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명의 왕비: Bab 3681 - Bab 3690

3697 Bab

제3681화

우문소는 한참 동안 라만을 안고 있다가, 그제야 아이를 보고 싶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흑영이 아기를 안은 채 멍하니 눈시울을 붉힌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다시 라만과 시선을 마주하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흑영, 자네 안에서 죽기라도 한 것이오? 어찌 아직도 애를 안 보여주고 있소?”밖에서 귀영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울려왔다.장막의 문이 살짝 들리자, 다들 흑영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다들 흑영이 아이를 안고 금방 밖으로 나와, 아이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건만, 멍하니 안고만 있다니? 다들 화가 솟구쳤다.“아직 씻기지도 않았네.”흑영은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아기를 노부인에게 돌려주었다.“아이가 너무 나른한 데다, 난 아직 아이를 씻기는 법도 모르네…”하지만 그는 앞으로 아기 목욕은 자신이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가 감히 이 일을 빼앗아 가려 들면, 그땐 주먹으로 대꾸할 것이다.큰 호랑이도 머리를 들이밀어 보려 하고, 설랑들도 바닥에 앉아 눈을 떼지 못했다. 밖에도 한 무리의 설랑이 있었으나, 안으로 못 들어와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인간들도 다 들어갔는데 어찌 우리만 못 들어가는 것인가? 설랑을 이끄는 사람이 아이를 낳는데, 인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만은 침상에 누운 채 배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배가 별로 줄어들지 않았기에, 농담조로 웃으며 말했다.“아직 다 낳지 않은 것 같소. 배 안에서 뭔가 또 움직였소.”우문소는 라만의 배에 손을 대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설마…우문소가 입을 열기도 전, 흑영이 등을 돌린 채 말했다.“정상이오. 아이를 낳고 나면 방귀가 나오니, 힘껏 뀌면 괜찮은 법.”금호는 이빨을 드러내며 머리로 곧장 흑영을 들이받아 밖으로 내쫓았다. 고기를 적게 먹었다고, 말까지 막 하다니?설랑들은 라만 주위에 빙 둘러앉아, 그녀의 배를 킁킁거리며 흥분한 듯 울부짖었다.아직 더 남았다!우문소와 라만의 안색은 순간 경건하면서도 걱정으로 물들었다. 둘이라니? 젖은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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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2화

이때에야 비로소 우문소 역시 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는 순간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가슴속의 흥분과 격동은 멈추지 않았다.“부인, 지난 여덟 달 동안 고생했소. 이제부터는 내가 고생할 차례요. 내가 아이들을 먹여 살리겠소.”‘먹여 살린다’는 말은 듣기만 해도 살림살이가 궁핍한 것이 느껴졌다.하지만 누가 한꺼번에 둘이나 낳을 줄 알았겠는가? 이전에 의원에게 검진받았을 때도, 그저 회임한 것만 알아냈을 뿐, 다른 건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게다가 라만도 둔감한 편이라, 회임하고 지금껏 태동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이 상황은 뜻밖이었다.밖에서는 이미 솥을 올리고 닭고기가 들어간 국을 끓이고 있었다. 큰 솥으로 아기를 씻기고 난 뒤, 그대로 국을 끓이는 데 쓰였다.흑영은 여인이 아이를 낳으면 산후조리를 해야 하고,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가진 건 없어도, 모두가 힘을 합치면 라만의 제대로 된 몸조리는 도울 수 있었다.하지만 국에는 그저 닭고기만 넣었을 뿐, 더 넣을 것도 없었다.노부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노부인이 아이를 낳던 시절, 아이를 낳은 다음 날에 바로 옷을 씻으러 강가에 갔었다. 하지만 좋은 것을 원하는 것도 인지상정. 게다가 부려 먹을 사내가 이렇게 많으니, 편히 지내는 것도 좋은 일이다.섬전위는 노부인을 모셔다드리는 임무를 맡았다. 노부인은 떠나기 전 다시 북당 전장에 가거든 자기 아들에게 술 한 잔 올려 달라고 당부했다.섬전위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사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오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일을 마치기 전에는 결코 가벼이 약속해서는 안 되는 법.우문소와 라만에게 더 시급한 과제는 아이들의 이름을 짓는 일이었다. 장인이 이 소식을 알게 되면, 분명 이름을 직접 지으려 할 것이다.이름을 장인에게 맡기더라도, 아명만큼은 그들이 직접 정해야지 않겠는가?아명을 짓는 일도 쉽지 않았다. 너무 촌스러워도 안 되고, 너무 화려해도 장인이 지은 이름과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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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3화

기대할 가치가 없는 것이 또 있었으니. 그건 바로 그녀의 젖이었다.국을 마시고 한참을 애써 짜내 보았지만, 끝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밭을 열심히 가꾸었는데, 쌀 한 톨도 거두지 못한 격이니, 이보다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그래도 설랑이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굶어 죽을 수도 있었다.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니, 유모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벌써 미음을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라만은 스스로를 위대한 어머니라고 생각하기도 민망했다. 회임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고, 심지어 회임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출산까지 겪은 나날도 짧았다.라만은 그 생각만으로도 서글펐다. 그녀는 한참 울적함에 빠져있다가, 못내 멈칫했다. 설마 이게 바로 산후우울증인가…?우울감에 빠져들기도 전, 곧바로 행군 준비가 시작됐다. 다들 각자 마차에 올라탔고, 죄수도 죄수 차에 실렸다.우문소는 라만을 품에 안았고, 흑영과 섬전위는 각자 아이들을 안았다. 그렇게 모자 3인은 마차에 자리 잡았다.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라만은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았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모르겠지만, 마차에는 포근한 솜이불이 깔렸고, 마차 안의 좌석도 모조리 뜯어내 작은 침상처럼 꾸며져 있었다.아한과 소검은 자리에 눕자마자 곤히 잠들었다. 그들의 작은 얼굴은 윤곽이 뚜렷했고, 벌써 누구를 닮았는지 티가 났다.눈은 라만을 닮았고, 나머지는 거의 우문소를 닮았다.라만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대주 수도를 떠나기 전까지도 그녀는 바쁘게 지내던 여장군이었는데, 귀성길에는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어머니가 되었다니.더군다나, 아이가 하나일 거라 생각했는데, 둘을 얻지 않았는가?이건 마치 물건을 하나 샀는데, 덤으로 하나를 더 받은 기분이었다.그런데 그 덤도 먹이고 입혀야 하니, 결국은 강아지 사러 갔다가 고양이까지 얻은 셈이었다.우문소는 틈틈이 마차로 들어와 부인과 아이들을 살폈다. 그는 진지한 척 늘 미간을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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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4화

뒤에 줄 서 있는 사람이 많아, 의원은 얼른 아기를 안고 돌아가라고 했다. 게다가 이제 젖 먹일 시간이었다.의원은 조산에 이렇게 건강한 아이를 낳았는데, 불평할 것이 뭐가 있냐고, 그들을 철없다고 홀로 중얼거렸다.우문소는 약도 없이 돈만 두 냥 나가자, 괜히 아까웠다. 그래서 의원에게 라만의 몸보신을 위해 약을 지어 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막 출산한 몸이니, 조리가 필요하지 않은가?그러나 의원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부인의 안색이 좋은 것으로 보아, 평소에도 부족함 없이 잘 먹은 것 같으니, 따로 보신할 필요는 없소. 고기가 있으면 고기를 먹고, 계란이 있으면 계란이나 먹으면 되네.”방금 아기를 안고 성큼성큼 들어오는 모습으로 보아, 갓 아이를 낳았다고 믿기도 어려웠다. 워낙 몸이 좋으니, 보약을 쓰는 것이 오히려 돈 낭비였다.그들은 의원을 나섰다. 참... 의원은 좋은 의원이지만,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우문소 일행은 하는 수 없이 다른 의원을 찾았고, 그곳에서도 똑같이 징을 쳤다. 다들 이번에 아기의 눈동자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눈동자가 살짝 움직인 건가? 그저 빛이 반짝인 게 아닌가?중년 의원은 약을 처방해 주며, 아기의 얼굴과 몸에 황달이 올라오면 그때 약을 먹이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먹일 필요 없다고 했다.흑영은 의원을 따라다니며 아이가 울지 않는 것과 들리지 않는 문제를 캐물었고, 의원은 성가신 듯 외쳤다.“자네가 말한 건 나도 못 고치네! 태어날 때부터 있던 병인데, 누가 고칠 수 있겠나?”태어날 때부터 있던 병이라니? 심각한 듯한 상황에, 다들 마음이 무거워졌다.라만이 힘겹게 여덟 달 반을 채워 낳은 아이가 병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누가 쉽게 받아들이겠는가?우문소도 마음이 괴로웠으나, 애써 라만을 위로했다.“아직 단정할 수 없소. 겨우 검사 몇 번으로 병이 있다고 확정지을 수 없소. 경성에 돌아가서 다시 의원을 찾아야겠소.”라만은 놀란 듯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뭘 그리 걱정하는 것이오?”다들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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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5화

별일 없으니, 다시 길을 떠나야지 않겠는가?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아기가 귀머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라만이 설랑을 불러 젖을 먹이려 할 때마다, 아이들이 기대에 가득 찬 듯 손발을 휘저었기 때문이다.매번 젖을 먹일 때면, 다들 안팎으로 빙 둘러서 구경했다. 아이가 볼이 불룩하게 부풀 때까지 힘차게 젖을 빠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던지.라만은 국을 더 많이, 더 열심히 마시고 젖을 내어, 직접 아이에게 젖을 먹이려 했지만 다들 한결같이 반대했다.설랑이 젖을 먹이는 것은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지만, 라만이 먹이면… 구경은 할 수 있어도, 아마도 우문소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라만은 애써 노력해 봐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국을 많이 마셔도 젖이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이에게 먹이려 했지만, 아이가 힘껏 빨아도 한 방울도 나오지 않으니,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결국 다시 설랑에게 아이를 넘기고 나서야, 아이들은 즐겁게 젖을 먹을 수 있었다.라만은 몹시 낙심했으나, 흑영이 그녀를 위로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면, 라만의 몸매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의 말에 라만은 혼비백산했다. 흑영은 비록 말을 거칠게 하는 성격이었으나, 여인의 사정에 관해선 유독 해박했다.라만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젖도 얼마 없으니, 괜히 아이에게 붙잡혀 일도 못 하는 것보단 나았다.그들은 마침내 경성으로 돌아와, 관아에 대주 친왕을 넘겼다. 친왕은 턱뼈가 부서져, 아직 낫지 못해 말도 못 하고 침만 흘릴 뿐이었다.경조부에서 사정을 물었으나, 적성루의 장수들은 모두 모른다고 잡아떼었다. 어차피 그곳에서 심문도 끝났으니, 경성에서는 목을 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그러니 대주 친왕의 머리만 남아있으면 임무는 다한 셈이었다.대주 태후는 라만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금과 옥으로 된 목걸이, 장명쇄, 비단과 이불, 저택까지 하사하였다.아이를 낳기 전까지, 그들에게는 저택이 없었다. 그래서 다들 군영이나 홍관에서 지내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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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6화

장수들은 비록 우문소의 행동이 바르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교활하기로 유명한 우문소조차도 무서워하는 사람이니, 그들이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다들 그저 투덜거리며 한쪽에 쪼그려 앉아, 새 이름을 지을 때까지 기다렸다.라진은 붓을 크게 휘두르며 ‘진예’, ‘진려’ 두 이름을 써 내려갔다.다들 우르르 몰려들었고, 역시 배운 사람답게 글부터 복잡하다고 감탄했다.아는 글이 어린아이만도 못한 섬전위는 점쟁이처럼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흠, 우문 진예, 우문 진려라... 도합 네 글자니, 일반적인 세 글자보다 더 위엄 있소. 자, 먼저 글부터 보자면… ‘진’의 획은 좌우 구조로 나뉘어 있고, ‘예’는 상하 구조로 나뉘어 있으니, 각자 두 방향을 가리키고 있네. 합치면 동서남북이 되는 셈이니, 이른바 사방을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오? 남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네.”다들 그의 말이 그럴듯하다며 수긍했다. 특히 글의 획과 구조부터 사방을 제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매끄럽게 이어가는 말솜씨가 워낙 자연스러워,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었다.“그리고 진려를 보자면... 진짜라는 말과 비슷한 ‘진’에 대단할 ‘려’자까지. 정말 대단하다는 뜻이 아닌가? 우문 집안사람들이 정말 대단하고, 우문 집안의 장수들도 대단하다는 뜻도 되니, 우리까지 한마디 칭찬하는 것 아닌가? 얼마나 너그러운 마음을 품고 있는 이름인가? 여자아이라면, 바다처럼 모든 걸 품는 아량이 있어야 하네. 그러니 우리 아한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지.”섬전위의 말에, 순간 다들 존경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우문소와 라만은 서로를 보며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섬전위는 황당한 말도 아주 진지하게 내뱉고, 스스로 자기가 한 말을 굳게 믿을 정도로 뻔뻔스러움이 이미 정점에 달했다. 그의 자신감과 느끼한 모습에, 우문소와 라만은 당장이라도 흙을 집어 던질 지경이었다.하지만 라진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좋다. 이 두 이름은 그렇게 풀이하는 게 맞아. 섬전위야, 앞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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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7화

“네 엄마는 새집 인테리어를 감독하고 있다. 아기방도 마련돼 있으니,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지.”라진은 딸의 마음을 잘 알기에,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데려간다고요? 누가 돌보는데요?”놀란 기색이 역력한 라만은 고개를 돌려 되물었다.“우리가 돌보지.”라진은 아기 볼을 살살 건드리며 말했다.“우리도 나이가 들어서, 네가 곁에 없으니 외롭더구나. 두 아이가 곁에 있으면, 이 늙은이도 그곳에서 적적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아직 힘이 남아 있을 때, 너희를 도와줘야지 않겠어? 그래야 너희도 일에 전념할 수 있지.”“늙은이요?”라만은 그의 말이 괜히 불쌍하게 들려 못마땅했다.“그래, 늙은이지. 어느새 나도, 네 엄마도 늙었구나.”라진은 한숨을 내쉬며 아쉬움과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네가 옆에 없으니, 매일 서로 마주 보며 눈만 껌벅이고 있다…”라만은 재빨리 그의 말을 끊었다.“제가 돌아가면 됩니다...”라진 역시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난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온 것이다. 다른 일이 없다면,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자.”라진은 늙은 척도, 짠한 척도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만 말했다.“싫습니다.”라만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태도가 아무리 굳건하다고 해도,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게다가 그녀의 편을 들어줄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금호와 설랑의 도움도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길 이유도 없었다.“싫다니?”라진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예. 제가 직접 키울 거예요.”그녀의 말에 그는 순간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고?“확실해?”“확실하죠. 저희가 애 키우는 걸 못 하는 것도 아닌데요.”라만은 단호하게 답했다.라진은 그녀의 말에 조금 감동하였다.“좋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직접 키우거라.”라진은 우문소와 라만이 아이를 돌보는 것을 힘들어하고, 아이를 귀찮다고 내팽개칠까 봐 딸을 돕는 셈 치고 아이들을 데려가려 했었다. 하지만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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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8화

아이를 외가로 보내지 않기로 했으니, 라만의 어머니도 직접 손주들을 보러 왔다.늘 강인하던 어머니는 아기들을 보는 순간, 몰래 눈물을 훔쳤다.라만은 뒤에서 어머니를 안아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어머니,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를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어머니는 라만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참, 이제야 딸이 부모의 은혜를 아는구나 싶었다.다들 여자는 어머니가 되면 금세 성숙해진다고 하더니, 라만의 어머니는 그 말이 정말 정확하다고 생각했다.감동한 어머니에게, 라만이 나지막이 속삭였다.“어머니, 아이들을 데려가시지 않으니, 새집 인테리어는 그만두세요. 그 돈을 차라리 저한테… 아니, 두 손주에게 주시지요. 이곳 물가가 워낙 높으니, 저와 부군의 품삯으로는 아이를 키우기 벅찹니다.”어머니는 그녀를 밀쳐냈다. 딸은 성숙해지지도, 철들지도 않았고, 심지어 부모님의 은혜에 고마움을 품지도 않았다. 딸은 여전히 배은망덕한 계집애였다.결국 라만의 어머니는 불만을 삼키며, 그들에게 필요한 가구와 침구를 마련해주었고, 장수들에게 겨울옷과 신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부엌에 은사탄을 가득 쌓아주었다. 태평성대인데도 여전히 궁핍한 생활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어머니의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라만의 부모님은 그곳에서 며칠 머물다 떠났다.우문소의 새로운 저택은 북당왕 대장군부로 불렸다. 북당의 친왕일 뿐만 아니라, 대주에서 대장군 작위까지 받았으니, 우문소는 대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두 나라의 태후들도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 늘 사람을 보내어 살피게 했다. 그렇게 처음 두세 달은 늘 집안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우문소도 일과가 끝나면 서둘러 집에 돌아가 아이들과 노는 것을 즐겼다.그제야 다들 집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흑영은 이제 아기 목욕 솜씨가 대단히 능숙해졌다. 아이 머리를 감길 때, 다리를 받침 삼아 아기를 눕히고, 손으로 머리를 받쳐 든 채 작은 국자로 따뜻한 물을 부어, 아이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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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9화

라만은 직접 흑영에게 물었다.“요즘 자꾸 온가에서 찾아왔는지 물었다고 알고 있네. 혹시 온 아가씨를 기다리는 것이냐?”흑영은 두 손을 뒤로 머리에 괴고 태연하게 말했다.“기다리다니, 무슨 말씀입니까?”흑영은 말을 마치고,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라만은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 무심한 척할수록, 속으로는 더욱 마음에 두고 있을 것이다.보아하니, 더는 홀몸으로 지내고 싶지 않고, 짝을 원하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온 아가씨가 흑영을 마음에 들어 할까?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도 흑영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틀 후, 예부 상서 부인이 친히 중매쟁이를 데리고 장군부로 찾아왔다. 예부시랑의 딸, 온 아가씨의 혼담을 꺼내기 위해서였다.그리고 예부시랑 댁에서 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흑영이었다.그날 거리에서 흑영의 도움을 받은 뒤로, 온 아가씨는 줄곧 흑영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집안에 흑영의 부인이 되어, 아이까지 낳고 싶다고 한 것이었다.온가에서도 이 혼사를 대단히 중히 여겼다. 예부시랑을 직접 관리하는 상서의 부인까지 청해, 혼담을 전할 정도라니? 용태후 덕분에 대주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교적 개방적이었다. 그래서 많은 여인들이 스스로 행복을 좇고 있었다.혼사를 청하러 왔을 때, 장군부의 사내들은 전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고, 라만과 설이, 랑이, 그리고 용태후가 보낸 아이를 돌보는 시녀들만 있었다.라만은 우선 흑영의 뜻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흑영이 부인을 맞이하는 것이니, 어느 정도 예물도 마련해야 했다.하지만 그들의 집안 사정에, 예물을 준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예부시랑 댁에서 흑영을 데릴사위로 들이겠다고 한다면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그래서 라만은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온가에서, 데릴사위를 들일 생각은 없는지요?”상서 부인과 중매쟁이는 의아한 듯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혹시 왕비의 대주어가 아직 능숙지 않아서, 뜻을 잘못 전한 게 아닌가 싶었다.중매쟁이가 애써 웃으며 물었다.“왕비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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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0화

우문소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온가에서 정말로 혼담을 전하러 왔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소용없소. 흑영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지.”우문소는 한숨을 쉬었다.“흑영의 뜻을 모르겠소... 요즘 온가에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네. 난 그가 왕유월과 잘 될 줄 알았소. 듣자 하니 왕유월도 여전히 흑영을 기다리고 있소.”“흑영은 왕유월에게 뜻이 없을 것이오. 왕유월이 인색하고 속이 좁다고 생각하고 있었소.”“그가 어찌 감히 남의 인색함을 탓할 수 있소? 궁핍한 자기 꼴은 생각지도 않고. 그 꼴에 좋다는 여인이 있는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어찌 그리 요구가 높단 말이오?”“어쨌든 흑영의 뜻을 물어봐야 하네. 만약 흑영도 온 아가씨를 마음에 품고 있다면, 어떻게든 예물을 마련해야 하오.”우문소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온가에서 데릴사위를 원할 수도 있지 않소?”라만은 눈살을 찌푸리며 우문소를 꾸짖었다.“물어봤소. 온가는 아가씨를 시집보내려는 것이네. 그러니 그런 생각 하지 마시오. 데릴사위가 되면 흑영의 자존심은 어찌하겠소? 너무 하지 않소?.”우문소는 생각이 깊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며, 머쓱하게 웃었다.“하긴 사내의 존엄도 중요한 일이오. 하지만 데릴사위와 자존심은 별 상관이 없네. 다 흑영의 뜻에 달린 일이지.”두 사람은 바로 흑영을 찾아 나섰다. 이 일은 본인의 의견을 물어봐야 했다.흑영은 아이를 씻길 온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건 흑영이 일을 마치고 장군부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아이 목욕은 너무 늦으면 안 된다.다른 장수들도 집안일로 바빴다. 용태후가 사람을 보내긴 했지만, 시녀는 아이 돌보는 일만 거들 뿐 장수들을 돌보진 않았다._x000B_게다가 다들 주인의 위엄은커녕, 시위로서의 모습도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다 돌보려고 하면 하인을 얼마나 더 들여야 하는가? 게다가 비용도 큰 문제였다.만약 장수들에게 돈을 부담하라고 하면, 그들은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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