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유혹 속에 피는 독: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서경율이 고집스럽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위 신의는 더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경율에게 다가간 뒤에야 흑목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팥알만 한 크기의 붉은 벌레가 놓여 있었다. “고작 이건가?”서경율이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위 신의는 상자를 침상 위에 놓고 서경율의 손을 잡더니 이미 피로 젖어 있는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며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것은 구명혈충입니다. 음년 음월 음일 음시에 태어난 아홉 명의 소녀의 피로 길러진 것으로 보통의 충보다 작지만 영험함이 더 깃들었지요. 잠시 후 구명혈충이 사황자님의 상처를 통해 몸에 들어가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여 사황자님께서 원하시는 상태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비록 겉보기에 불과하지만 아마 만족하실 겁니다.” “내가 원하는 건 ‘아마’가 아니라 ‘반드시’야.”“예.” 위 신의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서경율의 상처가 드러나자 위 신의는 구명혈충을 꺼냈는데 이 모든 장면을 지붕 위에 있던 심안영은 똑똑히 지켜보았다.구명혈충이 상처를 따라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어가자 서경율은 고통을 억누른 채 괴로워 보였지만 또 기대에 찬 눈빛도 보였다.하늘이 돕는구나.심안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병이 깊어 허둥대다 구명혈충을 쓰다니, 서경율의 고통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겠지.’심안영은 손을 뻗어 서경연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그만 갑시다.” 그러곤 먼저 부생루 뒷골목 쪽으로 몸을 날렸다. 서경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라... 허.” 낮게 혀를 차는 그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우리’라는 말이 어찌나 친근하게 들렸는지...그는 기와를 원래 자리에 조용히 놓고 아무도 모르게 심안영이 사라진 방향으로 빠르게 따라갔다. 뒷골목. 서경연은 벽에 기댄 채 부생루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대로 가는 거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합니다.” 심안영은 서경연의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약
Baca selengkapnya

제12화

진국장군부.서경연과 헤어진 뒤 심안영은 다시 장군부로 돌아와 늘 그랬듯 담을 넘었다.그런데 담을 막 넘은 그녀의 눈앞에 한 사람이 보였다. 흰옷을 입고 뒷짐을 진 채 서 있는 남자는 환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열, 심안영의 셋째 오라버니, 둘째 큰아버지 댁의 아들이다. 심안영처럼 심장열 역시 변방에서 자랐고, 반년 전 출정 중 다친 오른쪽 다리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졌다. 그러다 마침 조모의 건강이 나쁘다는 소식을 듣고 요양도 할 겸 조모를 돌보기 위해 경성으로 돌아왔다.심장열은 심안영보다 네 살 많다. 어릴 적부터 심안영이 글을 읽고 무예를 배울 때마다 심장열은 늘 곁에서 함께 했기에 두 사람은 심씨 가문 자식 중에서 사이가 가장 각별했다. 담을 넘다 그를 마주쳤지만 심안영은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담에서 뛰어내려 성큼성큼 심장열 곁으로 다가갔다. “셋째 오라버니, 절 기다리신 겁니까?”“그래.” 심장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에 잠이 안 와서 산책을 나왔는데 네가 나가길래 기다려보자 싶더구나.” “셋째 오라버니,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리신 거지요?” 심장열은 심안영 어깨에 걸친 두루마기를 힐끔 보더니 부정하지도 않고 말없이 몸을 돌려 자기 뜰 쪽으로 느긋하게 걸어가며 말했다. “내 서재로 가자. 마침 네가 좋아하는 매화떡과 따끈한 국을 준비했다. 밤공기가 차니 몸 좀 녹이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자꾸나.”심안영은 그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셋째 오라버니, 어찌 그리도 세심하십니까? 앞으로 셋째 오라버님의 부인은 참으로 복이 많으십니다.” “말이라도 못하면 모를까...” 심장열이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었다. 심장열 서재.심안영이 들어서자 하인들은 준비해 둔 국과 매화떡을 상에 올렸고 심장열은 심안영에게 손난로를 쥐여주었다. “중상을 입은 애가 이렇게 막 돌아다니면 어떡하느냐. 그러다 후유증이 남으면 어떡하려고? 의술에 밝은 네가 자기 몸은 이리 아끼지 않으니, 할머니가
Baca selengkapnya

제13화

“국부터 들어라.”“네.” 심안영이 국을 마시자 심장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의 성상께서는 아홉 아들을 두셨다. 일찍 요절한 칠황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장성하였지. 전황은 구황자로 막내지만 가장 빛나는 전공을 세워 명망 또한 으뜸이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네가 북요산 아래서 습격당한 건 사황자의 짓이었다. 그가 노린 게 무엇인지는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이번에 숙씨 가문에서 손을 뻗은 건 뜻대로 되지 않아 앙심을 품고 앙갚음을 한 것에 불과하다. 구황자는 사황자보다 군자다운 면이 있고 행실도 더 정정당당하지. 내가 보기에 북요산 아래에서의 일은 그와 무관하며 널 구해준 데 다른 의도가 있는 건 같지 않지만 오늘 만난 건 절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심씨 가문을 노리고 있는 걸까요?” 심안영은 이미 몇 번이고 그렇게 짐작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서경연에게서 그런 속셈은 느껴지지 않았다. 심안영은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황권을 다투는 싸움에서 설령 심씨 가문의 지원이 없다 하더라도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황위를 손에 넣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그러니 심씨 가문의 병권과 인맥을 탐내 다가올 리는 절대 없었다. 하지만 전생에 이미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했던 만큼 이번 생에서는 더욱 신중해져야 했기에 확신할 수 없는 건 쉽게 판단할 수도 없었다. 심장열은 심안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속마음을 거의 꿰뚫어 보고 있었다. 서경연이 사당에서 심안영을 구한 일은 심장열 역시 고맙게 생각하고 있기에 그를 섣불리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장군가의 자제로서 조정의 음모와 권세 다툼이 얽혀 있는 이곳에서 아무리 마음이 곧다 해도 경계심을 놓을 수 없었다. 심장열은 심안영의 눈을 마주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왕께서는 이미 중책을 맡고 계시니 굳이 군중 인맥이 부족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심씨 가문은 변방을 지키고 병권을 쥐고 있으니 대비하지 않을 수는
Baca selengkapnya

제14화

심안영의 태도에 심장열은 한층 안심했다. 숙씨 가문에서 또 어떤 음흉한 수를 써서 심안영이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심장열은 그녀에게 며칠 동안 장군부에서 다친 곳을 치료하라고 했고 심안영도 고분고분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연속 사흘 동안 그녀는 장군부를 떠나지 않았다.약을 먹으며 상처를 회복하고 가끔 검법을 연습하며 몸을 풀었으며 나머지 시간은 거의 새로 마련한 작은 약방에 틀어박혀 자기에게 필요한 것들을 연구하며 지냈다. 서경율은 구명혈충이 다친 곳을 회복해 재기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반드시 서경율을 정신 차리게 해야 했다. 그건 기회가 아니라 도리어 멸망의 길이었다. 이 외에도 심안영은 이 사흘 동안 수중의 은전으로 가게 두 곳을 인수하며 결코 빈둥대지 않았다. 서경율 쪽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숙비와 숙씨 가문 역시 조용했으며 심지어 두루마기를 찾으러 오겠다고 했던 서경연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온갖 소란이 사라지니 심안영은 이 삼일을 아주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사흘 후. 해시 무렵이 되어서야 심안영은 약방에서 나와 아씨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안엔 이미 하인이 따뜻한 물을 준비해 두었기에 심안영은 안으로 들어가며 바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하루 내내 약재를 조제하느라 거의 쉬지도 못하고 점심과 저녁까지도 약방에서 대충 때워 무척 피곤한 참이라 심안영은 간단히 몸을 씻고 바로 쉬려고 했다. 그런데 막 병풍을 돌아선 순간, 옷도 다 벗기 전에 방 안의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천장 들보 위!순간 심안영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머리의 비녀를 뽑아 손에 쥐고 고개를 들자 어두운 자주색 비안옷을 입은 서경연이 천장에서 훌쩍 내려왔다.그는 심안영의 손을 잡고 비녀를 낚아챈 뒤 그녀의 머리에 다시 꽂아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금비녀를 피로 더럽히긴 아깝지 않겠느냐.” 심안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몸을 빼냈다.금세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했고 심안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당당한
Baca selengkapnya

제15화

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사당 안에서는 남녀가 뒤엉켜있었다. 수식은 화려하고 묘사는 섬세했으며 노골적인 장면은 마치 글쓴이가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되었다.게다가 순간순간의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극한으로 묘사해 보기만 해도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뛸 정도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야기책 속에서 산적에게 욕보인 후 타락의 길로 빠지는 여인의 이름이 안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노골적인 암시를 눈치채지 못한다면 심안영은 두 생을 살아도 헛산 셈이다. 툭.심안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책을 툭 덮었다.“서경율의 짓입니까?” 하지만 서경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스스로 그 답을 부정했다. “아닙니다. 그 사람일 리가 없습니다.” 서경율이 북요산 아래에서 벌인 일은 황제도 훤히 꿰고 있었기에 그의 속셈은 이미 다 드러난 상태였다. 이런 판국에 그가 사람을 죽이려 마음먹었다 해도 굳이 그 사당 일을 다시 들춰 온 경성을 떠들썩하게 만들 이유는 없었다. 숙씨 가문이나 숙비도 마찬가지였다. 서경율이 다친 일과 숙씨 가문에 사람이 죽어난 일은 모두 그들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만약 그들이 복수를 꾀한다면 그 수는 반드시 치명적이지 어설픈 풍문 따위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궁에서 감시하고 있어 기회를 잡지 못했는지 그쪽도 요 며칠은 아주 조용한 판이었다. 그렇다면 이 일을 벌일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사초령?” 그녀의 명예를 짓밟고 서경율의 울분을 풀어주며 동시에 서경율이 그녀에게 품은 미련까지 끊어내게 하는 것! 이건 사초령만이 할 수 있는 짓이었다. 심안영의 말을 들으며 서경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안영, 역시 똑똑하군.” 그는 숨기지 않고 곧장 말을 이어갔다. “사람을 시켜 알아봤다. 이 이야기책은 이틀 전 사초령의 시녀가 만강서관에 넘겼고 오늘 아침부터 팔기 시작했다군. 사초령이 뒤에서 힘을 좀 보탰는지 지금 이 책은 이미 퍼질 대로 퍼져서 책 속의 ‘안영’을 너와 연결
Baca selengkapnya

제16화

다음날 아침 심안영은 사람을 시켜 두 통의 서신을 보냈는데 그중 하나는 서경율에게, 또 하나는 사초령에게였다.오후, 표향관.심안영은 시간을 딱 맞춰 마차를 타고 도착했다. 요 며칠 그녀를 둘러싼 소문이 자자했지만 그녀는 전혀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도록 진국장군부의 문양이 큼지막하게 새겨진 깃발을 마차에 당당히 걸어두었다. 그녀는 자기가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표향관 앞. 그녀는 태부인이 그녀에게 붙여준 시녀 비류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다.지난 생에 그녀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시녀 역시 비류였다. 다만 서경율과 혼인하고 서경율을 대신 공을 세우려고 전장에 나가면서 비류는 사황자부에 남겨지게 되었고 그녀가 공을 세우고 다시 돌아왔을 때 비류는 이미 병으로 죽어 묻힌 뒤였다. 그땐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지만 이렇게 다시 마주하고 보니 전생에 비류가 죽은 데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진실은 이제 아무도 말해줄 수 없다.“쩝, 장군부 여식이군.” “아직도 얼굴을 들고 다니다니, 수치스러운 것도 모르고.” “원래 변방에서 자란 촌뜨기라 다른 댁 규수들과는 다르잖소. 아니면 어찌 그런 짓을 했겠소? 워낙 본성이 그런데 체면이 다 뭐란 말이오?” “심씨 가문의 장군 기개가 곧 무너지게 생겼구려.” “갑시다. 더러워서, 원.” 비류를 생각하던 중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안영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표향관 입구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들의 시선은 모두 그녀를 향해 있었다. 표향관은 그녀가 새로 산 판자로 원래도 도성 안에서 손꼽히는 화장품 포자였다.특히 여덟 가지 향과 색조 제품으로 유명한 팔향팔분은 귀한 집 규수들이 애용하는 물건이라 늘 인기가 많았다. 심안영은 시세의 세 배를 주고 이 포자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오늘은 새 상품인 암향부영이라는 향분이 공개되는 날이라 도성 규수들도 일찍이 소문을 듣고 몰려든 참이었다. 사람이
Baca selengkapnya

제17화

그녀는 심안영을 비웃었다. “꽤 그럴듯하게 흉내는 내는군. 마치 자기가 뭘 아는 것처럼 말이야. 변방에서 자란 촌뜨기가 사당에서 사내들이랑 더러운 짓거리를 하다 들킨 주제에 뻔뻔하기도 하지. 예의도 염치도 모르는 계집이 이런 고급 물건을 안다고? 어쩌면 평생 저런 냄새는 처음 맡았을 게야. 암향부영은 매화꽃을 기본으로 구룡인, 천사전, 월화영 같은 고급 향료 열몇 가지를 섞어 특수한 방식으로 조향한 최상급 향이다. 네가 그걸 알아?” 사초령의 말에 주인장은 저도 몰래 고개가 숙여졌다. 사실 암향부영은 심안영이 직접 조향한 것이지만 이걸 지금 밝힐 수는 없었다. 이때 사초령이 주인장을 향해 말했다. “주인장, 장사라는 게 본래 사방팔방 손님을 받는 거긴 해도 결국 경성에서 제일 가는 화장품 포자가 되려면 아무나 들이는 건 좀 곤란하지 않겠소? 더러운 사람이 드나들면 이 고급 향도 같이 더렵혀지는 법이라네. 장사 잘하고 싶다면 이런 손님은 걸러내는 게 좋을 거요.” “그게...” 주인장이 난처한 얼굴로 사초령을 바라보자 심안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더럽다는 건, 나를 두고 하는 말이더냐?” “난 수치스러운 짓을 한 사람에게 말했을 뿐이다.” “수치스러운 짓?” 심안영은 웃음이 다 나왔다. 그녀는 그 말을 곱씹듯 되뇌이더니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웃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향분갑이 사초령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고 담홍빛 향분이 마치 꽃비처럼 사초령의 얼굴과 목, 옷 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심안영이 몰래 섞어둔 약 가루도 함께 퍼졌지만 달콤하고도 진한 향기에 감춰져 아무도 눈치챌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사초령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얼굴을 쓱 닦아내며 고함쳤다.“심안영, 죽고 싶은 것이냐!”“죽고 싶냐고?” 심안영은 한 걸음씩 사초령을 향해 다가가며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귀경길에 난 산적을 만나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내 호위무사들이 죽을 각오로 날 지켜줘 겨우 살아 돌아왔다. 내 몸 세 군데에는
Baca selengkapnya

제18화

은색 달무늬 비단옷을 입은 서경율은 온화하고 우아한 기품을 풍겨 서서히 걸어 들어오는 모습은 사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구명혈충을 사용한 이후, 서경율의 비파골과 힘줄은 그저 밤이 되면 욱신거릴 뿐 제법 회복된 편이라 겉보기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다. 헛된 소문이 퍼져 앞날을 망치지 않도록 서경율은 손이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최근에는 억지로라도 외출을 하곤 했다.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경율을 보자마자 사초령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치맛자락을 걷어쥔 채 울상을 지으며 빠르게 그에게 달려갔다. “율 오라버니, 심안영 좀 보십시오. 얼마나 거칠고 무례한지 저만 보면 이렇게 괴롭힙니다. 이 옷 좀 보세요. 정말 너무합니다.” 사초령은 억울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앙탈스럽게 말하며 서경율에게 안아달라는 듯 몸을 자꾸만 기울였다.보는 눈이 많아 더 과감한 행동은 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그의 품에 파고들고 싶었다. 서경율은 사초령을 바라보며 한순간 넋을 잃었다. 그녀의 얼굴은 향분 투성이고 화장도 다 지워져 엉망진창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에서 처음 보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태도에는 전에는 보지 못했던 요염함이 있어 서경율은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사초령의 손을 잡고 고개를 들어 심안영을 바라보며 원망을 눌러 삼킨 채 입을 열었다. “초령이가 조금 버릇없긴 해도 본성까지 나쁜 아이는 아니다. 서로 오해가 있었다면 말로 풀면 되는 일이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느냐?” 서경율의 말에 심안영은 고개를 숙여 비웃음을 감췄다. 가끔은 서경율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세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도구 삼아도 아무렇지 않은 남자.진심은 하나 없이 깊은 감정을 연기하며 한 사람을 기만할 수 있었던 남자.전생에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평생을 함께하자 맹세했던 남자.지금도 그 연기를 사초령에게 똑같이 재현하고 있었다.서경율은 정말이지 연기의 귀재였다. 그녀는 창가 쪽 의자에 앉
Baca selengkapnya

제19화

사초령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고 금세라도 울 것 같은 그녀의 얼굴에 서경율의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그는 조심스럽게 사초령의 손을 꼭 쥐며 그녀를 위로해 주려고 했지만, 문득 사초령의 손바닥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치명적으로 유혹적인 것을 느끼고 손에 힘을 주며 그녀를 자기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향기롭다, 너무나 향기롭다. 사초령의 몸에서 나는 향은 마치 소용돌이처럼 사람을 애틋한 감정 속으로 빨아들였다.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순간, 서경율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빨갛고 윤기가 흐르는 정교한 입술이 살짝 열렸다 닫히며 은은한 향을 풍기는게 꼭 잘 익은 앵두처럼 사람의 입맛을 돋우었다. “울지 말거라.” 서경율이 입을 열었을 때 그 목소리엔 이미 욕정이 묻어나 있었고 서경율 본인도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람들은 모두 그와 사초령을 구경거리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서경율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초령과 함께한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비록 마지막 선은 넘지 않았지만 그동안 친밀한 행동은 적지 않게 했었던 두 사람이다. 사초령은 용모도 아름답고 애교도 많아 꼭 서경율의 취향이었지만 지금처럼 이성을 잃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심안영은 서경율의 당황한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뿌린 약이 암향부영과 섞여 구명혈충을 자극해 서경율의 욕정을 이끌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풍류 산적과 아리따운 아씨”사초령이 현란한 글솜씨로 음란한 장면까지도 생생히 써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그녀도 기꺼이 그녀와 서경율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실제로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한차례 소란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소란을 일으키는 것.직접 눈으로 본 것이야말로 더욱 세간을 뒤흔들 수 있는 법이다. 심안영은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끌었다. “사황자님과 사초령 아씨는 참으로 사이가 좋아 보입니다. 각별히 아끼고 총애하시니 시비를 가리자면
Baca selengkapnya

제20화

“읍... 율 오라버니...” 그녀는 서경율이 여기서 그녀에게 입맞춤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가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아직 완쾌되지 않은 서경율의 상처에 문제가 생겼다. 사초령이 강하게 저항하는 순간 그녀의 머리를 감싸던 손이 뒤로 꺾이더니 상처가 다시 아찔하게 아팠다. 구명혈충이 불러일으킨 욕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상처를 자극하자 서경율은 분노가 치솟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은 채 사초령을 다시 거칠게 끌어안았는데 입맞춤은 아까보다 훨씬 격렬했다. 곧 그녀의 입술이 서경율에 의해 찢겨져 피비린내가 풍겨왔고 이런 자극은 서경율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는지 사초령의 허리를 감싼 손은 점점 더 거칠고 무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읍...”사초령은 고개를 저으며 버둥거렸지만 소리를 내는 것초차 힘겨워 곧장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까까지만 해도 심안영을 향해 분노하던 서경율이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걸까? 게다가 지금은 보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사초령은 애를 쓰며 서경율을 밀쳐내려 했지만 서경율은 그녀를 단단히 잡고 있었다. 서경율의 뜨거운 손은 그녀의 허리띠를 더듬더니 곧 당기고 풀어헤쳐 옷자락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아니... 하... 안... 읍...” 서경율의 열렬한 키스 속에서 그녀의 저항은 점차 흐느낌으로 변해갔고 그 소리는 도리어 서경율에게 또 다른 유혹이 되었다.그의 눈빛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주변의 귀한 집 규수들 중 몇몇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지만 지나가던 몇몇 자제들과 규수들을 따라온 하인들은 이 소란을 듣고 몰려들어 눈을 떼지 못하며 속삭였다. “아니, 상당히 자극적이군.” “싸우다 말고 갑자기 입은 왜 맞추는 게야? 이거 아주 소설보다 더하군.” “쉿, 조용히 하거라. 저 사람 사황자야.” “다들 조용히 보고만 있어.” 입구 쪽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는 낮지 않았지만 약물에 의해 구명혈충이 작용해 서경율은 그 말들조차 들리지 않았다.그는 욕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23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