 번 혼나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강용은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어머니는 그녀더러 오빠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저번 오빠와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장소월 덕분이었다.그녀는 이미 강용 때문에 장소월과 얼굴을 붉혔다.인시윤은 이제 와 어떻게 장소월에게 입을 열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오빠, 소월이가 강가네에 갔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학교에 올 거예요?”전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건 시윤 씨가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요. 지각하면 안 되잖아요.”“알겠어요. 오빠.”장소월은 6반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강용은 여느 때처럼 반팔 티셔츠를 입고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책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74화

    교실은 예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올림피아드 팀 그녀 자리에 백윤서가 들어갔다는 것이었다.그 사실이 장소월을 가장 착잡하게 만들었다. 그토록 노력했건만, 이제 와보니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1반의 진도는 아주 빨라 교과서의 내용은 모두 끝마쳤고 학생들은 복습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그녀는 며칠 동안 등교하지 못했기에 그동안 뒤처졌던 내용을 빨리 배워야 했다.그보다 더 머리가 아픈 건 강용 문제였다.백윤서도 1반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진도를 따라가야 했기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오전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에야 백윤서가 장소월을 찾아왔다.“소월아, 함께 밥 먹으러 가자!”장소월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난 잠시 뒤에 갈게요. 먼저 가요!”백윤서가 바삐 움직이는 장소월의 두 손을 보며 물었다.“공부 계획표? 이거 뭐야?”장소월이 설명했다.“강용한테 줄 거예요. 성적이 잘 나오지 못했더라고요. 과외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중도에 포기하면 안 되잖아요.”“그렇구나. 알았어! 그럼 먼저 갈게! 또 수업이 있어서!”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계획표를 만든 건 강용으로 하여금 목표를 세워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모두 다 완성한 뒤 그녀는 6반으로 향했다.오늘은 약간 흐린 날씨였는데 포슬포슬 빗방울까지 떨어졌다.텅 빈 교실에 강용 혼자만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그녀가 걸어가 강용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강용, 나랑 도서관에 가자.”강용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날 귀찮게 하지 마.”영 석연치 않은 말투였다.장소월이 그의 옆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고는 그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열은 안 나는데?”“강용, 혹시 요즘 무슨 일 있었어? 너 서울대에 가고 싶다고 했잖아? 계속 이러면 서울대 문턱도 못 밟아...”그녀의 잔소리에 완전히 잠이 깬 강용은 앞머리를 정리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장소월의 눈에 그의 눈 밑에 나 있는 붉은 상처가 들어왔다.그는 이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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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용도 도착했다.역시 그 말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나 보다.강용은 오자마자 책가방을 책상에 내던졌다. 하마터면 바닥에 떨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장소월이 잡아 옆 의자에 놓아두었다.“이왕 왔으니까 시작하자.”강용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먼저 수업할래, 아니면 얘기할래?”“네 생각엔?”장소월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대답을 듣기 전엔 아마 수업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은 도서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책가방에서 화첩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이 화첩을 본 사람은 날 제외하고 네가 처음이야.”강용은 한장 한장 펼쳐보았다. 모두 연필로 그린 풍경화였고 그림마다 장소가 표기되어 있었다.“어때?”“꽤 볼만 하네.”“뭐 부족하다가 생각되는 거 없어?”“너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이 장소들은 모두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야. 또한 내가 서울대에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이 그림에 색을 입히지 않은 건 언젠가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조금씩 칠하기 위함이야.”“나 정말 가 보고 싶어.”“강용, 이 세상엔 내가 보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 나한테 있어 감정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야. 난 혼자라도 외롭지 않아. 오히려 곁에 아무도 없는 자유로움이 좋아.”“그게 우정이든 아니면... 사랑이든!”“강용, 내 말 이해할 수 있어? 내가 바라보는 건 앞으로의 먼 미래이지, 지금 눈앞의 것이 아니야!”“네가 말한 강씨 집안... 확실히 보통 사람은 닿을 수도 없는 곳이야. 또한 네 형은 정말 좋은 사람이지.”“하지만 나한텐 그것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있어. 난 지금 천천히 내 미래와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고.”“강용, 사실 너와 난 똑같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고 있어... 우린 이러면 안 돼...”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 살아간다. 아무런 목표도, 영혼도 없는 미라가 아니다.“지금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장소월이 수학 문제집을 펴 그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76화

    강용수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결정을 존중한다고 얘기했잖아. 이건 나와 강용 사이의 일이니까 너랑은 상관없어.”장소월은 그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강용이든 강영수든 말이다.그녀는 오직 자신만 사랑할 것이다!“고마워!”강영수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뭐가 고맙다는 거야?”장소월이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알면서.”강영수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가자!”“그래.”차에 올라 에어컨을 켜니 찬 공기가 금세 사라졌다.“나 오 집사한테 야식을 준비해두라고 할 거야. 너 뭐 먹고 싶어?”“오 아주머니가 준 만두가 좋겠어. 오랫동안 냉동해두면 맛없어져.”“그래. 다른 건?”“충분해. 저녁에 너무 많이 먹으면 살쪄.”강영수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 대로 할게.”시간은 빠르게 흘러 정신을 차려보니 강씨 저택에서 머문 지 어느덧 2주나 지나갔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나날이었다.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나청하의 일이었다.지금까지 부러진 팔 하나를 찾았는데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나청하, 그녀의 신분을 확정했다.장소월의 예상대로 나청하는 죽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살고 있던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허망하게 죽다니.그녀는 전연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는 그런 독한 짓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소월아?”기사를 찾아보고 있던 장소월은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백윤서가 핸드폰을 주워 그녀에게 돌려주었다.“뭘 그렇게 집중해서 본 거야? 소월아, 곧 겨울 방학이야. 이번 겨울 캠프에 갈 거야? 선생님이 의향이 있으면 빨리 신청하래.”“난... 아직 고민 중이야.”그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나 화장실에 다녀올게.”장소월은 문을 나서는 순간 한 사람과 부딪혔다.“으악!”통증에 이마를 어루만졌다.“아직도 앞을 안 보고 다녀?”이 목소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77화

    장소월이 그의 뒤를 따라 학교 문을 나설 때, 강영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뒷모습을 힐끗 보고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오늘 방학했지? 진봉한테 널 데리러 가라고 했어. 우리 같이 점심 먹을까?”장소월이 말했다.“나... 오 아주머니가 아프셔서 오빠 집에 가봐야 해.”“그래? 알았어. 조심해서 가. 저녁에 데리러 갈게.”“응. 그래.”장소월이 전화를 끊고 차 옆에 걸어가 뒷좌석 문을 열려고 한 순간, 전연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앞에 앉아.”장소월은 그제야 쭈뼛거리며 조수석에 앉았다.돌연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몸을 기울여 그녀의 안전벨트를 매주었다.장소월은 긴장감에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에게는 뼛속까지 깃든 두려움을 품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나청하의 죽음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집으로 가는 동안 그 누구도 나청하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가든 아파트에 도착한 뒤, 전연우는 건물 아래 슈퍼 문 앞에 차를 세웠다.“내려. 마트 가야 해.”“난 안 갈래. 차에서 기다릴게.”“부탁이라도 해야 해?”장소월은 더는 말하지 못하고 결국 차에서 내렸다.예전 그녀가 마트에 가자고 전연우를 졸랐을 땐 종래로 와준 적이 없다. 반면 백윤서와는 백화점 쇼핑도 종종 함께하곤 했었다.이제 그녀는 전연우에게 조금의 바람도 없었다.전연우는 해산물 구역으로 가 해산물을 가득 담은 뒤 채소와 과일도 꽤나 집었다.장소월은 옆에 서 있는 해산물 구역 책임자에게 양념장과 마늘을 요구했다. 이곳 해산물은 값이 많이 나가는 것이니 당연히 서비스를 조금은 넣어줄 수 있다. 처음으로 그와 함께 마트에 온 오늘, 장소월은 그는 정말 장을 볼 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변질된 것들, 시든 것들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하여 대부분은 모두 장소월이 고른 것이었다.이어 전연우는 그녀를 데리고 간식 구역으로 걸어갔다.“뭐 먹고 싶어?”장소월이 고개를 저었다.“난... 이런 거 먹으면 안 돼.”장소월의 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78화

    “아니에요. 영수는 저한테 정말 잘해줘요. 매일 등교, 하교 때마다 절 데려다준다니까요.”“그럼 마음을 놓을 수 있겠네요.”오 아주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도련님과 함께 온 거예요?”“네.”“밥 먹었어요? 내가 지금 만들어줄게요.”오 아주머니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장소월이 다시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제가 하면 돼요. 강씨 저택에서 심심할 때 저도 음식을 해봤어요.”“그럼 안 되죠. 아가씨가 도우미한테 밥상을 차려주는 법이 어디에 있어요.”“장씨 집안에서만 아가씨예요. 지금은 오빠 집에 있으니까 그저 장소월일 뿐이에요. 금방 할 수 있으니까 기다려요.”장소월은 방을 나선 뒤 잊지 않고 문을 닫았다.그녀는 주방에 들어가 앞치마를 입고는 냉장고에서 식자재를 꺼냈다. 시간이 늦었으니 간단한 국수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청경채와 고기를 썰었다.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 전연우의 눈에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장소월의 모습이 들어왔다.그는 몇 번이나 이 광경을 꿈속에서 마주했다.매번 몸을 돌릴 때마다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가 아른거렸다.하지만 그날 병원에서 나왔을 때부터 그 소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남자는 마음속의 복잡함을 감추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윽...”장소월의 손가락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칼에 베인 것이다.순간 남자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는 수도꼭지에 가져갔다.차가운 물이 상처에 닿으니 배로 더해지는 통증에 그녀가 손을 움츠렸다.전연우가 이마를 찌푸렸다.“칼질도 못 하면서 사람을 보살피겠다고?”그는 힘이 너무 강했다. 장소월이 몇 번이고 손을 빼내려 했으나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영수가 날 주방에 가지 못하게 했어.”장소월이 말했다.“그래서 집에 오지 않은 거야?”전연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내가 왜 그 집에 갔는지 알아? 영수는 종래로 나한테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이야.”날 해치는 건 전연우 당신뿐이거든.전연우는 돌연 무슨 생각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79화

    한 시간이 지나서야 국수가 오 아주머니 앞에 차려졌다.전연우는 방에 들어와 침대 위에서 교복이 처참하게 찢긴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도가 지나쳤다. 단추는 어디에 떨어졌는지 모두 뜯겨 있었다.얼굴엔 눈물 자국이 가득해 너무나도 가엾은 모습이었다.전연우를 본 장소월은 옆에 있던 베개를 그에게 던져버렸다.“전연우, 넌 짐승이야!”전연우는 단번에 베개를 손에 잡고는 말했다.“넌 내가 짐승이라도 좋아하잖아?”“지금은 아니야! 전연우! 이제 널 좋아하지 않아!”장소월이 울부짖었다.“좋아하고 안 하고는 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강씨 집안에 들어갔다고 내가 널 어떻게 하지 못할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전연우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눈물에 젖어 얼굴에 눌어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말했다.“강씨 집안? 계속 거기에 머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장소월, 네 성이 무엇인지 잊지 마!”장소월이 힘껏 그의 손을 밀쳐냈다. 목에 나 있는 붉은 상처는 모두 그가 만든 것이다.“전연우, 너 벌 받을 거야!”남자의 눈에 어둡고 위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고집스럽고 완강한 그녀의 모습 때문에 더더욱 짜증이 밀려왔다.그녀의 말은 전연우로 하여금 그 일을 떠올리게 했다.그녀가 다 알았을까?그럴 리가 없다.정말 알고 있다면 그와 한없이 멀어졌을 것이다.그 일은 죽을 때까지 깊은 땅속에 묻고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그녀는 장씨 집안 아가씨이고, 그는 장씨 집안에서 기른 입양아다.처음부터 그녀를 해치지 않고 평생 곁에 둔 채 자신을 의지하며 살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지옥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널 데리고 갈 거야. 장소월... 넌 날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어. 아니야?”그의 말은 마치 저주처럼 그녀의 귀를 휘감았다.“소월이가 고분고분 말만 잘 듣는다면 이 오빠도... 널 좋아할 거야.”장소월이 반항했다.“네 사랑 따위 필요 없어! 더러워!”그녀가 이 공간에서 벗어나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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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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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일그러지는 소현아의 얼굴을 본 천효연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 바보가 먼저 선수를 친다고? 천효연은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소현아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배를 만지려 했다. “현아 씨, 아기 태어나려면 몇 달 남았어요? 나도 아이 정말 좋아해요. 전에 현아 씨가 임신했다는 걸 알았을 때, 강지훈 씨가 그랬어요. 아기가 태어나면 나더러 맡아 키우라고요.” 농담하듯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소현아를 쳐다보는 그 눈동자엔 독사 같은 살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소현아는 불시에 벌떡 일어섰다. 자신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고 생각한 천효연은 득의양양하게 아래턱을 들어 올렸다. 소현아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커다란 눈동자를 사방으로 뒤룩뒤룩 굴리고 있었다. 무척이나 불안하고 다급한 표정이었다. “현아 아가씨!” 규영과 미진이 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애처롭게 서 있는 소현아를 본 그들은 급히 달려왔다. 소현아는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규영은 곧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 “화장실로 모셔다드릴게요.” 그녀는 손에 든 것을 내려놓고 소현아를 1층 화장실로 데려갔다. 화장실 안에서 구역질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천효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효연 아가씨, 죄송합니다. 요즘 현아 아가씨의 입덧이 좀 심해요. 임산부라 요즘 많이 예민하십니다. 가까이 가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현아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주인님 성격 아시죠?” 미진은 느긋하게 가져온 음식을 펼쳐놓으며 경고를 담아 공손하게 말했다. 천효연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고작 도우미 주제에 감히 내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고 해?” 미진은 겁을 먹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봐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천효연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잠시 뒤, 화장실에서 구역질 소리가 멈췄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6화

    배가 고픈 데다 아기들이 발길질까지 하니 더욱 아팠다. “아가들아, 제발 차지 마. 규영 언니랑 미진 언니가 곧 맛있는 거 가져다줄 거야.” 그녀가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들을 달랬다. 규영과 미진은 그녀의 애처로운 눈빛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뱃속 두 녀석들이 워낙 시끄럽게 움직이고 있으니 더는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알았어요, 아가씨. 간단히 드실 걸 가져다드릴게요. 여기 앉아서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그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거듭 당부했다. 소현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여기 이렇게 많은 언니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절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게요.” 규영과 미진은 사람들에게 다시 신신당부한 뒤에야 먹을 것을 가지러 자리를 떴다. 지난번 일 이후로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게 되어 소현아의 음식은 반드시 그들이 직접 준비해야 했다.소현아는 혼자 소파에 앉아서 작게 아기들과 이야기했다. “아가들아, 소월 이모가 전연우 그 나쁜 놈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 전화를 왜 안 받은 거지?” “나 소월이가 너무 걱정돼. 근데 너희가 너무 무거워서 몰래 도망갈 수도 없어.” 그녀에게 돌아오는 답은 점점 잦아드는 태동뿐이었다. 소현아는 아기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못마땅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 누군가 문을 열었는지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얇은 연노랑 잠옷만 입고 있던 소현아는 추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곧이어 도우미들의 공손한 인사 소리가 들렸다. “효연 아가씨.” 천효연은 거만한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 보고는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 “여기 뒀던 내 꽃병은 어디 갔어?” 계단 모퉁이에 있던 꽃병이 사라진 걸 발견한 천효연이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현아 아가씨가 다치실까 봐 잠시 장식품들을 다 치웠습니다.” 소현아?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천효연의 눈동자에 냉기가 스쳤다. “그 바보는 지훈 씨가 방에 가둬놨잖아?” 도우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5화

    엄마와 통화를 마친 뒤, 소현아는 장소월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전연우 그 나쁜 놈이 소월이를 괴롭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혹시 소월이는 강용 소식을 알지 않을까... 소현아는 강지훈이 강용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장소월의 당부를 기억하며 감히 묻지 못했다. 통화음이 두 번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 상대가 말하기도 전에 소현아는 흥분해서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소월아! 드디어 전화 받았네! 있잖아, 강지훈 그 나쁜 놈이 나 계속 방에 가둬놓고 문밖으로 못 나오게 했어. 나 진짜 답답해 미치겠어!” “널 여기 데려와 같이 놀려고 했는데, 강지훈의 말이 전연우 그 나쁜 놈이 너 안 보낸다고 하더라고. 둘 다 진짜 짜증 나! 내가 간신히 휴대폰 구해서 전화한 거야. 소월아, 그 나쁜 놈한테 말하고 이쪽으로 놀러 와줄 수 있어?” 한참을 떠들었을 때, 저쪽에서 낮고 위험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지훈이 내가 소월이를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고? 언제 나한테 물어봤는데?” 소현아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몇 초 뒤에야 머뭇거리며 다시 말을 꺼냈다. “전... 전연우 씨? 왜 당신이 전화를 받아요?” 전연우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쁜 놈이 전화를 받아서 많이 실망했나?” 소현아는 겁을 먹고 눈알만 뒤룩뒤룩 굴렸다. “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잘못 들었어요! 소월이는요? 이거 소월이 폰이잖아요. 빨리 소월이한테 돌려줘요!” 전연우가 말했다. “소월이는 전화 안 받아. 다시 전화하지 마.” “소월이한테 나라고 말해줘요. 소월이가 제 전화 안 받을 리 없어요.”소현아는 다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다시는 소월이 찾지 마. 바빠서 너랑 소꿉놀이할 시간 없으니까.” “그리고 강지훈한테 전해. 내게 터무니없는 누명 씌우지 말라고.” 전연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현아가 다시 걸어봤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현아 아가씨, 이제 일어나서 운동할 시간이에요.” 규영과 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4화

    소현아는 얼굴에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빨 자국을 달고서 원망 어린 눈빛으로 강지훈을 바라보았다. 강지훈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말을 들은 순간 소현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가 소월이한테 전화해도 돼요?” “그쪽에서 받기만 한다면야.” 소현아는 이제 아침에 있었던 불쾌한 일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저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 강지훈은 단칼에 거절했다. “안 돼.” 신이 나 붕방거리던 소현아는 김빠진 공처럼 순식간에 축 처져버렸다. “하지만 방에만 계속 있는 건 너무 따분하단 말이에요.” “절대 도망 안 갈게요. 여기 아기들도 있잖아요. 그냥 아래층에서 좀 돌아다니게만 해줘요, 네?” 그녀가 지금 머무는 방은 집에 있던 침실을 완벽하게 똑같이 복원한 곳이었다. 소현아는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며칠 동안 줄곧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그녀는 방안을 끝없이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방은 갑자기 창고로 변해버렸고, 아무리 깨려고 해도 도저히 깨어날 수가 없었다. 강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현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밥을 한입 삼키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연우 그 나쁜 놈도 소월이가 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건 허락하던데... 강지훈 씨는 날 침실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하네. 전연우보다도 더 나빠.” “...” “아래층에서만 놀아. 방을 나서면 규영과 미진이 따라갈 거야.”결국 강지훈이 한발 물러섰다. 소현아의 눈에 다시 별빛이 들어왔다. “음, 당신은 전연우 그 나쁜 놈보다 조금 나아요. 정말 아주 조금.” 아침을 먹고 난 뒤 소현아는 바로 휴대폰을 요구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거의 즉시 연결되었다. “현아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명세진의 목소리는 흥분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듯 조심스러웠다.오랜만에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소현아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엄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3화

    강지훈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돌아왔다.옆방에서 샤워를 마친 강지훈은 잠옷을 입고 소현아의 방으로 들어갔다.소현아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2.2미터나 되는 퀸사이즈 침대에서 편안하게 팔다리를 쭉 뻗은 채 말이다. 무슨 꿈을 꾸는지 웅얼거리며 입가에 흘린 침을 닦고 있었다.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강지훈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그는 이불을 끌어다 그녀의 배를 덮어주고는 코를 꼬집었다.“윽...”잠시 후 소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한 듯 눈을 떴다.“강지훈 씨 너무 싫어요. 숨을 쉴 수가 없잖아요. 빨리 놔줘요.”침대 곁에 있는 사람을 본 소현아는 두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 했다.강지훈이 말했다. “말해 봐.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제대로 말하면 놔줄게.”소현아는 씩씩거리며 눈을 감고 어쩔 수 없이 입으로 숨을 쉬었다. 가슴이 뻐끔뻐끔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마치 복어 같았다.강지훈은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까지 막아버렸다.몇 초 지나지 않아 소현아는 다시 웅얼거리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강지훈은 그저 잠시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이지만, 한번 맛을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그는 손을 떼어 그녀의 허리에 얹고 반바지를 벗기려 했다.소현아는 필사적으로 바지를 붙잡고 엉덩이를 비틀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강지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손 놔. 살살할게.”“저 졸려요. 자고 싶으니까 강지훈 씨도 빨리 자요.”그녀는 강지훈이 또 키스하려 할까 봐 입술을 굳게 다물고 낑낑거리며 그를 밀치고는 죽은 척 눈을 감았다.강지훈이 어떻게 하든 소현아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정말로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곤히 잠든 그녀를 바라보는 강지훈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다음 날 아침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 꼭 안겨있었다. 그녀의 코끝에 그의 단단한 가슴이 닿아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어젯밤 일이 떠오른 소현아는 그의 가슴을 힘껏 깨물었다.곧이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2화

    분개하고 있던 천효연의 시야에 문득 옆 방문 앞에 놓인 목욕 가운이 들어왔다.목욕 가운 허리띠에는 검은색 은은한 무늬가 수 놓여 있었는데 누가 봐도 강지훈의 것이었다!강지훈이 그녀를 침대에 버려두고 저 바보 같은 여자를 찾아온 것이다!그 사실을 깨달은 천효연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강지훈은 바람기가 있긴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천효연은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하여 그녀는 강지훈이 바깥에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저 바보 같은 여자가 나타난 이후로, 강지훈은 그녀를 안고 있으면서도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그 바보를 위해 그녀에게 손찌검까지 했다!설상가상으로 그 바보는 강지훈의 아이까지 가졌다...천효연은 간신히 벽에 몸을 기댄 채 바닥에 놓인 목욕 가운을 쏘아보았다. 동시에 숨을 죽이고 방 안에서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도우미가 다가오자 천효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어서 요염한 자태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아.”소현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미진이 밥을 먹여주기를 기다렸다.그녀도 남의 손을 빌려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부터 손목이 끊어질 듯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아침밥은 강지훈이 직접 먹여주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규영과 미진에게 밥을 먹여주라고 지시하고 서둘러 떠났다.“아가씨, 오늘은 어디 불편한 곳 없으신가요?”어제 주인님의 모습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가 아이를 해치지는 않았을까, 규영과 미진은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들의 마음을 알 리 만무한 소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끄덕였다.“손목이 너무 아파요. 어떡하죠?”두 사람은 안도하며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달랬다. “이따가 저희가 마사지해 드리면 괜찮아지실 거예요.”소현아는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규영과 미진은 의사의 말에 따라 소현아를 데리고 방안을 걸어 다녔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1화

    강지훈의 움직임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소현아는 배가 짓눌리는 느낌에 불안해졌다. 또한 콧속으로 불쾌한 향수 냄새가 흘러들어왔다.“윽...”너무나 불편하니 그만해달라고 강지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입을 틀어막고 있어 다급해진 소현아는 그의 입술을 꽉 깨물어 버렸다.순간 입안에 비릿한 피 냄새가 퍼져나갔다.강지훈이 통증에 약간 뒤로 물러섰다.“강지훈 씨 때문에 아기가 눌렸어요. 그리고 당신한테서 이상한 냄새 나요. 토할 것 같아요.”소현아는 찡그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아 퉤퉤 침을 뱉었다.강지훈의 서늘한 표정을 본 소현아는 토끼처럼 재빨리 배를 감싸 안고 구석으로 도망쳤다.험악한 인상에 입가에 피까지 묻히고 음침한 눈빛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납기 그지없었다.소현아는 겁을 먹고 몸을 웅크렸다.“의사 선생님이 아기 다칠 수도 있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 찾아가서 같이 자요. 하지만 자고 나서는 깨끗하게 씻고 저 찾아와야 해요. 낯선 냄새가 나면 토할 것 같단 말이에요.”그녀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지금 당신 옷에서 이상한 냄새 나요. 도우미 언니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 같아요. 저도 싫고 아기들도 싫어할 거예요.”강지훈은 그녀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의 욕망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격렬하게 끓어올랐다.눈앞의 이 토끼 같은 여자를 당장이라도 삼켜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몸에 걸치고 있던 목욕 가운을 벗어 던지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옷 벗으니까 냄새 안 나지? 이리 와.”소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갈래요. 당신 때문에 아기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 찾아가세요.”강지훈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네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소현아는 밖으로 도망쳐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문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강지훈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가고 말았다.그의 무릎에 앉혀진 소현아가 또 울먹거리기 시작하자 강지훈이 소리쳤다.“울지 마!”강지훈도 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0화

    “지훈 씨, 아랫부분으로 도와줄게요...”그녀의 말은 파편처럼 흩어져버렸다. 강지훈은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천효연은 더 이상 요염한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손가락으로 강지훈의 다리를 꽉 움켜쥐어 길게 할퀸 자국까지 남겼다.죽을 것 같이 괴로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도 강지훈의 마음속엔 조금의 파동도 일지 않았다.여전히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짜증 섞인 얼굴로 천효연의 입에서 물건을 빼내고 그녀를 잡아 벽에 밀어붙인 다음 다시 아래로 밀어 넣었다.질식하기 직전, 천효연은 삽입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허리를 비틀며 그에게 맞춰 움직였다.“지훈 씨, 정말 대단하네요...”강지훈의 붉게 충혈된 두 눈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천 조각을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천효연의 목소리는 입안에 갇혀버렸다. 쾌감에 찡그려졌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걸까? 예전에는 분명 신음소리를 내는 걸 좋아했었는데...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효연은 기진맥진하여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제서야 강지훈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흥분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침대에 널브러진 여자를 힐끗 보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일어나 욕실에서 간단히 씻은 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새 잠옷을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소현아의 방으로 향했다.소현아는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규영과 미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강지훈이 옆에서 방해하지 않으니 밥상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규영과 미진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아가씨, 오늘 너무 많이 드셨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조금만 드시라고 하셨잖아요...”소현아는 퉁퉁 부은 눈으로 그들을 가련하게 바라봤다.“이번 한 번만 먹을게요. 강지훈 씨가 먹으라고 했어요.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세요.”확실히 강지훈이 시킨 것이다. 하여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지만, 걱정스러움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그때 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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