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171 - Chapter 1180

1722 Chapters

제1171화

소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요즘 출근하느라 바빴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꼭 시간 맞춰 들어와 같이 밥 먹을게요.”명세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그릇에 반찬을 놓아주었다.“그래. 일이 아무리 바빠도 몸을 꼭 잘 챙겨야 해. 이젠 집에 들어와서 살아. 너랑 현아 방은 오랫동안 비어있긴 했어도 내가 아주머니한테 매일 청소하라고 했어..”“고마워요, 고모. 역시 고모가 제일 좋아요.”그들과 함께 있을 때에만 소민아는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소민아는 욕실에서 샤워를 마쳤다. 그 후 그녀는 기성은에게 오늘 일과가 모두 담긴 문자를 보냈다. 회사일 뿐만 아니라 오늘 점심은 뭘 먹었는지, 오후엔 어떤 간식을 먹었는지까지 세세하게 담겨 있었다.역시 그 문자는 망망대해에 던져지기라도 한 듯 그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예전 기성은과 이런 문제로 심술을 부렸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이제 보니 너무나도 꿈 같은 시간이었다.소민아는 베란다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두 팔로 다리를 감싸고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녀가 혼자 중얼거렸다.“언제쯤이면 우리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요?”“기성은 씨, 너무 보고 싶어요.”며칠 전에 보낸 문자에도 지금까지 답장이 없다.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정말 기성은과 사귀고 있는 건 맞는지 의심까지 들었다.“띠링.”기성은에게서 온 문자일 거라 생각한 소민아는 빠르게 핸드폰을 살펴보았다.신이랑의 문자였다.[언제 돌아와요? 민아 씨 주려고 삼계탕 끓여놨어요.]소민아는 문자를 쓰고 지우고 반복하다가 결국 마음을 독하게 먹고 답장했다.[오늘은 안 돌아갈 거예요. 이랑 씨, 저 앞으로 이곳에서 쭉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신이랑에게서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그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민아 씨 귀찮게 해서 그래요? 미안해요.”“이랑 씨 때문이 아니에요. 집에 돌아와 고모와 고모부를 뵌 지 너무 오래돼서 그래요. 정말 이랑 씨 때문은 아니에요. 삼계탕은 내일 가서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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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소민아는 명세진에게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아니에요. 방금 통화한 사람은 제 회사 상사예요. 저 지금 구르미 시리즈라는 회사로 옮겨서 총편집장 비서로 일하고 있어요. 월급은 예전과 같고요. 제 남자친구는 성세 그룹 총괄 비서예요. 다만 요즘은 다른 일이 있어 회사를 그만뒀어요.”“총괄 비서라고? 그럼 연봉도 엄청 높겠네?”“그건 물어본 적 없어요. 하지만 고아라 옆에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냥 제가 가끔씩 가서 함께 있어 주곤 해요. 최근엔 너무 바빠서 자주 못 만났어요.”명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민아의 손을 잡고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시간 있으면 집에 데리고 와. 이 고모가 널 평생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봐야지.”명세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참, 저번에 너희 엄마가 소개해준 남자는 어땠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야?”그 질문에 소민아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최근 있었던 일을 대체적으로 나열해줄 뿐이었다.“일이 좀 복잡하게 되긴 했구나.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내 마음이 좋다는 걸 어떻게 해. 들어보니 너 그 기성은이라는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구나.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네 속을 이렇게 태우는지 궁금하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접촉해본 명문가 도련님들도 적지 않았잖아. 성세 그룹 대표와 비교할 수는 없어도 다들 꽤 잘나가는 집안 자제들이었어.” 명세진이 말을 이어갔다.“그 강씨 집안은 어떻게 됐어? 예전 우리 소씨 집안은 강씨 집안 도움을 적잖게 받았었어. 요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분들의 소식이 들리지 않는구나. 저번... 설 인사를 하러 네 고모부와 함께 강씨 저택에 갔는데 이사를 갔는지 집은 텅 비어있었어. 그 장씨 아가씨한테 묻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줄곧 만날 기회가 없었어.”소민아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다급히 말했다.“고모, 안 돼요. 지금은 심각한 상황이라 절대 강씨 집안에 관한 그 어떤 것도 입에 올리면 안 돼요. 특히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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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소민아는 날이 완전히 밝아와서야 깨어났다. 그 순간 알람이 한 번 울리더니 배터리가 없어 핸드폰이 꺼져버렸다.회사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으니 소민아는 다급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침대 옆에 올려놓고 충전 선을 꼽고는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다.핸드폰 전원이 자동으로 켜졌을 때, 소민아도 세수를 마쳤다. 그녀는 잠옷 차림으로 아침밥을 먹으러 아래로 내려갔다.그러던 중 약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도우미와 마주쳤다.“이건 뭐예요?”“민아 아가씨, 이건 어르신에게 드릴 한약입니다. 어르신께선 아직 쉬어야 하시기 때문에 아가씨와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십니다.”소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고모부 지금 많이 나아지셨어요?”“네. 이젠 밥도 드실 수 있습니다.”“다행이네요.”명세진은 완성된 만두를 들고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민아야, 깼구나. 어서 와서 아침 먹어.”소민아는 아침 상이 이렇게나 풍성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모, 너무 많아요. 저 다 못 먹어요.”“많이 먹으렴.”“네.”소민아가 반쯤 먹었을 때, 명세진의 눈에 마당에 들어오고 있는 회색 승용차가 보였다.“저거 누구 차지?”소민아도 호기심에 시선을 돌렸다. 익숙한 차 번호를 본 순간 화들짝 놀랐다.“신이랑 씨?”도우미가 문을 열려 나갔고, 소민아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이랑 씨가... 여긴 웬일이에요. 어서 들어와요.”“민아 씨한테 문자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서요.”소민아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요! 배터리가 없어서 지금 충전 중이에요.”명세진이 미소를 머금고 걸어왔다.“이분이 바로 네가 어젯밤 말했던 신 총편집장님이시구나. 정말 유능하고 건실한 분이시네.”신이랑은 오늘 입술에 빨간빛이 감도는 것이 얼굴색이 꽤 괜찮았다.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오늘은 민아 씨를 데리러 온 거예요. 아침밥은 이미 먹었습니다.”소민아는 그를 가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머리를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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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앞당겨졌다고요? 주말로 결정되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저 준비 아무것도 못 했어요. 이런 옷차림으로 가면 실례 아닐까요?”신이랑이 점차 속도를 줄여 신호등 앞에 멈추었다. 그는 긴장감에 경직되어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안심시켰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내가 있잖아요. 뭘 입든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민아 씨 자체니까요. 그냥 편하게 밥 한 끼 먹는다고 생각하고 부담 갖지 말아요.”“네.”회사에 도착한 뒤, 신이랑과 소민아는 연이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꼭 붙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회사 직원들은 이제 그다지 의아해하지 않았다.하지만 소민아에 관한 루머들은 여전히 가실 줄을 몰랐다.필경 그녀는 얼마 전 제 입으로 기성은과 사귄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비서팀을 떠난 뒤로는 구르미 시리즈에 들어와 신이랑 편집장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소민아는 회사 뒷담화 방에서 꽃뱀 딱지가 단단히 붙어 있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몰래 소민아가 결국 두 사람 중 누구에게 갈지에 대해 내기까지 하고 있었다.지금은 신이랑에게 건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이번 내기를 위해 꽤 많은 돈을 쓴 사람도 적지 않았다.소민아는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신이랑의 비서로서 오늘의 일정을 보고하고 일련의 계약서들을 처리했다.소민아가 서류 몇 장을 신이랑에게 내밀었다.“몽크 만화 스튜디오에서 보내온 계약서예요. 이랑 씨 사인이 필요해요.”신이랑은 서류를 받은 뒤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오늘 민아 씨가 할 일은 날 도와 원고를 봐주는 것과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대본을 보고 수정 의견을 내주는 거예요.”신이랑이 옆에 있던 태블릿을 가져와 내부 자료를 열어주었다. 안엔 아직 방영되지 않은 드라마 대본들이 가득했다. 이는 모두 구르미 시리즈에서 수정과 편집을 거듭한 것들이었다.소민아는 순간 수치심이 들었다. 부서를 옮긴 이후로 그녀는 줄곧 신이랑의 사무실에서 드라마를 보며 간식을 먹는 것에만 열중했다. 심지어 물까지도 신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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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소민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총괄 비서? 그녀와 소피아가?그녀는 성세 그룹에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 그녀더러 소피아와 총괄 비서 자리를 두고 다투라니.비서팀엔 능력 있는 비서들이 수두룩한데 왜 하필 그녀를 불러들인단 말인가.소피아도...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직원이라고 할 수 있다. 수 년간 회사에 다니며 꽤 많은 인맥을 쌓았을 것이다.이 일은 분명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필경 송시아의 머릿속엔 갖은 교활한 생각이 가득 담겨 있으니 말이다. 소피아는... 어쩌면 처음부터 송시아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예전 회사에서의 음침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틀림없이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닐 것이다.소민아가 송시아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소피아는 이미 안에 앉아있었다. 다들 소민아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소민아가 말했다.“송 부대표님, 찾으셨어요?”소파에 앉아있던 송시아는 손을 휘저어 옆에 있던 간병인을 내보냈다.“사소한 일일 뿐이니 긴장하지 말아요. 일단 앉아요.”소민아의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소피아는 깍듯하게 송시아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부대표님, 목마르시죠? 물 마시세요.”송시아는 옅은 웃음만 지을 뿐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목까지 오는 길이의 짧은 단발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바꾸었다. 깔끔하고 정교했지만, 몸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 바른 파운데이션이 잔뜩 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내가 두 사람을 부른 이유 짐작하고 있을 거예요. 기 비서가 돌연 사직하는 바람에 그 자리가 공석이 되어버렸어요. 누군가는 반드시 그 자리에 앉아 맡은 일을 처리해야 해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내 예전 비서였고, 다른 한 사람은 현재 비서직을 맡고 있어요. 나에게 있어 두 사람 모두 회사 내 가장 뛰어난 직원이죠. 혹시 추천할만한 사람 있어요? 아니면 대담하게 스스로 이 자리에 앉고 싶다고 나서지 않을래요?”소민아는 소피아의 반응을 살피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자신을 향한 송시아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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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소민아가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소피아가 팔짱을 끼고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소민아 씨, 정말 어리석네요. 총괄 비서 자리를 거절하고 그 구멍가게 같은 회사 비서직에 만족하다니요. 소민아 씨답지 않은데요? 듣기론 기 비서님을 차버리고 이젠 신이랑에게 붙었다면서요! 소민아 씨... 예전엔 이렇게 인기가 많은 여자인 줄 몰랐네요.”“함께 일했던 정을 생각해 나한테 알려줘요. 기 비서님과 신이랑 씨 중 누가 침대에서 더 잘해요?”소민아는 조금도 참지 않고 바로 따귀를 날렸다. 소피아가 분노에 차올라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쏘아보았다.“이 교활한 년, 감히 날 때려?”“교활한 건 소피아 씨죠! 앞으론 그 입 좀 똑바로 놀려요. 한낱 비서일 뿐이면서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예요! 그렇게 총괄 비서 자리에 욕심을 부리다가 대표님이 깨어나시는 날엔 직위를 박탈당하는 건 물론이고, 성세 그룹에서 쫓겨나게 될 거예요.”소피아는 분노가 가득 이글거리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화를 분출할 구멍을 찾지 못해 그 낯빛은 점점 더 볼썽사나워졌다.“소민아 씨, 대표님께서 신혼 첫날밤 변고를 당하셨고, 지금은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누워있다는 거 내가 모를 거 같아요? 이 회사의 통제권이 최종적으로 누구 손에 들어갈지 어떻게 알겠어요. 경고하는데 되도록 날 피해 다녀요! 권력을 잡는 순간... 가장 먼저 소민아 씨를 쫓아버릴 테니까!”소민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대표님이 의식이 없으시다는 거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예요? 또 누가 알고 있어요?”소피아는 약간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소민아 씨한테만 뒷배가 있는 줄 알았어요? 이제 소민아 씨 좋은 날도 끝났어요!”그녀와 송시아는 정말 손을 잡고 한배를 탄 것이 틀림없다. 대표님이 의식불명인 틈을 타 회사를 집어삼키려는 것이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소민아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 10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곧 닫히려는 순간, 안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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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신이랑이야말로 이곳의 총편집장이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녀는 일하러 회사에 나온 것이 아니라 호캉스를 하러 나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신이랑이 손가락을 톡 움직여 그녀 이마에 꿀밤을 때렸다.“그건 내가 허락한 일이에요. 민아 씨 업무의 일부분이기도 하고요... 민아 씨가 바쁘게 돌아치든, 편하게 누워있든 나한텐 중요하지 않아요. 난 그냥 매일 보고 싶을 때 민아 씨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요!”소민아가 체리를 가득 들고 있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먹먹해진 얼굴로 말했다.“저 정말 모르겠어요. 그날 선을 봤던 이후로 우린 그 어떤 접촉도 없었잖아요. 왜 그때부터 저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예요?”“이랑 씨... 혹시 예전 우리 만난 적 있어요?”신이랑이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민아는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신이랑이 책상 위에 놓인 휴지 몇 장을 뽑아 손의 물기를 닦고는 말했다.“한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이유가 필요할까요? 민아 씨한텐 지금 남자친구가 있으니 강요하지 않을게요. 아직 시간 많으니까 난 민아 씨 기다릴 수 있어요.”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디는 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소민아는 그 누구보다 고집스러운 사람이다. 한번 결정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예전 대학 입시를 앞두었을 때, 부모님은 의학 전공을 권유했지만, 그녀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경제학을 고집했다. 어렵지도, 또 그리 간단하지도 않은 전공이었다. 이 길을 선택하면 이어받을 가업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다.다들 경제학은 배워도 소용없고, 졸업하기도 힘들 거라 했었다. 하지만 소민아는 그런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 순조롭게 졸업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전교 수석이라는 명예까지 쟁취해냈다. 서울대가 얼마나 경쟁이 심한 곳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번엔 기성은이다...모든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여겨도 소민아는 한 번 마음을 준 이상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와 쉽게 끝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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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신이랑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부드러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알겠어요. 내가 항상 민아 씨 뒤에 서 있을 테니까 어려움이 생기면 꼭 말해줘야 해요. 네?”소민아는 활짝 웃으며 형제 대하듯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걱정하지 말아요.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뻔뻔함을 무릅쓰고 이랑 씨를 찾아올게요.”총괄 비서 자리는 누구나 탐내는 자리다. 쟁취할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소피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아니면 그녀 역시 송시아에게 허리를 숙이고 밑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피아는 회사에서 근무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능력 면에서도 비서팀 직원 중에서 출중한 편이었다.그녀와 맞서려면 소민아에겐 더 발전할 시간이 필요했다.소민아는 아직 나이가 많지 않기에 그 자리를 손에 넣는 건 그리 급한 일이 아니다.소민아는 오늘부터 정식으로 업무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신이랑만 바삐 돌아치고 그녀는 옆에서 누워만 있던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다.저녁 퇴근 시간, 신이랑은 마지막으로 사무실에서 나왔다. 소민아는 돌아가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저 이렇게 입어도 괜찮을까요?”두 사람은 나란히 주차장에서 걷고 있었다. 신이랑은 손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고, 소민아는 그의 뒤를 따랐다.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자리라 평소 안 하던 화장도 옅게 했다.신이랑이 자세히 그녀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예뻐요.”소민아는 그의 칭찬에 약간 쑥스러운 듯 말했다.“그래요? 고마워요.”차가 출발하니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신이랑의 여자친구로 위장해 부모님을 뵙는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소민아는 안전벨트를 꽉 잡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신이랑을 바라보았다.“이랑 씨 부모님들 말이에요. 제가 가짜 여자친구란 거 알아채지 못하시겠죠? 저와 함께 간다고 말씀드렸어요?”신이랑이 핸들을 잡고 운전에 집중하며 말했다.“그분들에게 말씀드릴 필요 없어요. 민아 씨,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클라이언트와의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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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신수지가 멍하니 신이랑을 쳐다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오빠.”신이랑은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으니, 난 그쪽 오빠 아니야.”신수지는 어렸을 때부터 공주처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다니던 인시윤 또한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인씨 가문이 꽤나 잘 나간다고 해도, 결국엔 신씨 가문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해야 한다.그런 콧대 높은 그녀에게 신이랑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신수지는 못마땅한 얼굴로 엄마를 쳐다보았다.“엄마, 저 남자가 한 말 들었어요?”유연홍이 신수지의 손을 툭 치며 말했다.“됐어. 다 네가 아까 그런 말을 한 탓이잖아. 밥 먹을 때 오빠한테 음식 많이 집어줘. 넌 지금 철없는 나이니까 그러면 오빠도 용서해줄 거야.”소민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 집 식구들은 하나같이 위선 덩어리다.신군회의 시선이 소민아에게 닿았다.“이분이 네가 말했던 여자친구야?”신이랑이 대답했다.“네. 하지만... 아버지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에요.”소민아는 신이랑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런 냉정한 태도로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신이랑이 병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아버지라는 사람은 아들을 매정히 외면해버렸었다. 그가 무슨 자격으로 이제 와 여자친구에 대해 묻겠는가.설이 지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 와서 가족 모임이라니, 어이가 없었다.신이랑은 밥상 아래에서 소민아의 손을 꼭 잡은 채 놓지 않고 있었다. 소민아는 그의 떨리는 손에서 괴로운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두 부자 사이엔 만나자마자 불꽃이 튀어 올랐다.신군회가 분노하며 밥상을 탕 두드렸다.“저번에 나한테 부탁할 때는 이런 태도 아니었잖니! 아버지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신이랑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연홍이 애써 웃으며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려 했다.“됐어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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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유연홍이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빨리 가려고? 아직 음식이 많이 남았어.”신군회도 말을 거들었다.“잠깐 기다려라.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신이랑이 말했다.“저더러 집에 들어가 살라는 뜻은 거두세요. 저한텐 저만의 삶이 있어요.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에요.”신이랑의 말은 무척이나 매정했다. 조금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고서 말이다.신이랑이 소민아의 의자에 걸어두었던 그녀의 외투를 집어 들자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민아는 그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뒤로하고 신이랑과 함께 걸어갔다. 룸 밖으로 나간 뒤, 그녀는 신이랑의 팔짱을 풀고 몸을 돌리고는 안에 있는 세 사람에게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 그리고... 꼬마 아가씨, 앞으로는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할 때 낮은 목소리로 말해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다들 성인인데 그 정도는 조심해 주셔야죠.”떠나기 전, 소민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이랑은 웃으며 소민아의 머리칼을 어루만졌다.그가 호텔을 나서고 차 운전석에 앉았을 때, 핸드폰에 신군회가 보낸 기다란 문자가 도착했다.[이랑아, 아버지가 잘못했다는 거 알고 있다. 그때 너를 버리고 떠나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단다. 이제 이 아버지는 널 보호할 능력이 있어. 너한테 진 빚을 갚고 싶구나. 너만 돌아온다면 우리 신씨 가문이 소유한 모든 것을 너한테 주마. 수지는 네 여동생이야. 아직 나이가 어리니 성인만 되면 시집보낼 거야. 네 그 여자친구 말이다. 내가 알아봤는데 출신이 보잘것없더구나. 그런 여자는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소민아가 신이랑의 낯빛을 살폈다.“왜 그래요? 그 사람들이 또 화나게 했어요? 내가 가서 혼내줄까요?”신이랑에게서 이토록 나약한 면을 본 적은 극히 드물었다. 아무리 그가 미소를 짓고 있다고 한들 소민아가 어찌 그의 괴로움을 알아채지 못하겠는가.신이랑은 정신을 차리고 핸들을 더 힘주어 잡았다.“오늘 일은 미안해요.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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