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우산과 검은 드레스는 빗속에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를 그려냈다.4년 만에 박연희는 드디어 다시 B시로 돌아왔다.그녀가 B시로 돌아온 다음 날, 물건을 정리하던 중 그녀는 문득 4년 전, 조은혁이 그녀에게 중요한 일이 있다며 만나자고 했던 그 날을 떠올렸다.그해, 박연희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다.사실 박연희는 단 한 번도 그 약속을 잊은 적이 없지만 변고는 항상 계획보다 더 빨리, 맹렬하게 찾아온다... 그에 비해 조은혁에 대한 그녀의 사소한 옛정은 참으로 보잘것없이 느껴졌다.잔잔한 아쉬움도 있고 미련과 걱정도 있지만 박연희는 후회하지 않았다.지난 몇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다시 이 식당을 찾은 것은 그 시절의 아쉬움을 달래고 과거의 자신과 작별인사를 하려는 이유가 컸다... 4년 동안 그녀는 이제 그들도 서로 마음을 놓아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비는 계속해서 추적추적 내리고 길바닥에 생긴 물웅덩이가 번쩍번쩍 빛나며 사람들의 그림자를 비추었다.그때, 누군가의 어슴푸레한 얼굴이 비치고 조은혁은 순간 온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 가느다란 실루엣을 바라보니 모든 충동이 순식간에 격앙되고 분명 하늘과 땅 사이는 아무런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지만 그의 귓전은 귀청을 찢을 듯 거세게 울려 퍼졌다.그녀가 돌아왔다!박연희가 돌아왔다!박연희가 정말 뜻밖에도 돌아왔는데...그녀는 의외로 이곳을 기억하고 있다. 박연희는 조은혁이 그해 그녀와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4년이나 늦어버렸다... 4년,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상전벽해를 겪었는가. 4년 동안 그는 여기에 몇 번이나 왔는가.박연희가 드디어 돌아왔다.그녀는 이렇게 평온하게 그의 곁을 스쳐갔고 마치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리고 4년 동안의 이별이 모두 환상이었던 것처럼 그의 앞을 지나쳤다...무언가가 뜨겁게 떨어질 것만 같았다.조은혁은 황급히 머리를 쳐들고 그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이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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