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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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소이연은 눈앞에 나타난 육현경을 바라보았다.오늘 그가 수많은 전화와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화를 받거나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보내고 저녁에 퇴근하려 할 때 장지원이 나타나 복수하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답장하지 않으면 육현경이 내일까지 기다려줄 거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새벽 3시에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것이다.여기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육현경의 능력이라면 장안에서 어느 구멍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무조건 찾아낼 것이라 이상하지는 않았다.문서인도 육현경을 보고 많이 놀랐다.저 녀석 심아윤이랑 공식적으로 결혼 발표한 거 아니야?심아윤이 떠나자마자 육현경이 찾아오네, 하필이면 이 시간에?전에 소이연에게 연락했을 때 그녀는 육현경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문서인이 아는 소이연은 자신을 애인으로 만들 여자가 아니었다.그가 이를 갈며 상황을 지켜봤다.육경현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문서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이연만 뚫어지게 쳐다봤다.“이젠 안 바빠?”“응.”소이연이 짧게 대답했다.“가자.”육현경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두 사람 사이는 아주 평화로웠다.소이연은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고 해서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육현경도 그녀가 문서인과 같이 있다고 해서 화를 내지 않았다.마치 두 사람은 서로를 굳게 믿고 그 어떤 외부적인 요소가 방해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다.문서인은 두 사람이 눈앞에 사라지는 것을 멀뚱히 쳐다봤다.완전히 개무시를 당했다.자존심이 상한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소이연, 그렇게 도도하고 고상한 척하더니 육현경의 세컨드가 되겠다?말할 수 없는 분노가 가슴에 꽉 막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문서인이 전화를 받았다. “나은아.”“어떻게 됐어? 전화가 없어서 걱정돼서 연락했어.”휴대폰 너머로 다급한 소나은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녀의 관심 어린 말투에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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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소나은이 이런 말도 했었다.소이연이 마침 육현경에 버림을 받고 한참 의기소침해 있을 때라서 문서인더러 적극적으로 다가가 위로한다면 예전의 받았던 상처를 잊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씨 가문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니 소이연에게 다가가도 괜찮다면서 자신의 감정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왜냐면 소나은은 문서인과의 감정이 단단하고 믿었기 때문이다.문서인은 그렇게까지 말하는 소나은에게 감동을 받았다.자신을 이토록 사랑해 주는 여자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소이연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문서인이 대답하면서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소나은이 쓴웃음을 쳤다.그녀도 소이연을 잘 알고 있었다.문서인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죽는 시늉을 해도 소이연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소나은은 문서인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길을 가게 상황을 유도했다.“시간문제야. 전에 오빠가 그렇게 언니한테 상처를 줬는데 당연히 경계하겠지.”소나은이 좋은 마음으로 위로했다.“근데 나한테 시간이 많지 않아. 소이연이 이번 주에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선다고 들었어. 문 씨 그룹도 주식이 계속 떨어져서 융자를 조달하지 않으면 파산하게 될 거야.”문서인이 또 참지 못하고 욱했다.“그럼 어떡해.”소나은이 다급한 마음에 울먹거렸다.“무슨 방법이 없어? 언니가 무조건 문 씨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거 말이야.”“지금은 협박이 전혀 먹히지…”문서인이 말하다 멈추었다.소이연이 문 씨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방법?순간 그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나은아, 우리 감정을 믿지?”“당연하지. 안 믿었으면 전에 사귀었던 사이인 걸 알면서도 언니한테 찾아가라고 말하지도 않았어. 지금은 오빠와 문 씨가 무사할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괜찮아.”소나은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이면 충분해.”문서인이 결단을 내렸다.“나도 약속할게. 어떤 일이 벌어져도 문 씨 안주인은 너야.”“알았어. 그날이 올 때까지 기다릴게.”소나은이 고분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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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차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육현경은 소이연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앞만 바라보며 운전에만 집중했다.소이연은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했다.“아침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 지금 늦은 시간이야.”“알아.”육현경이 짧게 대답했다.하지만 그녀가 한참을 기다려도 그는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소이연이 입술을 깨물었다.결국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수석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어느새 노스타운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소이연은 안전벨트만 풀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이젠 말해.”한마음을 두 곳에 쓰는 게 아니라고 육현경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은 것이다.자신의 목숨을 갖고 장난치고 싶지 않았으니까.“너무 늦었어. 먼저 올라가서 쉬어. 내일 다시 찾아올게.”육현경이 말했다.“난 우리가 계속 이렇게 만나는 게 싫어. 확실하게 말하고 끝내자. 회사 일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 당신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소이연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더는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언제나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게 좋았다.그때 문서인한테도 그랬었다.육현경이 운전대를 꽉 잡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오늘 저녁 순순히 따르는 것 같아도 그녀의 마음이 이미 멀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결혼은 할아버지가 갑자기 발표한 거라 난 모르고 있었어.”결국 입을 열었다.저녁에 그녀의 집 앞에서 계속 기다렸지만 새벽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그래서 모든 사람을 동원해 장안시를 뒤졌고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받고 바로 달려간 것이다.그녀가 멀쩡하게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지금은 쉬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그냥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다.그런데 소이연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지 않았다.이해했다.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육현경이 계속 말했다.“며칠 동안 할아버지한테 휴대폰을 빼앗기고 감시를 당해서 찾아오지...”“알아, 수진한테서 들었어.”소이연이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원인과 결과가 어찌 됐든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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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우리 감정은 이렇게 쉬운 거였어?”육현경이 물었다.“우리 사이에 따질 감정이 없어.”소이연은 여전히 차가웠다.“현경 씨도 기억할 텐데. 난 사귀어 보자고 해서 대답한 거야. 근데 순탄하지 않네.”“만약 내가 심아윤과의 결혼을 너와 연관시키지 않겠다면 날 기다려줄 수 있어?”“싫어.”소이연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내가 그렇게 미덥지 않아?”육현경이 눈시울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었다.“응.”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육현경이 실소했다.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지고 공기는 숨 막힐 듯 답답했다.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했다.그렇게 말을 끝내고 소이연이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육현경이 손목을 꽉 잡는 바람에 뼈가 부러질 것 같았다.그래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무덤덤하게 그의 복수를 받아줬다.“내게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어?”육현경이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를 쳐다봤다.“감정은 상호작용이야. 난 분명 느꼈어.”소이연이 입을 열기 전에 그가 계속 말했다.“당신이 순종하는 타입이라 생각하지 않아. 육 씨 혹은 심 씨가 핍박한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야.”“육현경, 난 사람이지 신이 아니야. 강력한 세력 앞에서 나도 무섭고 두렵고 그래.”“전에 혼자 힘으로 소 씨와 문 씨 가문과 싸웠잖아. 이리 쉽게 타협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난.”육현경이 따지고 들자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이 사람 앞에서 사생활이란 게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어?”육현경이 겨우 진정하고 차분하게 물었다.소이연과 할아버지가 단둘이 만난 사실을 알았다는 뜻이다.머리가 똑똑하다면 미리 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나오는 것이 할아버지와 관련 있다고 추측했을 것이다.“내가 먼저 떠나라고 했어.”소이연은 숨기지 않았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좋게 말하고 좋게 끝내려면 모든 것을 분명하게 말하는 편이 나으니까.아니면 쓸데없이 얽혀서 일이 더 복잡해진다.“그래서 떠나겠다고 했어?”“그래.”소이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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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소이연은 대답하지 않았다.가끔 침묵은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다.“당신이 18살 때 잠자리를 했던 남자가 나였다는 사실을 일부러 숨긴 게 아니야.”육현경이 인정했다.“내가 전에 그 사람을 미워하냐고 물었을 때 당신이 밉다고 했어. 그래서 우리 감정이 안정되고 더는 내 스킨십을 거부하지 않을 때 내 존재를 받아줄 거라 생각했거든.”소이연은 그의 말을 끊지 않고 듣기만 했다.“그때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바에서 하경이랑 술을 마시다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 당신을 발견했어. 어떤 남자가 질척대니까 당신이 반항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나서서 그 남자를 밀어냈는데 당신이 내 몸에 기대는 거야. 그때 당신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웠어. 내가 호텔로 데려간 것도 인정해. 그렇게 온몸이 뜨거운 사람을 어디로 데리고 가야 할지 몰랐어. 집이 어디냐고 물어도 말도 하지 않았지.”“그 뒤로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당신이 나를 침대에 눕히고는…”육현경이 소이연을 바라봤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오랜 세월이 흘러 흐릿하던 기억들이 잊힐 법도 한데 점점 생생하게 떠올랐다.“당신은 말로는 건드리지 말라고 하면서 얼마나 다급하게 굴었는지 몰라. 이튿날 내가 잠든 사이에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내 몸에 얼마나 많은 상처들이 남아 있었는지 볼 수 있었을 거야.”소이연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죽도록 잊고 싶은 과거가 육현경의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터져 나왔다.“찾아가려고 했는데 나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잖아. 그땐 어리고 철이 없어서 당신과 잠자리를 한 후에 엄청 자존심이 상했거든. 꾹 참고 해외로 떠났다가 한 달도 못 버티고 다시 귀국했는데 그때 부모님이 차 사고로 돌아가셨어.”육현경이 마른침을 삼키고 잠시 말을 멈추다가 다시 천천히 말했다.“그땐 온 집안이 슬픔에 잠겼지. 할아버지는 상심한 끝에 병원에 실려가고 육 씨 가문의 모든 일을 내가 도맡아 하게 됐어. 그때부터 국내와 해외를 오가면서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까 당신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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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그 후에 갑작스럽게 불이 나서 당신이 불속에 갇혔어. 문서인이 당신은 버리고 소나은만 구하는 걸 보고 내가 불속에 뛰어들어서 구해낸 거야.”소이연이 깜짝 놀랐다.지금까지 소방관이 그녀를 구했다고 여겼다. 그 사람이 소방관 옷을 입은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내가 들어가기 전에 당신이 연기를 마시고 그 자리에서 죽을까 봐 옆에 있던 소방관의 헬멧을 빼앗아 쓴 거야.”육현경은 마치 그녀의 속을 꿰뚫어본 듯 그 부분을 설명했다.소이연이 눈을 감았다.순간 육현경을 처음 만났던 날, 손목에 붕대를 잔뜩 감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한참 뒤에 다시 눈을 뜨고 그를 싸늘하게 쳐다봤다.“많은 일이 있었네. 그래서 내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야? 우연히 만나서 당신한테 상처만 줬는데 왜 날 좋아한 거지?”그를 믿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을 믿지 못했다.“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하지 마. 육 도련님의 주변에는 예쁘고 능력 좋은 여자들이 많은데 하룻밤을 잤다고 나만 좋아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그날 저녁 좋은 경험을 했어.”육현경이 솔직하게 대답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처음이었어.”“당신이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소이연이 반박했다.“보수적인 사람 맞아.”육현경이 똑바로 쳐다보자 소이연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그의 말은 계속됐다.“몇 년 전에…”“더는 설명 듣고 싶지 않아.”소이연이 그의 말을 잘랐다.“당신이 한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할아버지가 결혼을 발표한 날부터 우린 끝났어. 그러니까 더는 말하지 마.”“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거야?”육현경이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그래. 소용없어.”관계를 질질 끌지 않고 한 번에 정리하려고 구구절절한 설명을 들어준 것이다.어쨌든 결말을 바뀌지 않을 테니까.“당신한테 내가 이기적으로 보이겠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당신과 심아윤 어릴 때부터 절친 사이고 지금은 순리대로 결혼까지 가게 된 거야. 그리고 나는 당신과 잠자리를 강요하고 아이까지 버린 무책임한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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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그냥 대처한 거야!”육현경이 격동하며 해명했다.“저항할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발버둥 쳐 봤자 일을 더 그르쳐.”“그럼 난 뭘 믿고 반 년 씩이나 기다려야 돼? 반 년 뒤면 그 능력이 생겨?”그는 할 말이 없었다.아직 발생하지도 않는 일에 대해 길게 말을 해 봤자 설득력이 없다.“당신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이러는 게 가치가 없어. 그러니까 우리 감정이 더 깊어지기 전에 끝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해.”소이연이 다시 차 문을 열고 내렸다.정말 충분했다.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차는 가져가. 이명진에게 시간이 날 때 가지러 오라고 해.”소이연이 소탈하게 떠났다.육현경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육현경의 손이 불쑥 들어왔다.소이연이 반응하기 전에 그가 엘리베이터로 들어와 그녀를 밀치고 입을 맞추었다.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포개어지며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당황한 소이연이 미친 듯이 반항했다.하지만 두 손 모두 그에게 잡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반항할수록 그를 더 실성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그가 입술과 이 사이를 오가며 난폭하게 키스하더니 그녀를 가슴에 욱여넣기라도 하듯 꽉 끌어안아서 숨이 턱 막혀왔다.소이연이 눈을 부릅뜨고 그의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통증을 느낀 육현경이 그제야 난폭한 키스를 멈추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릿한 피 냄새가 입가에 풍기며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꽉 쥐었던 소이연의 주먹이 점점 느슨해졌다.반항하지 않고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견디기로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육현경이 드디어 멈추었다.그녀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입술을 뗀 것이다.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렸다.당황한 그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미안해. 난 그냥…”“괜찮아.”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한 태도에 육현경의 눈빛이 흔들렸다. 소이연의 싸늘한 얼굴에 눈물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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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소이연이 층 버튼을 누르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계속 지하 주차장에 멈췄던 것이다.예수진이 화들짝 놀랐다.한밤중에 돌아온 탓에 워낙 무서워서 신경이 잔뜩 곤두서는데 갑자기 안에서 쾅 하는 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엘리베이터 안에 익숙한 남녀를 보고 완전히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띵!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계, 계속해. 난 아무것도 못 봤어!”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버렸다.깜짝 놀랐잖아.오빠와 이연 언니가 어떻게 엘리베이터 안에…겨우 진정했더니 갑자기 머릿속에 소이연의 모습이 떠올랐다.울고 있는 것 같았는데, 설마 오빠가 강제로 밀어붙였어?그런 생각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연속 눌렀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숫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만 보였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육현경은 소이연의 옷이 벌어지지 않게 꽉 잡았다.그 힘에 이끌려 소이연은 오히려 아파왔다.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육현경은 그녀를 끌고 집 앞문까지 가서 정신없이 비밀번호를 눌렀다.그리고 문을 벌컥 열고 그녀를 들여보냈다.소이연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그는 입구에 서서 들어오지 않았다.그가 다급하게 군 것은 잠자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소이연은 방금 비밀번호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소이연.”육현경이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날 포기하지 마. 난 정말 너와 평생 함께 하고 싶어.”말이 끝나기 바쁘게 문이 닫혀버렸다.순간, 눈물을 본 것 같았다.육현경의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다.지금 그녀의 눈앞도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의 감정이 깊지 않아서, 깔끔하게 물러서도 가슴이 찢어질 정도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플까?문이 닫힐 때 눈시울이 붉어진 육현경의 모습을 봤더니 가슴이 더 아팠다.예수진이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문을 열자마자 쳐들어가서 소이연을 구하려고 했는데 육현경이 문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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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육현경은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예수진은 그대로 자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필경 새벽 4시라 그녀도 졸려서 눈이 막 내려올 지경이었다.그때 육현경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가자.”그냥 인사치레로 건넨 말인데.이 순간 따뜻한 이불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더 강렬했지만 어쩔 수 없이 육현경을 따라 야식을 먹으러 나갔다.길가에 있는 포장마차에 자리 잡고 앉았다.다행히 한밤중이라 인적이 드물고 완벽하게 무장했기 때문에 누구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오빠. 적게 마시면 안 돼?”예수진이 말렸다.자리에 앉자마자 필사적으로 술을 들이부어서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눈앞에 이렇게 많은 안주를 두고 젓가락도 대지 않았다.이렇게 마시면 입 돌아간다고요.육현경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마셨다.“이연 언니랑 싸웠어?”예수진은 어쩔 수 없이 이유를 캐물었다.그가 술잔을 들고 잠시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이연은 나와 싸우지 않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처리하지.화라도 내면 적어도 내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겠는데 말이야.“오빠, 이연 언니와 심아윤. 세 사람 대체 무슨 상황이야?”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자 예수진의 급한 성격이 발동했다.며칠 전에 육현경이 할아버지한테 감시당해서 자세한 상황을 알아내지 못했다.지금 딱 말하기 좋은 시간인데 그가 또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나 심아윤과 결혼하지 않아.”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근데 지금 온 국민이 두 사람이 결혼하는 줄 알고 있잖아.”예수진의 말투가 거칠어졌다.“육 씨와 심 씨가 공개적으로 결혼을 발표했는데 그 인간들 멍청한 것도 아니고 자기 얼굴에 침을 뱉겠냐고!”육현경이 입술을 깨물었다.확실히 어려웠다.그날 모두 앞에서 결혼을 발표할 때 솔직히 그도 한동안 멍해 있었다.그동안 항상 할아버지를 존중했었는데 이렇게 선처리 후보고를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그가 하기 싫어하는 일은 누구도 막지 못했다.심아윤과 결혼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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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육현경이 술잔을 움켜쥐었다.“솔직히 말해서 오빠는 내 사촌이지만 이번 일만큼은 이연 언니가 오빠한테 목맬 가치가 없다고 봐. 그런 과거를 안고 살아온 사람이 아주 어렵게 자신감을 갖고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어. 지금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 난 상상 못 하겠어. 나중에라도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예수진은 너무 괴로웠다.그렇게 좋은 여자인데 팔자가 왜 이렇게 사나워.한 번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하고 끝이 없어!“이연이…”육현경이 술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푹 숙였다.“이대로 떠나버릴까 봐 두려워.”그녀가 살아온 지난날을 잘 알아서 두렵고, 자신의 마음을 꼭 닫아버리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까 봐, 이대로 떠나버릴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그에게 시간이 필요했다.결혼하기 싫어도 육 씨 가문의 안위를 무시하고 심 씨 가문과 얼굴을 붉힐 수 없었다.그리고 친척들과 할아버지와의 혈연 관계도 끊어낼 수 없는 노릇이다.심지어 이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해도 소이연에게 상처를 주는 건 똑같았다.그가 명성, 재산, 권력을 포기한다면 강력한 세력들 앞에서 소이연을 보호할 수 없다.결혼을 무르려면 전략적인 과정이 필요하다.하지만 목적에 도달하기 전에 소이연이 멀리 떠나버릴까 봐 걱정이다.그때면 다시는 소이연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소이연은 한번 마음을 접은 일에는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문서인에게도 그랬다.오늘 저녁에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봤지만 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옛정이 되살아나서 만난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그녀의 성격은 그토록 강인해서 절대 돌아서는 법을 모른다.그래서 그녀를 찾아가 기다려 달라고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예수진은 그의 말을 듣고 또 안쓰러웠다.내심이 강한 육현경이 이런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은 오죽할까?얼마나 좋아하면 잃어버릴까 봐 이토록 노심초사할까?또 얼마나 좋아하면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존심을 내려놓을까?예수진은 두 사람을 어떻게 위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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