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라가 산책하다가 우연히 그녀의 월세방 근처까지 왔다고? 하예진은 절대 안 믿었다.일부러 그녀를 찾아온 게 틀림없으니까.하예진은 신나게 뛰놀고 있는 아들을 보다가 노동명도 힐긋 바라봤다.“사모님, 저 지금 밖이에요.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그래요? 혼자 있어요?”윤미라가 상냥하게 물었다.그녀는 하예진의 전화번호를 몰라서 남편과 함께 일부러 하루 토스트까지 찾아가 간판에 적힌 번호대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빈이랑 함께 한빛 마트 3층에 있어요. 여기 키즈 카페가 있는데 아이가 무척 좋아하거든요. 마트 입구에서 우연히 동명 씨도 만나서 지금 같이 있어요.”윤미라는 아들이 또 한 번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성사해 하예진에게 질척대는 걸 알아채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다만 그녀는 하예진에게 화내지 않고 차오르는 울화를 꾹 짓누르며 겨우 말을 이었다.“동명이가 거기에 있다니 그럼 동명이더러 우빈이 잘 보고 있으라고 하고 우린 따로 만나서 얘기나 나눌까요?”일부러 하예진을 찾아왔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하예진은 윤미라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통화를 마친 후 그녀는 노동명에게 말했다.“동명 씨, 저 잠깐 볼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여기서 우빈이 잠시만 돌봐주세요.”노동명은 이미 엄마가 전화 온 걸 알아챘다.엄마가 그녀를 만나자고 한 이상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예진아, 나랑 같이 가. 같이 가서 우리 엄마 만나.”“우빈이는요? 이제 막 들어가서 실컷 놀지도 못했어요. 애 아빠가 놀아주겠다고 해놓고선 내팽개치고 가버렸어요. 겨우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데 대뜸 데리고 가면 밤새 속상해할 거예요.”하예진은 윤미라가 자신을 찾는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다.노동명이 따라오겠다고 하니 그녀는 마지못해 아들을 내세웠다.이에 노동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동명 씨, 부탁이에요. 저 금방 돌아와요.”하예진은 더는 그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스쿠터 열쇠를 챙긴 후 자리를 떠났다.“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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