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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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순간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 "저 창고방에서 자는 것도 상관없어요!"그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냉랭하기만 했던 그의 눈길에 미묘한 감정이 일렁거렸다. "위층에서 자라 그랬지, 내방에서 자라 그랬어? 유씨 아주머니한테 옆방 치워 놓으라고 이미 말해놨어."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한 그의 말에 온연은 조금 부끄러워졌다.부엌에 밥을 다 차려 놓은 보모가 그들을 불렀다. "도련님, 아가씨, 식사하세요."목정침이 보던 잡지를 덮고는 몸을 일으켰다. "밥 먹어."그가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이게 얼마 만에 같이 먹는 밥인지도 그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푹 떨구고 가까이 있는 반찬을 집으며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긴장한 그녀와 달리 목정침은 여유로웠다.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부엌이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한쪽에 서있던 임집사가 한숨을 쉬더니 온연에게 반찬 몇 가지를 놓아주었다. "채소 말고 고기도 좀 드세요, 한창 잘 드셔야 하는 나이인데.""감사합니다."온연이 조용히 대답했다.갑자기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지 배가 조금씩 아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임집사가 주는데로 집어먹어서 그런 것 같았다.식사가 끝나니 유씨 아주머니가 이미 방을 다 치워 놓은 상태였다. "연아, 내가 옮긴다고 옮겼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방에 한번 가봐. 아줌마가 빠트린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온연은 찔린 듯 거실에 앉아있던 목정침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목정침이 방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온연이 조용히 창고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침대 밑 박스에 숨겨 놓았던 선물을 챙기고는 살금살금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방문을 열려는데 옆방의 문이 열리더니 목정침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그런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귀신이라도 본 듯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녀는 잽싸게 손에 쥐고 있던 선물을 몸 뒤로 숨겼다."뭐야? 갖고 와."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명령했다.그녀는 몇초간 머뭇거리다 이내 손을 내밀었다.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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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이런 일은 어릴 때부터 종종 있어서 이미 익숙했다. 언제부턴가 어색해져 버려서 문제지만.거리가 가까워져서야 그의 몸에서 옅은 담배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술 냄새! 또 술에 취한 거야!"심개는 유학 갔는데, 이번에는 또 누구야? 계속 함께 하고 싶다니… 알려줘…누구야?"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의혹감이 가득 차있었다.온연은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심개가 선물을 줬다는 걸 알게 되면 이미 해외로 쫓겨난 그가 더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몰라요…""모른다고? 모르는데 그렇게 꽁꽁 숨겨 놓은 거야? 연아…또 말을 안 듣네.." 그녀의 허리에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그의 손에 말할 때마다 힘이 들어갔다.언제 터질지 예측이 안 갈 정도로 온연의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저 진짜 몰라요…"그런 그녀에게 목정침은 더 이상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녀에게서 나는 은은한 살냄새를 맡고 있었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알지?"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네 알아요. 다시는…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에서 움직거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이런 행동은 분명 연인끼리나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그녀를 그렇게나 증오하는 그가 왜…이런 짓을 하는 걸까?그를 밀쳐 낼 용기가 없는 그녀는 그저 가만히 그 모든 것을 받아내고만 있었다. 목정침이 여기서 뭔가 더 할 거라는 생각을 하던 그때 그가 그녀를 툭 밀어냈다.온연은 영문도 모른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목정침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 하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목정침은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던 선물상자를 그녀에게 전해줄 뿐이었다. "버려." 그의 말투가 차가웠다.그의 말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직접 버리라는 뜻인가?"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목정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 담긴 불쾌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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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온연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복도의 벽에 기대어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고 있었다.진몽요는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이 잘못한 상황에서까지 깽판 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온연의 옆에 서서 저 멀리 공사 중인 기숙사를 보며 재잘댈 뿐이었다. "너 그거 알아? 저기 있는 기숙사도 목정침이 기부한 거래. 생각보다 엄청 근사하다? 그 사람은 진짜 돈이 많은가 봐. 우리 집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연아, 오늘 그 사람이 우리 학교에 참관…"온연은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대꾸도 해줄 수 없었다. 배가 너무 아팠다.그때 교수님이 잔뜩 화가 나서는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너네 정말 웃긴다. 벌서라니까 한가하게 수다나 떨고 있어? 캔버스 꺼내와. 너네는 복도에서 그림이나 그려! 수업 끝날 때까지 못 바치면 알아서 해!"진몽요는 고개를 치켜들더니 교실로 들어가 캔버스를 챙겨 나왔다. 온연은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그녀의 허약한 모습을 본 교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확 밀어버렸다. "캔버스 가지고 오라고! 내 말 안 들려?!"교수가 밀자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걸 본 진몽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교수한테 소리쳤다."왜 밀고 그래요?!"교수도 조금은 켕기는지 우물쭈물 대답했다. "살짝 밀었는데, 누가 쓰러질 줄 알았나…?"진몽요는 쓰러진 온연을 부축하면서 교수한테 소리쳤다. "당신 이제 끝났어. 이거 체벌이야. 당신은 선생 자격도 없어!"그 말을 들은 교수는 조금 억울했다. "쟤는 뭐 종잇장이야? 왜 저렇게 허약해? 툭 쳤다고 쓰러진다고? 그게 말이 돼? 진몽요, 너 집에 돈 좀 있다고 이러나 본데, 아무리 그래도 말 막 지어내면 안 되지! 온연 너도 이제 아픈 척 그만해!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허약한 척하는 거야?!"복도에서 울리는 그들의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앞장서던 교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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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교장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목대표님…그건 특이, 특이, 특이 케이스에요. 그 교수는 그냥 시간강사에요. 제가 바로 내쫓을게요."목정침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불타오르는 그의 눈빛이 그의 분노를 암시해 주었다."시간강사요? 지어내시기도 잘 지어내시네요." 교장의 말에 진몽요가 냉소했다.교장은 어이가 없었다. "진몽요 학생, 오지랖 그만 부리세요. 학생이 학교 일에 대해서 뭘 안다고!"진몽요는 인상을 찌푸렸다. 반박하려던 그 순간 의사가 걸어 나왔다. "누가 환자분 보호자세요?""저요." 진몽요랑 목정침이 동시에 대답했다.목정침의 목소리를 듣자 진몽요는 조금 의아해졌다. 온연의 오빠랑 연락이 안 돼서 보호자 노릇을 하려 했는데, 목정침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의사는 보호자로 더 '믿음직'스러운 목정침에게 온연의 상황을 설명했다. "큰일은 아니고요, 위염이에요. 아직 어린데 몸이 엄청 약해요. 음식 주의하시고, 몸보신 좀 시켜주세요. 링거 다 맞고 가시면 됩니다."목정침은 담담히 '네'라고 대답하고는 응급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아직 깨어나지 않은 온연은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헝클어진 긴 머리가 조금 지저분해 보였다. 차가운 수액이 얇은 혈관을 타고 그녀의 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손등에는 혈관이 선명하게 보였고, 몸은 하얗다 못해 창백했다. 그녀가 언제 이렇게 허약해진 건지 그는 알지 못했다.진몽요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그에게 말했다. "연이는 부모님이 없어요. 피 한 방울 안 섞인 오빠가 있는데 자기한테 신경조차 안 쓴데요. 한겨울에 찬물에, 식은 찐빵이나 먹고 다니는데 위염이 안 걸리고 배겨요?"목정침의 낯빛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걸 그녀는 미처 보지 못했다. 은하수가 담긴듯한 그의 눈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차올랐다."요즘 그 오빠라는 사람이 집에 돌아와서 매일 꼬박꼬박 집에 가던데.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거도 못 맥이게 하고,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진몽요가 계속 주절댔다."아프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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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목정침의 눈빛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까 내가 잘못 본 건가?"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느껴지자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저 괜찮아요…학교에 오실 줄은 몰랐어요. 폐 끼쳐서 죄송해요."폐? 그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나한테 끼치는 건 싫고, 남한테는 괜찮아? 온연, 왜 그렇게 남들 앞에서 처령한 척 하는건데? 나한테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목정침이 또 화가 났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간이 좀 흐른 뒤, 얼마 남지 않은 링거액을 본 목정침은 간호사를 불러 그녀 손 목의 주사바늘을 뺐다.그는 온연을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차갑게 말했다. "이제 가자."온연은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며 황급히 일어섰다. 주사바늘을 꽂았던 곳 주위가 파랗게 멍이 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목정침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반쯤 주저앉아 그녀의 흰색 스니커즈를 신속히 신겨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의 행동이 조금 거칠었다.온연은 자신의 손에 있는 그의 외투와 자신의 그가 신겨준 신발을 번갈아 보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 사람이 진짜 목정침이 맞나? 다정하진 않았지만 그가 그녀를 이렇게 대해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가 가슴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거렸다…그녀가 따라 나갔을 때 목정침 멀리 가지 않고 복도 끝에 서있었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져서야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은 앞뒤로 번갈아 서서 병원을 떠났다. 차 앞으로 걸어간 그는 운전석에 앉았다. 그녀가 뒷죄석의 문을 여는 순간 그가 말했다. "앞에 앉아."온연은 망설이다 조수석에 올라탔다. 안전벨트를 매는 순간 목정침이 페달을 밟았다.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는 누군가를 죽일 듯한 눈으로 앞을 주시하고 있었고, 차는 금방이라도 뭐에 부딪힐 것 같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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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그가 그녀의 턱을 잡고는 냉기가 흐르는 말투로 그녀가 거절할 수 없게 명령했다. "너 일단 쉬고 난 다음에 학교 가. 그전까지는 절대 못 가. 약해 빠진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 동정 사지 말라고!"그 말을 들은 온연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 "안돼요…"그는 온몸에서 냉기를 뿜으며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긴장해서 그런지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저 공부 열심히 할게요. 나중에 꼭 돈 벌어서 빚진 거 다 갚을게요. 10년 동안 돌봐주신 거 엄청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일자리 찾는 데로 짐 싸서 나갈게요."그렇다. 그녀는 그에게 평생 신세 지며 살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더 이상 빚지며 살고 싶지 않았다.목정침이 갑자기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웃는 모습이 무척이나 서늘했다. 멀고 차가운 느낌에 감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럼 내가 똑똑히 알려줄게. 날 떠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온연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 볼 때마다 죽은 부모님 생각은 안 하는 거예요? 왜 나같은 사람을 곁에 두는 건데요? 진 빚은 꼭 갚을게요. 몸을 파는 한이 있더라도 갚을게요. 제 방식대로 평생을 걸려서라도 갚을게요!"목정침은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그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그녀는 그의 말을 감히 거역하지 못해 항상 고분고분했다. 그녀가 계속 성숙해져 가고 있다는걸, 그녀에게도 고집스러운 생각이 있다는 걸 그는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그에게 벽을 세우고 칼을 들이밀 것이다.두 사람의 시선이 한참을 마주쳤다. 그는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풀어 헤치더니 정장 재킷을 벗어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졌다. "네 빚, 넌 평생을 갚아도 다 못 갚아. 내가 너한테 너무 친절했지."온연은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버렸다. 온연의 머릿속에는 여길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침대를 벗어나려는 그녀의 몸이 그의 손에 의해 저지되었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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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온연은 오늘이 축제라는 사실이 그제서야 생각났다. 그 사람도 온다고…목정침은 그날 이후 한 번도 집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오늘 만나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그녀는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날…그 사람 뭐라 그랬어?""아니, 오히려 내가 너네 오빠에 대해서 뭐라 그랬지! 너네 오빠 진짜 양아치가 따로 없다니까!" 진몽요는 불안한 온연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온연은 말문이 막혔다. 그날 갑자기 불같이 화낸 이유가 설마 진몽요가 한 말 때문인 건가…. 하긴 면전에 대고 욕하는데 기분 좋을 리가 없긴 하지.돌연 시끄러운 소리가 아래층에서 전해졌다. 진몽요는 약이라도 먹은 듯 온연을 끌고 아래층으로 돌진했다. "목정침이 왔대! 우리도 빨리 가보자!"온연은 조금 당황했다. 온연은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아직 생각해놓지 않았다. "몽요야, 손…손 좀 놔줘…. 너 혼자 가. 난 안 갈래…""연아, 그래도 너 도와준 사람인데 고맙다 인사 정도는 해야지!" 진몽요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피할 생각뿐이던 온연은 눈앞의 사람을 보자마자 발걸음을 멈추었다. 목정침이 한무리의 학생들과 선생들에게 둘러싸여 걸어오고 있었다. 주문 제작한 검은색의 정장이 그의 피부를 더 하얗게 느껴지게 했고 그의 몸에 딱 떨어지는 옷은 그의 외모를 돋보이게 했다. 입가에 걸린 부드러운 미소가 어디서든 그를 한눈에 알아보게 했다.진몽요가 아직 멍 때리는 온연을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선배, 그날 덕분에 살았어요. 우리 연이가 수줍음을 많이 타서 제가 대신 감사 인사드려요."온연은 그의 표정이 어떤지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긴장한 듯 옷자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았다.그는 그녀에게로 다가오더니 살짝 몸을 수그렸다. "얼굴 좋아 보이네요. 잘 쉬었나 봐요."그녀가 대답이 없자 진몽요가 그녀의 팔을 어깨로 툭툭 치며 말했다. "선배가 너한테 말하잖아~!""감사합니다…" 애써 피하던 온연의 시선이 그의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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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목정침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교장은 몸을 흠칫거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잠시 후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급히 달려왔다. "도련님, 알아냈습니다. 범인은 지적 장애가 있는 21살 남자인데, 남대식당 아주머니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식당에서 잡일이나 도우면서 지낸다고 합니다. 오늘 한 짓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한 짓이랍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감옥에 보내는 건…불가능할 것 같습니다.""그럼 정신병원에라도 처넣어! 제정신도 아닌 사람 학교에 남겨둬서 어쩌자고! 사람이나 찌르고 다니라고?" 목정침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흘러나왔다. 지옥에 떨어진 듯 음산한 그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네!" 경호원은 대답하고는 다시 급히 떠났다.그의 말에 교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입을 삐죽거리는 교장을 바라보던 목정침의 입가에 냉소가 퍼졌다. "왜, 제 결정이 맘이 안 드세요?""아, 아뇨… 그냥 …조금 모자라긴 해도 미친 건 아니예요…평소엔 엄청 얌전한데. 오늘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정신병원은 멀쩡한 사람도 미쳐서 나온다는데, 걔가 들어가면…" 교장이 급히 말했다.목정침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럼 그쪽이 대신 들어가든가요."항상 온화하고 착한 목정침에게 이렇게 무서운 모습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탓하려면 모자란 자기 자신을 탓해야지, 그러게 누가 칼 휘두르래?얼마 후 드디어 응급실의 문이 열렸다. 지난번에 온연을 치료해 준 의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곧바로 목정침에게 다가가 경과를 말해주었다. "지난번에 환자의 몸이 많이 약하다고 말씀드렸었죠. 이번에 출혈이 너무 많아서 아마 빈혈이 더 심해질 거예요. 몸 꼭 잘 챙겨드리세요. 봉합은 잘 끝났는데 상처가 너무 깊어서, 아마 흉터는 남을 것 같아요. 생명의 위협은 없고 이제 일반 병동으로 옮기셔도 됩니다. 며칠 경과 확인해보고 문제없으면 퇴원하셔도 됩니다."목정침은 긴장감에 경직되어 있던 몸에 힘을 풀며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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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깼어?" 남자는 노트북을 덮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네…."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조금 움직였다. 왼쪽 어깨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났다."가만있어." 목정침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처를 살펴보았다.온연은 그의 말을 듣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랫배에서 전해오는 느낌이 그녀를 난감하게 했다. 여긴 목정침 혼자뿐이였고, 화장실까지 혼자 가기에는 무리였다…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상처가 아렸다.그녀의 어색함 움직임에 이상한 낌새를 차린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화장실 가고 싶어?""네…" 온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목정침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했다. 그의 행동이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온몸은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파오기 시작했고, 상처를 감싼 거즈에 그녀의 피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목정침은 거의 반쯤 안은 채로 그녀를 화장실까지 부축했다. 목정침이 그녀의 바지로 손을 뻗자 그녀가 소리쳤다. "제가 할게요!"그는 하던 걸 멈추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온연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기…자리 좀 피해주실래요?"그 말을 들은 목정침은 그저 몸만 뒤로 돌릴 뿐이었다. 그가 자리를 피해주지 않는다는 걸 안 온연은 잠시 고민하더니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으로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은 동작 하나에도 어깨의 상처가 아려왔다. 특히 몸을 숙이는 행동, 그 간단한 행동도 그녀는 할 수가 없었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병원복을 물들이고 있었다.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목정침이 고개를 돌려 온연을 쳐다보았다. 빨갛게 물든 그녀의 병원복을 보자 그는 눈살을 찌푸렸고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바지를 벗겨주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순간 그녀는 수치심에 쥐구멍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었다. 20분 뒤, 그녀는 수치심을 그만 날려버리기로 했다. 침대로 돌아와 그녀는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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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숟가락을 든 온연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는 반 그릇도 남지 않은 국을 보며 살짝 고민하더니 입을 뗐다. "유씨 아주머니, 저 밥 한 숟가락만 더 주세요…"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유씨 아주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너 말이야, 도련님이 그렇게 무서워? 도련님이 너 잡아먹니?"온연은 식사가 끝난 식탁을 유씨 아주머니가 다 치우고 나서야 느릿느릿 계단을 올랐다.방문은 닫혀있지 않았고 반쯤 열려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문을 두드린 후 방 안으로 들어갔다.목정침은 창가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손가락에는 담배가 끼여져 있었고 테이블 한쪽에는 술이 반잔 놓여 있었다.매캐한 담배연기에 온연이 기침을 하자 목정침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트렸다.그녀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일…있으세요?"목정침이 손에 있는 파일을 내려놓더니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내일 해외로 출장 가야 하는데, 같이 가자."안 그래도 목정침의 다리에 앉아있어서 마음이 심란한데, 출장에 데리고 가겠다고 하니 그녀의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출장 가시는데… 저.. 저는 그냥 안 가는 게?"10년간 학교랑 집밖에 모르던 그녀에게 바깥세상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조금 무서웠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게. 안 그래도 불안한데 목정침이랑 같이 가라니, 그녀는 도무지 내키지가 않았다."진짜 안가?" 목정침이 말할 때마다 그의 숨결이 목덜미로 느껴졌다. 조금 묘해진 분위기가 그녀를 곤란하게 했다.그를 화나게 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같이 해외로 가고 싶지도 않았던 그녀는 고분고분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안 갈래요, 전 그냥 집에서 기다릴게요."그녀의 말투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그녀의 턱을 살짝 잡으며 자신의 입술을 그녀에게 포개였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달콤함에 그는 그녀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다.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버렸다."누가 널 만지는게 싫은거야? 아님… 만지는 사람이 나라서 싫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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