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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411 - Chapter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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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백서윤이 입을 열려던 순간, 그녀는 문득 복도 저 너머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유선우를 발견하게 되었다. 유선우의 검은 동공은 마치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깊고 난해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백서윤은 더 이상 말할 용기도 없었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하나는 유선우가 보복할까 두려웠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유선우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에 유선우와 조은서의 재결합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마음이 복잡해진 백서윤은 그저 조은서를 향해 차갑게 웃어 보이며 다급히 마무리를 지었다.“전에 당신이 선우 씨를 매우 사랑한다고 사촌 언니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데 난 그것을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제 보니 당신은 선우 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이 말하는 사랑은 결국 그 당시의 내 사랑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천박하기 그지없네요.”“다른 남자와 사랑하면서 당신이 말하던 그 새로운 삶이나 마음껏 살아가세요. 난 당신이 뼈저리게 후회할 날만을 기다릴 테니까.”...백서윤의 말이 끝나고 조은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무뚝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백서윤 씨, 당신은 나와 유선우의 과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데?”말을 마친 조은서는 곧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녀가 몸을 돌린 순간, 복도 저 너머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의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일단 자세히 캐묻지 않고 자리를 뜨긴 했지만, 조은서의 마음 깊은 곳에는 이미 의심의 씨앗이 심어졌다.조은서가 자리를 뜨고 백서윤은 벽에 몸을 기대 애써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한참 뒤,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는지 백서윤은 빠른 걸음으로 복도 끝을 향해 달려갔다...아니나 다를까 백서윤은 그곳에 있는 유선우를 발견하게 되었다.유선우는 휠체어에 앉은 채 창을 사이에 두고 1층이 있는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유선우가 조은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 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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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그들의 사이에는 거리감이 없다.하여 임도영은 길목을 지나 길가에 차를 세운 뒤, 몸을 돌려 조은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직설적으로 물었다.“그 사람 생각해요?”조은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곧바로 답했다.“그런 거 아니에요.”그때,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임도영은 안전벨트를 풀고 조은서에게 키스하려는 듯 천천히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인간의 본능은 아무도 속일 수 없다고, 임도영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으려는 순간 조은서는 손을 들어 그를 가로막았다.그 순간의 움직임에 조은서도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사실 사귀는 연인 사이에 키스는 매우 정상적인 스킨쉽이었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임도영과의 스킨쉽을 피한 것이다...이윽고 조은서는 고개를 젖히고 자신의 행동에 어찌할 줄 몰랐다.임도영과 조은서의 거리는 당장이라도 닿을 듯 매우 가까웠고 서로의 뜨거운 숨결마저 느껴질 수 있는 거리였다. 일반적이라면 마음이 요동쳐야 하는 것이지만 조은서의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잠잠했다...임도영은 여전히 그윽한 눈빛으로 조은서를 바라보았다.“이래도 그 사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조은서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곧바로 임도영의 입술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조은서를 대하는 임도영의 표정은 너무나도 부드러웠는데 이는 연인 같지만 연인을 초과한 애정이 담겨있기도 했다--왜냐하면, 임도영은 조은서가 청순한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그의 두 눈으로 직접 지켜봐 왔다.조은서에 대한 임도영의 감정은 매우 복잡했다.그는 여전히 조은서가 입을 열지 못하도록 그녀의 붉은 입술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주었고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이게 연인의 신분으로서 그녀에게 말할 수 있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에 그는 더욱이 지금, 이 순간이 소중했다.조은서를 사랑하고 아지만, 그녀를 곁에 묶어두는 것은 더욱 싫었다.어젯밤, 임도영은 접대 자리에서 여러 소문을 들으며 유선우가 왜 휠체어에 앉게 된 것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조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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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조은서 씨, 그 계약서는 그저 장난이었을 뿐이야. 난 널 사랑하지 않아.]...한꺼번에 몰려든 기억들에 조은서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조은서는 고개를 살짝 젖히고 눈물을 참았다.하늘에서는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가느다란 빗줄기가 조은서의 몸에 떨어지며 그녀의 옷을 조금씩 적셨다. 하지만 조은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음의 초조함을 씻겨줄 차가운 빗물이 필요했다.조은서는 말없이 빗속을 걸으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백서윤의 말을 반복했다.[정말 선우 씨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거라 생각해요? 정말 선우 씨가 당신과 아이들을 버리고 다른 사람과 새로운 가정을 차릴 거라 생각해요?]그 순간, 조은서는 우뚝 자리에 멈춰 섰다.길가에는 매우 호화로운 웨딩살롱이 세워져 있었는데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안에는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인의 옆에는 한 남성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행동거지가 친밀하고 애틋한 것을 보아하니 딱 봐도 예비부부였다.하지만 조은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녀는 마에 씌기라도 한 듯 그 남녀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이지우였기 때문이다.이지우라면 당시 여주인의 행세를 하고 진이 정원에 나타났던 사람 아닌가. 유선우와 사귄다면서 왜 지금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단 말인가?조은서는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사실 진실은 이미 수면밖에 올라왔다.하지만 조은서가 무슨 수로 그토록 잔인한 진실을 받아들인단 말인가. 그녀는 심지어 유선우가 대체 무엇을 희생했는지,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심지어 유선우는 대체 무슨 심정으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는지조차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그날 밤, 서미연의 연회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유선우에게 조은서는 오히려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했었다.[선우 씨, 저 애인 있어요.]...빗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조은서의 얼굴은 어느새 비에 흠뻑 젖어있어 그녀의 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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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이윽고 웨딩살롱 직원이 그들에게 따뜻한 커피 두 잔을 내왔다.하지만 조은서는 커피에 손도 대지 않은 채 계속하여 이지우만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한편, 이지우의 눈빛은 어느새 과거의 추억에 잠긴듯했고 곧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때는 선우 오빠가 나와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고 진 비서한테서 연락 왔어요.”말을 하며 그녀는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들이마셨다.침착한 말투에 비해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다시 입을 열 때 이지우의 얼굴에는 쓰디쓴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때 전 마음속에서 유선우 씨를 원망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어요? 하지만 진 비서가 내세운 건 제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숫자였어요. 그건 2조가 달하는 프로젝트였거든요. 전 결국 그 유혹을 거절하지 못하고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뒤에 진 비서를 따라 병원에 가 서류에 사인하는데 그때 봤던 유선우 씨는... 그 모습은... 그때 유선우 씨의 모습은 지금 당신이 알고 있는 그 모습보다 얼마나 끔찍할지 감히 가늠할 수도 없어요. 조용히 침대 위에 누워 거의 움직일 수도 없었는데 조은서 씨, 그거 알아요? 그때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태연하게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어요.”말을 이어가는 이지우의 목소리에는 암울한 감정이 배어 있었다.반면 조은서의 눈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지만, 그녀는 뚫고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계속하여 이야기를 들었다.잠깐 숨을 들이켜던 이지우는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당시 전 계약서를 작성하고 약조대로 2조를 받은 뒤, 그 사람의 요구대로 선우 씨의 여자친구 행세를 했죠. 당시 진이 정원에서 막대한 모욕감을 느끼셨을 텐데 그거 알아요? 그때 유선우 씨는 휠체어에도 제대로 앉지 못해 침실에 누워 모든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당신이 오고 당신이 떠나는 것까지!”“은서 씨, 당신도 아마 유선우 씨가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짐작하셨을 거예요. 맞아요. 유선우 씨는 그 수술에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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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허민우는 방금 다녀가며 신약도 계속 개발 중이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다.유선우는 당연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얼마나 지나야 오른손을 쓸 수 있고 휠체어에서 일어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누구도 그에게 정답을 알려줄 수 없다.유선우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고용인들도 섣불리 그를 방해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예외였다.정원으로부터 승용차 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더니 이윽고 난잡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는 문어 구에서 다급하게 그를 부르는 아주머니의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돌아오셨어요.”함은숙이 찾아왔다고 여긴 유선우는 담담히 답했다.“금방 내려갈 테니 아래층 식당에 좀 앉아계시라고 하세요.”하지만 문어구는 잠잠하기만 할 뿐이었다.유선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상황을 살피기 위해 휠체어를 밀고 밖에 나가려던 그때, 문이 천천히 열렸다...문이 열리고 문어구에는 온몸이 비에 흠뻑 젖은 조은서가 서 있었다. 평소에는 줄곧 가장 아름답고 단아한 모습만을 유지해 왔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그녀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하지만 조은서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조은서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 얼핏 보면 평온해 보였지만 그녀의 가슴팍은 심각하게 기복이 심했고 그녀의 입술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조은서는 왠지 모르게 팽팽한 고무줄처럼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유선우는 곧바로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먼저 내려가 보세요.”아주머니는 잠깐 망설이는가 싶더니 결국 앞치마를 만지작거리며 자리를 떴다.그렇게 아주머니가 떠나고 둘만이 다시 한 공간에 남게 되었다.바깥에는 여전히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쉼 없이 내리는 비에 집안의 공기마저 습해지는 듯 했다. 밝은 조명 아래 비친 유선우의 각진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그는 오히려 금욕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문 닫고 빨리 들어와.”조은서는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왔다.두터운 문이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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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유선우는 그녀의 스킨쉽을 거절하지 않았다.하지만 완전히 받아들인 것 또한 아니었다. 등불 아래, 유선우의 암담한 눈빛은 계속하여 품에 안긴 여인을 흐릿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몸에 걸친 옷가지가 전부 빗물에 젖어버린 탓에 몸의 곡선이 훤히 드러나며 매우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다.유선우도 당연히 감각이 왔지만, 그는 자신의 몸에 감각이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조은서가 따뜻한 포옹으로 다가올 때, 유선우는 오히려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잡아 품에 억누르며 처음에는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더니... 그 뒤로는 이리저리 그녀를 손가락 사이에서 으스러뜨렸다.유선우의 애정행각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조은서를 대하는 유선우의 방식에는 부드러움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싸구려 여인을 대하는 것만 같았다.그러고는 일부러 조은서의 몸이 흥분의 극치에 다다를 때 그녀의 귓가에 거북한 말들을 속삭였다.“이래도 흥분하는 거야? 장애인과 지내는 게 어떤 것인지는 알아? 모든 과정에서 넌 능동적이어야만 하고 일이 끝난 후에도 네가 모든 흔적을 치워야 해. 불구인 나는 앞뒤로 널 보살펴줄 수 없으니까! ... 그래도 좋아? 그래도 더 원한다면 계속하도록 하지.”조은서는 유선우가 일부러 자신을 모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를 내쫓고 싶은 것이었다.유선우와 몇 년 동안 부부로 지내왔는데 유선우가 일부러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유선우는 분명 조은서를 원하고 있다.묵묵히 눈을 내리깐 조은서의 속눈썹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차가운 빗물을 저항 없이 맞은 그녀의 몸은 어느새 불구덩이처럼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조은서 역시 고열이 났다는 것을 느꼈지만 자신이 쓰러지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는 없었다. 하여 그녀는 유선우의 목을 꽉 끌어안은 채, 단 한 번도 남자에게 말한 적 없는 노골적인 멘트를 날렸다. 느낌 왔다고, 당신과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하지만 그 멘트는 유선우의 환심을 사지는 못했다.그는 오히려 조은서의 가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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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조은서는 끊임없이 유선우의 이름을 중얼거렸다.“선우 씨, 아니에요. 전 그런 적 없어요.”그릇을 쥐고 있던 아주머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거들었다.“대체 얼마나 몰아붙였으면 정신을 잃고도 대표님께 충성심을 표하는 거예요?”하지만 아주머니의 말에도 유선우는 묵묵히 입구를 바라보더니 이내 담담히 입을 열었다.“내려가서 진 비서가 도착하면 데리고 올라오세요.”아주머니도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약 30분이 지나고 진 비서가 의사와 함께 비를 뚫고 별장에 도착했다. 방금 통화 속에서는 감히 묻지 못했던 진 비서는 막상 누워있는 조은서를 발견하자 속으로 은근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여전히 뭐라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방에 들어선 여의사는 한눈에 상황을 알아챘고 조은서에게 해열제 주사를 놓아주며 무덤덤하게 주의를 주었다.“고열이 있을 땐 성생활을 하면 안 돼요. 그러니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주의해주세요.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요.”이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으나 유선우는 결국 꾹 참아냈다.의사는 잠시 후 곧바로 떠났지만 진 비서는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그녀는 조은서의 몸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주며 나지막이 물었다.“알고 있는 겁니까?”이윽고 잠깐 망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이지우 씨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요?”그러자 유선우가 담담히 그녀를 말렸다.“됐어. 그럴 필요 없어.”진 비서도 더 이상 말이 없었다.그녀는 주위를 쓱 둘러보더니 유선우도 아직 식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다.“제가 지금 아주머니에게 음식을 가져오라고 할게요... 이제 은서 씨도 돌아왔으니 더욱이 몸을 살펴야죠.”그러나 유선우는 창가 쪽에 앉은 채 묵묵히 조은서를 바라보며 잔뜩 쉰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행복해질 수 있었는데. 왜 바보같이 다시 돌아온 거야? 예전에 난 분명 잘해주지도 않았는데.”진 비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사랑하니까요.”그러자 유선우는 씁쓸하게 웃어 보이더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다리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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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조은서는 멍하니 유선우를 바라보았다.이윽고 그녀는 조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선우 씨, 저희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우린 관계를 맺었어!”곧이어 유선우는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어투는 여전히 부드러우면서도 침착했고 마치 멈춰버린 폭풍우처럼 잔잔했다.“마지막까지 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임신할 수 있어.”유선우는 말을 이어가며 그 약병을 조은서에게 건네주었다.떨리는 손으로 약병을 건네받은 조은서는 고개를 숙여 익숙한 약병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문자가 눈에 들어오자 조은서는 순식간에 옛 기억에 잠기고 말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조은서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유선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옛날과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가벼우면서도 굳건했다.“선우 씨, 전 이제 당신의 손에 조종당하던 어린 소녀가 아니에요. 그래요. 관계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저에게는 약을 먹을 권리와 먹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 당신은 무슨 입장으로 제게 약을 먹으라 하는 거예요? 전 남편의 신분인가요? 아니면 저와 하룻밤 보낸 남자의 신분인가요?”말을 마치고 조은서는 약병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유선우 씨, 정말 아이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책임질 일은 없어요.”유선우는 그저 말없이 조은서를 바라보았다.조은서가 변했다...예전의 어리숙하고 청순한 소녀에 비하면 조은서는 이미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했다. 과거에 하지 못했던 말들도 당당하게 입 밖에 꺼냈고 그의 목에 엎드려 도발적인 행동과 말을 하며 과거에는 차마 하지 못했던 행동들도 이제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사실 남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좋아한다.한참이 지나서야 유선우는 휠체어를 밀어 다시 창가로 향했다.“은서야, 별장의 화초와 나무들은 폭우를 겪고도 아름다운 물기를 머금고 새로운 생기를 띄지만 난 항상 침실에서, 서재에서 썩어가야 해... 난 한 번 외출하는 것만으로도 운전기사와 보건 의사와 함께 해야 하고 장애인 전용 통로를 이용해야 해.”가슴을 후벼 파는 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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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이미 오랫동안 끼고 다니며 반쯤은 낡아 있었지만 버리기 아까웠는지 여전히 옷장 정중앙에 고스란히 놓아두었다.조은서는 커프스를 꺼내 들어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을 지키고 있던 마지막 방어선이 그 자리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유선우는 아직도 조은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한다.아직도 평범한 여자를 찾아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그런 몸을 이끌고 이미 2년을 홀로 외롭게 지내왔으면서 이대로 평생 살 준비까지 했다니.조은서더러 새로운 삶을 살라고 하면서 본인은 여전히 그들의 신혼 방에서 썩은 듯이 살고 있다.그런데 유선우는 아직도 조은서에 대한 감정은 별거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순간, 반응할 겨를도 없이 감정이 솟구치기 시작했다.두 사람의 과거, 그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모든 것들이 갑자기 마음속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조은서는 신혼 시절 유선우의 냉담함과 그녀의 청순함을 기억했다. 그녀는 매일 구석진 위치에서 유선우를 위해 외출복과 액세서리를 맞춰주었고 아내가 될 생각에 무척이나 기뻐하였었다...많은 세월이 흐르고 그때의 감정이 인제 와서 다시 솟구칠 줄 몰랐다.조은서는 가까스로 눈물을 참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물기가 어려있었고 코끝은 붉게 물들었다...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어 조은서는 재빨리 옷을 골라 갈아입고는 아래층에 내려갔다....유선우는 객실에 없었다.마음이 복잡해진 유선우는 서재에서 담배를 피우며 창밖의 어둠이 가시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고요한 밤.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고용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이만 집에 돌아가시겠다는데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대표님께서 직접 나와보시는 건 어떠신가요?”그러자 유선우는 곧바로 휠체어를 돌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바깥에 어둡게 드리워진 밤보다 더욱 어두웠다.1층에서는 진 비서도 조은서를 말리고 있었다.“아직 몸도 완전히 낫지 않으셨는데 날이 밝은 뒤 가셔도 늦지 않아요.”그러나 조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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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그러자 유선우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데?”유선우는 조은서의 뒤통수를 움켜쥔 채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무자비한 남녀의 욕구는 결국 서로에 대한 강력한 감정을 위해서였다.10년 넘게 알고 지냈고, 몇 년간의 결혼생활까지 경험하고, 그렇게 많은 슬픔과 이별을 겪고, 두 명의 자식을 두고도, 단 한 번도 이렇게 마음속 깊은 곳을 찌르는, 이토록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말은 한 적 없었다...유선우의 눈에는 온통 조은서에 대한 갈망만이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그는 결국 모든 욕구를 꾹꾹 눌러 담고 마치 가족같이, 그리고 아이를 대하는 어른과도 같이 앞으로 잘 살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당부했다.조은서는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부들부들 떨었다.고개를 젖히고 유선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작은 얼굴은 등불 아래에서 유난히 맑고 부드러웠다. 유선우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조은서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저더러 어떻게 잘 살라는 거예요? 선우 씨, 당신이 알려줘요... 대체 어떻게 잘 살라는 거예요?”유선우는 답해줄 수 없었다.그는 조은서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조은서 또한 점점 무뎌질 것이고 그들의 감정 또한 점점 담담해질 것이다...조은서 또한 유선우의 결단을 보아냈다.그녀는 반드시 떠나야만 했다.그때, 별장 정원에서 승용차 소리가 나더니 조은서의 운전기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그러자 조은서는 유선우의 어깨를 받치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선우 씨, 이거 놔요. 전 이제 가야 해요. 선우 씨가 말한 건 잘 고민해볼게요.”유선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조은서는 이미 몸을 일으켜 매우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조은서가 현관에서 돌아서던 순간, 유선우는 그녀의 눈가에 은은히 맺힌 눈물방울을 보았다...유선우는 여전히 조은서의 온기가 남아있는 왼손에 힘을 꾹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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