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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박 대표 기분이 안 좋아 보여

Author: 연의 수정
“바쁘시면 저는 먼저 가 볼게요. 실례가 안 된다면 여진 씨 연락처라도 알 수 있을까요? 나중에 혹시라도 제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도울 일 있으면 제가...”

주먹을 꽉 쥔 박진성의 손등에 핏줄이 울퉁불퉁 불거졌다. 보아하니 남자는 아직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계속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눌러내며 차갑게 민여진을 노려보았다.

민여진은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셨다. 점점 커지는 압박감에 호흡을 가다듬고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어서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진호영은 눈에 띄게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 것 같았다.

“제가 나이가 좀 많죠? 여진 씨가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 저도 가 볼게요.”

진호연은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레스토랑을 나섰다. 아마도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모양이었다.

민여진의 표정이 점점 복잡미묘해졌다. 박진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얘기해야 한다는 게 씁쓸했다.

“왜? 미련 남았어?”

박진성은 어딘가 착잡해 보이는 민여진의 표정을 보는 순간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민여진, 네가 아무리 눈이 멀었다고 해도 정도가 있지.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을 상대로 흔들려? 넌 대체 어디까지 내려가려는 거야?”

민여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박진성 씨, 제발 다른 사람 외모 갖고 비하 좀 하지 마!”

“외모 비하라고?”

박진성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억센 손길로 민여진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만난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벌써 저 인간부터 감싸고 돌아? 네가 일하러 온 거지, 남자 꼬시러 온 거야?”

민여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박진성의 막말은 언제나 민여진에게만 거침없이 쏟아졌다.

익숙해질 때가 됐지만 저절로 붉어지는 눈시울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나타나 애써 분위기를 풀어보려 애썼다.

박진성이 손아귀에 힘을 주며 무어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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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여진의 말에 진시호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지금의 진시호에게는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어차피 이틀 정도 복수가 늦어지는 것뿐이었다. 민여진은 이미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렇게 민여진은 묶여있던 밧줄에서 벗어나 차에 올라탔다.진시호는 민여진을 그의 개인 부동산인 2층 저택으로 데려갔다. 저택을 나서던 진시호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민여진, 방금 했던 말 거짓말이 아니어야 할 거야. 그게 거짓말이라면 이틀 후의 넌 지옥이 뭔지 경험하게 될 테니까.”진시호가 냉소 지으며 저택을 벗어나자 민여진이 빨갛게 달아오른 손목을 어루만졌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피부를 타고 심장에 닿았다.박진성은 예상대로 나타나지 않았다.그는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조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쩌면 이미 양성으로 돌아가는 길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지금 민여진을 구할 수 있는 건 자신 뿐이었다.하지만 그건 일반인에게도 하늘을 오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시각장애인인 민여진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극악의 난이도였다.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민여진은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두 명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경비가 얼마나 삼엄한지, 두 사람 틈으로는 빛도 들지 않을 것만 같았다.“어디 가시려고요?”경계 가득한 말투로 묻는 남자에게 민여진이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배가 고파서요. 두 분 대표님께서도 굶어 죽은 제 시신을 보고 싶어 하시지는 않을 것 같은데. 밥 좀 주시겠어요?”서로 마주 보며 시선을 교환하던 두 사람이 대답했다.“일단 방에서 기다리세요. 지금 주문해 드릴게요.”“거실에서 먹어도 될까요? 방에서 먹으면 냄새가 나서요.”“요구가 많으시네요.”남자가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진시호가 저택을 나서며 여자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은 탓이었다.순간 눈빛이 어두워지던 민여진이 곧 체념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빨리 주문해 줘요.”문이 닫히자 웃고 있던 민여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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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624화 그 사람은 안 와요

    민여진의 말에 낚이지 않은 진시호가 냉소 지으며 말했다.“제가 이렇게 된 건 민여진 씨와도 상관이 있잖아요. 민여진 씨가 그저 가만히 제 계획대로 따라와 주었다면 제가 이 지경이 될 이유가 없었죠.”진시호는 통증에 또다시 씁, 숨을 들이켰다. 부어오른 얼굴을 감싼 진시호가 악독한 눈빛을 반짝였다.“하지만 너무 걱정할 거 없어요. 박진성은 여진 씨보다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그 말에 민여진은 진시호가 노리는 것이 박진성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민여진이 말했다.“제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박진성을 이렇게 원망하면서 왜 박진성이 아닌 절 납치한 거예요?”진시호가 음흉하게 입꼬리를 씩 올렸다.“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거예요,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박진성이 여진 씨를 얼마나 아끼는데, 여진 씨가 납치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가만히 있겠어요?”“모든 걸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저에게 무릎을 꿇어서라도 여진 씨가 안전하기만을 바랄 거예요.”그 말에도 민여진은 여전히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민여진이 가소롭다는 듯 웃어버렸다.진시호가 미간을 찌푸렸다.“왜 웃는 거죠.”“대표님께서 저보다 더 순진한 것 같아서요.”진시호가 욱, 화를 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고개를 든 민여진이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박진성은 안 와요.”“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예요?”진시호가 의심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민여진을 빤히 쳐다보았다.“이유는 간단해요. 만약 진 대표님이 박진성이라면 여자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실 거예요? 박진성에게 여자가 정말 저 하나일 것 같아요? 그러니 박진성이 저 때문에 그런 협박에 놀아날 일은 없어요.”민여진은 그렇게 확신했다.만약 그녀가 문채연이었다면... 어쩌면 박진성이 흔들렸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민여진은 문채연이 아니었다. 민여진은 그저 박진성이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하는 그런 여자에 불과했다.민여진의 죽음은 박진성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저라면 당연히 여자 때문에 누군가에게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623화 복수 대상

    박진성의 주변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그의 분노에 공기마저도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박진성은 곧 실소를 터뜨리며 약을 다시 봉투에 넣었다.“이게 뭐라고 그렇게 웃기지도 않은 핑계까지 대고 그래. 뭐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피임약? 그렇게까지 숨기는 건 설마 내가 화라도 낼까 봐 그러는 거야?”“민여진,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박진성의 태도에 오히려 민여진이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민여진도 곧 자신이 피임약을 숨길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했다.민여진이 박진성의 아이를 원하지 않듯, 박진성 역시 그녀와의 아이를 원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민여진은 왜 박진성이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그러네.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어.”한결 마음이 놓인 민여진이 약 봉투를 열어 물과 함께 약을 삼켰다.불빛을 등진 채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박진성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민여진이 약을 삼키자 박진성이 말했다.“그 남자가 너에게 많은 걸 가르쳐 줬나 봐? 예전의 넌 이런 걸 신경 쓰지는 않았잖아. 어떻게든 내 아이를 갖고 싶어 했으니까.”민여진은 박진성이 왜 지난 얘기를 꺼내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의 민여진이 멍청하고 우스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이야깃거리가 필요했던 것일까.민여진이 차분하게 미소 지었다.“그래서 그 대가를 누구보다 무겁게 치렀잖아. 그 덕에 이젠 이런 것도 신경 쓸 줄 알게 된 거겠지.”그 말에 두 사람은 다시 긴 침묵에 빠져버렸다. 박진성이 소파에 놓인 외투를 걸치며 딱딱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이젠 나가봐야겠어.”화제를 피하는 방법이 꽤 어색했지만 민여진은 모른 척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민여진이 라면을 뜯었다.박진성이 별장을 나서자 민여진은 라면을 끓이기 위해 물을 올렸지만 결국 입맛은 사라졌다.고민하다 사과 한 알을 베어 물고 다시 소파로 향했다.별장의 거실이 크고 공허한 탓에 민여진은 TV를 틀어놓고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622화 약 좀 사줘요

    박진성이 여유로운 태도로 대답했다.“어떤 일이 있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필요 없는 질문은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보낼 줄 아는 게 똑똑한 여자인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민여진이 고집스레 말했다.“난 일반적인 여자라면 바보처럼 혼자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는 건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이니까. 하라는 대로만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라, 사람이니까.”한참을 말없이 민여진을 빤히 쳐다보던 박진성이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말고 올라가서 쉬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민여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정말?”“내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장담했다는 건, 정말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얘기야. 너 안 속여. 하지만 당분간 양성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 같아. 진시호가 다쳤으니 회장님은 어떻게든 그 보상을 받으려고 할 거야.”“그러니까 이 난리통에 넌 잘 숨어있어. 타이밍을 봐서 양성으로 돌아가면 그들도 다시는 우리를 건드릴 수 없을 테니까.”박진성의 말에 민여진은 순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불안했던 마음이 놓이자 피곤이 몰려왔다. 홀로 방으로 돌아간 민여진은 곧 잠이 들었다. 침대의 누운 민여진의 꿈에서는 차 안에서의 일들이 또다시 펼쳐졌다.다만 현실과 다른 점은 임재윤이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임재윤의 얼굴이 똑똑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두 눈에 담긴 혐오만큼은 분명히 알아챌 수 있었다.그 눈빛에 민여진은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방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차디찬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려오고 있었다.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민여진이 찬물로 얼굴을 씻어내렸다. 그러다 문득 차 안에서 그 일이 벌어졌을 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그저 넘어가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임신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전에도 계획에 없던 갑작스러운 임신이었고 그로 인해 후회만 가득 남은 일들이 연이어 터졌었다.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고 민여진은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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