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처럼, 며칠 동안 윤하경의 곁은 고요하기만 했다. 이번 일은 하씨 집안에서 크게 번질 수도,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고 모든 것은 하병철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걸 윤하경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하병철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이상, 속이 타도 그저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다섯 날이 지나서야, 제일 먼저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하석호였다.하석호가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왜 그래?”윤하경이 먼저 조심스레 묻자, 하석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 강현우랑... 어디까지 간 거야?”윤하경은 잠깐 망설였지만 하석호가 이미 다 알고 묻는다는 걸 눈치챘다. 그래서 더는 숨기지 않기로 했다.“나랑 그 사람, 이미 법적으로 부부야.”하석호의 얼굴이 굳어졌다.“언제부터...?”“저번에 외할아버지랑 같이 경성에 갔을 때, 강현우가 나 데리고 혼인신고 했어.”하석호는 한 번 더 인상을 찌푸렸다.“그럼 그때 강현우 결혼식도, 진짜 너랑 한 거였던 거야?”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맞아.”이미 다 들킨 마당에 더는 숨길 이유가 없었다.하석호가 이렇게 급하게 온 걸 보면 분명 하병철이 모든 걸 다 알게 된 게 분명했다.“혹시... 외할아버지가 다 알고 계셔? 괜찮으셔? 나 때문에 화 많이 나셨지?”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에 하석호는 한참이나 윤하경을 바라보다가,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윤하경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설마... 외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지? 나 때문에... 그런 거 아니지?”혹시라도 하병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진작에 솔직히 말할 걸 그랬나 하면서 후회가 눈물로 번졌다.“석호야, 제발... 외할아버지 괜찮으시다고 말해줘.”전에도 하병철이 건강이 많이 안 좋다고 했는데 이번 일까지 겹쳐 더 큰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두려움이 밀려왔다.하석호는 고개를 저으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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