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판이라는 말이 지원후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나는 목이 막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맞다, 처음에 아빠가 목숨값 명목으로 두 집안의 혼인을 요구한 건 분명히 무례했다. 하지만 아빠는 그날 이후 요양원에 3년째 누워 있다.그리고 나는 어떻게 되었는가? 계약서는 그의 요구대로 다 서명했고, 양가를 빼면 우리가 결혼한 사실을 아는 사람도 없다.결혼반지는 학교 근처 기념품점에서 급히 골랐고, 혼인신고도 없었으며, 결혼식은커녕 웨딩사진조차 그의 바쁘다는 한마디에 끝났다. 오늘까지 우리 둘이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은 결혼 절차를 위한 증명사진뿐이다.그렇다면 내가 지씨 집안에서 실질적으로 챙긴 게 있기나 한가? 없다.아, 연경 최고의 집에서 지낸 걸 혜택이라 친다면, 지난 3년간 내가 빨래, 밥, 청소 다 한 것으로 꽤 맞추면 될 거다.8년 짝사랑 끝에 돌아온 대답은 발판뿐이었다.쓴맛이 목젖까지 올라왔다. 나는 고개를 숙여 번지는 쓰라림을 눌렀다.“내일 필기는 시간을 맞춰 갈 거예요.”그리고 지원후의 예리한 눈매를 마주 보며 낮게 덧붙였다.“지 교수님이 신경 쓸 일은 없어요.”다음 날 아침.나는 정시에 연협병원 인사팀으로 도착했다. 막 자리에 앉았을 때, 옆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들렸다.“선배님, 이렇게 보네요.”고개를 들어 보니 정다은이 앉아 있었다. 연한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수트, 양쪽이 다른 컬러의 메리제인 힐까지. 어린 얼굴과 살짝 어긋났지만 성실함이 풍겼다.‘얘도 오늘 필기 대상이었어?’정다은은 신경외과 학생이었다. 이번 연협병원 추천 인원이 고작 여섯인데, 생각보다 뛰어난 후배였던 모양이다.“그제는 죄송했어요, 선배님.”정다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원후 선배님을 챙기느라 제대로 배웅도 못 했네요.”‘원후 선배님...’다정하고도 자연스러운 호칭이 귀에 박혔다. 두 사람은 내 예상보다 가까운 모양이다.생일 파티에서 둘이 웃고 떠들던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괜찮아요.”나는 짧게 답했다.더 말을 이어가려던 정다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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