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Kabanata 251 - Kabanata 260

624 Kabanata

제251화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지

결국, 고민하던 민여진이 대답했다.“사촌 동생이에요.”이제야 말이 되는 것 같았다. 웨이터는 민여진에게 다가가 그녀와 함께 팔짱을 끼며 물었다.“그 사촌 동생 말이에요, 여자친구 있어요? 나 소개 좀 해주면 안 돼요?”“여자친구 있어요.”괜히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었던 민여진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김빠지는 대답에 웨이터는 빠르게 흥미를 잃고 말했다.“피아노는 이쪽에 있어요. 연주 시간 되면 누가 와서 알려줄 거예요. 더 물어볼 거 없으면 먼저 가 볼게요.”민여진은 갑자기 바뀐 상대의 말투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저 피아노에만 정신이 팔려 당장이라도 연주하고 싶었다. 예전 카페에서 연주하던 피아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퀄리티가 높아 보였다. 시험 삼아 한 번 연주해보니 하루 만에 사람들의 칭찬이 끊임없이 쏟아졌다.덕분에 민여진의 얼굴에도 웃음이 늘었다. 다시 활기를 찾은 그녀의 표정은 더욱 생동해 보였다. 한참이나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서원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민여진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왔다.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민여진이 물었다.“서원 씨, 진성 씨 서재 불 켜져 있어요?”“네, 켜져 있어요.”민여진은 주먹을 힘껏 쥐었다. 박진성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녀는 박진성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러니 감사 인사는 반드시 전하고 싶었다.박진성의 서재 앞에 도착한 민여진은 노크를 하기 위해 손을 올렸다. 하지만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서재 문이 활짝 열렸다. 굳이 허락을 받고 들어갈 필요도 없다는 듯 애초에 잠겨 있지 않았다. 민여진을 위해 일부러 열어둔 것 같았다.민여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조용히 물었다.“진성 씨, 안에 있어?”박진성은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서원과 함께 차를 타고 마당에 들어설 때부터 그는 민여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진성은 민여진의 말을 분명히 들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무 대답 없는 서재에서 남자의 호흡을 느낀 민여진이 고개를 숙여 잔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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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소개팅

“그건, 얼마 하지도 않는데.”민여진은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 목구멍이 꽉 막혀 버린 것처럼 답답했다.“진성 씨가 그걸 차고 가면, 괜히 체면만 깎일 거야.”“그래서 나한테 안 줬던 거야?”민여진은 아랫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박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어 민여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낮게 속삭였다.“여진아, 나 정도 위치까지 올라오면 그런 허영이나 허례허식 따위엔 관심이 없어져. 내가 하고 다니는 물건들이 얼마짜리든, 그까짓 게 내 입지를 흔들 수는 없거든. 길거리에서 이런 걸 팔고 있었다고 해도 난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야, 그건 솔직히 인정할게. 하지만 이건 네가 준 거잖아. 그것만으로도 나한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이야.”말을 마친 박진성은 민여진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두 사람의 가슴 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피어올라 시끄럽게 요동쳤다. 민여진은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감정에 긴장됐던 몸에서도 서서히 힘이 풀려갔다....그 후 며칠 동안 민여진은 레스토랑 일에 점점 적응해서 이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간단한 대화까지 나눌 정도가 되었다. 그러던 오늘, 화장실에서 나오던 민여진의 손을 청소 아주머니가 덥석 잡았다.“여진아, 너 나이도 있는데 결혼 생각은 없어? 나중에 더 나이 들면 의지할 사람도 없을 텐데?”민여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미 결혼했다고 말할 수도 없어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저는 괜찮아요.”“뭐가 괜찮아? 솔직히 너 같은 애는 서둘러야 해. 젊을 때 얼른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지. 나이 들고 찾을 거야?”아주머니는 더 돌려 말하지 않고 곧장 본론부터 얘기했다.“우리 옆집에 아들이 하나 있거든. 서른 넘었는데 너보다 일곱 살이었나, 여덟 살이었나 조금 더 많을 거야. 그래도 사람은 착해. 자동차 공장에서 정비공으로 일하고 있는데 애가 참 성실하고 좋아. 외모는 조금 별로긴 한데, 넌 어차피 앞도 안 보이잖아. 어떻게, 오늘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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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이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아

이제는 레스토랑에 오는 손님들도 다 민여진을 보러 오는 것 같았다.“아, 그분이요? 지금 소개팅 중이세요.”메뉴판을 계속 넘기던 박진성의 손이 멈췄다. 그의 눈이 가늘게 좁혀지더니 눈동자가 까맣게 가라앉았다.“소개팅이요?”“네.”웨이터가 몰래 웃으며 말했다.“피아노는 잘 쳐도, 못생긴 데다가 장님이잖아요. 솔직히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은 아니죠. 그래서 저희 청소 아주머니가 좋은 마음으로 소개팅 주선해 주셨어요. 남자가 7~8살 정도 더 많다고는 하지만, 상대 가려 만날 처지는 아니잖아요.”박진성의 서늘한 시선에 웨이터는 순간적으로 온몸의 털이 쭈뼛 서버리는 것 같은 오싹함을 느꼈다.“왜 그러세요, 손님?”“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요?”잠시 망설이던 웨이터는 급히 손가락으로 레스토랑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저쪽이요.”민여진과 남자는 시야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앉아 있었다. 마음먹고 안 찾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이었다. 박진성의 시선은 곧장 남자에게로 옮겨졌다.정말이지 볼품없다는 말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사람이었다.아무리 민여진이 시각장애인이라고 해도 사람 고를 줄은 알 터였다. 굳이 눈길을 줄 가치조차 없는 남자에 박진성이 안심했다.그러던 그때, 남자와 얘기를 주고받던 민여진이 환하게 웃었다. 남자의 어떠한 말에 몸까지 떨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눈동자의 초점이 없었지만 그녀의 미소 만큼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박진성의 미간이 힘껏 찌푸려졌다. 지금의 그 역시도 민여진을 저렇게 웃게 해줄 수 없었다....“아주머니께서 이런 성격이셨군요. 확실히 화끈하시긴 해요.”민여진은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어나갔다.“아직 결혼 생각 없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집요하게 나오실 줄은 저도 몰랐어요. 아예 오늘 바로 불러내실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저도 마찬가지예요.”남자가 어깨를 으쓱였다.“휴대폰 확인해 보니까 전화가 10통이나 와 있더라고요. 그래도 뭐,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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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박 대표 기분이 안 좋아 보여

“바쁘시면 저는 먼저 가 볼게요. 실례가 안 된다면 여진 씨 연락처라도 알 수 있을까요? 나중에 혹시라도 제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도울 일 있으면 제가...”주먹을 꽉 쥔 박진성의 손등에 핏줄이 울퉁불퉁 불거졌다. 보아하니 남자는 아직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계속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눌러내며 차갑게 민여진을 노려보았다.민여진은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셨다. 점점 커지는 압박감에 호흡을 가다듬고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죄송하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어서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진호영은 눈에 띄게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 것 같았다.“제가 나이가 좀 많죠? 여진 씨가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 저도 가 볼게요.”진호연은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레스토랑을 나섰다. 아마도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모양이었다.민여진의 표정이 점점 복잡미묘해졌다. 박진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얘기해야 한다는 게 씁쓸했다.“왜? 미련 남았어?”박진성은 어딘가 착잡해 보이는 민여진의 표정을 보는 순간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민여진, 네가 아무리 눈이 멀었다고 해도 정도가 있지.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을 상대로 흔들려? 넌 대체 어디까지 내려가려는 거야?”민여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박진성 씨, 제발 다른 사람 외모 갖고 비하 좀 하지 마!”“외모 비하라고?”박진성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억센 손길로 민여진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만난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벌써 저 인간부터 감싸고 돌아? 네가 일하러 온 거지, 남자 꼬시러 온 거야?”민여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박진성의 막말은 언제나 민여진에게만 거침없이 쏟아졌다.익숙해질 때가 됐지만 저절로 붉어지는 눈시울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나타나 애써 분위기를 풀어보려 애썼다.박진성이 손아귀에 힘을 주며 무어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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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그 남자는 대체 뭔데

저택 마당에 도착하자 서원은 민여진을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는 다시 차를 끌고 떠났다.민여진은 소파가 있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2층에서 불이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2층을 쳐다보았다.그 위에 있는 인물이 누군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곧이어, 엄청난 압박감이 밀려와 민여진의 온몸을 짓누르듯 감쌌다.“올라와.”박진성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이미 방문을 열어둔 채 민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여진의 몸이 위기를 감지한 듯 순간적으로 뻣뻣하게 굳었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방에 도착하자마자 민여진은 박진성에 의해 속절없이 침대 위로 내던져졌다. 곧이어 남자가 그녀의 몸 위 올라왔다. 싸늘한 눈빛에는 서슬 퍼런 분노가 서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보였다.“민여진, 내가 그동안 너한테 너무 잘해줬나 봐. 이제는 대놓고 기어오르네?”박진성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민여진의 웃는 얼굴이 계속 떠올라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난 이미 너한테 충분한 자유를 줬고, 네가 뭘 하든 최대한 참아준 것 같은데. 그 보답이 고작 이거야? 만난 지 30분 동안 된 남자나 감싸고 돌아? 넌 도대체 어디까지 바닥을 칠 생각이야? 방현수는 그렇다 쳐도, 저 남자는 도대체 뭔데?”박진성의 말이 점점 심해졌다.“네 얼굴 그렇게 되니까, 어떻게든 매력발산 해보고 싶었어? 그래서 기를 쓰고 남자들 꼬시려고 드는 거야?”그 순간, 민여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박진성의 조롱으로 생긴 수치심과 불신이 뒤엉켜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너 미쳤어?”그녀는 박진성을 힘껏 밀쳐냈다. 너무 화가 나 폐까지 아팠다.“난 얼굴을 망친 거지, 적어도 일하는 곳에서 남자 꼬시는 미친년은 아니야! 네가 더럽다고 나까지 더럽게 생각하지 마. 모든 사람들이 다 너처럼 추악한 건 아니야!”“내가 더러워?”박진성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기어오르는 걸 그냥 오랫동안 모른 척해줬더니 이제는 이빨까지 세우고 있었다.“좋아. 진짜 더러운 게 뭔지 제대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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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보복

매니저는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여진 씨, 나도 여진 씨 업무능력은 정말 높게 평가해요. 그러니까 다시는 나 실망시키지 마요.”민여진은 멍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왔다. 직원 공간으로 돌아오자 청소 아주머니가 기다렸다는 듯 다급히 다가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여진아, 어떻게 된 일이야? 호연이는 너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 네가 거절했다며? 지금 네 꼴을 봐, 너도 멀쩡한 여자가 아닌데, 도대체 뭘 가려? 평생 애도 못 낳고 혼자 살 작정이야?”불만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날카롭게 때려 박혔다. 민여진은 듣기 거북하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아주머니, 저는 그냥 만나보겠다고만 했지, 한 번 만나본다고 꼭 사귀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얘가 정말!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잖아! 너 같은 애를 호연이 말고 누가 받아줄 것 같은데? 걔는 워낙 어릴 때부터 남 챙기는 게 익숙한 애라 네가 못생긴 장님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여 주는 거야. 그만한 사람이 어디 흔한 줄 아니? 넌 왜 쓸데없이 눈만 높아? 보이지도 않으면서.”그 말에 민여진은 또 혹시 자기가 너무 버릇없이 구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차분히 고개를 들어 다시 대답했다.“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마음이 안 가면 끝인 거에요. 억지로 이어준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라고요. 제가 좋다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혼자 살게요. 아주머니는 제 일에 굳이 신경 안 쓰셔도 돼요.”말을 마친 민여진이 벽을 더듬으며 휴게실로 향했다. 등 뒤에서는 따가운 청소 아주머니의 시선이 느껴졌다. 머리카락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목덜미의 키스 마크에 아주머니의 표정이 날카롭게 바뀌더니 외쳤다.“그래, 네가 그럼 그렇지. 얌전한 앤 줄 알고 좋은 사람 소개해 줬더니, 이렇게 천박한 짓이나 하고 다니는 거 봐라! 이렇게 천박하게 구니까 호연이 같은 착한 남자가 눈에 안 차겠지.”민여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가 차갑게 식은 눈으로 아주머니를 바라보자 아주머니도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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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박진성에게는 말하지 마

그 청소 아주머니는 혹시라도 민여진이 제대로 넘어지지 않을까 봐 걱정되라고 한 듯 일부러 비눗물을 바닥에 뿌려놓았다. 민여진을 제대로 망신시키려던 작정한 게 분명했다.민여진은 이때까지 함께 일해오며 레스토랑의 모든 직원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런 직장에서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결국, 민여진은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말았다.“괜찮아요.”민여진은 애써 고통을 삼켜내며 반대쪽 손을 뻗었다.“죄송한데 저 좀 일으켜 주실래요? 옷 갈아입고 오면 바로 연주 시간 될 거예요. 부탁드릴게요.”민여진의 의지에 직원도 뭐라 더 말을 꺼낼 수 없어 그녀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연주하는 내내 민여진은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팔꿈치에서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계속됐다. 하지만 손님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민여진은 이를 악물고 끝까지 연주를 마쳤다. 연주가 다 끝나자 그녀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퇴근 시간이 되자 서원은 평소처럼 레스토랑 앞에서 민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창백한 얼굴과 어떻게든 뭔가를 참아내려는 그녀의 표정을 마주한 순간, 서원도 적잖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여진 씨, 괜찮아요? 무슨 일 있었어요?”민여진은 힘없이 대답했다.“서원 씨, 일단 아무것도 묻지 말고 병원부터 데려가 줄래요?”병원에서 민여진의 팔꿈치를 처음 보게 된 서원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팔꿈치는 퉁퉁 부어 피고름이 차 있었다.민여진이 치료를 받는 내내 서원의 안색이 어두웠다.“여진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누가 괴롭힌 건 아니죠?”“아니에요. 그냥 내가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민여진은 애써 입꼬리를 올려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서원 씨, 오늘 일은 진성 씨한테 얘기하지 말아 줄래요?”“왜요?”“일하다가 다쳤다는 거 알면 진성 씨는 분명 화부터 낼 거예요. 진성 씨 아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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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거짓말이 제일 싫어

“민여진, 네가 언제까지 일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박진성은 휴대폰을 꺼내 녹음된 통화 내용을 재생했다.“여진 씨요? 여진 씨라면 9시쯤에 퇴근 했는데요. 그다음부터는 잘 모르겠네요. 피아노 연주 듣고 싶으신 거라면 내일 다시 오시는 걸 권장해 드립니다.”그 순간, 민여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설마설마했는데 박진성은 이미 그녀가 댈 수 있는 모든 핑계를 다 차단해버리고 말았다.그의 눈빛에 차 있던 분노의 농도가 점점 짙어졌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거짓말이야. 왜 자꾸 내 인내심을 시험해보려고 하는 거지? 방현수에 이어서, 이번엔 또 진호연이야?”민여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박진성이 진호연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단단한 손에 턱이 붙잡혔다. 순식간에 욱신거리는 고통이 느껴졌다.민여진을 내려다보는 남자의 얼굴에는 서늘한 분노만이 남아 있었다. 단 하룻밤 만에 둘의 관계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버린 것 같았다.서로를 밀어내고, 경계하고 불신했던 그때로.“레스토랑에서 나온 지 두 시간이 지나도록 어디 있었던 거야?”박진성은 이를 꽉 깨문 채 낮게 으르렁거리며 물었다. 민여진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자 매정한 눈길로 그녀를 내려다보던 박진성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벗어.”민여진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박진성을 바라보자 박진성이 코웃음을 쳤다.“왜, 못 하겠어? 네 몸에 내가 아닌 다른 남자 흔적이라도 남았나 보지?”민여진이 덜덜 떨리는 입술로 중얼거렸다.“이러지 마...”“네가 날 이렇게 만들잖아!”박진성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민여진을 노려보며 그녀의 목덜미를 거칠게 잡아 침대로 내던졌다. 이윽고 자신의 몸으로 민여진을 아래에 가둔 박진성이 속삭였다.“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난 여기서 네가 오기만 기다렸어. 그런데 넌 뭐야? 왜 매번 내 한계를 넘으려고 하는 건데?”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기회 두 번 안 줘. 네 손으로 직접 벗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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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너는 화 안 나?

민여진이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박진성이 다시 물었다.“많이 다쳤어?”그 말에 민여진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화 안 나?”당연히 박진성은 화가 나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단 한 순간도 화가 나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 특히 오늘 밤 민여진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할 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미쳐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던 여자가 지금 눈앞에서 극심한 고통을 애써 참아가며 자신의 상처와 약점을 숨기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박진성은 어느 정도 화가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민여진이 자신의 부상 사실을 숨긴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가 부상을 두려워하게 된 이유 역시 박진성 때문이었다.“처음부터 다쳤다고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화낼 일도 없었을 거야.”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박진성은 곧장 강태화에게 당장 저택으로 오라는 전화를 걸었다.민여진은 몸도 일으키지 못한 채 침대 위에 누워 다급히 말했다.“아... 아니야! 굳이 강 선생님까지 부르지 마! 시간도 이미 너무 늦었고, 병원도 다녀왔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돈 받으면서 일하는데 뭐 어때. 그리고 난 지금 네가 정확히 어떻게 다쳤는지, 심각한지 아닌지 확인해야겠거든.”민여진이 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별로 안 심해, 맹세할게! 일상생활도 문제없어!”박진성은 민여진의 대답에 코웃음을 터뜨리며 가볍게 비웃었다.“고작 일하겠다고 팔 한쪽을 아예 버릴 생각이야?”민여진에게서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자 박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일하는 거 허락한 이상, 다시 번복하는 일 없을 테니까. 네가 일을 하든 말든 다 네 자유니까 너무 불안해할 필요 없어.”말을 마친 박진성이 다시 방을 나섰다. 민여진은 여전히 침대 위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이윽고 박진성은 얼음주머니를 들고 돌아와 민여진의 팔 위에 대 주었다. 찌르는 듯한 고통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것 같자 그녀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때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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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널 위한 선물

민여진의 표정을 보는 순간, 강태화는 왜 박진성이 그녀를 막을 수 없었던 건지 알 수 있었다.박진성의 표정은 무덤덤해 보였지만 차갑게 식어있던 눈빛은 이미 따뜻하게 변해 있었고 그 속에는 은은한 미소가 보였다.“응, 나도 네가 해낼 것 같아.”분위기를 파악한 강태화가 자리를 떴다. 민여진은 박진성에게서 받은 악보를 찾으려고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맞다, 진성 씨. 나랑 그 진호연이라는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오늘도 그 사람이랑은 안 만났고, 앞으로도 만나는 일 없을 거야.”그 말만을 남긴 후, 민여진은 난간을 따라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박진성의 조각 같은 얼굴을 따뜻한 조명을 받아 한층 더 부드러워 보였다.‘그러니까 방금 자기랑 진호연 사이에 대해서 해명한 거지?’예전의 민여진이었다면 박진성에게 절대 말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그녀가 이제는 꽤 귀여워졌다.다음 날, 민여진은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나무 악보에 적힌 곡을 손에 익히기 시작했다.피아노도 없는 방 안에서 민여진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악보를 연습하고 있었다. 정수향이 때마침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여진아, 그만 만지작대고 얼른 내려와 봐.”민여진은 정수향의 말에 악보를 덮었지만 손에서 내려놓지는 않았다.“무슨 일이야, 엄마?”“아이고, 서프라이즈 선물인데 말하면 안 되지. 네가 직접 내려와서 확인해.”정수향이 무슨 일인지 알려주지 않자 민여진도 별다른 의심 없이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정수향은 그녀의 손을 잡고 미지근한 무언가의 위에 민여진의 손을 갖다 댔다.잠시 멈칫하던 민여진이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물체를 꾹 눌러보았다. 이윽고 안쪽에서 부드러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내 손이... 건반 위에 있는 건가?’정수향이 입을 가리며 웃어 보였다.“꽃에 물 주고 있었는데 거실에 이렇게 큰 게 와 있지 뭐니. 깜짝 놀랐다니까. 난 잘 모르긴 하지만, 이거 비싼 거 맞지?”짐을 다 나른 상우가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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