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람이 한 공간에 나타나는 순간 최근에 마주치는 횟수가 너무 많은 건 아닌지 싶었다.특히 맞은편의 남자, 즉 명의상 배우자인 지원후와 헤어진 지 고작 1시간밖에 안 되었다.너무 자주 봐서 불편할 지경이었다.어색한 건 옆에 서 있는 양재원도 매한가지였다. 얼마나 뻘쭘했으면 얼굴에 티가 날 정도일까.반면 순진한 정다은은 아무런 눈치를 못 채고 내 손에 있는 연고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어디 다쳤어요? 재원 씨가 선배님을 위해 일부러 연고까지 가져다줬나 보네요.”차라리 모른 척이라도 하지, 괜히 언급해서 모두의 시선이 오른손에 쥔 연고에 집중되었다.양재원이 잽싸게 대답했다.“마침 여분이 있어서 나빈 씨한테 줬어. 화상을 입었거든.”그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갔고 중간중간 지원후를 힐끔거렸다.지원후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오히려 옆에 있던 정다은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덴 곳이 있어요?”나는 옷깃을 잡아당기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가벼운 상처라 걱정 안 해도 돼.”정다은은 생각보다 눈치가 빨랐다. 사소한 몸짓에도 화상 부위를 알아차리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재원 씨, 지 선배님한테 정말 지극정성이네요!”양재원은 흠칫 놀라더니 초조한 얼굴로 나를 힐끔거렸고 이내 지원후를 바라보았다.“선배, 뭐라도 말 좀 해봐요.”다급한 목소리는 자칫 오해라도 살까 봐 걱정하는 듯싶었다.지원후는 여전히 무덤덤한 모습으로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랑 상관도 없는 일에 할 말이 뭐 있어?”상관없는 일이라니?어안이 벙벙한 나는 잘못 들은 줄 알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정작 폭탄 발언한 남자는 마치 성인군자처럼 고고하게 서 있었다.법적 배우자로서 언제나 함께하고 서로 의존해야 하지만 지금은 옆에 있는 여자에게 충성을 다 하려고 명의상 아내를 다른 남자와 엮어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대체 얼마나 사랑하면 가능할까?손톱이 어느덧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어이가 없는 와중에 어느 정도 납득은 갔고, 받아치려는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