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571 - 챕터 580

801 챕터

제571화

석지훈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 현정우는 추측하며 말했다.“가주님, 석 대표님은 성격이 원래 차가우셔서 사람 많은 곳에 있는 것을 불편해하시지만 가주님과 함께 있고 싶어서 문 앞에서 따뜻하게 기다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흥, 따뜻하게?!”석지훈은 분명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었다.현정우는 내가 화난 것을 보고 더는 석지훈의 편을 들지 못했다. 나는 돌아서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김은정은 내가 또 혼자 온 것을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지훈이는? 애들 한 번도 보러 안 오네!”그녀의 질문에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석지훈이 바로 지금 이 집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차라리 기다릴지언정 아이들을 보러 오지 않는다니!나는 매우 언짢은 기분으로 말했다.“바쁘대요.”내 말을 듣고 어머니는 더 이상 석지훈에 대해 묻지 않았다.나는 별장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저녁 9시쯤 현정우가 나에게 말했다.“석 대표님은 아직도 문 앞에 계십니다.”석지훈은 벌써 대문 앞에서 다섯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나는 더 화가 났다.10시가 되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현정우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문 앞에 있는 석지훈의 검은색 벤틀리가 한눈에 들어왔다.나는 시선을 거두고 현정우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백미러로 석지훈의 차가 뒤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보면 볼수록 화가 치밀었다.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현정우에게 물었다.“저 사람을 탓해야 할까요?”아이들에게 냉담하다고 탓해야 하는 건가.아니면 어젯밤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연락 한 통 없었다고 탓해야 하는 건가.현정우가 나에게 물었다.“가주께서는 아이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그리고 그는 너무 제멋대로 행동했다.나는 이 말을 현정우에게 전했다. 그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석 대표님이 늘 혼자 행동하시고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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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남자는 처음으로 내 머리를 말려 주는 것이었지만 동작이 매우 부드러웠다.내 머리는 숱도 많고 길어서 거의 30분 동안 드라이어로 말렸다. 그 후 그는 빗을 찾아내 머리를 빗어 주었는데 조심스럽고 다정한 손길이었다.내가 계속 침묵을 지키자 석지훈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윤아야, 나한테 화난 거야?”진짜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내가 화난 거 뻔히 알면서 말이다.아마도 그는 우리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예전에는 내가 그를 이렇게까지 무시한 적이 없었으니까.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뒤에서 내 목을 감싸 안고는 몸을 숙여 턱을 내 어깨에 기대고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애원했다.“윤아야, 제발 화 풀어.”계속 윤아라고 부르는 소리에 내 마음은 흔들렸다.이렇게 나오면 나는 진짜 버티기 힘들었다.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가 연 씨 별장 문 앞에서 7, 8시간 동안이나 기다리면서도 애들은 보러 안 들어왔다는 게 이해가 안 됐어.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나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속으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나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나 화 안 났어요.”내 말투는 딱딱했다. 석지훈은 내 몸을 더 세게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뭘 잘못했어?”아직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른단 말인가?마치 내가 괜히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내가 막 화를 내려는 순간, 석지훈의 차갑고 큰 손이 갑자기 내 턱을 감쌌다.“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 줘, 윤아야. 속으로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난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그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게다가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다니...그의 말에 끓어오르던 화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나는 눈을 감았다 뜨면서 물었다.“왜 집안에 안 들어왔어요?”나는 그가 왜 아이들을 보러 오지 않았는지 직접적으로 묻지 않았다.“문 앞에서 널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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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석지훈은 나의 약혼자이고 앞으로 나의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내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했으니 나는 그들 사이가 서먹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서로 가까워지기를 바랐고 석지훈이 나에게 주는 따뜻함을 아이들에게도 조금 나눠 주고 너무 차갑고 냉담하게 대하지 않기를 바랐다.나중에 애들이 커서 석지훈의 냉정함을 원망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석지훈은 나를 놓아주고 내 옆에 앉았다. 그는 내 손을 잡고 내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담담하게 설명했다.“나는 아이들을 좋아해. 네가 목숨을 걸고 낳아 준 아이들이니까. 나는 네가 그 아이들을 내 곁으로 보내 준 것에 감사하고 네가 나를 위해 희생한 것에 감사해. 하지만 윤아야, 사람마다 교육 방식이 다르 듯이 내가 아이들에게 냉담하게 대하는 것은 사실이야. 나는 아이들이 나에게 의존적으로 자라는 걸 원치 않아. 난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서 앞으로 혼자서도 모든 일을 해낼 수 있기를 바라거든.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말이야.”이것은 석지훈이 처음으로 나에게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아이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자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나는 그저 아이들이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나는 내 생각을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가볍게 내가 잘 아는 그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야, 이 세상은 네 생각처럼 안전하지 않아. 지금은 우리가 이 세상을 쥐고 있다지만 우리도 언젠가 늙을 거야! 결국 이 세상은 젊은이들의 것이지. 그때가 되면 이 세상의 권력은 다시 재편될 거야. 우리 둘도 아이들을 평생 지켜줄 수는 없잖아. 게다가 나에게는 원수가 많고 아이들은 내 핏줄이기 때문에 평탄한 삶을 살 수는 없을 거야.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려면 자신의 힘으로 권력의 정점에 서야 해.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강해져야 하지. 그게 바로 석씨 가문이 어린 후손들을 집에서 내보내 수련시키는 이유야. 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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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아침에 눈을 뜨니 석지훈은 옆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베개 옆에 쪽지를 남겨 두었다.“윤아야, 나 회의가 있어서 동성에 가.”그는 정말 보고하기 시작했다.그는 말한 것은 꼭 지키는 성격이었다.상처는 거의 다 나았지만 석지훈의 소심한 성격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나는 쪽지를 서랍에 넣고 일어나 커튼을 열었다. 운성에는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정원에는 살구꽃이 만발해 있었다. 곧 복숭아꽃과 배꽃도 피어날 것이다. 시간이 되면 석지훈과 함께 비 오는 날 침대에 누워 꽃구경을 해야겠다.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정말 아름답다.”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날들이다.나는 창문을 열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코끝에 맑은 향기가 가득했다. 나는 창가에 한참 서 있다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국제전화였다.나는 전화를 받고 물었다. “누구세요?”“접니다. 진유겸.”진유겸이 왜 갑자기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까?나는 그가 최희연에게 한 짓을 떠올리며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로 전화하셨죠?”그는 내 말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희연이는 어디 있어요?”나는 쏘아붙였다.“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요?”“내 사람 말로는 운성에서 사라졌다던데.”나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몰라요. 끊을게요!”전화를 끊고 나는 비서에게 최희연의 행방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한참 뒤 비서가 나에게 보고했다.“아이스랜드의 작은 마을에 있습니다.”나는 놀라서 물었다. “언제 갔대요?”“어젯밤에 급하게 비행기 표를 예매했습니다.”“갑자기 아이스랜드에는 왜 갔을까요?”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생긴 걸까?“대표님,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비서의 말에 나는 마음속에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에게 지시했다.“아이스랜드로 갈 준비해요. 돌아오는 길에 F 국에 들릴 테니 사람을 시켜 윤민이를 F 국으로 보내 주세요.”나는 석윤민에게 작위를 물려주기로 결심했다.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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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석지훈이 그의 앞에서 몇 번이나 그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석지훈은 그의 앞에서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고현성이 연수아에게 조금만 더 잘해 줬더라면 자신은 그녀를 가질 수 없었을 거라고 말이다.그리고 고현성은 다시는 연수아를 되찾을 수 없었다.한편...비행기에서 내린 최희연은 두꺼운 패딩을 꽉 여미며 공항 입구로 나갔다. 거기에는 경호원처럼 보이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그녀는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왕자 씨가 보내신 분들인가요?”“네. 최희연 씨, 저희를 따라오시죠.”최희연은 고개를 들어 아이스랜드의 차가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이 땅을 밟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그녀는 복수하고 싶었다.그 남자를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럴 힘이 없었다.그리고 연수아가 걱정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이곳에 왕자라는 사람을 찾으러 왔다.맞다. 왕자는 그 사람의 이름이었다.최희연은 그것이 가명일 거라고 생각했다.누가 진짜 이름을 그렇게 짓겠는가.경호원들이 그녀를 데려간 곳은 통나무집이었는데 전통 가옥처럼 지어져 있었고 내부는 매우 호화로웠다. 모두 최고급 목재를 사용했고 마당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도 있었다. 앞쪽에는 복도가 있었고 처마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달려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딱 그 남자의 사치스러운 스타일이었다.그녀는 앞마당 눈밭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용히 불렀다.“왕자 씨.”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들리는 것이라곤 풍경 소리와 어깨에 내려앉는 차가운 눈바람뿐이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이 노래했다.“소녀, 부족하나마, 도령의 눈에 들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도령을 귀찮게 했으니, 부디 노여워 마십시오. 도령은 북쪽으로 가시고 소녀는 남쪽을 바라보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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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현정우와 함께 아이스랜드에 도착했을 때, 아직 최희연을 만나지 못했지만 공항에서 우연히 진유겸과 마주쳤다.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여기까지 희연이를 찾으러 온 거예요?”진유겸의 얼굴은 어두웠다.“네.”그는 최희연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아이스랜드로 달려왔다. 사실, 그는 그녀를 신경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주민솔이 있었고 마치 과거 고현성의 곁에 임지혜가 있었던 것과 같았다.고현성이 나에게 했던 일을 떠올리며 나는 조용히 충고했다.“이 세상에서 반드시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 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랑 희연이는 오랜 친구예요. 보기엔 연약해 보이고 사람들과 다투지도 않지만 뒤끝 있는 성격이에요. 앞으로 유겸 씨가 후회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그는 주민솔을 선택했고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왜냐하면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최희연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그 역시 잘 알고 있지만 단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을 뿐이다.그러나 그 이유는 내게 너무 하찮게만 느껴졌다.지금 필요한 건 그의 결단력이었다. 하지만 그는 주민솔을 외면할 수 없었다.마치 과거의 고현성이 임지혜와 결혼식을 해야만 했던 것처럼.지금의 주민솔과 과거의 임지혜는 너무도 닮았다. 모두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옭아맸다.천박한 수법이었지만 너무도 성공적이었다.내 경고에 진유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최희연을 찾았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그녀는 흰색 모피 외투를 두른 채 한 오두막 앞에 앉아 있었다.온 세상이 눈 속에 파묻혀 있었고 그녀의 눈동자는 공허하게 저 멀리 새하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끝없는 슬픔이 담긴 듯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숨쉬기조차 어려웠다.조심스레 눈을 밟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힌 채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불렀다.“희연아.”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나를 바라보았다.“수아야.”나는 애틋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나야.”진유겸은 우리 뒤에 서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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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응, 별로 친하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어.”별로 친하지 않다면서도 최희연은 그를 항상 신뢰해 왔다.과연 그녀에게 있어서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존재일까?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녀를 아파트에 데려다준 뒤 곧바로 공항으로 향해 F국으로 떠났다.비행기에서 내릴 때쯤 나는 석지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운성시에 있어요?]그는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응,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석지훈은 요즘 말투가 점점 다정해지고 있다.나는 핸드폰을 넣으며 옆에 있던 현정우에게 물었다.“윤민이는?”“강 비서랑 함께 맨션에 있어요. 가주님을 기다리고 있대요.”현정우랑 함께 맨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밤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현관 앞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최욱현이 나왔다. 그의 정교한 이목구비는 여전히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고 귀에는 여느 때처럼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다만 이번에는 붉은색이었다.그는 볼 때마다 이어폰 색이 달랐다.최욱현은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께서 하루 종일 너를 기다리셨어. 다행히 상태는 괜찮으셔. 윤민이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셔서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으시더라. 평생 받은 선물 중 가장 소중하다고 하셨어.”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음 한구석이 시려왔다.이제 그녀한테 남은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나는 그를 따라 맨션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멈춰서자 그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안 가?”나는 오히려 반문했다.“너야말로 왜 안 가?”나는 지하 밀실에서 십수 년간 보관되었던 나의 신장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가 공작을 어떻게 대했는지도 보았기에 경계심이 생겼다.경계심이라기보다 혐오감에 가까워지며 그가 점점 거북하게 느껴졌다.그래서 너무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았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같이 가려고 기다린 거야.”“그럴 필요 없어. 먼저 가.”그는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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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아마 석윤민을 뜻하는 듯했다.나는 차분히 물었다.“가능한가요?”“왜 윤아가 아니라 윤민이지?”안혜인은 이미 석윤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내가 2년 전 목숨을 잃을 뻔했을 때도 알고 계셨던 걸까?만약 알고 계셨다면 왜 다시 만나려 하지 않았던 걸까?나는 솔직하게 답했다.“윤민이는 오빠예요. 앞으로 많은 책임과 고난을 짊어져야 하죠. 후작위는 윤민이에 대한 제 보상이에요.”석지훈은 석윤민을 내 곁에서 멀리 떠나보내 단련시키려 했고 반면, 석윤아는 계속 내 곁에 머물게 할 생각이었다.앞으로 석윤민이 걸어갈 될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이 후작위는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상이었다.안혜인은 대답했다.“그럼 윤아한테 불공평하지 않겠니?”나는 단호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내 생각을 말했다.“설령 지금 어머니께서 후작위를 제게 주신다고 해도 결국 저는 둘 중 한 명에게 물려줄 겁니다. 하지만 먼 미래에도 둘의 우애가 깊을지 아닐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만약 사이가 좋다면 누구에게 주든 상관없지만 사이가 나빠진다면 누구에게도 줄 수 없겠죠. 그러니 지금 윤민이한테 주는 게...”어머니는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내 이름으로 윤민이한테 물려주마. 이렇게 하면 미래에 윤아가 원망을 하든 그 화살은 네가 아닌 할머니인 나에게 향하겠지.”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허락하신 거예요?”어머니는 단순히 허락한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책임까지 짊어지셨다.“그래. 널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구나. 게다가 윤민이한테 주나 너에게 주나 결국 내 핏줄에게 주는 것이니 다를 바가 없지 않겠니?”“감사합니다.”그녀는 덧붙여 설명하셨다.“나는 윤민이와 윤아를 같은 마음으로 아낀다. 모두 네 아이들이잖아.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 늘 윤아한테 미안하단다. 아무것도 남겨줄 게 없잖아.”“그럴 일 없어요. 윤아는 제가 챙길 거예요.”후작위란 단지 하나의 명칭일 뿐이었다.나와 석지훈이 갖고 있는 건 그것보다 훨씬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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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더 이상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를 수 없었다.그 사실이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수아야, 한 가지 부탁해도 되겠니?”나는 예의를 갖추고 물었다. “무슨 일이신가요?”안혜인은 석윤민을 품에 안은 채 손가락으로 장난쳤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욱현이는 너 말고 내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이야.”“네?”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그 아이는 성격이 어둡고 말썽도 잘 부리지. 어쩌면 F국 왕실이 욱현이의 가장 큰 보호막이지만 앞으론 네가 지켜 주었으면 해. 욱현이가 어떤 실수를 하든지 나를 봐서라도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 수아야, 그 아이는 본래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다만 어릴 때부터 외롭게 자라서 그래. 게다가 버림까지 받아서...”안혜인은 말을 멈추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이것이 그녀의 가장 큰 소망이었다.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그렇게 할게요.”“고마워, 수아야.”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나는 그녀한테서 석윤민을 건네 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서둘러 말했다.“이제 그만 귀국하렴. 앞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란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습니다.”“윤민이는 욱현이한테 맡겨라. 며칠 후에 그 아이에게 작위를 계승시킬 거야. 모든 일이 끝나면 욱현이가 윤민이를 데리고 귀국할 거다.”나는 그녀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네, 그렇게 할게요.”“좀 피곤하구나, 이제 가거라.”나는 석윤민을 안고 문을 열고 나왔다.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게 나를 한없이 차갑고 무정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부르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오랜 세월의 거리감이 너무도 선명했다.나는 석윤민을 최욱현에게 넘겼다.“부탁할게.”“응. 하룻밤이라도 묵고 가지 그래?”“얼른 운성시로 돌아가야지.”나는 이 텅 빈 저택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긴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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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방금 전까지 괴롭고 복잡하던 마음은 석지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차 문을 열자마자 그는 나를 단단히 끌어안고는 현정우에게 지시했다.“근처 저택으로 가.”나는 의아하게 물었다.“운성시로 안 돌아가요?”그는 눈을 내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피곤해?”피곤했다.비행기를 타고 하루 종일 돌아치느라 진이 다 빠졌고 아이스랜드에서 운성시로 돌아갈 때 이미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국으로 왔다. 원래는 조금만 더 참고 바로 운성시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지금 석지훈은 여기에 와 있었다.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나는 한편으로 놀랐지만 다른 한편으로 행복했고 감사했다.“네, 피곤해요.”그는 다정하게 말했다.“피곤하면 기대서 잠깐 자.”나는 지친 눈을 감았다.코끝으로 전해지는 그의 은은한 향기에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어렴풋이 느껴지는 움직임에 눈을 뜨자 그는 나를 품에 안은 채 침대로 옮기고 있었다.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나지막이 말했다.“배고파요.”그는 조용히 물었다.“뭐 먹고 싶어?”“새우 먹어도 돼요?”그는 내 배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설명했다.“해산물은 상처 회복에 좋지 않아.”나는 실망한 듯 힘없이 대답하자 석지훈은 이내 달래듯 말을 이었다.“상처가 다 나으면 해 줄게.”나는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지금은 뭐 먹어요?”“좀 자. 나중에 깨워 줄게.”나는 그의 말을 따라 다시 눈을 감았다. 그는 나를 침대 위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그러나 여전히 눈을 뜨고 있는 나의 모습에 그는 물었다.“왜 안 자?”나는 솔직히 말했다.“오빠 보고 싶어서.”그는 짧게 대답하고는 다가와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그러고는 몸을 숙여 내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얼른 자.”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속에는 쉽게 알아챌 수 있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요즘 나에게 깊은 인내심을 보였다. 우리의 관계 속에서 그는 점점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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