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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1화

탁무범이 임건우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 이... 이거 무슨 상황인가요?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는데요. 아무리 작은 사모님께서 원혈의 영향을 받았다 해도 이 원혈은 특정 혈통에만 작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도무지 말이 안 되는데요?”임건우 역시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임건우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혹시...”임건우가 말을 시작하려 하자 탁무범이 그를 받아쳤다. “작은 사모님께서도 어떤 특별한 혈통을 지녔고 아주 깊이 감춰진 고대 혈맥이라 이런 큰 반응을 일으킨 건 아닐까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로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이청하는 만인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기꺼이 몸을 던져 독을 시험했다.모든 것이 해독제를 얻기 위해서였다. 임건우는 이청하를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임건우가 속으로 아무리 마음 아파도 이청하의 부탁을 완수해줘야 했다.임건우는 서둘러 이청하에게 달려가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이청하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 의해 손이 튕겨 나가고 말았다.“수라의 마기!”“엄청난 마기야!”그때 갑자기 이청하가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다. 눈동자는 온통 검게 물들었던 것이 살짝 돌아와 이번엔 붉은색으로 빛났다.이청하가 빠르게 말했다. “건우야, 어서! 내 심장이 원혈을 분리하고 있어. 빨리 피를 뽑아!”임건우는 지체할 수 없었다.임건우는 즉시 이청하의 손목을 잡고 피를 뽑으려 했지만, 이청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가 아니야, 여기를!”이청하가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뭐? 그건 너무 위험해.”“넌 날 살릴 수 있잖아. 얼른! 지금 아니면 늦어!”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심장에 바늘을 찔러 넣었다.이청하는 몸을 격렬하게 떨었지만, 한 마디 비명도 내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임건우가 한 관의 심혈을 모두 뽑아낼 때까지 이청하는 그제야 이를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쾅!실험실의 창문이 모두 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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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2화

“꿈이었나?”임건우는 대수롭지 않게 물으며 이청하의 기운을 살피고 맥을 짚었다.참으로 이상했다.조금 전의 그 강렬한 기세와 엄청난 에너지가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마치 꿈이라도 꾼 듯한 기분이었다.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임건우와 탁무범은 서로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눈에서는 똑같은 충격이 엿보였다.그때 이청하가 입을 열었다.“꿈이 아니야. 아마도 그 원혈의 주인을 본 것 같아.”“뭐라고?”“원혈의 주인?”임건우는 놀라며 이청하를 바라보았다.그러다 조금 전 그 순간이 떠올랐다.이청하가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한 그 눈빛,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그 차가운 시선은 누구든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그 순간의 이청하는 분명 그녀 자신이 아니었다.임건우는 확신했다.이청하의 영혼이 심각한 영향을 받았고 그 의지는 이청하의 것이 아니었다.그렇다면 이청하는 정말로 원혈의 주인을 본 것이었다.그 원혈에는 주인의 의지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임건우가 말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괜찮을 거야. 이건 아마도 아수라족의 고귀한 혈통에서 남겨진 의지일 거야. 네가 본 것도 그 의지였을 거야.”이청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사람은 지위가 정말 높은 것 같았어. 마치 여왕처럼 보였어. 그 사람의 말은 우리와 다르지만 이상하게도 알아들을 수 있었지. 아마 이렇게 말한 것 같아... 삼천 년의 준비, 이제 내 것을 되찾을 때가 왔다. 7일 후, 공격이다.”“음... 그건 그녀의 기억이었을 수도 있어.”이청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나서 재빨리 말했다.“자기야, 그 혈액은 잘 보관됐어?”임건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잘 보관됐어. 우선 네 몸 상태부터 검사해 보자. 특히 이번 혈액은 심장에서 채취한 거니까 더욱 신중해야 해.”“알겠어!”이청하는 탁무범을 힐끗 보며 말했다.“탁 선배님, 잠시 나가 계셔줄 수 있어요?”탁무범은 어색하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곧이어 이청하는 외투를 벗으며 임건우의 검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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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3화

시간이 이 순간에 영원히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마침내 이청하는 부끄러운 듯이 임건우를 밀어내며 살짝 그를 바라봤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응? 왜?”이청하는 임건우를 흘겨보고 가방을 챙겨 나가버렸다.임건우는 코끝을 만지며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한 시간 후 실험실 안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성공이다!”“하하,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분명 성공할 줄 알았다니까!”임건우와 이청하는 기쁨에 겨워 서로 껴안고 뜨겁게 입을 맞췄다.무려 삼일 밤낮을 꼬박 새우며 이청하는 몸을 던져 독을 시험하다가 목숨을 잃을 뻔하기까지 하면서 드디어 해독제를 분리해낸 것이다.이 해독제는 아주 기묘한 성분으로 보통 방법으로는 절대 합성할 수 없는 물질이었다. 현대 과학으로도 도저히 생산할 수 없다고 봐야 했다.하지만 해독제의 특성 중 하나가 무한히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최근 독성 감염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 독이 복제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마치 영화에서 보던 좀비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독이었다.다만 수라족의 원혈 바이러스는 훨씬 고급이었다.이 독은 아무에게나 퍼지는 게 아니라 혈통이 강한 사람에게만 작용했다.그리고 이 해독제도 그 독과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진 셈이었다.사실 운이 좋았다.이청하의 몸속에 고대의 강력한 혈통이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원혈의 독에 감염되자마자 심장에 항체가 생긴 것이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했을 테고 이청하 또한 큰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더 지체할 수 없었다.임건우와 이청하는 곧바로 격리병동으로 향했다.이곳의 격리병동은 일반 격리 병동과는 달랐다.가족들이 방문할 수는 있지만 병실 문 밖에서만 볼 수 있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또한 병상에 묶여 있는 환자들의 장비가 업그레이드되어 이제는 밧줄이나 가죽띠가 아닌 강철로 된 족쇄가 사용되고 있었다.이 장비라면 혈통이 깨어난 사람조차도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두 사람이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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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4화

이청하의 발길질은 남자를 정신없이 날려버렸고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 가족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병원의 원장인 이 의사에게 이런 폭력적인 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큰 소란이 병원의 직원들과 보안요원을 불러 모았다.물론 그들은 전부 이청하 편에 섰다.하지만 그 남자는 꽤 배경이 있는 듯했다.뒤에 강력한 세력이 있는지 상황이 불리해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그는 이청하와 임건우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정말 대단하네. 내가 이렇게 당한 건 처음이야. 하찮은 병원 원장 따위가 감히 날 무시해? 두고 봐. 널 당장 원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무릎 꿇고 내 발바닥을 핥게 하겠어.”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나야. 여기 천애 병원에서 사람들이 날 공격했어...”그때 다른 환자 가족 중 한 명이 이청하에게 다가와 말했다.“이 원장님, 저 사람 꽤 유명한 양승우라는 인물이에요. 한승 그룹의 회장인데 보안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공공기관과도 연이 많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양씨 가문은 상경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이고 정재계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요. 그냥 사과하고 무마하는 게 어떨까요?”이청하는 눈썹을 찌푸렸다.그러자 임건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사과? 절대 안 해. 이런 사람은 무릎 꿇고 사과해도 받아주지 않아.”곧 누군가가 병원으로 들어왔다.그러나 들어온 사람들은 양승우의 일당이 아닌 신호부의 사람들이었다.그들을 이끈 것은 바로 임건우의 제자 진남아였다.현재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감염자들은 모두 특별한 혈통을 지닌 사람들이었다.이 현상은 단지 경주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변 도시들, 예를 들어 강주와 중해에서도 발생했다.이러한 감염자들은 발견되자마자 전부 천애 병원으로 이송됐다.이 때문에 이청하는 병원 내 건물 하나를 비워 특별 격리 구역으로 지정했다.이 병에 걸린 사람들의 독소는 공기나 침 등으로 전파되지 않고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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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5화

신호부의 두 명의 요원도 표정이 굳어졌다. 양씨 가문의 위세는 상경에서 너무나 강력했다.만약 이들을 진짜로 화나게 하면 그 후폭풍은 단순히 그들 몇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고 신호부 고위층조차도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었다.진남아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일자 양승우가 진남아의 뺨을 세게 갈겼다.“이제 겁이 나? 이 망할 것들, 내 아들에게 손을 대다니! 너 끝났어. 각오해! 곧 잘려나갈 테니까. 그리고 황제국에선 네가 발붙이기 힘들 거야.”진남아는 생각에 빠져있다가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맞아 얼굴이 창백해졌다. 병실 안에서 들린 뺨 때리는 소리에 임건우가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야? 남아야, 누가 널 때렸어?”한 요원이 손가락으로 양승우를 가리켰다. “나야, 어쩔 건데?”양승우가 목에 힘을 주며 비웃었다.“이 버러지 같은 것들아, 너희 모두 끝장났어.”철썩! 철썩! 철썩! 철썩! 임건우가 다가가 양승우의 뺨을 네 번 연속으로 갈겼다.양승우는 돼지처럼 얼굴이 퉁퉁 부었고 코뼈는 부러지고 입안의 이빨이 부러졌다.양씨 가문의 사람들은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고 연달아 욕설이 터져 나왔다.진남아가 임건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스승님, 양씨 가문은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예요.” “그래? 그래서 맞고도 가만히 있었던 거야?” “스승님, 잘 모르시겠지만 양씨 가문은 상경에서도 진짜 실세예요. 흔히 말하는 10대 가문이나 8대 왕족 같은 곳과는 달라요. 그건 이름뿐이고 실질적인 힘은 별로 없죠. 그런데 양씨 가문은 달라요. 그들의 가주는 현직 삼대 통솔자 중 한 명이고... 최근엔 독수리 부대까지 장악했다고 들었어요.”임건우는 눈을 좁혔다.“독수리 부대까지?” 그렇다면 임건우의 스승인 백옥이 밀려나면서 양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가.그 순간 병원 밖에서 네 명의 인물이 안으로 급히 들어섰다. 그중 한 명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고 외모는 평범해 보였지만 임건우는 그가 고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의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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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6화

“뭐라고?”“막아냈다고? 말도 안 돼!”박철호는 놀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한번 임건우를 살폈다.하지만 방금은 고작 30%의 힘을 사용했을 뿐이었다.임건우가 그 정도를 받아냈다는 건 이제 50%의 힘으로 시험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윙.박철호의 팔뚝 위로 기가 몰아쳤다.막대한 기운이 임건우의 손바닥을 향해 쏟아졌지만, 예상과 달리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다에 돌을 던진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이 사라졌다.그제야 박철호의 얼굴에 진짜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임건우의 여유 있는 눈빛이 자신을 모욕하는 듯 느껴져 불쾌감이 치솟았다.박철호는 망설임 없이 전력을 다해 다시 기를 모았다.“죽어라, 꼬맹이!”윙.전신의 진원이 폭발하면서 팔을 감싸고 있던 옷이 산산이 찢어졌다.하지만 임건우의 팔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고 모든 기운은 그에게 무력화된 듯이 흡수되었다.“이, 이게 어떻게...”“이 자식이 대체 뭐지?”박철호는 내심 크게 흔들렸다.자신의 전력을 받아내고도 흔들림 없는 상대를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이 젊은이가 이렇게 강하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한편 양승우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외쳤다.“철호 아저씨, 뭐 하세요? 당장 저놈을 죽여버리세요!”임건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죽이겠다고? 그러면 너도 내 한 방을 견뎌봐라.”임건우는 팔을 되돌려 내려놓은 후, 허리를 활처럼 굽히고 주먹을 움켜쥐었다.임건우의 진원에서 모인 기운이 파도처럼 주먹 끝에 집중되었고 피부밑으로는 용과 거북의 기운이 소용돌이쳤다.용의 기운은 조용의 기운, 거북의 기운은 현무방갑술이었다.임건우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박철호는 그제야 자신이 상대를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임건우의 주먹에는 일순간 두려움마저 일었다.그러나 박철호는 양씨 가문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이런 상황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으아!”박철호는 포효하며 임건우의 공격에 맞섰다.쾅!캭!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면서 주변의 충격을 최대한 제어했다.임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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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7화

박철호가 어떤 인물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이게 바로 양승우가 이렇게까지 거만할 수 있는 이유였다.양승우는 임건우를 흘겨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좋아, 오늘은 네 목숨을 살려주마. 하지만 네가 우리 양씨 가문을 건드린 이상, 반드시 복수할 거야.”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내가 가도 된다고 했던가?”양승우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버럭 소리쳤다.“이 자식이... 적당히 해!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난 상경 양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라고! 감히 날 죽이겠다고?”“왜 안 되겠어?”“너, 너...!”그때, 박철호가 나섰다.“네가 강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양씨 가문은 만만한 집안이 아니야.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임건우는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이 자를 살려주면 날 가만두겠어? 더구나 내 여자를 모욕한 죄는 반드시 죽어야 해!”퍽!임건우는 허공에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양승우의 이마를 향해 뻗었다.다음 순간 양승우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죽은 것이다!“아!”“자기야, 자기야...!”양승우의 와이프가 크게 울부짖었다.신호부에서 온 진남아와 몇몇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임건우가 진짜로 사람을 죽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그것도 상경 양씨 가문의 아들, 양 통령의 아들을 말이다.이건 분명 큰일 날 일이었다.박철호도 온몸을 떨며 믿기지 않는 듯 바라보았다.둘째 도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마치 닭이라도 잡는 것처럼 죽임을 당하다니!박철호의 마음속에는 강력한 회오리가 휘몰아치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양씨 가문의 수호자인 자신에게조차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도대체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박철호는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넌 끝났어! 양씨 가문의 둘째 아들을 죽이다니. 이젠 누구도 널 구해줄 수 없을 거야. 양 통령께서 널 가만두지 않을 테니 네 가족이 죽을 준비나 해!”“그래?”임건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박철호를 쏘아보았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내 가족을 협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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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8화

양씨 가문의 사당에는 늘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혼석이 깨지는 소리가 나자마자 이를 감지한 관리자가 급히 확인하러 다가왔다.혼석이란 사람의 영혼과 연결된 특별한 돌로 그 안에 한 조각의 영혼 인장을 심어두는 것이다.만약 그 영혼의 주인이 죽게 되면 그 인장이 발동하여 혼석이 산산이 부서진다.“뭐라고?”“이건... 이건 바로 박철호의 혼석이잖아!”“박철호는 강남에서 도련님을 보호하고 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도련님한테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해!”사당을 지키던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곧바로 양씨 가문의 고위층에게 이 사실을 전하러 달려갔다.그는 양씨 가문의 도련님, 양승우가 이미 박철호보다 먼저 죽었다는 것을 몰랐다. 양승우는 평범한 인간으로 혼석을 쓸 수 있는 영혼조차 없었다.양승우에게는 아무런 수련 능력도, 무공도 없었으니 말이다.설사 혼석을 억지로 삼켜 넣는다 해도 영혼을 담을 수는 없었다.그때였다.양씨 가문 저택에서는 떠들썩한 생일잔치가 한창이었다.오늘은 양씨 가문 4대손 중 한 남자아이의 두 번째 생일이었다.양씨 가문의 가주 양용진은 현재 독수리 부대의 최고사령관으로서 권세와 명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양용진의 위치는 명실상부한 권력의 정점에 서 있으며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가 부지기수였다.동시에 수많은 인맥이 양용진의 발밑에 붙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요즘 전 세계의 이목은 불타버린 후지산에 쏠려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연호에게 임건우를 넘기라고 압박하고 있었다.연호 고위층이 다소 골머리를 앓고 있긴 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그래서 이 시기에 열린 양씨 가문의 연회에는 각계각층의 손님이 몰려와 있었다.손님들이 가져온 선물은 산더미처럼 쌓여 방 하나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백 년 된 오래된 대추나무 아래까지 차곡차곡 쌓여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양 어르신, 축하합니다! 이 어린 손주가 이제 두 살밖에 안 됐는데 벌써 기세가 대단하군요. 틀림없이 훗날에는 인중지룡이 될 겁니다!”“양 통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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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9화

고대에 황제 중에 절세 고수였던 이가 있긴 했던가? 심지어 옛날에는 장군 중에도 무공을 모르는 자가 있었고 문관이 군을 이끌어도 충분히 적을 무찌를 수 있었다.통령에게 중요한 건 무력이 아니라 지혜였다.한 부하가 상황을 파악하고 물었다. “통령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양용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일 아니야. 제물 하나 죽었을 뿐이니 계속 즐기도록 하게. 이런 일로 흥을 깰 순 없지... 자, 자!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열길 기원하며 건배하세!”양용진이 잔을 반쯤 비운 그때였다. 양용진의 두 번째 부인이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와 말했다. “여보, 큰일 났어요! 우리 아들 양승우가 살해당했어요!”“뭐라고?” 양용진은 순간 얼어붙더니 이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양승우는 비록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지만, 사업 능력이 탁월해 양씨 가문에 많은 재산을 안겨준 인물이었다.게다가 양승우는 둘째 부인이 애지중지 키운 외아들이었다.머리가 희끗해지도록 손수 키운 자식이 죽다니 양용진의 마음은 갈갈이 찢겼다.현장에 있던 손님들도 이 소식을 듣자 일제히 분노했다. 양씨 가문에 아첨하고 싶은 자들이 이때를 놓칠 리 없었다.곧바로 몇몇 사람이 앞다투어 외쳤다.“양 통령의 아들을 죽이다니 이건 대역죄입니다! 당장 처형해 구족을 멸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누가 감히 이런 일을 벌였는지 당장 잡아다 능지처참해야 마땅합니다! 안 그러면 독수리 부대의 수많은 장병들이 실망할 겁니다. 통령님, 제가 직접 가서 그 죄인을 잡아오겠습니다!” “저도 출전하겠습니다!” “저 또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순식간에 사람들의 의지가 불타오르며 여기저기서 지원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양용진은 부인에게 물었다. “예진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봐.”이예진은 눈물범벅이 된 채 말했다. “방금 며느리가 전화 왔어요. 우리 손자가 독에 중독되어 천애 병원이라는 곳에 입원 중이었는데 신호부에서 사람이 와서 우리 손자를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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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0화

상경 신호부 본부.한 무리의 독수리 부대가 신호부 본부로 들이닥쳤다.하지만 신호부는 연호에서 아무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국가 기밀 부서인 만큼 외부인을 들이는 걸 거부했다.사실 신호부의 일부 하급 요원들은 독수리 부대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을 정도였다.입구를 지키던 경비병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을 막아섰다.“꺼져!”“우린 독수리 부대야. 신호부 부주를 체포하라는 명을 받았다. 우리를 막는 자는 죽음을 각오해라!”쾅!그 결과, 신호부의 입구에는 두 구의 시체가 남겨졌고 대문은 파괴되었으며 앞 건물의 벽 한쪽도 무너졌다.이 충격적인 광경에 신호부 요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무도계의 명수인 그들조차 이렇게 강력한 수신자들은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안으로 진입한 독수리 부대는 신호부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뒤결국 신호부의 부주인 맹진수가 집안일 때문에 귀가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곧장 맹진수의 집으로 빠르게 향했다.이때 맹진수는 때마침 부하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내용은 독수리 부대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흉악한 기세로 신호부를 습격해 그를 찾고 있으며 이미 맹진수의 집으로 이동 중이니 주의하라는 것이었다.맹진수는 독수리 부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독수리 부대가 왜 자신을 찾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맹진수는 강력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현재 맹진수는 임건우의 도움으로 준 무성 단계에 이르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무성으로의 돌파가 가능할 수준이었다.맹진수는 그 기운에 담긴 강렬한 살기를 감지하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맹진수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맹진수의 눈앞에는 오랜 세월 동안 맹씨 가문을 위해 충성스럽게 일해온 김서진이 피 웅덩이에 쓰러져 숨을 거두고 있었다.맹진수는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대체 너희는 누구냐?”“대낮에 무고한 이를 살해하다니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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