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제대로 닫혀 있지도 않았고 고은서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집안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소파 쿠션은 이리저리 땅에서 뒹굴고 있었고 카펫 위에는 깨진 유리 조각과 찻잎들이 널브러져 있었다.티 테이블 위에 있는 꽃병도 땅에 떨어져 있었는데 그 주변에는 꽃잎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원래는 생기가 넘쳤던 꽃들이 볼품이 없이 되었다.벽에도 물건 던진 탓에 긁힌 자국이 적지 않게 있었다.단은숙은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었고 한쪽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까지 보였다.고국성도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셔츠가 찢어질 정도로 구겨져 있었고 목에도 손톱에 긁힌 자국이 가득했고 유리잔에 맞았는지 이마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반면 고은혜는 옆에 서서 무력하게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현장 상황을 봐서는 두 사람이 아주 심하게 다툰 듯했다.“언니, 왔어?”고은혜는 고은서를 보자마자 부랴부랴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곧 대학 졸업을 앞둔 고은혜는 비록 성인이지만 어릴 적부터 단은숙이 엄격하게 단속하는 바람에 독립적 사고 능력이 비교적 부족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맞서 당황해할 수밖에 없었다.고은서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씩씩거리는 고국성과 단은숙을 보며 애써 침착하게 두 사람을 불렀다.“은서야, 마침 잘 왔어.”단은숙은 그녀를 고국성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네 삼촌한테 똑바로 물어봐. 이 나이에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했는지.”고국성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호통쳤다.“단은숙, 그만해.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제삼자고 나발이고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울 생각하지 마.”“제삼자가 아닌데 당신 아이를 임신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단은숙은 그 여자를 떠올릴 때마다 들끓는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고국성에 덮쳐들면서 그를 때리려고 했다. 그러나 고국성의 힘이 훨씬 강한 탓에 얼마 되지 않아 밀려났다.자신의 힘으로는 고국성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단은숙은 그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래, 힘으론 나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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