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운성은 비랑 눈이 정말 많이 오죠!”얼마 지나지 않아 한민수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예하나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 곧 그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 제발 부탁할게요. 나랑 유진이, 형 앞에서 얘기 좀 잘 해주세요! 우리 둘 다 진짜 힘들어 죽겠어요!”맞은편에 앉은 예하나의 얼굴이 좀 어색해 보여서 난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어떻게 도와달라는 거죠?”그때 예유진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형수님, 우리 둘은 매일 여기서 형이 가둬놓은 사람들이랑 같이 지내는데, 정말 너무 지루해 죽겠어요! 형한테 우리 좀 빨리 풀어달라고 말해주세요.”그 말에 나는 웃으며 물었다.“지금 갇혀있다고요?”한민수가 재빨리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우린 여기서 그 사람들을 지키고 있는데 정말 너무 지루하다니까요!”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그럼 오늘 밤에 슬쩍 얘기해 볼게요.”“부탁드려요. 형수님.”한민수와의 통화를 끝내고 난 뒤, 나는 표정이 굳어진 예하나에게 설명했다.“모두 내 약혼자의 친구들이에요.”“네, 재미있는 분들 같네요.”찻집에 머문 지 얼마 되지 않아 최희연의 전화가 걸려왔다.“수아야, 그이가 급한 일로 떠나야 하는데 나도 같이 따라가려고. 내 얼굴 흉터를 치료해주겠대.”“알았어! 무슨 일 있으면 돌아와서 얘기하자!”“어. 운성에 돌아가면 연락할게.”저녁 모임은 이렇게 취소되었다. 석지훈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설명했더니 답장이 왔다.[응, 저녁에 집에 갈게.]휴대폰을 내려놓으니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었다.나는 무심코 예하나에게 물었다.“하나 씨, 부모님은요?”“해외에 정착하셨어요.”“아, 나 너무 심심하네요.”“하아, 저도 심심해요.”...이정희는 창가에서 석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갑고 무정한 그의 표정은 그 남자와 정말 똑같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그 남자의 친아들이 아니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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