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해맑은 얼굴로 그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왔다.“기주 오라버니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저희 오라버니가 드디어 그 염라대왕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직접 식사를 대접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 하세요..”“그럴 필요 없다.”양기주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이 일은 앞으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거라.”냉담한 그의 태도에 유혜안은 질투가 치밀었다.그녀는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알겠어요, 오라버니. 어제 송 이랑께서 부아를 못 참고 쓰러지셨는데 미안해서 사과하러 가던 참이었어요. 욕을 먹든 매를 맞든 송 이랑의 화를 잠재울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당할게요.”양기주는 종일 기운이 없던 송완영의 얼굴을 떠올렸다.한때 그녀 역시 활기 넘치던 소녀였고, 기마복을 입고 자유롭게 초원을 누비던 바람 같은 여인이었다.수렵장의 젊은 사내들은 모두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태자도 예외는 아니었다.열일곱의 양기주는 처음으로 여인의 미모에 눈을 뜨게 되었다.자세히 생각해 보면 그에게 시집온 이후로 송완영은 한 번도 그런 활기찬 모습을 보인 적 없었다.소월의 했던 말이 뇌리를 스치자,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얹은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혜안아.”양기주는 싸늘한 목소리로 유혜안을 불렀다.강압적인 모습에 유혜안은 가슴이 철렁했다.“왜 그러세요, 오라버니?”“나한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느냐?”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인 유경년이 관직에서 파면당하고, 유배를 떠나던 해에 근교까지 쫓아와서 평사관 전장에 대해 캐묻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의 그 섬뜩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그는 거짓과 배신을 가장 혐오한다고 말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초조함에 가슴이 뛰었다.“오라버니,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세요?”“혜안아, 우린 십여 년을 남매로 지냈고 이모님도 임종 전에 너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어. 그래서 널 보살피는 것은 내 책임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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