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31 - Chapter 40
430 Chapters
제31화
“응.”유시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힘이 가득 느껴졌다.“현우 씨, 난 반드시 그럴 거예요.”소현우를 위해서라도,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그녀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도 유시아는 잘 살아갈 생각이었다.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고,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에게 미련을 두지도 않을 생각이었다.소현우가 대답했다.“시아야,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쁘다...”그는 뜸을 들였다가 물었다.“그리고 신시연 일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사실 이 일로 신시연이 감옥에 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날 많은 목격자가 있었지만 유시아가 심하게 다친 건 아니기 때문이다.그러나 만약 그가 선임한 변호사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면 신시연은 당분간 구치소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그건 젊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여자에게 있어서 충분히 괴로울 것이었다.유시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이 일은 그냥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왜?”소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임재욱 씨가 복수할까 봐?”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임재욱을 신경 쓰지 않았다.“내가 그렇게 한 건 신서현 씨가 편히 눈 감을 수 있길 바라서예요. 내가 서현 씨에게 양보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소현우의 말이 맞았다. 이 세상에 그녀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유시아는 더 이상 신서현에게 빚진 게 없었다.“알겠어.”소현우가 말했다.“네 말대로 돌아가면 바로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일을 처리하라고 할게.”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소현우는 할 말이 있는 얼굴로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아야, 저녁에 시간 있어? 같이 밥 먹을래?”유시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러면 나 퇴근하고 데리러 갈게.”“그럴 필요 없어요.”유시아가 말했다.“현우 씨 일 바쁘잖아요. 내가 찾으러 갈게요. 어차피 나 지금 할 일도 없고 한가하니까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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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열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유시아는 그의 말에 따라 종이백을 열어 봤다. 안에는 연한 핑크색 상자가 있었는데 그 상자를 열어 보니 안에 핑크색 장미꽃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상자를 여는 순간 향긋한 내음이 물씬 풍겼다. 그것은 로즈온리 시리즈 제품이었다.그리고 로즈온리 시리즈의 주제는 ‘믿음과 사랑, 유일한 사랑’이었다.유시아는 이 브랜드의 장미꽃을 처음 받아보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것을 알고 있었다.이 브랜드의 장미꽃은 비싸기도 했지만, 더 가치 있는 것은 그 제품이 가지는 의미였다. 그건 하나의 약속이었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는 의미를 품은 그것은 평생 단 한 사람에게만 선물로 줄 수 있었다.유시아는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소현우 쪽으로 밀어냈다.“미안해요, 현우 씨. 난...”‘이걸 받을 자격이 없어요.’유시아는 속으로 묵묵히 말을 끝맺었다.그녀는 그에게서 이런 약속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과거 온 마음을 다해 임재욱을 사랑했던 유시아에게 이제 남은 거라곤 피로와, 따스함과 희망을 향한 동경뿐이었다.그녀는 소현우와 만날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전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버림당한 적이 있고 오점이 있는 여자였으니 말이다.소현우는 유시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시아야,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아뇨, 그건 아니지만... 전 이걸 받을 자격이 없어요.”유시아는 덤덤히 말했다. 그녀는 소현우와 약속을 잡아서는 안 됐다고 속으로 후회했다.아마 너무 외로웠던 탓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그녀에게 마음을 쓴다면, 유시아는 저도 모르게 그를 향해 다가갔다. 마치 오랫동안 사막을 헤매다가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처럼 말이다.그러나 그건 소현우에게는 불공평한 일이었다.소현우는 실소를 터뜨렸다.“시아야, 이 세상에 그런 자격 따위 없어. 네가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가 중요해. 난 너랑 만나고 싶은데...”그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시아야, 넌 어때?”“난...”유시아가 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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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소현우는 줄곧 자신의 자리에 앉아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이 대화를 마치고 심송학의 아내가 떠난 뒤에야 소현우가 물었다.“시아야, 너 출소하고 난 뒤 심씨 집안 사람들이랑 연락했어?”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임...”그 한 글자를 내뱉은 유시아는 이내 뭔가를 떠올리고는 말했다.“심송학 아저씨 집안에 폐를 끼치게 될까 봐 두려워서 연락하지 않았어요.”“난 두렵지 않아.”소현우는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대우 그룹도 두렵지 않고.”유시아는 덤덤히 웃었다.“알아요.”그는 겨우 몇 년 사이 세현 그룹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지능과 재능, 수단과 박력은 남들보다 훨씬 뛰어났다.그를 만난 건 유시아에게 행운이었다.밤이 되어 유시아는 베란다 쪽 러그 위에 앉아 창밖의 야경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구름이는 사료를 배불리 먹은 뒤 그녀에게 다가갔다. 구름이는 자기 머리를 유시아의 종아리에 비볐다가, 그녀를 향해 꼬리를 흔들었다. 마치 주인에게 무시당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유시아는 손을 뻗어 구름이의 새하얀 털을 만지작대면서 작게 말했다.“현우 씨 참 좋은 사람이지?”구름이는 동의하듯 짧게 짖었다.유시아는 피식 웃으며 구름이를 품에 안았다.“만약 내가 처음 만났던 사람이 소현우 씨라면...”그러나 그녀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구름이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허탈한 듯 웃을 뿐이었다.소현우를 먼저 만났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다정하고 너그러운 소현우는 중2 때 유시아의 눈에는 그저 좋은 사람일 뿐, 그를 사랑할 리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유시아가 진짜로 사랑했던 건 키 크고 잘생겼으며 냉담하고, 그녀를 멀리했던 임재욱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치 불나방처럼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다.이제 산산이 부서진 그녀는 소현우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임재욱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현우를 차선책으로 삼는 건 좋지 않았다. 그건 일종의 모욕이니 말이다....임재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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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신시연은 저도 모르게 임재욱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내 눈물을 닦으며 그에게서 카드를 건네받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오빠... 오빠 요즘 핼쑥해졌네요. 몸 잘 챙겨요. 일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요. 오빠가 잘 지내야 언니도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거예요.”신시연은 임재욱이 신서현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가 신서현을 잊지 않는다면, 신시연은 임재욱에게 기대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었다.임재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넌 학교로 돌아가. 이 일은 그냥 잊어버려. 그리고 앞으로는 유시아 괜히 건드리지 마.”신시연은 당황했지만 감히 따져 물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오빠, 난 이만 가볼게요.”신시연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임재욱은 차 안에 앉아 신시연이 사라질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신시연과 신서현은 몸매도 분위기도 매우 닮았다. 그래서 신시연이 가끔 애교를 부리거나 그를 등지고 있을 때면, 임재욱은 저도 모르게 신서현이 떠올랐다.만약 신서현이 아직 살아있다면...임재욱은 미간을 구기더니 담배에 불을 붙이고 힘껏 빨아들였다. 그는 애써 자신의 허황한 망상을 멈추려 노력했다....저녁때쯤, 임재욱은 파티에 참석했다가 소현우를 만났다.소현우는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임재욱이 다가오자 상대방에게 몇 마디 한 뒤 그를 향해 다가갔다.“임재욱 씨, 잘 지내셨나요?”임재욱은 그를 보자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소현우 씨...”“임재욱 씨.”소현우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부드럽고 정중했다.“오늘 오전에 변호사 말을 들어보니 신시연 씨를 데려가셨다면서요? 신시연 씨는 어떤가요? 괜찮나요?”유시아의 변호사는 소현우가 고용한 사람이었고 재판하는 동안에도 그가 거의 모든 일을 처리했다. 때문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일종의 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임재욱은 눈을 가늘게 뜨며 대꾸했다.“소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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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유시아는 구름이를 씻긴 뒤 낮은 의자에 앉혀 놓고 구름이를 그리려고 했다.그러나 구름이는 얌전히 있지 않고 계속해서 의자에서 뛰어내려 그녀에게 안아달라고 애교를 부렸다.유시아는 얼마 그리지 못하고 구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구름아, 착하지. 여기 앉아 있어야 널 그릴 수 있어. 가만히 있으면 내가 간식 줄게...”그러나 구름이가 자꾸 품속을 파고드는 바람에 유시아는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둘이 이 일을 의논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유시아는 화들짝 놀라며 구름이를 품에 안고 문가로 향했다.문구멍을 통해 밖을 바라본 그녀는 임재욱이 한 손으로 벽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는 걸 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거라곤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차가운 안내음뿐이었다.몇 번이나 실패한 임재욱은 조금 초조해진 건지 손으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유시아...”구름이는 위기를 감지한 건지 짖어댔고 유시아는 본능적으로 구름이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녀는 구름이를 안고 침실 안으로 숨은 뒤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러나 새로 산 휴대전화 연락처에는 소현우 한 사람뿐, 경비원의 연락처도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이때 소현우에게 연락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소현우를 자신과 임재욱 사이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그러면 어떡하지? 신고해야 하나?’유시아는 숫자 세 개를 입력했다. 그러나 기다란 손가락은 잠깐 주저했고 결국엔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임재욱은 밖에서 문만 두드릴 뿐, 무슨 일로 왔는지 얘기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경찰을 부른다고 해도 그냥 그를 설득해서 돌려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임재욱이 그녀에게 복수할지도 몰랐다.유시아는 천천히 숨을 뱉었다. 밖이 조용해진 것 같자 유시아는 구름이를 이불 위에 내려놓은 뒤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문구멍을 통해 보니 임재욱은 비틀거리면서 서 있었다.그는 문을 세게 친 뒤 그대로 쓰러졌고, 유시아는 순간 당황하여 문을 열고 나갔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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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여름철이라 원래도 잠옷이 얇았고 유시아는 자취하고 있었기에 슬립 원피스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조금 전에 심하게 버둥거린 탓에 그녀의 옷차림이 흐트러졌다.임재욱은 유시아를 안고 강압적으로 입을 맞췄다.유시아는 피할 수도 없어서 눈물을 흘렸다.“임재욱 씨,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해서 날 이렇게 괴롭히면 안 되죠... 읍...”임재욱은 그녀의 말에 짜증이 솟구쳐 강하게 키스하며 그녀의 울먹거림을 전부 집어삼켰다.아주 잠깐이지만 임재욱은 자신이 유시아 때문에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이성과 욕망이 서로 얼기설기 얽혀서 떼어낼 수가 없었다. 임재욱은 당장이라도 심장이 찢길 듯했다.그의 머릿속에 눈물범벅이 된 유시아의 얼굴과, 소현우가 파티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저랑 시아가 만나게 된 건 임재욱 씨 덕분도 있으니 제가 한 잔 마실게요.”‘제기랄, 내가 얘기했었잖아. 내가 질리기 전까지는 다른 남자한테 꼬리치지 말라고. 그런데 왜 내 말을 안 들어? 왜 소현우 그 자식이랑 만나는 건데?’임재욱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밤은 고요했다. 구름이는 방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임재욱은 베개에 누워 유시아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눈꺼풀을 뜨는 것마저 힘들었다.그렇게 잠이 든 임재욱은 4, 5시쯤 되어서야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임재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휴대전화 버튼을 눌렀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이곳은 그가 와본 적이 있는, 유시아의 방이었다.유시아의 방은 크지 않았다. 방 안에는 작은 침대 하나와 옷장 하나, 침대 서랍 위에는 귀여운 인형 하나가 놓여 있었다. 창문에는 흰색 커튼이 쳐져 있었고 방 안에서는 유시아 특유의 달콤한 향기가 가득했다.방 안은 엉망진창이었고 침대 시트는 잔뜩 구겨져 있었으며 그의 옷은 사방에 널려 있었다.임재욱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다가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주워 입고 침실 문을 열었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베란다 쪽으로 가보니 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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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문을 닫자 익숙한 ‘철컥’ 소리가 들렸다.임재욱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유시아의 집 문 앞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마음이 텅 빈 것 같아 무엇이라도 해서 공허한 마음을 채워야 할 것 같았다.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호주머니를 만졌다. 안에는 담배 한 갑만 들어있었고 라이터는 없었다. 챙기지 않은 건지 아니면 유시아의 집에 놔두고 나온 건지 알 수 없었다.몸을 돌린 임재욱은 라이터를 챙겨서 나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보니 자신이 비밀번호를 모른다는 게 떠올랐다.‘0416...’그것은 예전 비밀번호였다. 유시아는 그의 손을 잡고 비밀번호를 꾹꾹 눌렀었다.“... 이건 우리 결혼기념일이에요. 우리 집 비밀번호기도 하죠. 절대 잊어버리면 안 돼요.”임재욱은 그녀를 안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피식 웃었다.“잊어버리면 발로 뻥 찰 거예요.”유시아는 발끝을 살짝 들고 그의 턱에 짧게 입을 맞춘 뒤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내 마음을 여는 비밀번호이기도 하니까 절대 잊으면 안 돼요.”그는 그 비밀번호를 잊지 않았지만 이젠 유시아가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다.앞으로 그녀는 임재욱에게 절대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고 임재욱은 평생 그녀의 마음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순간 마음속에서 슬픔이 차올랐다. 도어락을 잡은 그의 두 손이 살짝 떨렸다. 그는 이내 손을 떼고 몸을 돌린 뒤 그곳을 떠났다....점심이 되어서야 유시아는 잠에서 깼다.방 두 개에 거실 하나인 작은 집 안에는 그녀와 구름이만 남아있었다.유시아는 침대에 앉은 채로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 뒤늦게 일어나 구름이의 사료를 준비했다. 그러고는 시트와 베개를 정리했고 임재욱에 의해 찢어진 슬립 원피스를 휴지통 안에 버렸다.간단히 아침을 먹은 뒤 유시아는 욕실로 가서 몸을 씻었다.임재욱의 손에 닿은 모든 물건이, 그리고 자기 몸까지 유시아는 역겹게 느껴졌고 또 치욕적이었다.특히 어젯밤 그녀는 또 한 번 임재욱에게 속았다.밖으로 나올 때 보니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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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사실 두 사람은 별로 접점이 없었다. 하지만 유병철이 자살하고 유시아가 고아가 된 후 심하윤은 마치 친언니처럼 유시아를 살뜰히 챙겼다. 그 뒤 유시아가 결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심하윤은 미국으로 유학하러 떠났다.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거의 3년간 만나지 못했다.유시아는 임재욱 때문에 자신에게 잘해줬던 사람들을 밀어내는 건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심하윤은 속물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유시아가 감옥에 갔었다고 해서 그녀를 깔볼 사람도 아니었다.유시아는 심하윤이 귀국하는 날을 메모장에 기록해 두었다. 다음 날, 유시아는 간단히 집을 정리한 뒤 화판을 등에 지고 구름이를 이동 가방 안에 넣은 뒤 함께 외출했다. 그녀는 택시를 타고 교외 쪽 호숫가에 도착한 뒤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구름이는 소심한 편이라 매번 밖에 나갈 때마다 아주 얌전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도 않고 그녀의 곁에 앉아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어서 아주 사랑스러웠다.유시아는 예전부터 그곳을 좋아했다. 조용한 곳이다 보니 유시아는 그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예전에 유시아는 대학교 때 미술학과 인재였다. 그녀는 겨우 17살의 나이에 입학해 반에서 나이가 가장 어렸고 동시에 재능이 가장 뛰어난 학생이라 많은 교수님이 그녀를 주목했다.그러나 대학교 3학년 때, 임재욱은 그녀와 결혼을 약속할 때 그녀에게 자퇴하기를 요구했고 유시아는 교수님이 만류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퇴하여 정운시로 돌아와 결혼 준비를 했다.그때 거의 모든 미술학과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유시아에게 꿈 두 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나는 교환 학생으로서 프랑스로 유학 가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제학과의 임재욱과 사귀는 것이었다.그러나 그 두 개의 꿈 모두 산산이 부서졌다.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상처받았고 자신을 향한 교수님들의 기대를 저버렸다.전자는 그렇다 쳐도 후자는 만회할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아파트 입구. 소현우는 자신의 차에 기댄 채로 핸드폰으로 업무 메일에 답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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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소현우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고 유시아는 그와 만날 자격이 없었다.유시아는 그가 준 온기를 탐해서는 안 됐다. 그리고 그 기회를 틈타 자신을 마치 짐짝처럼 그에게 맡겨서도 안 됐다.그녀는 자신의 가장 좋은 걸 모두 다른 남자에게 주었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 가장 뜨거웠던 마음 모두 말이다. 그래서 소현우에게 줄 수 있는 건 없었다.소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뭘 안 그런다는 거야?”“앞으로 오해하게 하지 않을게요.”유시아는 난처해져다. 그녀는 당황한 듯 그를 향해 허리를 살짝 숙인 뒤 이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소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성큼성큼 따라갔다.“시아야...”밤하늘 아래, 유시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의 예쁘고 큰 두 눈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겁을 먹은 사슴처럼 사랑스럽고 가련했다.“만약 저번 연애로 인해 힘을 다 소진해서 날 사랑할 여력이 없는 거라면, 넌 그냥 얌전히 여기 있으면 돼.”소현우는 말하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넌 여기 있으면 돼. 내가 널 사랑할게.”유시아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소현우는 그녀의 손에 작은 상자를 올려둔 뒤 곧바로 떠났다.그는 자신의 차에 오른 뒤 창문을 내리고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시아야, 내 선물 버리면 안 돼.”말을 마친 뒤 그는 운전해서 떠났다.유시아는 집으로 돌아온 뒤 그가 준 선물을 열어 보았다. 그것은 도자기 인형이었는데 예전에 그녀가 SNS에 올렸던 사진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긴 머리에 흰색 치마를 입은 아주 생동감 있는 모습이었다.그 사진을 찍을 때 유시아는 겨우 16살이었다. 그때는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을 때였다. 동시에 돌아가고 싶지만 절대 돌아갈 수 없는 때이기도 했다.유시아는 손에 들린 도자기 인형을 바라보다가 쓴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숙여 그 인형에 짧게 입을 맞췄다. 마치 시공간을 넘어 16살의 자신에게 입을 맞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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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유시아는 별말 하지 않고 웃을 뿐이었다. 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보리차를 우려서 그의 앞에 놓아줬다.소현우는 밥을 다 먹은 뒤 차를 마셨고 그녀를 도와 설거지까지 해놓은 뒤 테이블 위에서 차 키를 들고 떠나려 했다.그는 항상 이랬다. 그냥 밥만 먹고 떠날 뿐, 선 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문 앞까지 걸어간 그가 갑자기 유시아를 향해 말했다.“시아야, 우리 내일 같이 갤러리 전 보러 가자. 고민석 씨 갤러리 전이라 너도 좋아할 것 같아.”소현우의 말에 유시아는 그 일을 떠올렸다.“내일 따로 볼일이 있어요. 그리고 저녁에 아마 밥 안 할 것 같으니까 오지 말아요.”“내일 뭐 하러 가는데?”소현우는 한 마디 더 보탰다.“내가 같이 가줄까?”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지인이 내일 귀국해서 공항에 마중 나가는 거예요.”소현우는 흠칫하더니 이내 웃어 보였다.“알겠어. 가는 길에 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다음 날 아침, 유시아는 연한 파란색 원피스에 모자를 쓰고 공항버스에 탔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비행기는 연착되지 않고 제때 도착했다.유시아는 사람들 틈 사이에 서 있다가 심하윤을 발견했다.3년이 지났는데 심하윤은 예전보다 더 예뻐진 듯했다. 볼살이 있는 작은 얼굴은 핑크빛이 돌았고 몸매도 좋았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꽃무늬 원피스에 밀짚모자와 밀짚 가방을 매치해서 누가 봐도 여행하러 온 사람 같아 보였다.저 멀리서 유시아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정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하윤 언니...”심하윤은 빠르게 다가가 유시아의 앞에 서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는 마음 아픈 얼굴로 유시아의 가녀린 어깨를 쥐고 말했다.“시아야, 너 왜 이렇게 말랐어?”유시아는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인 뒤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서 나왔다.심하윤은 아버지 심송학에게 미리 연락하고 귀국한 것이 아니라 무턱대고 돌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공항 밖에서 아무 택시나 잡아 먼저 유시아의 집에 가볼 생각이었다.유병철이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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