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지교수의 비밀 아내: Bab 11 - Bab 20

40 Bab

제11화

지원후는 반 시간 전에 유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면접용 정장을 어떤 고급 디자이너에게서 골라 주었지만 병원에 급한 일이 생겨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이 결혼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인 장모인 그녀에게 연락했다는 것이다.그는 또다시 아내를 챙기는 다정한 모범 남편인 척했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됐다. 하지만 나와 지원후의 사이는 선물을 주고받을 만큼 가깝지 않다.“원후가 너를 챙긴다고 해서 마음대로 구는 건 정도가 있어야지. 집에 가면 먼저 네가 잘못했다고 말해. 지씨 집안사람들이 물으면 직장 생활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하고, 제대로 임신 준비해서 집안에 튼튼한 아들 낳아 드리겠다고 해. 알겠어?”그녀는 지씨 집안사람들 앞에서 맹세라도 하게 하려는 기세였다.유지현의 이런 수법이 평범한 남자라면 통할지 몰라도, 지원후에게는 오히려 역효과일 뿐이다.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었기에 나는 말을 줄였다.“현모양처인 척하려면 끝까지 해야죠.”면접을 포기하는 대신 합격해 놓고 눈물로 직장을 떠나는 편이 훨씬 설득력 있지 않을까?게다가 여기는 모든 의대생이 목매는 연협병원이다.내가 합격하면 지씨 집안의 안목도 나쁘지 않다는 증거가 되고, 뽑은 며느리 수준도 입증된다.“제가 능력을 보여 주면 엄마 체면도 올라가요. 평생 어머님보다 한 수 아래로 보이고 싶어요?”내 한마디에 유지현의 흐릿한 눈동자가 반짝였고, 곧바로 길을 비켜 주었다. 전속력으로 달려도 결국 지각이었다.나보다 먼저 면접장에 들어간 사람은 정다은이었다. 표정을 보니 꽤 순조로운 모양이었다.그런데 네 명의 면접관 가운데 지원후가 있었다. 연협병원이 신경외과로 유명하니 이인자인 지원후가 참석한 것도 당연했다.나는 잡생각을 접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심나빈 씨는 학부 시절 신경외과 관련 학업을 마치는 동시에 마취학도 수강하셨네요.”면접관 중 한 명인 안세혁이 내 이력서를 훑어보며 차분히 물었다.“두 학과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보나요?”맞다. 나는 학부 때 복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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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뜻밖의 한 방을 맞은 듯, 나는 무표정으로 면접실을 나왔다. 직감적으로 이번 면접은 망쳐 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돌덩이같은 다리를 질질 끌고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익숙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전체적으로는 아주 순조로웠어요. 다 원후 선배님이 준 면접 노트 덕분이에요.”정다은이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보고하고 있었다.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사박사박 달려왔다.“선배님, 면접은 어땠어요?”그녀는 서류봉투를 보물처럼 껴안은 채 환하게 웃었다.나는 낮게 답했다.“실수가 하나 있었어요.”“괜찮아요, 선배님.”그녀가 달콤한 어조로 달랬다.“면접관이 다 거물이니까 완벽하긴 힘들죠.”탁!그녀가 나를 다독이려고 팔을 뻗다가 품에 있던 서류봉투가 떨어져 정확히 내 발 앞에 닿았다.고개를 숙인 나는 표지에 또렷이 적힌 곧은 필체를 보고 심장이 한 박자 멎었다.지원후의 글씨였다.나와 정다은이 동시에 허리를 굽혀 서류봉투를 집으려다가 손이 스쳤고, 나는 퍼뜩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그것을 품에 꼭 안았다. 마치 진귀한 보물처럼.“죄송해요.”그녀가 부끄럽게 웃으며 말했다.“이건 원후 선배님이 저한테 준 면접 노트예요. 전부 손 글씨라서 정말 소중해요.”말을 끝내고 혀를 살짝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서류봉투는 얇지 않았다. 적어도 십여 장. 전부 손 글씨라면 만만한 분량이 아니다.밤낮없이 바쁜 신경외과에서, 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지원후가 이런 노트를 직접 써 줄 시간이라니... 정성을 들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일이 바빠 내려올 틈도 없다느니, 식사도 못 한다느니... 지금 보니 전부 핑계였다. 나를 대충 달래려는 핑계 말이다.나는 멍한 정신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올해 경쟁 장난 아니래. 내과는 두 명 뽑고, 신경외과는 원래도 자리가 하나밖에 없었어.”옆에서 온 응시자가 수군댔다.“자리가 하나라고? 거길 뚫으려면 실력이 얼마나 좋아야 해?”“말도 마. 어차피 그 한 자리는 이미 내정됐을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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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내 질문을 들은 지원후는 얼굴이 단숨에 굳었다.깊은 눈동자가 내 얼굴에 드리워졌고 짙은 어둠이 가라앉아 있었다.나도 눈길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했다.잠시 대치하던 끝에,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비웃듯 말했다.“너는 내가 왜 그랬다고 생각해?”그는 내 속뜻을 바로 알아챘다. 그리고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다시 물었다.“혹시 너 훌륭한 의사는 실험실에서 차가운 기계만 만지면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거야?”“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그는 차 열쇠를 돌리며 낮게 답했다.“의사라면 주변 인간관계부터 제대로 관리해야 해. 그 정도도 못 하면서 어떻게 환자 건강을 책임지겠어?”유지현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아침 면접에서 늦은 일을 꼬집는 말이었다.거슬렸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동시에 내 의심에 간접적으로 답도 해 주었다.면접용 정장은 말 그대로 지원후의 아내라는 역할을 위한 형식적 예의였을 뿐. 정작 그가 마음을 쏟은 건 정다은에게 건넨 손 글씨 면접 노트였다.차 문이 찰칵 열리는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그가 차에 오르려 하기에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정다은 씨한테는 참 정성을 기울이네요.”걸음을 멈춘 그는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손 글씨 면접 노트, 봤어요.”내가 숨김없이 말했다.“그래서?”짧은 반문이 날카롭게 꽂혔다.말문이 막혀 버렸다. 애초에 계약 결혼이니 내가 무슨 자격으로 따지나 싶었다.잘못된 소동도 곧 끝날 터였다.갑자기 기운이 빠져 축 늘어진 순간, 그가 운전석에 올라탔다.앞 유리 너머로 눈길이 스쳤다. 그의 얼굴 절반은 빛에, 절반은 그림자에 잠겼다.미간에 얇은 분노가 엿보였다.이윽고 엔진이 포효했고 검은 벤츠 G500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선을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그날 밤도 지원후는 돌아오지 않았다.이젠 익숙해야 할 텐데, 나는 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메모 앱이 내일 저녁 집안 식사가 있다고 알렸다. 망설이다가 그에게 알림 문자를 보냈지만 돌을 던진 듯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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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이미... 정해졌어?’한 바가지 얼음물이 끼얹어진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서늘해졌다. 두 다리는 돌덩이처럼 무거워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정다은의 얼굴이 불쑥 떠올랐다.“그래? 누군데?”지원후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신경외과 졸업생이에요.”지원후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이어 덧붙였다.“꼬맹이가 꽤 똘똘해요.”서재 안이 잠시 정적에 잠겼다.내 마음도 한 방울씩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꼬맹이... 어쩌면 저렇게 다정한 호칭을 쓸 수가 있을까?’신중하기로 유명한 지원후가 아버지 앞에서 정다은을 대놓고 언급하다니, 편애가 눈에 훤했다.그에게 정다은은 정말 다른 존재였다.“좋다. 네 판단을 믿을게.”지원후 아버지의 한마디가 결정처럼 떨어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칭찬하던 그 말은 이미 잊힌 듯했다.그 칭찬쯤은 지원후의 선택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나는 조용히 1층으로 내려가 객실 욕실로 숨어들었다.찬물로 얼굴을 씻고서야 겨우 정신이 들었다.평정을 되찾아 거실로 돌아오니, 지원후와 아버지는 이미 자리에 나와 있었다.식탁을 차리는 도우미를 거들던 중 문득 시선이 지원후에게 스쳤다.그는 의자에 기대 휴대폰을 미끄러지듯 넘기고 있었다.분홍빛 캐릭터 프로필 사진이 번쩍 눈에 들어왔다.‘꼬맹이’라는 호칭이 귓가에 쾅 하고 박히는 순간 손이 미끄러졌다.보양탕이 담긴 뼈자기 그릇이 손에서 떨어지며 쨍 하는 파열음을 냈다.“어머, 그건 사모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도자기 그릇인데!”도우미의 탄성이 정신을 깨웠다.산산조각 난 파편을 주우려 몸을 숙이다 날카로운 모서리에 손가락이 베였다.즉시 핏방울이 맺히며 따끔함이 심장까지 퍼졌다.“내 로열 우스터 기념판! 정말 애지중지하던 건데!”시어머니가 통곡하듯 소리치더니 나를 겨냥해 쏘아붙였다.“심나빈, 넌 참 손재주도 형편없네! 애도 못 낳더니 이젠 내 보물까지 깨뜨려?”무언가가 가슴속에서 와장창 부서져 내렸다.아팠다. 정말 아팠다.목울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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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지원후는 내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 귓가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선배님, 제 친구가 주차장에서 선배님을 봤대요. 진짜예요?”정다은이 들뜬 어조로 물었다.지원후는 운전대 위 손가락을 두 번 두드리며 차분히 답했다.“응, 나 맞아.”“정말요? 이건 너무 깜짝선물 아닌가요?”그는 수화기에 더 가까이 몸을 기울였고 입가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미소가 떠올랐다.“아, 제가 말실수한 거 아니죠?”정다은이 살짝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혹시 선배님이 다른 일 때문에 학교에 온 건 아닐까 해서요.”아직 어린 그녀는 마음이 죄다 드러났다. 떠보는 것도 이렇게 티가 난다니.지원후는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대신 화제를 돌렸다.“밥은 먹었어?”그가 묻는 순간 길게 찢어진 눈꼬리가 내 뺨을 스쳐 지나갔다. 그제야 몸을 살짝 기울여 차 문에 기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까지는 차 안에 나도 있다는 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짧게 주고받은 뒤에야 통화를 끝냈다.그의 눈매에 스친 기분 좋은 빛을 보며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날 데려다주려고 온 게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왔고 나는 그냥 덤이었다.그래, 또 그냥이었다.3년 동안 그가 나를 태워 준 횟수는 손에 꼽히는데, 그마저도 마음의 중심에 있는 여자를 만나러 오는 길이었다니 말이다.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 자잘하게 아려 왔다.나는 쓰디쓴 감정을 꾹 누르고 안전벨트를 풀었다.“오늘 밤 당직이라 집에 안 가.”낮게 변명하듯 그가 말했다.당직, 아직도 질리지 않는 핑계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반짝이는 눈동자와 마주쳤다.정다은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파란 치마에 검은 니삭스, 캐주얼 스니커즈까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미소가 굳었고, 내 쪽을 살피는 기색이 스쳤다.혼인신고서에서는 내가 지원후의 아내지만, 현실에서는 몇 번 본 적 없는 남이다. 그녀가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했다.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다가왔다.거리가 가까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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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나는 면접에 붙었다. 하지만 연협병원 신경외과가 아니라 마취과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기뻐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 잠시 멍해졌다.신경외과 성적은 매년 1등이던 내가, 부전공 삼아 들었던 마취학 덕분에 결국 연협병원에 들어가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반면 정다은의 이름은 당당히 신경외과 합격자 명단 맨 앞줄에 적혀 있었다. 같이 뽑힌 또 한 명은 다른 의대 석사, 두 자리 중 내 몫은 없었다.“자세한 건 내가 알아서 할게.”전화기 너머 유지현은 쉴 새 없이 떠들었다.“재미있는 그림인데 관객석이 비면 안 되잖니. 내가 다 세팅해 줄게.”나는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급히 제지했다.“잠깐만요, 엄마... 생각할 시간을 좀 줘요.”내 머뭇거림을 눈치챈 유지현이 불만을 터뜨렸다.“설마 말을 바꾸는 건 아니지?”나는 관자놀이를 눌렀다.“정식 출근은 월요일이니까 준비하려면 이틀은 있잖아요. 저도 좀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간신히 전화를 끊고 다시 연협병원 홈페이지로 시선을 돌렸다.붉은 글씨로 박힌 ‘마취과’ 세 글자가 유난히 눈에 박힌다.지금으로서는 연협병원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유일한 길, 그리고 지원후와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다.그가 신경조차 쓰지 않을 방식으로 말이다.하지만 마취과는 신경외과와 전혀 다른 길이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했다.곧장 류 교수님께 전화를 드려 실험동에서 만나 뵙기로 했다. 연로한 교수님은 돋보기를 고쳐 쓰며 내 기운 없는 얼굴을 보고 농담 반 타박 반을 날렸다.“고작 1년 계약인데 뭘 그리 겁내?”나는 솔직히 털어놓았다.“마취과 의사가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교수님은 화분을 다듬으며 웃었다.“특채 면접 볼 때도 신경외과 의사가 될 줄 몰랐잖아. 그때는 지원후 녀석 때문에 택한 거였고.”지원후 역시 교수님의 자랑스러운 제자다.나는 발끈했다.“그래도 그동안 교수님께 망신은 안 드렸잖아요.”“전공 고르고, 의서 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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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정말로 지원후였다.순식간에 웃지도 울지도 못할 심정이 됐다.내 남편 성격쯤은 잘 안다. 조용한 걸 좋아해서 모임에는 얼굴조차 비추지 않는다. 내가 지씨 집안에 들어온 뒤 이런 일은 겨우 한두 번뿐이었는데 불과 보름 사이에 그는 두 번이나 예외를 만들었다.바로 눈앞의 천진난만한 소녀, 정다은을 위해서다.‘축하라니? 쏜다니? 그럼 나는? 옆에서 술 따르는 시녀 역할만 남은 걸까.’심장은 모르는 새 두 갈래로 찢어졌다. 절반은 실망, 절반은 질투였다.“괜찮아요. 저 약속이 있어서요.”내 목소리는 묘하게 가벼웠다.정다은은 작은 탄식을 내쉬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다음에 다시 약속 잡아요, 선배님.”그녀의 발랄한 포니테일이 시야에서 통통 사라지자마자 휴대폰을 열어 당직표를 확인했다.기억이 맞다면 오늘은 지원후가 당직일 차례였다.‘정다은을 위해 동료와 근무를 바꾼 걸까?’놀라움과 불안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양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맞아요. 오늘 선배 제대로 정신 차린 모양이에요.”전화기 너머 양재원은 가벼운 어조였다.“알잖아요, 그 워커홀릭이 한 달에 하루 쉬기도 힘든데, 나빈 씨 축하해 주려고 저랑 근무를 바꿨어요. 그런 정성은 인정이죠.”나는 휴대폰을 꼭 쥐었다. 수백 가지 감정이 뒤엉켰지만, 입 밖으로 새어 나온 건 쓴웃음 한 줄뿐이었다.양재원은 모른다. 그가 칭찬해 마지않는 그 정성, 그 온기는 모두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이란 걸.그 다른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나빈 씨?”내가 말이 없자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이건 비밀이에요. 선배님, 분명 나빈 씨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그러신 거예요...”깜짝이라는 두 글자가 귓속을 파고드는 순간, 억눌렀던 감정이 와르르 무너졌다.나는 들킬까 봐 애써 웃었다.“고마워요. 그럼 끊을게요.”전화를 끊고 의대 캠퍼스 산책로를 빙빙 돌았다. 달빛을 가린 구름 아래에서야 흐트러진 정신이 조금 가라앉았다.휴대폰 알림이 눈을 두드렸다. 의대 동아리 단톡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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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집에 돌아온 나는 곧바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지원후가 나를 내쫓을 때까지 기다리느니, 내가 먼저 눈치껏 떠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캐리어가 거의 차오를 즈음 거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잠시 뒤, 늘 흐트러짐 없던 모습과 달리 셔츠 단추를 풀고 느슨한 넥타이를 걸친 채, 위태로운 기색이 어린 지원후가 침실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짧게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도 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왜 갑자기 이래?”갑자기? 이 말을 듣고도 안 웃을 수가 없었다.‘집에서도 연기하는 거야?’나는 캐리어 손잡이를 꼭 쥔 채 속으로 숨을 삼켰다.“갑자기 그러는 거 아니에요. 어차피 계약도 두 달 남았으니까 미리...”“연기 못 하겠다는 거야?”지원후가 말을 잘랐다. 그는 코웃음을 흘리며 말했다.“연협병원 문턱도 못 밟았는데 벌써 나랑 선 그으면 어떡해.”선 긋기라니.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매끄러운 선과 훌륭한 골격, 모두 예전 그대로인데 어쩐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이제는 나도 참고 싶지 않았다.“맞아요. 지 교수님이 온갖 방법으로 막았는데도 제가 결국 연협병원에 들어갈 줄은 몰랐겠죠?”비웃음이 번지자 지원후의 눈매에 얇은 경멸이 스쳤고, 온몸에서 차가운 기류가 흘러나왔다. 화가 난 게 틀림없다.나는 그를 더 자극할 생각이 없었다. 시선을 거둔 채 캐리어를 끌고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긴 팔이 가로막았다.가까이 다가오자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늘 철두철미하던 지원후가 또다시 ‘꼬맹이’ 때문에 술을 마신 것이다.“비켜 주세요.”담담하게 말했지만 목소리에 쓸쓸함이 섞였다. 이럴 때면 나도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그러나 지원후는 순순히 비켜주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몸을 더 기울였다. 따뜻한 입김이 뺨에 스치더니, 예고도 없이 손끝으로 이마 앞 잔머리를 쓸어내렸다.차가운 손끝이 닿자 나는 한 걸음 물러섰지만, 그는 연달아 다가와 끝내 등을 문에 밀착시켰다.호흡이 뒤얽히며 지원후에게서 강한 압박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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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나는 유지현과 나란히 앉고, 그 맞은편에는 서미옥이 자리했다.막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눈짓으로 유지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유지현은 숙취를 달래며 태연하게 말했다.“너 연협병원에 들어가게 됐잖아. 이런 좋은 소식은 다 같이 기뻐해야지.”말을 마치고 그녀는 서미옥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번졌다.그녀의 성격으로 조용히 넘어가도록 놔둘 리 없다는 걸 알아야 했다. 다만 나도 서미옥을 직접 불러낼 줄은 몰랐다.세상사에 익숙한 서미옥은 담담했다.“겨우 마취과 실습생일 뿐이잖아요. 호들갑 떨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서미옥도 이미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그렇게 말씀하시면 곤란해요, 사돈.”유지현이 곧바로 말을 몰아쳤다.“우리 나비는 복수 전공까지 했어요. 마취과에서 실력을 알아보고 파격적으로 뽑은 거라니까요.”서미옥은 눈꺼풀을 스치듯 들며 살짝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그래서요? 나를 먼 길 불러낸 게 그 자랑하려고 한 거예요? 잊지 마요, 우리 원후는 연협병원의 살아 있는 간판이에요.”오만한 어조에 유지현이 잠시 말문이 막혔으나 금세 미소를 되찾았다.“우리 사위가 뛰어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그래서 나비도 연협병원 취업 기회를 기꺼이 포기하고 원후네 집안에 헌신하기로 한 거예요.”그녀는 나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서미옥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라는 신호였다. 나는 두 손을 꼭 쥐고 잠시 망설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미옥은 그 말이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걸 아는 건 좋은 일이죠.”유지현이 공손히 웃으며 덧붙였다.“지난 3년 동안 보셨잖아요. 나비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죠? 이번에도 원후네 집 때문에 큰 미래를 내려놓았으니, 진심은 두말할 필요도 없어요.”서미옥이 나를 흘끗 보더니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그렇기는 해도...”유지현이 내 손을 잡고 화제를 돌렸다.“둘이 결혼한 지 벌써 3년인데, 세상은 그 사실조차 모르잖아요. 만약 임신하게 되면 아이까지 도마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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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비싼 값에 팔아?’나는 직접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어서 지원후를 바라봤다. 잠깐 내 귀가 잘못된 건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했다.‘나한테 판다는 말을 쓴 거야?’유지현도 놀라서 입을 벌린 채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해명했다.“사위, 오해하지 마. 엄마도 너희 생각해서 그래. 나비는 줄곧 너만 바라봤잖아. 네가 이렇게 말하면 애 마음 다친다.”지원후는 잿빛 얼굴로 예물 목록을 다시 흘끗 보더니 날카롭게 말했다.“목록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준비하다니... 심나빈, 너희들 계산이 정말 치밀하네?”너희들에 포함된 건 나와 유지현이었다.지원후 눈에 나는 그를 붙잡으려고 온갖 속셈을 부린 사람, 우리 심씨 가문은 그를 계산으로 옭아매려는 집안이었다.예전엔 그나마 예의를 지키던 그가 지금은 내 앞에서 내 엄마를 정면으로 탓하고 있다. 그럼 나는 뭐가 되는 거지?가슴 한편의 답답함이 파도처럼 스며들었다. 지원후와 함께한 3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며 내 얼굴은 점점 하얘졌다.이 순간 분명해졌다. 지원후는 애초에 나의 정체를 밝힐 마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나는 씁쓸한 미소를 겨우 지으며 그의 시선을 맞받았다.“죄송해요, 근데 지 교수님이 괜한 걱정을 하셨네요.”말이 채 끝나기 전에 나는 재빨리 그의 손에서 예물 목록을 낚아챘다. 위쪽 글자가 눈에 들어오자 심장이 도려내듯 아팠다.예물은 지씨 가문이라면 얼마든지 더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주고 싶은 상대는 내가 아니었다.찌익.눈부신 금빛 카드는 내 손에서 산산조각이 됐다.유지현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목소리를 높였다.“이, 이건 내가 웨딩 플래너랑 이틀이나 붙어서 맞춘 건데... 이, 이게 뭔 일이야!”그녀가 서미옥을 바라보자, 서미옥이 나를 힐끗 보며 쏘아붙였다.“겨우 몇 마디 했다고 벌써 발끈이냐?”잘못은 내가 한 게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약자라는 이유로 옳은 일도 틀린 일이 되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나는 지원후를 다시 보며 손에 힘을 주었다.“다음 주 월요일, 마취과에 예정대로 출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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