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891 -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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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말을 마치고, 이서는 차를 몰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뒤 따라오던 어둠의 세력 조직원들도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멍해졌다.특히 깍두기 머리를 사내는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불만을 늘어놓았다.“씨X, 저 여자 지금 뭐하는 거야?!”이서의 돌발 행동에 김겸도 어리둥절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목소리를 되찾았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경호원도 두고.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나?”깍두기 머리를 사내는 다소 득의양양해서 말했다.“내가 뭐랬어요? 이 여자 요물 맞다니까요, 우리 보스를 유혹하는...”같은 시각, 경호원에게 자초지종 물으러 갔던 조직원이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스한테 뭔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뭐라고?”차 안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깍두기 머리를 사내는 바로 일어섰다.“보스가? 그럴 리 없을 텐데...”“구체적인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 사람은 얼른 차에 올랐다.“빨리 아가씨 쫓아 갑시다.”깍두기 머리 사내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듯했다.“그럼 저 여자가 외출한 게 보스 때문이었어?”그 사람은 묵묵부답했다.하지만 답은 불 보듯 뻔했다.차 안의 사람들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한참 뒤에야 김겸이 말했다.“그러니까 경호원을 두고 간 것도 괜히 무고한 사람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릴까 바였던 거였어?”그녀의 이런 무대포적 행위는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하지만 현재 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아무도 이서의 행동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과감한 행동에 마음속 깊이 탄복했다.침묵의 차량 행렬은 어둠을 뚫고 끊임없이 앞으로 질주했다.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이서는 목적지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있었다.그녀는 엑셀을 최대한 밟았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눈빛은 확고했다.결국 그녀는 마지막 1초를 남겨두고, 마침내 창고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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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같은 시각, 차에 있던 ‘어둠의 세력’의 대장 앤서니는 지환이 하지호의 사람들에게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받았다.그에게 연락을 한 사람은 조백이었다.조백은 지환의 비서이다. 따라서 그가 보내온 정보는 틀림없다.‘그렇다면 창고에 있다던 그 사람은 누구지?’앤서니는 창고 쪽을 한 번 보고는, 지환을 구하는 게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명령을 내렸다. 차를 돌려 도시의 반대쪽으로 당장 출발한다고.깍두기 머리 사내가 있는 차량에도 명령이 전달되었다. 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우리가 당했어. 우리를 이쪽으로 유인하기 위한 계략이었어.” 김겸이 말했다.“우리가 아가씨를 보호하고 있다는 걸 알고, 하지호가 일부러 아가씨를 이쪽으로 끌어들인 거야.”“나쁜 새끼! 정말 고약하군!”“...”모두가 하지호를 욕하고 있을 때, 깍두기 머리 사내는 창고의 방향을 바라보며 어눌하게 말했다.“우리 모두가 보스를 구하러 가면 아가씨는 어떻게 합니까? 여기 인적이 드문데 설마 혼자 두고 가실 겁니까?”그의 말을 들은 김겸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인적이 드물다는 건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서 오히려 안전해. 아가씨는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그리고, 보스는 우리랑 반대쪽에 있어. 우리도 빨리 출발해야 해. 아가씨는 혼자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실 거야.”깍두기 머리 사내는 점점 멀어져 가는 창고 대문을 보며 마음 한 켠은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있었다.같은 시각, 모든 차량이 출발한 걸 CCTV로 확인한 박예솔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어떻게 가짜 주소를 보내 그X을 처리해 버릴 생각을...”“내가 뭐랬어? 난 네 편이라고 했잖아.”박예솔의 얼굴에 드러난 승자의 웃음을 보며, 하지호도 입술을 보기 좋게 올렸다.“어때? 내가 준비한 선물은 마음에 들어?”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박예솔은 갑자기 유턴한 차량이 창고의 위치로 돌진하는 걸 보았다.마침 이서에게 손쓰려던 뚱보는 인기척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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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방금 깍두기 머리 사내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이서는 지금쯤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테다.이서는 고개를 저었다.“난 지금 당장 그 사람을 보고 싶을 뿐이에요.”이서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본 깍두기 머리 사내는 말투가 다소 누그러들었다.“꼭 가셔야겠어요? 우리 팀... 아니, 동료들이 이미 그쪽으로 갔으니 H선생님은 틀림없이 무사할 겁니다.”“저도 갈래요. 그 사람이 무사한 걸 봐야 안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부탁해요, 저 좀 데려다주세요요.”그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어서 가시죠.” 이서는 감격해서 말했다.“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가는 길에 두 사람은 어떤 대화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한 시간 여 지났을 때 깍두기 머리 사내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스피커 폰으로 돌렸다.“형님, 보스... 아니, H선생님은 어떻게 되셨습니까?”[괜찮아, 병원으로 모셨어.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여기 도착했을 때 아무도 없더라. 이상하지?]하지호의 부하들과 한바탕 격전을 버릴 생각으로 현장에 도착한 김겸은 현장에 개미 한 마리 안 보이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환의 몸에서도 상처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 속 얼굴의 피는 지환이 다쳤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쇼였다.“어느 병원으로 모셨어요? 아가씨가 H선생님을 뵙고 싶어 해서요...”깍두기 머리 사내는 긴장한 듯 김겸에게 이서가 같이 있다고 슬쩍 언질 줬다.김겸은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입을 뗐다.[아니 뭘 귀찮게... 응? 아가씨랑 같이 있다고?]“네.” 이서는 그를 따라 김겸을 불렀다.“저기... 안녕하세요, H선생님이 어느 병원에 계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아, 그건...]“제발 알려주세요, 그분이 무사한 걸 제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이 될 거 같아요...”김겸은 이서의 상황을 십분 이해한 듯 잠깐 고민 후 대답했다.[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해 보고 말씀드릴게요.]김겸은 말을 마치고는 곧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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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같은 시각, 하이먼 스웨이의 집에 머물고 있는 배미희는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깜깜 모른 채 하이먼 스웨이와 함께 이서의 글을 보고 있었다.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배미희는 독자로서 소설에 푹 빠져 있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좀처럼 손을 놓을 수 없었다.“너무 재밌네요. 그런데 왜 이서의 글속에서 스웨이 여사의 문필이 보이는 거 같죠? 설마 이서에게 특별 과외라도 해준 거예요?”이미 한 번 다 읽었지만, 배미희는 아쉬운 듯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이 원고를 처음 봤을 때, 나도 같은 생각이었어요.”“처음 봤을 때라니요? 이 원고 본 적 있는 거예요?”“네, 이서가 전에 썼던 내용이에요.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이서가 옛날 기억을 잊고 다시 한 번 이 원고를 쓴 것 같아요.”배미희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똑 같은 내용인가요?”“네.”하이먼 스웨이가 한숨을 내쉬었다.“이야기 줄거리를 마음속 깊이 새겨놨었나 보네요.”배미희도 따라서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게요, 얼마나 좋아했으면... 기억 잃은 게 아쉬울 따름이예요. 안 그랬으면 아마도 스웨이 여사처럼 작가의 길을 걸었을 텐데.”맞장구를 치려던 하이먼 스웨이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했다.“아, 저는 다음 달에 열릴 세계적인 대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잖아. 이서에게 공모전에 참가해보라고 하는 건 어때요?”“그래요, 아무래도 재능을 썩히기는 너무 아깝죠. 알겠어요, 내가 집에 가서 얘기해 볼게요. 아마 좋아할 거예요.”하이먼 스웨이의 얼굴에 서글픈 웃음기가 돌았다.“난 이서에게 미안한 게 많아요...”“네? 그게 무슨 말이예요?”“이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랑 마음이 참 잘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수양딸로 삼았던거고요. 그런데 가은이를 찾고 난 뒤, 그녀가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서와 인연을 끊다시피 했어요. 그래서 이서를 생각할 때마다 늘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배미희는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내가 보기에 스웨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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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그가 이번에 함정에 빠진 것은 전적으로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상대방이 그를 죽이지 않은 것도 그의 신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이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죄송해요, 괜히 저때문에...”지환은 더는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이서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말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너랑 아무 상관없는 일인데...”“저를 유인하기 위해 H선생님을 납치했잖아요.”‘내가 아니었다면 H선생님도 다치지 않았을 텐데.’지환 얼굴의 웃음기가 더 깊어졌다.“너 때문이 아니라 나를 겨냥한 거야. 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야. 그간 알게 모르게 원한을 산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이서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다 알아요. 애쓸 필요 없어요. 모두 저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저한테 전화를 했겠죠...”지환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는 가늘게 실눈을 떴다.“전화를 했다고?”“네.”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다시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왔다.“괜찮아, 어쨌든 나는 지금 멀쩡하잖아.”지환의 눈을 보고 있자니, 이서는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자신 때문에 H선생님이 죽을 뻔했다는 생각에 그녀는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지환의 침대 머리맡에서 얘기를 나누던 이서는 고단했는지 그대로 침대 옆에 엎드려 곤히 잠이 들었다.지환은 살그머니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곤히 잠든 이서는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지환은 가면을 벗고 이서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이서는 여전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환은 자상하게 웃으며 옆에 놓인 수건을 들어 이서의 눈물을 닦았다.그러고는 소파에 가서 누웠다.창밖의 밝은 달빛이 휘영청 방 안을 부드럽게 비췄다. 세상 만물을 이렇듯 고요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지환은 자신의 팔을 베고 조용히 이서를 바라보았다.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지. 병실 안 정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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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지환의 말투는 냉랭했다.“아직은 시기상조야.”“네? 시기상조라니요?” 앤서니는 초조하게 말했다.“대표님, 설마 그 배후의 조직이 두려우신 겁니까?”SY에게 ‘어둠의 세력’가 있다면, 하지호 배후에는‘늑대’라는 조직이 있다.하지호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거느리고 있는‘늑대’에도 불법이나 범법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심지어는 살인범까지도.하지만 앤서니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지환에게 충성을 맹세한 순간부터 이미 자신의 목숨은 내놓은 지 오래되었다. 지환을 위해서러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대표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희 어둠의 세력 맴버들 모두 목숨을 걸고 싸울 겁니다.”“무의미한 희생은 할 필요 없어.”지환의 말투는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그리고 너희들... 모두 나한테 오면 이서는 누가 지켜?”지환의 물음에 앤서니와 조백은 눈이 마주쳤다.한참이 지나서야 앤서니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대표님, 지금 하지호 씨를 치지 않으실 거라면, 어둠의 세력 조직원의 절반을 대표님이 계신 쪽으로 돌리셔야 합니다. 이번에 하지호 씨한테 당했던 것도...”지환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답했다.“아니야, 이번에는 내가 방심했어. 다시 이런 일은 없을 거야.”“하지만...” 앤서니는 포기하지 않았다.“대표님...”“그만!”지환은 차갑게 그의 말을 끊었다.“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마. 맞다, 내가 듣기로는 어젯밤 일은 이서를 겨냥한 거라고 들었는데?”지환은 화제를 돌렸다. 즉, 이 일은 이미 확정된 거라 더 이상 되돌릴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앤서니는 입이 댓발만큼 튀어나왔다.옆에 있던 조백이 상황을 살피고 얼른 대답했다.“네, 대표님, 조사해 봤는데, 창고에 있는 그 시체는 늑대 조직의 사람이었습니다. 일찍이 하룻밤에 사람 다섯을 죽였다고 해서 살인마라고 불리는 놈이었는데...어젯밤, 산이가 아가씨 있는 곳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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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방금 앤서니와 조백이 왔을 때, 그녀는 이미 깼다.그래서 그 때 그들이 나눈 얘기를 얼핏 들었다.정확하지는 않지만, 앞뒤 맥락을 연결해 보면 H선생님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사람들을 모두 그녀에게 동원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H선생님은 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젯밤 일은 분명히 그녀를 겨냥한 것이었다.이서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한 지환은 그녀가 본인 신분에 관한 얘기를 듣지 못한 게 다행이라며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덩달아 걱정도 함께 내려놓았다.“잘못 들은 거야.”“아니요, 분명히 들었어요.”이서는 고개를 숙였다.“어젯밤, 저는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이제야 모든 게 이해되네요. 제가 그렇게 타이밍 맞게 구조된 건... 저를 암암리에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지환은 마음속에서 소리 없이 탄식했다.가끔은 정말 이서가 좀만 덜 똑똑했으면 했다.“그 사람들... 모두 철수시켜 주세요.”이서는 고개를 들어 지환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만약 저 때문에 H선생님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저는 평생 자책하며 살 거 같아요.”그 말에, 지환은 하경철이 생각났다.“그렇게 해주세요. 부탁해요.” 이서는 지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애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지환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지환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이서를 속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둠의 세력을 철수시킬 생각은 없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하지호가 이서를 노리고 있다는 게 확실해졌으니.“절반만이라도... 안 될까요?” 이서는 다시 입을 열었다.“앞으로는 집에 얌전히 있을 게요. 아무데도 가지 않을 거예요. 지진이 났다고 해도 꼼짝 안 할 거라고요. 이씨 저택은 매우 안전해요. 그러니까 굳이 그 많은 사람들을 저한테 보내지 않아도 돼요.”이서의 작은 손은 지환의 옷자락을 잡고 흔들었다. 지환의 마음도 흔들릴 것만 같았다. 그는 몸을 숙여 갑자기 이서에게 다가갔다.깜짝 놀란 이서는 지환의 옷자락을 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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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배미희는 집에 도착해서야 이서에게 일이 생겼음을 알았다. 바로 병원에 달려가려는 걸 이상언이 겨우 설득해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병원에 가기로 했다.이튿날 아침,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병원으로 출발했다. 배미희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지환이 병상 앞에 서서 이서를 정겹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옆에 있는 하나에게 말했다.“상언이 얘기를 듣길 잘 했네. 두 사람, 간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졌을 거예요. 우리가 어제 왔더라면, 두 사람은 이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을 거예요.”하나의 입꼬리도 예쁘게 올라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 들어가고 뭐하세요?”마실 거리를 사 들고 온 상언은 노모와 ‘여자친구’가 병실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하나는 지금의 이 ‘여자친구’라는 신분이 싫지는 않은 듯했다. 상언의 큰 목소리는 병실에 있던 이서와 지환에게도 들렸다. 문밖에 사람이 있는 걸 눈치챈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곧 다시 시선을 피했다.이서의 볼이 빨갛게 상기되었다.지환도 곧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갔다.“오셨어요, 아주머니.”“그래.” 배미희가 빙그레 웃으며 지환에게 다가가 일부러 물었다.“화해한 거야?”“네? 두 사람, 싸웠어?” 하나는 듣자마자 긴장한 듯 이서에게 물었다.“설마 H선생님이 널 괴롭힌 거야?”이서는 빙그레 웃었다.“아니야.”배미희가 옆에서 장난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농담이야. H선생님이 어떻게 이서를 괴롭히겠어? 이서야, 이제 좀 괜찮니? 어제 밤에 엄마가 널 혼자 집에 두는 게 아니었는데,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야.”“엄마요?”하나와 상언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그래, 아이고, 내가 깜빡했다. 이제부터 이서는 내 딸이야, 상언아, 너 여동생 생겼다.”배미희는 이상언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우리 집안 경사야. 그래서 말인데, 조만간 파티를 열어 정식으로 이서를 모든 사람에게 소개할 생각이야!”“엄마, 그렇게까지 안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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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방금 팜플렛에서 국제단편소설연구팀이라는 글귀를 보았다.이 팀은 배미희가 얘기한 것처럼 아마추어들의 공모전이 아닌 인터넷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적인 유명한 단편 소설가들이 결성한 팀이었다.대중의 시선을 단편소설로 돌리기 위한 인문학자들의 노력이라고나 할까?이번에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도 물론 하이먼 스웨이의 명성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시덥잖은 그런 공모전은 아니었다.아마도 이서가 부담감을 가질까 봐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거라고 상언은 위안 삼았다.“그럼... 저 이번 공모전에 나가 볼까요?”말을 하며, 이서의 눈은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이서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음... 마감일이 다음 달 15일이니 아직 20여 일이나 남았네요. 20여 일이면 충분히 다 쓸 수 있어요.”이서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특히 이서와 가장 오래 알고 지낸 하나는, 활력을 다시 찾은 이서를 보고 엄청 뿌듯해했다....하이먼 스웨이의 별장.따가운 햇살이 하이먼 스웨이의 미간을 비추었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이미 컴퓨터 앞에서 무려 하룻밤을 꼬박 앉아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눈앞의 모니터는 이미 꺼진 지 오래되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가은이 한 살 때 가족을 잃어버렸다는 얘기가 맴돌았다.그녀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 컴퓨터 화면 속 자료를 똑똑히 보고 싶어도 손은 천근만근이 되어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럼 가은이는 내 딸 아닌건가?’‘난 분명히 다섯 살 때 잃어버렸는데, 만약 메일의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면, 내 딸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이야?’‘딸’을 찾은 뒤로 하이먼 스웨이는 마치 오랜 가뭄에 단비를 맞은 사람처럼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단비로 알고 있었던 게 태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그것도 초특급 울트라 태풍으로...“빵빵!”아래층에서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가은이 외출했다가 돌아온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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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가은은 서운한 표정으로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엄마, 도대체 왜 그러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순간 자신이 하이먼 스웨이를 속이고 있던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했다.하이먼 스웨이는 손을 흔들었다.“나... 난 괜찮아. 어젯밤에 밤을 꼴딱 샜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그러자 가은은 아무 일 없는 듯 덤덤하게 답했다.“그래요? 그럼 편히 쉬세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자리를 뜨는 가은의 뒷모습을 보며, 하이먼 스웨이는 마음속에 심어진 의심의 씨앗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서가 생각났다. 이서라면, 어젯밤 자신이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렇게 덤덤하게 돌아서지 않았을 것이다.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주었을 것이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 어린 모습으로 물었을 것이다.어젯밤의 이메일은 마치 한 자루의 날카로운 칼처럼 무자비하게 그녀의 마음을 후벼 팠다. 그로 인해 그녀는 이전에 신경쓰지 않았던 사소한 부분까지 유의하게 되었다.예컨대 가은과 함께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가은은 그녀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적이 거의 없었다. 돈이 필요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빼고는.즉 이전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하이먼 스웨이는 다시 이메일을 확인했다.이메일에는 당시 심씨네 하인이 어떻게 가은을 잃어버렸고, 또 어떻게 가짜 가은을 데려왔는지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작은 부분까지도 디테일하게 적은 걸 보니,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그렇다면 가은은 그녀의 진짜 딸이 아니라는 얘기다.‘그럼 내 딸은?’‘내 딸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하이먼 스웨이는 무기력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절망이 아니라 희망적 고문이다.같은 시각, 옆방의 가은은 욕실에 들어가 모든 물건들을 전부 땅바닥으로 쓸어버렸다.그녀가 이렇게 화가 난 건 하이먼 스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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