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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3651 - Chapter 3660

3751 Chapters

제3651화

냉명여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엄숙히 말했다.“그분들께 장군의 경의를 전하겠습니다.”“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느냐?”냉명여가 답했다.“예. 장군께서는 진심으로 저의 아버님과 의부를 존경하고 계시지요. 사실 북당의 백성들 또한 그분들을 존중하고 있습니다.”대장군은 피식 웃으며 그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았다.“명여야, 네게 배필 하나 소개해 주마. 어떠냐?”냉명여는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습니다.”대장군은 깜짝 놀라 물었다.“그래? 네 나이가 고작 얼마인데 벌써 마음에 둔 이가 있단 말이냐? 누구냐?”냉명여의 눈빛은 갑자기 유난히 부드러워졌다. 그는 어깨 위에 앉은 꼬마 봉황을 살며시 쓰다듬었다.“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는 아직 공개할 생각이 없습니다.”대장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북당은 참으로 훌륭한 젊은이들이 많지 않은가? 한 나라의 미래가 어떠할지는, 그 나라의 소년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진정정 대장군은 더는 경공을 쓰지 않고, 바닥에 내려와 소년과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소년은 과묵한 편이라, 묻는 말에만 간단히 답할 뿐, 먼저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그는 늘 검을 안고 있었고, 봉황 또한 그의 어깨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얌전했다.이 조합은 이상하고 묘하지만, 또 조화로웠다.그 무렵, 다섯째는 어서방에서 전각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원 선생이 들고 온 탕을 두 모금 마시고는, 곧장 내려놓았다.“왠지 모르겠지만, 오늘 밤은 탕이 아니라,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소.”“오늘 밤 술을 마시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래서 이 탕을 미리 올린 것이네. 할머니께서 특별히 간에 좋다고 만드신 탕약이오.”“어찌 내가 오늘 술을 마실 것이라 생각한 것이오?”우문호가 부인을 올려다보았다.“술을 원하기 때문이오.”원경릉이 장난스레 웃었다.“어서 탕약을 마시게.”우문호는 다시 두 모금 마시더니 중얼거렸다.“누구랑 술을 마셔야 한다는 말이오? 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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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2화

오늘 밤 경조부 또한 늦게까지 불을 밝히며 황권을 심문하고 있었다.술에서 이미 독이 검출되었다. 나쁜 속셈이 없었다면, 어찌 굳이 진대룡을 독살하려 했단 말인가?황권은 처음에는 애써 입을 열지 않고, 사실을 감추려 했다. 심지어 주가의 사위로서, 적잖이 인맥을 쌓아왔던 터라, 주가에 사람을 보내 도움을 청할까도 생각했었다.하지만 이번 사건은 태자와 제왕이 직접 관리하고 있었고, 태자가 심문 자리에 오기까지 했다. 황권은 황실의 위압감에 짓눌려 방어하고 있던 마음이 완전히 무너졌다. 특히 그를 찾아왔던 진대룡이 바로 정정 대장군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더 이상 경조부를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았다.자백이, 그의 유일한 출로였다.사실 그는 애초에 오문과 혼인할 생각이 없었다. 오문과 가까이 지낸 것도, 그녀의 돈을 이용해 경중의 권세 집안 자제들과 교류하고, 그들을 발판으로 삼아, 학사의 문하로 들어가려는 심산이었다.권세 자제들과 어울리려면 뇌물이 필수였다. 그의 학식에 심취해 있던 오문은, 그가 시 한 수만 읊어주어도 넋을 잃곤 했었다.그는 또 오문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잣집 규수가 선비를 도와 장원급제를 하게 하고, 결국 장원 부인이 되어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지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은 오문은 언젠가 자신도 장원 부인이 되어 귀한 신분을 얻으리라 꿈꾸게 되었다.비록 오문도 가진 돈은 많지 않았지만, 집안이 부유했기에, 원하는 장신구가 있으면 부모가 모두 사주었다. 심지어 그녀는 진무가 혼인 예물로 보낸 장신구마저 황권에게 넘겨주어, 그가 인맥을 쌓고 관직 길을 열어가도록 도왔다.“그런데 과거 시험이 열리기 몇 달 전, 그녀가 느닷없이 저에게 혼인을 요구했습니다. 제가 정말 장원급제를 하고 나면, 버림받을까 두려워서였지요. 사실 오문은 어리석지 않고, 매우 영리했습니다.”“그때 저는 이미 그녀가 성가셨지만, 여전히 권세 자제들에게 술자리를 마련할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오문에게 혼약이 정해졌다는 핑계로 질질 끌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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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3화

황권은 말을 이었다.“살의란 마치 메마른 초원 위의 불씨처럼, 한 번 피어나니 더는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오문은 혼인할 뜻이 없는 저를 몰아세우며, 그녀를 저버리면 만천하에 망신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그녀의 오만하게 변한 표정을 보고,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습니다. 머릿속은 완전히 하얘졌고, 제 앞길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오문은 몸부림치며 저를 발로 걷어찼고, 저는 바닥에서 나뒹굴었습니다. 저는 바닥에 있던 덩굴을 움켜쥐고, 그녀의 목을 감았습니다. 그녀가 발버둥 쳐서 덩굴이 흘러내리자, 저는 다시 달려들어 두 손으로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가 들려왔고, 저는 겁에 질려 오문을 놓고 곧장 주막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실, 저는 오문이 정말 죽었는지조차 확실치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이 일이 발각된다면 저는 앞길은 물론 목숨까지 잃겠지요. 그 순간, 저는 그녀가 너무도 원망스러웠습니다.”“한 가지 의문이 있네.“태자가 그를 보며 물었다.“그때 분명 당신의 벗들과 주막 일꾼이 주막에서 계속 술을 마셨다고 증언했네. 하지만 내가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 주막과 서루 주루는 적어도 두 리가 떨어져 있네. 자네의 말대로라면, 자네는 서루 근처에서 오문을 기다렸고, 숲에서 말다툼 끝에 오문을 살해했지. 다시 주막으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반 시진은 걸렸을 텐데, 당신의 벗과 주막 일꾼은 자네가 잠시 뒷간에 갔을 뿐이라고 하더군.”황권이 답했다.“저는 숲에서 돌아온 뒤, 불안한 마음에 곧장 뒷간으로 갔습니다. 술김에 비틀거리며 뒷간 안에 틀어박혀 있었고, 한참 뒤 친구가 문을 두드려서야 비로소 나왔지요. 저는 그에게 술에 취해 뒷간에서 잠들어 버렸다고 말했고, 명성에도 영향이 있고 창피한 일이니, 입 밖에 내지 말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주막 일꾼에게도 돈을 주었지요. 이미 주막 일꾼과 잘 아는 사이라, 일꾼도 비밀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찾아온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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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4화

태자가 궁으로 돌아왔을 때, 현명한 그의 부친은 대장군과 함께 인생을 논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문을 두드리고 고개를 들이밀자, 우문호가 웃으며 손짓했다.“자, 우리 큰아들. 어서 와서 네 정정 백부께 인사드리거라.”“백부.”태자가 안으로 들어가 예를 갖추어 절하며 말했다.“오늘 밤 백부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사건의 진실이 비로소 밝혀졌습니다.”정정 대장군이 웃으며 물었다.“심문은 끝났느냐? 자백했겠지?”태자가 답했다.“예. 이미 자백했습니다. 다만 지금은 어떤 형을 내려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아바마마와 백부께 여쭈러 온 것입니다.”“율법대로 하면 될 일 아니냐?”우문호는 어찌 그에게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답했다.“허나, 이번 사건은…”태자는 정정 대장군이 자리에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이야기를 다 듣고 난 우문호와 정정은 눈을 마주쳤다. 겉보기에 평범한 사건 같지만, 꽤 까다로운 문제였고, 머리를 굴려야 하는 일이었다.사건의 관건은 이랬다. 오문이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된 이유는, 넘어진 진무가 덩굴에 휘말렸고, 오문이 시냇물로 끌려간 것이었다.만약 진무가 끌어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누군가가 그녀를 구했을까? 아니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만약 아무런 변수가 없었다면, 결국 오문은 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황권의 죄는 사람을 죽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인 것이 된다.차라리 그날의 사실을 몰랐더라면, 판단은 쉬웠을 것이다.정정 대장군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차라리 모른 척할 수는 없느냐? 황권은 분명 살인 의도를 가졌고, 진실을 밝힌 내막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심지어 범인 자신도 모르는 일이지.”“진실이 이미 드러났으니, 모른 척할 수는 없소. 비록 나도 그자를 당장 베어버리고 싶지만 말이네.”우문호가 대꾸했다. 그러다 문득 눈빛을 반짝이더니, 태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네 어머니를 찾아가거라. 네 어머니가 다른 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 오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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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5화

택란은 모든 과정을 다 들은 뒤 담담히 말했다.“사건의 진실은 황권이 살인 의도가 있었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겼으며, 그 결과 오문이 죽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인지하는 사실은 이러하지요. 하지만 이미 경조부에서 사건을 맡고 있으니, 상황상 그래도 경조부에서 심사 과정을 밟아야지요.”택란은 끝까지 황권을 어떻게 처리할지 말하지 않고,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이튿날 아침, 경조부는 황권이 옥에서 죽은 것을 발견했다. 그는 허리띠를 풀어 스스로 목을 맸고, 죽기 전 벽에 피로 글을 한 줄 남겼다.바로 ‘오문은 내가 죽였다. 죄가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말이었다.황권이 자결로 죄를 인정한 셈이니, 경조부는 그저 심문 과정을 공개하면 될 뿐이었다. 그리고 진무는 그저 사건에서 시신을 발견하고 짊어지고 돌아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진무의 십수 년의 억울한 누명이 드디어 벗겨졌다. 경조부는 진무와 오문의 부모를 관아로 불러,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다. 오문의 부모는 울부짖으며 통곡했고, 후회에 휩싸였다. 그동안 진무를 원망하고 욕한 것이 후회되어, 그들은 진무의 용서를 애원했다.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진무는, 그들의 용서를 구하는 말을 들은 순간에야 눈가에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 그는 목을 몇 번 넘기더니, 애써 참는 표정으로 겨우 입을 열었다.“그만 물러가겠습니다.”진무의 가슴에는 억울함과 원망이 한껏 쌓여 있었다. 십수 년 동안 오문의 부모는 그를 살인자라 욕하며, 진무의 부모님을 고개도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진가 전체가 그 때문에 치욕을 당했다.진무는 수도 없이 억울함을 호소했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사납고 독한 욕설뿐이었다.십여 년 동안, 달마다 두세 번씩은 사람을 시켜 그의 집 앞에 똥물을 끼얹고, 목 잘린 닭을 던지기도 했었다.그가 장가가지 못한 것도 오문을 위하여 몸을 지켰기 때문이 아니었다. 진가에 시집 오려는 여인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문도 물론 목숨을 잃었으나, 그의 인생 또한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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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6화

남자에 관한 주제는 여자들 사이에서 끝이 없었다. 특히 부녀자들이 모이면, 대개는 부군 이야기 아니면 자식 이야기뿐이었다.다행히 이번에는 예외였다. 요부인이 새로운 놀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마작판을 들여오며, 새로 배운 놀이를 함께 즐겨보자고 말했다.그러고는 눈을 반짝이며 훼천이 밖에서 배워온 놀이라고 덧붙였고, 민간에서도 유행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원경릉은 웃음을 터뜨렸다. 다섯째가 심심풀이로 며칠 즐겼던 마작이, 이렇게 퍼질 줄은 몰랐다.원 선생이 미색 집에 머물고 있을 무렵, 궁에서는 크게 연회를 베풀어 황실 종친과 대신들을 청했다. 대주는 북당과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이어왔고, 황제와 대장군의 우정도 돈독했으니, 당연히 성대한 환대가 필요했다.하지만 숙왕부 흑영 어르신들을 연회에 청해 술을 마시자는 초대에, 그들은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흑영 어르신이 답했다.“우리는 이미 술을 끊었다. 게다가 아무나 술상에 부른다고 덥석 따라가진 않는다.”비록 북당과 대주는 사이가 좋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 대주의 무장들 사이는 그다지 돈독하지 않았다.과거 안풍친왕이 대주 군대에 의탁했을 때, 흑영 어르신들도 번갈아 가며 가서 훈련을 도와주었다. 처음에는 대주군이 양식과 봉급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막상 가 보니 먹고 자는 것만 보장될 뿐, 돈은 주지 않았다.숙왕부 사람들에게 일을 거드는 건 대수롭지 않았지만, 일을 했는데 품삯이 없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처음엔 우문호도 이런 사정을 몰랐다. 그래서 서일을 직접 보내 어르신을 청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서일은 도착하자마자 붙잡혔다. 흑영 어르신은 그의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호통쳤다.“너도 무장이냐? 무장이라면 대주의 무장들과 술자리를 함께하지 말거라. 술을 마시고 싶다면, 우리 주군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한테 밀린 돈부터 갚아야 해.”서일은 당황했다.“이제 와서 품삯을 달라는 것입니까? 어찌 예전에는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남의 땅이니, 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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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7화

이리 나리는 나중에야 이 사정을 알게 되었고, 스승에게 왜 그때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사실대로 말했다면, 그분들도 분명 동의하셨을 것이다.그러자 스승은 씁쓸하게 그들에게 빚을 져야만, 오래도록 곁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그때 스승의 얼굴에는 이리 나리가 읽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고, 지금 떠올려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은 흑영 어르신들 마음속에 늘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그들은 대주가 그들의 품삯을 떼먹었다고 생각했고, 몇 차례 추궁한 끝에야 겨우 식사만 조금 나아진 정도였다.그들 사이의 애증은 남들이 헤아릴 수 없고, 윗세대의 선택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이리 나리는 돈을 줄 생각이 없었다. 만약 돈을 주면, 안풍 친왕 부부의 죄책감은 사라질 것이고, 어쩌면 단약조차 다시는 구해 오지 않을지도 몰랐다.“이 품삯은 그냥 빚진 채로 두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야 마음에 화를 품고, 하루라도 돈을 받지 못하면 내키지 않아, 평소 기대할 것이라도 있지 않겠습니까?.”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잔을 들어 올렸다.“자, 건배하시지요.”이 작은 소동은 연회의 흥을 깨뜨리지 못했고, 화제는 곧 다른 쪽으로 옮겨졌다. 흑영 어르신들의 밀린 품삯 이야기는 금세 뒷전으로 밀려났다.숙왕부에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일을 풀어주었다. 서일은 유난히 잘 먹는 사내였다. 게다가 아침부터 연회가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끼니를 걸렀기에, 저녁엔 완전히 굶주려 있었다.사람을 잡아뒀다면 먹이는 것도 당연지사. 하지만 왕부의 고기는 먹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었다. 원 할머니가 고기를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그래서 하루 먹을 양이 정해져 있었는데, 서일은 무려 두 대접이나 먹어 치우고도 여전히 부족하다며 투덜거렸다. 결국 그를 더 붙잡아 둘 수 없어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역시, 인질을 잡아두려면 그만한 자본이 필요한 법이다.그들에게도 비록 어느 정도 자본이 있었지만, 서일 같은 자에게 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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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8화

북막의 속내는 이미 우문호와 정정에게 훤히 꿰뚫렸다.사실 이 대륙의 모든 나라들은 북막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리적 이유도 있지만, 그들의 뼛속에는 침략 본능이라는 악습이 박혀 있었다. 어느 나라든 약간의 균열만 보이면, 그들은 틈새를 파고들어 피를 빨아먹으려 했다.북막의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모두 냉혹하고 잔인했다. 게다가 북막의 백성들조차 오랜 세월 조정의 교화 속에서 침략은 죄가 아니라고 여기며 자라왔다. 나라가 강해지려면, 약탈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이다.“방비를 더욱 강화하오.”정정이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소. 이렇게 찾아와 알려줘서 고맙네.”“꼭 단정할 수는 없소. 아직은 건곤검과 마음이 통하는 것이 아니니, 내 감지가 잘못되었을 가능성도 있소.”정정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가 이틀이나 망설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나라의 방어 태세는 구호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병력을 재배치하고, 대오를 준비해야 하니, 그의 한마디에 수많은 병사가 바삐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다.“변방의 병력을 다시 준비해야겠소. 그동안 바뀌지 않았으니, 북막 쪽에서 상황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알 것이오. 이번 기회에 진법 훈련도 시켜야겠소.”“맞소.”나라가 부유할수록 방어의 병력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북막은 여러 나라를 탐내고 있었다. 특히 국경을 맞댄 북당을 특히 중점적으로 노리고 있었다.이내 병부에서 군령이 발송되었다. 안왕과 위왕은 원래 강북부만 지켰지만, 이제는 다섯 도성까지 지켜야 했다. 그곳은 주둔 병력이 적었고, 대부분은 강북부에 몰려 있었기에, 황제의 명을 받은 병부는 다섯 도성에도 병력을 상주시켰다.안왕과 위왕은 바빠졌지만, 다행히 호 대장군도 함께 있었고, 황자와 공주들이 길러온 장수들도 각자 제 역할을 해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이어 군사 훈련이 시작되었다. 첫째는 성을 지키는 법, 성만 지켜낸다면 산악전은 애초에 필요 없었다.위왕은 심지어 금나라까지 직접 찾아가, 그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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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9화

이번 전쟁은 손쉽게 승리로 끝났다. 그래서 우문호는 태자가 직접 전장에 나가 장군으로서 경험을 쌓게 하려던 뜻을 이루지 못했다.그는 돌아와 원경릉에게 말했다.“나는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소. 하지만 현실이 늘 그렇듯, 전쟁은 피할 수 없는 법. 훗날 변방에 전쟁이 나면, 태자를 보내 단련시키고 싶소. 한 번 전쟁터를 겪고 나면, 사람이 훨씬 성숙해지기 마련일세.”사실 태자는 이미 충분히 성숙했지만, 직접 전쟁을 겪어야 비로소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특히 황제가 될 사람이라면, 이 점을 반드시 뼈저리게 알아야 했다.우문호가 조정에서 말했던 것처럼, 전쟁을 잊으면 위태로워질 것이다. 안락한 나날에 익숙해져 백성, 신하, 황제가 전쟁을 무관하다고 여긴다면, 그 순간부터 어려운 날들이 시작되는 것이다.원경릉은 충분히 동의했다.“태자는 군영에서 한동안 단련을 받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실전 경험이 부족하오. 태자나 황제가 된 뒤, 필요하지 않은 한 직접 출정할 일은 없지만, 칼을 갖고도 쓰지 않는 것과 아예 칼이 없는 것은 다른 법이오.”우문호는 안도하며 웃었다.“당신이 아들을 아끼느라 반대할까 봐 걱정했네.”원경릉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들을 아끼지만, 앞날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법. 훗날 황제가 되어 북당 전체를 짊어질 사람이라면, 걱정을 마음속에 묻어두는 것이 나을 것이오.”“우리 아이들은 누구든 다 제 몫을 잘 해낼 걸세.”아이들 이야기를 하던 우문호는 문득 현대의 세 아이가 떠올랐다.“현대에 있는 아이들이 생각나는군. 공부는 잘하고 있으려나?”“며칠 뒤, 할머니를 모시고 검진받으러 갈 때, 틈내서 들러 볼 생각이오.”“혼자 갈 수 있겠소?”“괜찮소. 아이들이 왔을 때 함께 쉴 수 있도록, 며칠 일정을 비워놓게.”우문호도 워낙 바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 안전에 유의하게.”“알겠소.”원경릉은 그의 곁에 기대어, 여학당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처음엔 반대하던 대신들도 이제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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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0화

며칠 뒤, 원경릉은 할머니를 모시고 귀향길에 올랐다.우문호는 기어코 경호까지 배웅하겠다고 고집했고, 아이들도 당연히 따랐다.원경릉은 아이들에게 당부했다.“며칠 뒤 바로 돌아올 것이다. 다들 말을 잘 듣고, 절대 아버지를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흰 절대로 아버지를 화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아이들이 입을 모아 답했다.그 말에 원경릉은 마음이 뭉클했다. 딸은 어느새 자신보다 키가 커 있었고, 두 아들도 아버지만큼 훤칠하게 자라 준수한 외모까지 부족한 것 없었다. 이런 빼어난 자식들이 자신의 아이들이라니, 원경릉은 때로는 꿈같이 느껴졌다.하지만 이런 생각을 너무 자주 하다 보니, 결국 아이들의 미모가 뛰어난 것이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옆에 서 있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다정하고 아쉬움이 담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경릉의 마음은 순간 행복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아이들과 할머니가 보는 것도 잊고, 부군을 한 번 꼭 껴안았다.뜻밖의 애정 표현에 우문호는 깜짝 놀랐다. 평소 아이들 앞에서 원경릉은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오히려 그녀가 더 고지식한 사람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뒤쪽에서 서일이 고개를 내밀며, 황후와 대화할 기회를 노렸다. 오는 내내 황후는 마차 안에 있었고, 그는 수레를 모느라 말을 붙이지 못했다.하지만 경호에 도착하자마자 황제가 또 나서서 작별 인사를 나누니, 정말 답답했다.부부가 떨어지자, 서일이 재빨리 다가와 공손히 목록을 내밀며 말했다.“황후 마마, 가시는 길 안전하길 바랍니다. 돌아오실 때도 안전 유의하십시오.”원경릉은 그 목록을 펼쳐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직접 간다고 해도 모두 사 들고 오지 못할 것이다. 적당히 골라서 사오마.”“그럼…”서일이 머리를 긁적였다.“사식이의 물건은 꼭 사다 주셔야 합니다. 애들 것들은 안 사 오셔도 괜찮습니다.”서일은 여전히 예전처럼 사식이만 특별히 아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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