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국장군부.서경연과 헤어진 뒤 심안영은 다시 장군부로 돌아와 늘 그랬듯 담을 넘었다.그런데 담을 막 넘은 그녀의 눈앞에 한 사람이 보였다. 흰옷을 입고 뒷짐을 진 채 서 있는 남자는 환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열, 심안영의 셋째 오라버니, 둘째 큰아버지 댁의 아들이다. 심안영처럼 심장열 역시 변방에서 자랐고, 반년 전 출정 중 다친 오른쪽 다리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졌다. 그러다 마침 조모의 건강이 나쁘다는 소식을 듣고 요양도 할 겸 조모를 돌보기 위해 경성으로 돌아왔다.심장열은 심안영보다 네 살 많다. 어릴 적부터 심안영이 글을 읽고 무예를 배울 때마다 심장열은 늘 곁에서 함께 했기에 두 사람은 심씨 가문 자식 중에서 사이가 가장 각별했다. 담을 넘다 그를 마주쳤지만 심안영은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담에서 뛰어내려 성큼성큼 심장열 곁으로 다가갔다. “셋째 오라버니, 절 기다리신 겁니까?”“그래.” 심장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에 잠이 안 와서 산책을 나왔는데 네가 나가길래 기다려보자 싶더구나.” “셋째 오라버니,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리신 거지요?” 심장열은 심안영 어깨에 걸친 두루마기를 힐끔 보더니 부정하지도 않고 말없이 몸을 돌려 자기 뜰 쪽으로 느긋하게 걸어가며 말했다. “내 서재로 가자. 마침 네가 좋아하는 매화떡과 따끈한 국을 준비했다. 밤공기가 차니 몸 좀 녹이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자꾸나.”심안영은 그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셋째 오라버니, 어찌 그리도 세심하십니까? 앞으로 셋째 오라버님의 부인은 참으로 복이 많으십니다.” “말이라도 못하면 모를까...” 심장열이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었다. 심장열 서재.심안영이 들어서자 하인들은 준비해 둔 국과 매화떡을 상에 올렸고 심장열은 심안영에게 손난로를 쥐여주었다. “중상을 입은 애가 이렇게 막 돌아다니면 어떡하느냐. 그러다 후유증이 남으면 어떡하려고? 의술에 밝은 네가 자기 몸은 이리 아끼지 않으니,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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