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를 수 없었다.그 사실이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수아야, 한 가지 부탁해도 되겠니?”나는 예의를 갖추고 물었다. “무슨 일이신가요?”안혜인은 석윤민을 품에 안은 채 손가락으로 장난쳤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욱현이는 너 말고 내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이야.”“네?”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그 아이는 성격이 어둡고 말썽도 잘 부리지. 어쩌면 F국 왕실이 욱현이의 가장 큰 보호막이지만 앞으론 네가 지켜 주었으면 해. 욱현이가 어떤 실수를 하든지 나를 봐서라도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 수아야, 그 아이는 본래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다만 어릴 때부터 외롭게 자라서 그래. 게다가 버림까지 받아서...”안혜인은 말을 멈추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이것이 그녀의 가장 큰 소망이었다.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그렇게 할게요.”“고마워, 수아야.”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나는 그녀한테서 석윤민을 건네 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서둘러 말했다.“이제 그만 귀국하렴. 앞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란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습니다.”“윤민이는 욱현이한테 맡겨라. 며칠 후에 그 아이에게 작위를 계승시킬 거야. 모든 일이 끝나면 욱현이가 윤민이를 데리고 귀국할 거다.”나는 그녀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네, 그렇게 할게요.”“좀 피곤하구나, 이제 가거라.”나는 석윤민을 안고 문을 열고 나왔다.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게 나를 한없이 차갑고 무정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부르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오랜 세월의 거리감이 너무도 선명했다.나는 석윤민을 최욱현에게 넘겼다.“부탁할게.”“응. 하룻밤이라도 묵고 가지 그래?”“얼른 운성시로 돌아가야지.”나는 이 텅 빈 저택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긴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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