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명의 왕비: Bab 3671 - Bab 3680

3697 Bab

제3671화

사기는 점점 더 치솟았고, 북막 군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북당 군과 대주 군은 기세를 빌어 추격했다. 이번 전투에 북막은 모든 병력을 투입했기에, 승산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비병이나 매복 병도 남겨두지 않았기에, 다른 병사가 도울 걱정도 없이, 마음 놓고 죽여도 되었다.전장은 피로 물들었고, 해와 달조차 빛을 잃은 듯했다.북당은 승리했다. 그러나 수많은 장병이 희생되었고, 위대한 여장군 원 노부인마저 전사했다. 승리의 기쁨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짐을 내려놓은 듯한 안도감 뒤에, 심장을 찌르는 듯한 비통함이 밀려왔다.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던 그 노부인은, 간신히 두 다리를 치료해 다시 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젊은 시절처럼 큰 칼을 휘두르며 전장에 나섰다.평생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살아남았던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노부인은 최후의 승리를 보지 못한 채, 북당에 대한 사랑과 걱정을 안고 전장에서 눈을 감았다.그래서 승리 후, 연회조차 없이 곧장 원 노부인의 추도식이 거행되었다.우문소와 라만도 애도하며, 몰래 비통함에 잠겨있었다.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전쟁터를 수습한 후, 우문소는 라만에게 적성루 사람들을 강가로 불러 모으게 했다. 그는 적성루를 해산하려는 생각이 있었다.다들 그의 앞에 앉아, 낯설고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자, 그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해산 이후,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지낼 것이다. 어쩌면 일 년이 지나도 만나지 못할 것이고, 평생 다시 못 볼 사람도 많을 것이다.그들의 능력으로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끼니마다 고기를 먹는 여유로운 생활을 어려울 것이다.비록 무공이 뛰어나지만, 그들은 하필이면 생각도 많고, 의견도 많은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입도 방정이라, 말을 내뱉기를 좋아했다.그 대표가 바로 흑영이었다. 사실 흑영은 무공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진작 해코지를 당했을 것이다.적성루가 사라지면, 다들 밭을 갈든, 짐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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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2화

안풍 왕비는 의미심장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칠성아, 이 이야기를 들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단다.”“돈이요? 분명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칠성은 어리둥절했다.“네 종조부께서는 공짜라고 하셨지만, 나는 아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안풍 왕비가 웃으며 말했다.이 이야기들을 다 털어놓았는데, 안풍 친왕에게 돈도 못 받았다고 전하면 큰일 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밑지는 것에 예민한 법.칠성은 어쩔 수 없이 물었다.“그럼, 어떻게 돈을 드려야 합니까? 은으로 드릴까요? 지폐로 드릴까요?”“당연히 은이지. 지폐는 부족한 적 없다.”이 말에는 안풍 왕비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왜 자꾸 현대에 돌아오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이곳에 오면 의식주 걱정이 없기 때문이었다.가난은 한 군데서만 겪으면 된다.칠성이 약속한 액수를 듣고, 안풍 왕비는 회상에 잠겼다.임신은 뜻밖의 일이었다.지금 돌아보아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들은 그때 대주에 있었고, 흑영 무리도 그들과 함께 무료 노동을 하고 있었다.그 시절 북당은 형편이 어려워, 다른 나라에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물건을 사서 북당에 보내야 했었다. 그리고 적성루는 일꾼 집단의 대표 격이었다.당시 대주 역시 혼란스러웠다. 나라는 부유했지만, 탐관오리가 들끓었고, 분봉 된 한 친왕이 병력을 모아 상황을 어지럽혔다. 조정도 물론 그를 제거하려 했으나, 그는 순순히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지방에서 자칭 군주로 지내며, 조정과 맞설 능력이 생겼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그가 어찌 조정과 맞설 수 있겠는가? 얼마 못 가 친왕의 군사는 무너졌고, 그는 패잔병 무리를 끌고 지방을 점령했다. 황실의 친왕은 그렇게 도적 두목이 되고 말았다.우문소 일행은 북당 사람이었으니, 대주의 내전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했다.갓 산으로 들어간 도적 떼를 상대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그들을 포위하지만, 바로 싸우지 않는 것이다.그렇게 병사가 산을 둘러싸고 있었으나, 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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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3화

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라만의 머리카락부터 발끝을 훑었다.그리고 똑같은 눈빛으로 우문소를 바라보았다.다들 죽을 만큼 바삐 뛰어다닐 때, 다른 짓을 할 힘이 남았단 말인가?일을 게을리하다니, 너무하지 않는가?하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의심’일 뿐, 확답을 얻기 전에 먼저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었다.그렇게 의원을 집으로 청했고, 라만은 두 손목을 내밀며 불안에 떨었다.그녀는 두려웠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상상조차 못 한 일이었다. 자신의 몸속에 열 달 동안 아이를 품고 있다가, 아이를 끄집어내다니? 너무나 잔혹했다.모두가 빙 둘러앉아 숨을 죽였다. 흑영은 금호를 밀어내며 속삭였다.“길을 막지 말거라.”커다란 호랑이 몸집이 앞을 가로막으니, 아무것도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금호는 꼼짝도 하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뜨며 의원을 노려보았다. 의원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고, 맥을 짚는 손마저 떨렸다.흑영은 어쩔 수 없이 금호의 허리를 끌어안고 목을 길게 빼 의원의 얼굴을 살폈다.본청은 숨소리조차 멎은 듯 고요했고, 흑영의 방귀 소리가 천둥처럼 들릴 정도였다. 금호는 화가 치밀어 올라, 흑영을 들이받았다. 방귀도 못 참는 사람이, 무슨 큰일을 해내겠는가?흑영은 머쓱해 코를 문질렀다. 쪼그려 앉아 있으니, 저도 몰래 사고를 치고 말았다.드디어 의원이 손을 거두었다. 그 순간, 모든 시선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의원의 입술에 꽂혔다.의원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극도의 압박감을 느꼈다.“이 맥은…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다른 원인도 없다면... 왕비께서 정말 여인이고... 귀신의 장난이 아니라면…”“요점만 말하시오!”사람들이 일제히 고함쳤다.의원은 약상자를 끌어안고 우문소 옆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더니, 그대로 문밖으로 달려 나가며, 한마디를 남겼다.“회임하셨습니다.”순간, 다들 벼락이라도 맞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우문소를 구타할 기세였다.라만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머릿속은 새하얬고, 예전에 운연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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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4화

라만의 회임은 지붕이 새는 날 비 오는 격이었다.타향살이에, 가난한 형편, 심지어 북당으로 끊임없이 물건을 보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 회임이라니? 일꾼이 하나 줄어든 상황에, 회임한 사람이니, 고기를 더 먹여야 했다.더구나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정당한 이유가 있으니, 누구도 불평할 수 없었다.비록 부유한 대주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들과는 연관이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대주에 빚을 갚으러 온 처지였다. 삼십만 대군의 식량과 세로, 그들은 다시 대주에게 무엇을 요구할 면목이 없었고, 차마 입도 떨어지지 않았다.결국 어려움은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다행히 건장한 장정들과, 믿음직스러운 짐승들 덕분에, 아이 둘쯤 더 먹여 살린다 해도 문제는 아니었다.다만, 단순히 먹여 살리는 것으로 끝날 수는 없었다. 북당 황족인데, 어찌 최소한의 대우로 지내게 하겠는가? 겨우 허기만 채울 음식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하지 않는가?이 또한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시급한 것은 그녀의 회임이 대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이에 일행은 라만을 중간에 앉히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분석하기 시작했다.“언제부터 월경이 끊겼는가?”흑영은 역시 여인인 벗이 많은 사람답게, 가장 추리가 쉬운 월경을 기준으로 물었다.라만은 멈칫하다 답했다.“모르겠네...“매일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바쁜데, 누가 그런 것을 기억하랴.흑영은 눈을 부릅떴다.“자네가 기억을 못 한다고? 그럴 리가 있소? 예전에 적성루에서 훈제한 고기가, 얼마나 남았는지까지 또렷이 기억하지 않았소?”라만도 눈을 부릅떴다. 쉽게 놀라는 상황인데, 어찌 목청을 이리도 높인다는 말인가?“그게 어찌 같소?”다행히 라만은 잊었으나, 우문소는 기억하고 있었다. 라만은 대주에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날, 월경이 왔었고, 그 후로는 없었다.“어찌 그리 분명히 아시오?”흑영이 다시 추궁했다.우문소는 이마를 짚으며 답했다.“어쨌든 기억나니 그만 캐묻게. 중요한 건 우리가 이곳에 온 지 반년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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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5화

현대로 돌아간 그해, 참으로 많은 아픔이 있었다. 그중에서 버섯을 먹고 중독되어, 헛것을 본 일 따위는 작은 일에 지나지 않았다.그때의 일은 이제 와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다.하지만, 우문소는 같은 일로 두 번 손해 보는 법이 절대 없었다. 그 일 이후, 그는 버섯과 관련된 조상과 연관된 모든 지식을 연구했었다.교훈을 돈으로 바꿔야만, 상처 입었던 그의 몸과 마음을 위로할 수 있었다.중요한 일에서는 모두 그의 말을 따르지만, 그래도 다들 그를 향한 원망이 남아 있었다.라만은 모두가 일거리 찾으러 가는 일에 대해선 의견을 낼 입장이 아니었기에, 그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무엇보다도, 그녀는 아직 자신이 곧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건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이제 아이를 낳는다니, 아니, 아기를 낳는다니?그녀는 아이라고 투박하게 부르는 것보다, 귀엽게 아기라고 부르고 싶었다.그렇게 그녀에게는 새로운 임무가 생겼다. 바로 아기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이었다. 아이가... 아니, 아기가 배 속에서 움직인다는 말 때문이었다.하지만 이틀 동안 계속 주의 깊게 살펴봤으나, 배가 고플 때 나는 꾸르륵 소리 말고는 아이의 움직임을 느낀 적 없었다. 혹시 잠꾸러기 아이를 회임한 걸까?그녀는 화가 치밀었다. 어찌 되었든 이번 한 번이니, 앞으로는 절대 낳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다.하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었다. 회임 이후, 그녀는 더 이상 일을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회임했으니, 당연히 우대받을 수밖에 없는 법. 그래서 낮에는 모두가 일하러 나가고, 밤에는 돌아와 자고, 새벽에는 산에 올라 버섯을 따러 갔다.그들은 버섯을 따려 새벽 해가 밝기도 전에 횃불을 들고 출발했다.우연히도, 도적이 된 대주 친왕이 차지한 산과 그들이 버섯을 따는 산은 멀지 않았다.매일 횃불 행렬이 산으로 올라가자, 도적 일행은 정신이 바짝 들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덕분에 머리카락도 한 움큼씩 빠졌다.친왕은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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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6화

그래서 이날 돌아오자마자, 흑영은 바로 배가 불룩한 사람을 질책했다.“제일 많이 먹으면서, 어찌 일을 하지 않는 것이오?”“난 회임했네.”라만은 넋을 잃고 말았다. 물어볼 필요가 있는가? 회임한 여인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다들 귀하게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던가?“배가 불러도, 손발은 멀쩡하잖소. 아직 일할 수 있으니, 앞으로 우리가 버섯을 따 와서 팔지 못하면, 자네가 씻고, 썰고, 말려서 겨울에 건조품으로 팔면 되네. 겨울이 되면 더 이상 버섯을 딸 수 없으니, 말린 버섯이 잘 팔릴 것이오.”“안 되네. 회임 때문에 몸이 무거운데, 어찌 이런 잡일을 하겠는가?”라만은 고개를 저었다. 며칠 쉬고 나니, 그녀는 정말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우문소는 그래도 양심이 남아 있었다.“그럼, 밤에 내가 처리하겠소.”“밤에 처리할 수 있어도, 낮에 말리는 도중 비가 오면 어떻게 하오? 그때도 움직이지 않을 셈이오?”“그럴 땐 내가 돕겠네.”라만이 말했다.흑영은 어깨를 주무르며 안으로 들어와 물을 마시며 말했다.“알아서 하시오. 버섯이 비에 젖어서 상하면, 자네가 책임지게.”모두 물을 마신 뒤, 밖으로 나가 버섯을 팔러 갔다.사실 버섯을 사는 곳은 대부분 음식점이었다. 우문소 일행은 사람이 많아서, 매일 딴 버섯도 많았다. 그러자 주루들이 일부러 가격을 낮추며, 가격이 높으면 사지 않겠다는 식이었다.어차피 보관할 수 없으니, 아무리 싸도 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들은 이번에는 팔지 않았다. 잡버섯 1근에 30문, 좋은 버섯은 60문, 이 가격 이하로는 협상 불가였다.버섯을 사는 주루들은 그들이 감히 팔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손을 저으며 자리를 떠났다. 다들 우문소 일행이 그들을 부르며, 가격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멀리 나가도 다시 부르지 않았다. 뒤돌아보니 우문소 일행은 이미 물건을 정리하고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 주루 사람들은 화가 치밀었다.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전했으니, 주루들도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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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7화

흑영이 먼저 약을 들고 대주 친왕에게 갔다. 그 약은 역병을 막는 약으로, 긴 여정 동안 쌓인 피로와 고뿔을 막을 수 있었다.대주 친왕은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약을 먹고 반 시진 정도 지나자,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또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너희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비참해졌다! 어차피 경성으로 돌아가도 목이 날아갈 텐데, 그냥 여기서 날 죽이고, 병사했다고 하거라.”“정말 목이 날아가나요?”그의 부하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용서해 주거나, 유배는 없습니까?”“반역은 목을 베는 것을 피할 수 없다.”대주 친왕은 속으로 분했다. 누가 처음에 그를 부추겨 반역하게 했던가?사실 그는 부귀영화를 즐기며, 지방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며 권력을 손에 넣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조정이 점점 지방 권력을 압박하자, 그도 위험을 무릅쓰게 된 것이다.부하들은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왕이 목을 벨 것이라 말하자, 애써 버티던 그들은 무너져 울기 시작했다.“정말 목을 벱니까? 안 됩니다. 저희는 이미 죄를 뉘우쳤습니다.”흑영이 만두를 건네며, 대수롭지 않게 위로했다.“너무 비관하지 말거라. 능지처참이나 허리를 자르는 형일 수도 있잖냐?”흑영의 위로는 더 큰 공포를 줬다. 대주 친왕과 부하들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넋을 잃었다. 능지처참이든 허리를 자르든, 모두 끔찍한 죽음이지 않은가? 허리를 자르면, 머리는 의식이 남아 있어, 자기 몸이 갈라지는 걸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그 말은,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사지를 마차에 묶고 산산조각 낼 수도 있네.”귀영도 다가와서 한마디 건넸다. 비록 그도 대주의 형벌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반역은 엄청난 죄이므로, 어떤 나라든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처형할 것이다.“포락이나 박피는 어떻소?”섬전위가 만두를 먹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이 두 가지도 괜찮네.”죄인들의 울음소리는 더 처절해졌다. 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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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8화

우문소는 의아했다. 왜 설랑들이 여기로 온 걸까? 설랑은 북당의 눈늑대봉에서 지내고 있는데, 어찌 천 리나 떨어진 이곳까지 찾아왔을까? 혹시 무언가의 인도에 의해 온 걸까?하지만 그는 라만이 설랑 가문을 이끄는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설랑이 주인을 보고 싶어 온 걸지도 모른다.그는 다정하게 걸어가 설랑에게 인사하려 했지만, 걸음을 옮기자마자 라만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라만은 배를 감싸 안으며 갑자기 소리쳤다.“배가 움직이오. 배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소.”다들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지만, 흥분한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흑영이 물었다. “고기를 못 먹어서 배가 고픈 것은 아니오?”라만은 바닥에 누워 배를 위로 밀었다.“내 배가 움직였는지 안 움직였는지 확인해 보시오.”바람에 옷자락이 흔들렸지만, 부풀어 오른 배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녀의 곁에는 그저 흥분한 모습으로 꼬리를 살랑이는 설랑들뿐이었다.금호가 다가가 발톱으로 그녀의 배를 살짝 만지며, 맥을 짚는 듯 한참 멈춰있었다. 모두 금호를 바라봤지만, 금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떠났다.모두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그냥 라만이 배가 고팠던 것뿐이라고 생각했다.흑영이 말했다.“사냥이나 가야겠소.”배고파하는 라만의 불쌍한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우문소가 다가가, 그녀의 배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온몸이 흥분된 상태에 빠졌다.“지금은 안 움직이지만, 방금 진짜 움직였소. 배가 그냥 부풀어 오른 게 아니라, 정말 회임이오.”우문소는 아무런 움직임도 느끼지 못했다. 다들 회임하면 아이의 심장 소리가 느껴진다고 하지만, 내력이 깊은 그마저도 아이의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없었다.하지만 우문소도 라만의 위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저 위장을 상한 것이라 해도, 분명 배 안에서 꾸르륵거리는 기운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라만의 배는 흑영의 말대로, 방귀 소리조차 없었다.흑영과 섬전위, 금호는 사냥을 나갔다. 산에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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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9화

라만은 재빨리 막사로 옮겨졌다. 우문소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며칠 동안 배운 출산 지식을 머릿속에서 하나씩 다시 되새겼다.양수가 터졌으니, 반드시 평평하게 눕혀야 하고,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 그리고 산파는 자궁경부를 수시로 지켜보며, 수축 간격이 점점 잦아질 때까지… 간격이 얼마였더라?아뿔싸, 우문소는 그걸 잊어버렸다.자궁경부가 열 손가락 넓이까지 열려야 하는데… 그는 자기 손가락을 힐긋 보더니, 너무 넓은 게 아닌지 고민했다.10센티미터 정도였던 것 같지만, 어디서 이런 내용을 봤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아프오?”그는 라만을 안착시키고,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잔뜩 찡그린 얼굴을 보니, 그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고,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안 아프네.”라만은 별일 없는 사람처럼 말했다. 하지만 양수가 빠지는 것이 걱정되어, 움직이지는 못했다.양수가 다 빠지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데, 이곳에서 그건 불가능했다.“무엇이 느껴지오?”“별 느낌 없소. 배도 움직이지 않고.”라만은 평평하게 누워 양손을 배 위에 올리고 조용히 느껴보았지만, 뱃속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우문소는 걱정에 휩싸였다.“지금 도성에서 산파를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의원을 찾아 지도받는 것이 좋지 않겠소?”“성문이 닫혔으니, 성문을 열고 의원을 찾다 보면, 이미 아이를 낳았을 것이네.”게다가 처음 오는 도성이라 익숙하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관아도 문을 닫은 시각인데, 이 위급한 상황에 이리저리 문만 두드리며 도움을 청해야 할까?라만은 아직 고통을 느끼지 않아서인지,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를 낳으면 한결 편해질 생각에, 조금 들떠 보였다.하루 종일 큰 배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일도 할 수 없어서 답답했었다.우문소는 출산을 도울 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밖으로 나가 섬전위를 끌고 말했다.“자네도 근처 마을에 산파가 있는지 찾아보고, 없으면 아이를 낳은 적 있는 여인을 찾게. 돈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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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0화

섬전위도 성문이 열리지 않으니, 그냥 돌아왔다. 북당이었다면 그냥 뛰어넘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주에 있으니, 괜히 문제를 일으켰다간 품삯까지 깎일 수도 있었다.막사 밖에는 새까맣게 늑대 떼가 몰려들었다.우문소는 결국 옷깃을 물고 잡아끄는 금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라만이 명을 내렸으니, 그는 밖으로 나갔어야만 했다.하지만 금호와 설랑은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지킬 수 있었다. 금호는 들어가기 전, 태연하게 설랑 무리를 보며 고개를 까딱이며 경험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산파 일을 도맡은 노부인은 호랑이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라만 옆에 앉아 잡담을 나누었다.“내 평생 못 본 게 뭐 있겠냐? 호랑이가 대수냐? 이렇게 사람이 많아도, 잡아먹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 늙은이를 먹자고 들겠냐? 게다가 홀로 지내는 늙은이니, 죽어도 상관없다.”라만이 물었다.“노부인, 아들을 일곱이나 두셨다는데… 다들 어디에 계십니까?”노부인이 답했다.“대주에서 북당에 병사를 빌려준 적 있었지. 그때 한 명 전사하고, 고향에 역병이 돌면서 다섯이 죽었다. 하나 남은 아들은 몇 달 전 운주부에 역모한 친왕을 잡는 것을 도우러 갔다가 살해당했지. 그러니 이 늙은이가 죽으면, 오히려 가족이 다시 모이는 셈이야.”라만은 마음이 아파서 고개를 돌렸다.북당의 전투에서 만여 명이 되는 대주의 병사들이 전사했었다.우문소 일행은 대주에 온 후, 전사한 병사들의 유가족을 적잖이 만났었다. 그들은 유가족을 몰래 찾아가기도 하고, 건네줄 돈은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집안일을 도맡아 했었다. 이것은 그들이 갚아야 할 빚이었다.하지만 그들이 전사한 대주 병사에게 진 빚은 평생을 바쳐도 갚을 수 없는 것이다.밖에 있는 사람들도 노부인의 말을 듣게 되었고, 이내 라만의 마음처럼 침통해졌다.순간, 다들 라만이 아이를 낳는 일조차 잊은 듯, 전쟁이 가져온 슬픔에 잠겨버렸다.라만은 노부인을 힐긋 보고, 차마 자신의 신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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