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깼어?" 남자는 노트북을 덮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네…."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조금 움직였다. 왼쪽 어깨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났다."가만있어." 목정침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처를 살펴보았다.온연은 그의 말을 듣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랫배에서 전해오는 느낌이 그녀를 난감하게 했다. 여긴 목정침 혼자뿐이였고, 화장실까지 혼자 가기에는 무리였다…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상처가 아렸다.그녀의 어색함 움직임에 이상한 낌새를 차린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화장실 가고 싶어?""네…" 온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목정침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했다. 그의 행동이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온몸은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파오기 시작했고, 상처를 감싼 거즈에 그녀의 피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목정침은 거의 반쯤 안은 채로 그녀를 화장실까지 부축했다. 목정침이 그녀의 바지로 손을 뻗자 그녀가 소리쳤다. "제가 할게요!"그는 하던 걸 멈추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온연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기…자리 좀 피해주실래요?"그 말을 들은 목정침은 그저 몸만 뒤로 돌릴 뿐이었다. 그가 자리를 피해주지 않는다는 걸 안 온연은 잠시 고민하더니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으로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은 동작 하나에도 어깨의 상처가 아려왔다. 특히 몸을 숙이는 행동, 그 간단한 행동도 그녀는 할 수가 없었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병원복을 물들이고 있었다.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목정침이 고개를 돌려 온연을 쳐다보았다. 빨갛게 물든 그녀의 병원복을 보자 그는 눈살을 찌푸렸고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바지를 벗겨주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순간 그녀는 수치심에 쥐구멍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었다. 20분 뒤, 그녀는 수치심을 그만 날려버리기로 했다. 침대로 돌아와 그녀는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
숟가락을 든 온연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는 반 그릇도 남지 않은 국을 보며 살짝 고민하더니 입을 뗐다. "유씨 아주머니, 저 밥 한 숟가락만 더 주세요…"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유씨 아주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너 말이야, 도련님이 그렇게 무서워? 도련님이 너 잡아먹니?"온연은 식사가 끝난 식탁을 유씨 아주머니가 다 치우고 나서야 느릿느릿 계단을 올랐다.방문은 닫혀있지 않았고 반쯤 열려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문을 두드린 후 방 안으로 들어갔다.목정침은 창가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손가락에는 담배가 끼여져 있었고 테이블 한쪽에는 술이 반잔 놓여 있었다.매캐한 담배연기에 온연이 기침을 하자 목정침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트렸다.그녀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일…있으세요?"목정침이 손에 있는 파일을 내려놓더니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내일 해외로 출장 가야 하는데, 같이 가자."안 그래도 목정침의 다리에 앉아있어서 마음이 심란한데, 출장에 데리고 가겠다고 하니 그녀의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출장 가시는데… 저.. 저는 그냥 안 가는 게?"10년간 학교랑 집밖에 모르던 그녀에게 바깥세상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조금 무서웠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게. 안 그래도 불안한데 목정침이랑 같이 가라니, 그녀는 도무지 내키지가 않았다."진짜 안가?" 목정침이 말할 때마다 그의 숨결이 목덜미로 느껴졌다. 조금 묘해진 분위기가 그녀를 곤란하게 했다.그를 화나게 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같이 해외로 가고 싶지도 않았던 그녀는 고분고분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안 갈래요, 전 그냥 집에서 기다릴게요."그녀의 말투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그녀의 턱을 살짝 잡으며 자신의 입술을 그녀에게 포개였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달콤함에 그는 그녀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다.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버렸다."누가 널 만지는게 싫은거야? 아님… 만지는 사람이 나라서 싫은 건가
아침 일찍 목정침이 집을 떠났다.옷장을 다 뒤졌는데도 온연은 파티에 입고 갈 만한 옷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진몽요랑 함께 백화점을 돌았다.온연이 결제할 때 진몽요가 그녀의 핸드폰을 흘겨보았다. 문자에 뜬 잔액을 보자 진몽요의 입이 쩍 벌어졌다. "연아, 너 너무한다. 가난뱅이인 줄 알았는데 다 거짓말이었어?"이 돈은 목정침이 준 돈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헛소리 그만하고 가자."파티는 바닷가 근처 심개네 별장에서 주최되었다.진몽요랑 온연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차있었다. 대부분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서 유독 심개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온연, 오랜만이야." 심개가 그녀에게 다가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의 예쁜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그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래… 오랜만이야…"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심개, 너 이것 때문에 파티 연 거지?""맞아, 그래서 뭐?" 심개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말투에 장난기가 조금 섞여있었다. 온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마음속에서 달콤한 무언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진몽요가 사람들 사이에서 전지를 끌어당겼다. "연아, 여기 내 남자친구! 전지야!"온연이 그를 쳐다보았다. 전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녀에게 인사했다.전지는 훤칠한 키에 출중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허세 가득한 성격은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살짝 웃어 보이더니 이내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히터가 틀어져서 그런지 홀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빵빵하게 틀어진 노래가 홀의 분위기를 업되게 만들었다. 진몽요는 홀에 들어서자마자 흥이 나버렸다. 진몽요는 온연에게 칵테일을 한잔 건네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이건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해. 과일맛이야. 분위기 깨게 물만 마실 건 아니지?"온연은 그녀가 건넨 술을
어두워진 그의 얼굴을 본 진락은 온연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직감했다. 진락은 급히 차를 돌렸다. 그는 온연과 관련된 일에만 화를 내곤 했다.목가네에 도착한 온연이 금방 방에 들어가 옷을 벗고 있는데 방문이 쿵 하는 소리를 내며 거세게 열렸다.그녀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분노에 가득 찬 목정침의 눈동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는 걸 의식한 그녀는 벗어던졌던 외투를 집어 허겁지겁 몸을 가렸다. "어떻게 오셨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그녀가 남자의 외투를 들고 있는 걸 본 그의 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벗어!"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기는 싫었다.그녀가 머뭇거리는 사이 목정침이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녀의 얼굴을 꽉 쥐었다. "네가 벗을래, 아니면 내가 벗겨줄까?!"둘 다 너무 싫었던 온연은 말없이 외투만 꽉 쥘 뿐이었다.목정침은 그런 그녀를 기다려줄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았다. 강제로 그녀의 몸을 가려주던 옷을 뺏어 던져버리고는 핸드폰을 그녀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내가 간 줄 알았어? 그래서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짓을 한 거야?"온연의 시선이 그의 핸드폰에 머물렀다. 자신과 심개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자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어젯밤의 일이 누군가로 인해 찍혔을 거라고 그녀는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이렇게 빨리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다니. 형편없이 지은 제목은 그녀와 심개만 끌어들인 게 아니었다. 가만있던 목정침까지 끌어들였다.그녀와 목정침의 관계가 낱낱이 까발려졌다. 모두 그들이 부적절한 관계라고 손가락질했다. 얼마 전 학교에서 발생한 사고까지 까발려져 있었다. 모두 목정침이 불순한 의도로 그녀를 챙겨준 것이라 손가락질했다.이 뉴스로 인해 그들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되었고, 그녀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죄송해요…." 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을 몸을 가리며 그에게 사과했다. 당장
목정침은 험악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나한테 따질 자격 없어!"방문이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또 한 번 세게 닫겼다. 떨리는 문에 따라 그녀의 몸도 바들바들 떨렸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분노에 가득 찬 목정침의 말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의 말이 그녀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오후 내내 그녀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온연은 순간 당황했다. 설마 벌써… 목정침이 뭔 짓을 한 건 아니겠지?그녀는 마음을 다잡으며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노크도 없이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방안에는 담배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목정침은 여전히 창가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를 등지고 있었다. 한쪽에 놓인 재떨이에 이미 담배꽁초가 가득 차 있었고, 눈에 들어온 그의 뒷모습에는 쓸쓸함이 가득 차 있었다."이렇게 부탁드릴게요…. 그 사람들은 건들지 말아 주세요. 제 잘못이에요. 다신 안 그럴게요…" 온연이 울면서 그에게 빌었다. 그때는 경고 차원에서 심개를 외국으로 쫓아내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그가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그녀도 상상이 가지 않았다."…넌 걔를 위해서 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소름 끼치는 말투로 그가 대답했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대답 안 해도 돼. 답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말이 끝나자 목정침은 종이 한 장을 바닥으로 던졌다. "거기에 사인해, 그럼 생각해 볼게."그녀는 급히 다가가 그 종이를 주어 서슴없이 사인을 했다. 사인을 하고 나서야 위에 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결혼 계약서'온연은 어리둥절했다. 억울하게 이 일에 연루된 그가 여론을 잠재우려면 결혼밖에 답이 없다는 걸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곧 깨달았다."꺼져" 목정침이 그녀에게 소리쳤다.그녀가 저렇게까지 주저 없이 사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화가 삽시간에 치밀어 올랐다. 더 있다간 그가 어떤 행
바닥에 넘어진 온연은 느껴지는 아픔에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막 바닥에서 일어나려는데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맞춤 구두 한 켤레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머리 위로 목정침의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분 줄게."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깊은 눈동자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 사람들…가만 두실 거죠?"그의 눈에 잠깐 스쳐 지나간 실망을 그녀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그가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다. "고작 그말 하려고 쫓아온 거였어? 내 시간만 낭비했네."말을 마친 목정침은 망설임 없이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가 문을 너무 세게 닫은 탓에 진락이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음 주 돌아오는 비행기 표 취소해. 해외지사는 내가 직접 관리하도록 하지.""도련님, 그렇게 되면 자그마치 3년이나 거기 계셔야 하는데…진짜 취소해요?" 진락이 조금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좌석에 기대 눈을 감고 있던 그의 입술이 불쾌한 듯 휘어졌다. "하라면 그냥 해!"온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는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심장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진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걸 느꼈다.3년 후, 목씨 회사 워싱턴 지사 상업 빌딩.드넓은 회의실에서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 숨을 죽이며 냉랭하게 앉아있는 남자를 조용히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그의 비서가 조용히 말했다. "목대표님, 전화가 …"비서의 '미숙함'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 "끊어." 그 회의는 엄청 중요한 회의였다. "사모님이 거셨는데…" 비서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설명했다.사모님…사모님이 누군지 그는 알고 있었다. 바로 그의 아내, 온연이었다.목정침은 비서의 손에 있던 핸드폰을 받아들며 말했다. "회의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오후 네시에 다시 하는 걸로 하죠. 그럼."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쉬쉬했다. 공사 구분 명확한
그녀는 겨우 진몽요가 부탁한 일을 입 밖으로 꺼냈다. 목정침이 돌아온다는 말에 온연은 방금 전화를 걸 때보다 훨씬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급히 내려가 유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요 며칠 청소 좀 깨끗하게 해주세요…"유씨 아주머니는 조금 의아했다. 온연은 한 번도 집안일에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왜 그래 연아?"기쁨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기분이 그녀의 가슴에 가득 찼다. "그 사람이… 돌아온데요."유씨 아주머니는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군지 눈치채고는 미소를 지었다. "진짜? 도련님이 돌아오신다고? 잘 됐네, 너네 결혼 한 3년 동안 같이 있은 적 한 번도 없잖아. 잘 됐다. 요 며칠 깨끗하게 치워 놓을 테니까. 걱정 마."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방안에 널브러진 스케치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패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정규직으로 뽑힌지 얼마 되지 않아 바쁜 탓에 방이 너저분했다. 그림들이 버리는 건지 쓰는 건지 잘 몰랐던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방을 함부로 치우지 않았다. 그녀는 목정침에게 자신의 너저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목정침이 돌아오는 날, 그녀는 특별히 임집사를 통해 그가 돌아오는 항공편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미리 공항에 도착해 그를 기다렸다.그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떠나,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돌아왔다….. 3년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꿈처럼 지나갔다.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그녀는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3년 전이랑 똑같이 남다른 기운을 풍기고 있어 눈에 띄었다. 그의 팔짱을 끼고 있는 여자를 본 순간 온연은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혼자 돌아온 게 아니었다.목정침과 그 여자가 가까워진 후에야 그들이 하는 친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침 오빠, 오늘 호텔에 같이 있어주면 안 돼? 나 혼자 무섭단 말이야…""보고." 그의 말투는 냉랭했지만 인내심이 섞여있었다.온연은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녀가 몸을
툭 던진 그의 말 한마디가 그녀의 발길을 막는데 성공했다. 그가 원한다면 그녀가 다니는 회사를 망하게 하는 일 정도는 쉽게 해버릴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계단을 올라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운 그녀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목정침이 핸드폰을 내려놓은 채 식탁 위에서 무표정으로 열심히 밥을 먹고 있었다. 연달아 오는 문자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유씨 아주머니, 온연 앞으로 내방에서 지내라고 해요."유씨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머리를 탁 쳤다. "그래야죠…. 3년 동안 집을 비우셨잖아요? 연이는 계속 원래 방에서 지내고 있었어요, 이제 돌아오셨으니 방을 옮기긴 해야겠네요, 바로 준비할게요.""그리고 그 호칭도 바꾸시고요." 목정침이 말했다.유씨 아주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야죠, 습관이 돼서 그만, 이제부터 사모님이라고 불러야죠."유씨 아주머니가 신이 나서 온연의 짐을 옮기려 준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온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주머니 뭐 하세요? 어디로 옮기시는 거예요?"유씨 아주머니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도련님이 돌아오셨잖니, 명색이 부부인데, 당연히 같이 지내야지. 도련님 나이도 있고, 이제 애도 슬슬 가져야지."온연은 눈동자만 흐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건드릴 리 없었고, 아이를 가질 리는 더더욱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옮길 수 있는 물건들이 다 옮겨졌다. 그녀는 침대에 미동도 없이 앉아있었다. 아직은 그의 방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의 방에 여유롭게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아래층에서 들리는 식탁 치우는 소리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욕실로 걸어갔다.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는 뜻밖에도 목정침을 보았다. 그는 아직 나가지 않고 거실에 앉아있었다. 온연은 조금 의아했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호텔로 달려갈 줄 알고 일부러 욕실에 더 오래 있었는데…그녀의 예상이 빗나갔다.그녀는 태연한 척 계단을 올라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