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화 원년, 섣달 초아흐레.찬바람이 폐허가 된 냉궁의 창문을 삐걱거리게 흔들며 거위털만큼 굵은 눈송이들이 방 안으로 몰아쳤다.심안영은 몸에 독이 퍼진 탓에 온몸의 힘이 빠진 채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흐릿한 시야 속, 손목과 발목에 감긴 차디찬 쇠사슬이 무겁게 감겨들었고 덕미의 발길질이 닿았던 아랫배는 도려낸 듯한 고통을 토해냈다.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이물감, 선명한 피의 감촉이었다.따뜻해야 할 생명이 서서히 그녀의 몸을 떠나고 있었다.심안영은 떨리는 손으로 배를 감싼 채 몸을 웅크렸고 이마에 맺힌 피는 서서히 뺨을 타고 흘러내렸으며, 바닥 위에 널브러진 마른 짚과 쏟아진 쉰 밥에 핏방울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흥.” 덕미가 코웃음을 쳤다. “황후마마, 저희 마마께서 마지막 참을 보내신 건 저승길에 굶주리지 말란 뜻이지요. 고맙게 받아먹진 못할망정 죄다 엎다니요? 참 눈치도 없으셔라.” “무례하다!”심안영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지만 그 목소리는 마치 낙엽처럼 가볍고 힘이 없었다. 오랜 감금과 약물, 그리고 피로는 그녀의 기력을 바닥까지 갉아 먹어버렸다. 덕미는 콧방귀를 뀌며 그녀를 비웃었다.“무례? 황후라고 불러드리니 진정 황후인 줄 아시나 봅니다? 폐하께서 냉궁에 처박아버리신 순간부터 마마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가축보다도 못한 존재지요. 그러니 이년이 무례하게 군다 한들 할 수 있는 게 있겠습니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밖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울리더니 금군들이 줄지어 안으로 들어섰다. “덕미야, 밥은 먹인 거냐?”“먹질 않습니다.” “됐다. 폐하께서 기다리시니 시간 끌지 말거라.” 선두에 선 금군이 손짓하자 병사는 순식간에 심안영에게 달려들어 마치 죽은 개를 끌어가듯 그녀를 질질 끌고 나갔다. 눈보라는 더욱 거세졌고 차가운 눈송이들은 얼굴을 후려치듯 내리꽂혀 그녀는 뼛속까지 시렸다. 황궁 서화문, 성루 위.서경율은 밝은 황금빛 용포를 입고 손을 등진 채 서 있었고 그 곁에는 귀비 사초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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