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세자와 파혼하겠습니다: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뱃놀이에 참석한 사람은 적지 않았다. 오주은은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뒤로하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주변을 관찰했다.영주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아씨, 육 공자가 자꾸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데 자리를 옮길까요?”그러자 오주은도 영주의 시선을 따라 맞은편을 바라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육준수가 쓸쓸한 표정으로 술만 마시고 있었다.“그것도 좋겠네.”오주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배 뒤편으로 걸어갔다.장공주 신변의 방 상궁의 말에 따르면 갑판 뒤쪽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어차피 놀러 나온 거, 누구 때문에 기분을 망치고 싶진 않았다.그렇게 오주은이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허둥지둥 달려오던 시녀가 그녀와 부딪치며 들고 있던 차를 엎지르고 말았다.“잘못했습니다, 아씨.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사죄하는 시녀의 모습을 보고 오주은의 눈매가 차가워졌다.그녀는 어지럽혀진 치맛자락을 힐끗 보고는 차갑게 말했다.“괜찮으니 어서 가보거라.”시녀가 한참동안 머뭇거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소인의 실수로 아씨의 치마가 젖었으니 저와 함께 별실로 가서 새 의복으로 갈아입으시는 건 어떠십니까?”세가에서는 연회를 준비할 때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여벌의 의복을 따로 준비하는 게 원칙이었다. 다만 시녀의 뻔한 수작이 오주은을 속이기엔 부족했다.그녀는 화를 내려는 영주의 옷깃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야겠구나. 영주 넌 장공주께 가서 내가 조금 늦을 거라 전하거라.”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도의 숨을 내쉬는 시녀의 표정을 보고 오주은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영주가 자리를 뜬 후, 그녀는 무심한 얼굴로 시종을 따라가며 머리에서 뾰족한 비녀 하나를 빼서 손에 쥐었다.“이곳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오주은은 약간 어수선해 보이는 별실 문 앞에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정말 여기가 맞는 것이냐?”시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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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오주은은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연예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장난은 여기까지.”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까이에 있는 의자로 다가가서 앉았다. 그제야 오주은은 조금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그녀는 세차게 뛰는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릴까,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렸다.“촉왕 전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시녀가 일부로 그녀를 유인한 이유는 그녀의 순결을 더럽히려는 의도가 틀림없었다.그런데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내가 촉왕이라는 점이 의아했다.그런데 이때, 옆 방에서 여인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촉왕 전하!”곧이어 낯뜨거운 신음소리가 들려왔다.오주은은 그제야 촉왕이 왜 여기 있게 된 것인지 알아차렸다.그녀는 들고 있던 손을 내리고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소녀가 촉왕 전하를 오해한 것 같습니다.”연예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오 소저는 나를 방탕한 망나니로 생각했던 거요?”오주은은 괜히 미안한 마음에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그런 적은… 없습니다.”“가끔은 나도 망나니가 되어보고 싶긴 하지요.”그가 농을 하자 오주은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를 흘기며 쏘아붙였다.“지금 누가 망나니인지 가릴 시간에 어떻게 나갈지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습니까? 이따가 사람들이 오면 큰 오해를 사게 될 터인데 말입니다.”연예준은 애써 화제를 돌리려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는 다시 요동치는 욕구를 억제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방법이 있소.”오주은은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문을 확인한 그녀는 천천히 그곳으로 걸음을 돌렸다.사내는 그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오주은은 무슨 의미인지 몰라 쥐고 있던 비녀를 그의 손에 놓아주었다. 손길이 스친 순간 두 사람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사내의 숨결이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상황이 상황이니 내가 소저를 데리고 저길 뚫고 나갈 수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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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지시하신 대로 그 여인을 옆방으로 데려갔습니다.”비록 여인의 순결이 목숨보다 소중하다지만, 감히 촉왕을 음해하려는 시도는 용서할 수 없었다.조희은은 조씨 가문에서도 예쁨 받지 못하는 서녀였다. 연예준이 귀경길에 우연히 지나가다 목숨을 구해준 것뿐인데 염치도 없이 이런 더러운 속내를 품게 되었을 줄이야.‘그런 여인이라면 죽어도 싸지!’“잘했어. 우선 옷부터 갈아입고 구경하러 가야겠구나.”연예준은 입고 있는 연자색 두루마리를 힐끗 보았는데, 순간 오주은이 입고 있었던 자색 치마가 떠올랐다. 기분이 좋아진 그는 상청과 함께 느긋한 걸음으로 별실로 향했다.한편, 오주은도 옷을 다 갈아입고 별실을 나가고 있을 때, 육준수의 분노한 음성이 들려왔다.“오 소저가 이 안으로 들어간 게 확실해?”별실 안에서는 여전히 남사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몰려든 세가의 아씨들 모두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다.“공자, 소인은 분명… 오 소저께 이곳은 뱃사공들이 쉬는 곳이라고 말씀드렸사온데… 오 소저께서는 듣지도 않고 오히려 소인에게 호통을 치셨습니다.”“소인도 어쩔 수 없어서 장공주와 공자께 사실을 고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 소저가… 이리도… 이리도 성격이 급하실 줄은….”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이내 술렁이기 시작했고, 평소에 육준수를 싫어하던 자들은 나서서 대놓고 그를 비웃었다.“육 공자, 오 소저가 뱃사공에게 순결을 내줄지 언정 자네를 거부한 걸 보면, 얼마나 후작가에 시집가기 싫었다는 것인가….”듣고 있던 육준수는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올랐다.이 상황에 자신은 뱃사공을 별실에 보낸 적 없고 저 안에 있어야 할 사람은 자신이라고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오주은은 이제 버리는 패가 되었다.“이렇게 천박한 여인이 어찌 후작가의 안주인이 되겠어. 하지만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한다면 옛정을 생각해서 첩실로 들일 생각은 있지.”육준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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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육준수가 음침한 표정으로 추서에게 눈치를 주자, 추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자리를 떴다.그 모습을 본 오주은도 영주에게 눈짓을 주었다.시종이 끌려간 후, 별실 문이 열렸다.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별실 안으로 쏠렸다.그들은 궁금한 얼굴로 고개를 빼 들고 방 상궁이 데리고 나온 사람을 쳐다보았다.“꿇어라!”한눈에 상대를 알아본 장공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여인은 두루마리를 머리에 푹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목덜미에 남은 붉은 흔적들이 불쾌감을 주고 있었다.육준수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그가 공들여 설계한 판이 자신이 아닌 뱃사공의 이득으로 돌아갔으니 화가 치미는 것이 당연했다. 그는 비통한 얼굴을 하고 장 공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장 공주 전하, 평양 후작가를 봐 서라도 주은이에게 벌을 내리지 말아주십시오. 주은이 그 아이도 한순간 판단이 흐려져 수치스러운 짓을 저지른 것이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혼전에 순결을 잃은 여인은 강에 빠뜨려 죽이는 것이 이 나라의 법이었다.장공주는 말없이 방 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에 앉았다.그녀는 여인을 위해 사정하는 육준수의 얼굴을 싸늘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런데 참으로 의문이 드는 게 하나 있군. 한낱 시종의 말 한마디만으로 육 공자는 이 사람이 오 소저라고 확신하는 것인가?”그 말에 사람들은 이내 정신을 차렸고 육준수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장 공주의 의도를 알 수 없어 고개를 들고 방 상궁의 표정을 살폈지만 방 상궁도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저기 있는 게 정말 오주은이 맞을까?’주변을 둘러봤지만 오주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는 그제야 안심하고 고했다.“전하, 주은이는 시종과 함께 옷을 갈아입으러 간다고 하고 여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종은 주은이가 저 안으로 들어갔다고 분명히 말했지요. 그러니 저 여인이 주은이가 아니면 누구겠습니까.”사람들은 그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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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연예준은 자연스럽게 장공주의 곁으로 다가가서 앉고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추서와 시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육 공자, 자네가 어디 한번 설명해 보게. 자네의 심복은 왜 저 시녀를 독살하려 했던 것이지?”그의 질문은 육준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육준수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추서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소인입니다. 이 모든 것은 소인의 계획이었습니다. 오 소저께서 저희 공자님에게 수모를 준 것이 못마땅해서 제가 앙심을 품고 한 일입니다.”“오 소저께서 순결의 몸이 아니게 되면 소저를 받아줄 사람은 저희 공자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일입니다. 그러니 촉왕 전하, 장공주님, 소인을 벌하시고 저희 공자님께 죄를 묻지 말아주십시오. 공자님은 아무것도 모르고 계셨단 말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육준수는 다가가서 그녀를 발로 걷어차며 호통쳤다.“어찌, 어찌 감히 뒤에서 그런 짓을 꾸밀 수가 있어!”곧이어 그는 황송한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촉왕 전하, 장 공주님, 이게 다 어리석은 제 시종이 벌인 일이니 죽이든 살리든, 두 분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장 공주는 음침한 얼굴로 육준수를 노려보았다. 황실에서 태어나 수많은 음모와 간계를 보고 자란 그녀가 육준수의 거짓말을 간파하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리고 이런 더러운 수작으로 한 여인의 순결을 더럽히려는 자를 용서할 수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후작가의 권세도 있으니 당장 까발리기도 난감했다.장 공주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돌려 오주은에게 물었다.“오 소저와 깊이 관련된 일이고 하마터면 큰일을 당할 뻔한 장본인인데,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오주은은 장공주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고 연예준을 힐끗 바라보았다. 사내는 한창 턱을 괴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소녀는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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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오주은은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그렇게 대청을 나가고 있을 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육준수가 보였다. 사람들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아마 배가 부두에 도착도 하기 전에 소문이 온 경성에 퍼지게 될 것이었다.어쩌면 후작가도 이 일로 조정에서 대신들의 규탄을 받게 될지도 몰랐다.별실로 돌아온 영주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씨, 촉왕 전하는 참으로 무서운 분이네요!”오주은은 찻잔을 들며 영주에게 물었다.“길에서 상청을 만났느냐?”“아니요. 제가 도착했을 때, 마침 상 부장군께서 그 시녀에게 독을 먹이려는 추서를 발견하고 제압하고 계셨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눈치였어요.”오주은은 생각에 잠겼다. 상청이 움직였다는 것은 촉왕의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였고, 그 시녀의 목표는 처음부터 그녀였으니 촉왕이 그녀를 도와준 셈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왜 날 도와준 거지? 설마 그 처방 때문에?’오주은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습관처럼 머리에 손을 가져갔는데, 그제야 그녀는 아까 별실에서 비녀를 촉왕에게 건넸다는 것을 떠올렸다.지금은 소란스러운 시기이니 찾아가서 돌려달라 할 수도 없었다.만약 도중에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게 분명했다.그녀는 나중에 기회를 봐서 찾아가기로 하고 마음을 접었다.“영주야, 나가서 언제 배가 부두에 도착할지 보고 오거라.”최근 들어 쉬지 않고 사건이 발생하는 것 같아서 오주은은 기분을 추스르기 위해 몸에 지니고 있던 도자기병에서 향을 꺼내 향로에 붙였다.대나무의 청량한 향이 코끝에 닿자 짜증이 조금 가라앉았다.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연예준을 떠올렸다가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내가 왜 이러지?”오주은은 손으로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사내의 모습을 떨쳐낸 후, 향을 껐다.영주가 방으로 들어오다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왜 죽향을 끄시나요? 아씨께서 최근에 이 향을 무척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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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배가 부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고 있었다.석양이 붉게 물든 가운데 싸늘한 봄바람이 불었다.오주은은 망토를 여미고 영주의 부축을 받으며 배에서 내렸다. 미풍이 불어와 치맛자락이 휘날리는 그 모습은 고결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아씨, 저기 보세요.”영주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평양 후작가의 마차에서 익숙한 얼굴이 내리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유서음도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가식적인 웃음이었다.오주은은 묵묵히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마차로 다가갔다.“돌아가자.”종일 긴장을 늦추지 않았더니 피로가 몰려왔다.마차가 평양 후작가의 마차를 지날 때, 방 상궁의 싸늘한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육준수에게 시 경연이 얼마 안 남았으니 조용히 저택에서 반성하며 글공부나 하라는 경고의 말이었다.잠시 후, 눈을 감고 쉬고 있는 오주은의 귀에 영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씨, 누가 봐도 육 공자가 앙심을 품고 아씨를 함정에 빠뜨리려 할 텐데 왜 처벌을 피해갔을까요?”“어쨌거나 평양 후작의 장남이니까 장공주께서도 난감하셨을 거야. 그리고 체면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양반가 자식에게 금족은 충분히 굴욕적인 벌 이란다.”평양 후작은 현재 문관의 수장이라 할 수 있었다.그녀가 아버지의 위패를 안고 황궁 대문 앞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하소연해서야 겨우 후작의 체면에 생채기라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승산은 절대로 없었다.“평양 후작가의 일은 그리 신경 쓸 거 없어. 모레 청산사에 제사를 지내러 갈 텐데 제사 준비부터 서둘러야 할 거야. 작년처럼 간소하게 하진 않을 것이니. 그리고 서재로 가서 내가 예전에 보던 시집도 꺼내오렴.”지시를 들은 영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아씨도 시 경연에 참가하시려고요?”오주은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시 경연에서 우승한 자는 폐하께 한가지 청을 드릴 수 있지. 난 우승을 쟁취하고 폐하께 혼수를 청할 생각이야. 그러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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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육준수는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평양 후작을 바라보았다.“네 어미가 사정사정하니 이번엔 넘어가겠지만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하다 걸리면 내 손에 정말 맞아 죽을 줄 알아!”평양 후작은 한탄스러운 눈으로 아들을 노려보며 호통치다가 뭔가 스치는 생각이 있어 바짝 긴장한 어투로 아들에게 물었다.“오가의 그 계집이랑 촉왕 사이에 뭔가 있는 거 아니야?”촉왕 얘기가 나오자 육준수는 가장 먼저 추서의 죽음을 떠올렸다. 그는 속으로 오주은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며 촉왕이 심복을 죽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평양 후작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가, 한참 후 장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모레 오가의 계집이 조상님 제사를 지내러 청산사로 갈 것이야. 부인도 청산사로 가서 준수를 위해 평안부나 받아오시오. 간 김에 그 계집이랑 얘기도 좀 나눠보고. 만약 그 계집과 촉왕 사이에 뭔가 있다면….”평양 후작은 일부러 말끝을 흐렸지만 장씨는 바로 그 뜻을 알아차렸다.오랜 세월 한 이불 덥고 산 부군인데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오주은과 촉왕 사이에 정말 정분이라도 났다면 먼저 선수를 치라는 의미였다.만금의 혼수가 촉왕부로 넘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알겠습니다, 나으리. 모레 청산사로 가서 평안부를 받아오도록 하지요.”그제야 평양 후작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났다.그는 공무를 처리해야 한다며 서재로 갔다. 그리고 나가기 전, 육준수에게 집밖에 나가 한심한 친구들이랑 어울릴 생각 말고 글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아버지를 배웅한 후, 육준수는 투덜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났다.“어머니, 아버지 요즘 대체 제게 왜 이리 불만이 많으신 겁니까? 세자 자리까지 그 천한 것에게 넘어갔는데 아직까지 아무 말씀 없는 것도 그렇고요.”장씨가 한심한 눈으로 아들을 흘겨보며 말했다.”그래도 세자 자리를 남에게 빼앗겼다는 건 기억하고 있구나? 어미는 네가 진작에 잊고 있는 줄 알았다!”“이 시기에 그런 사고를 쳤으니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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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아씨, 평양 후작가가 참 끈질기네요. 훗날 제사를 지내러 가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영주가 발을 동동 구르며 오주은에게 물었다.오주은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영주의 빵빵한 볼을 쓰다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가야지, 왜 안 가? 장 부인은 그저 내 생각을 떠보려고 만나려는 걸 거야. 그러면 만나줘야지 않겠어?”영주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아씨, 전에 장씨가 아씨에 대한 안 좋은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아세요?”오주은의 눈빛에 한기가 잠깐 스쳤다.“명심해, 영주야. 그날 나와 장 부인이 만나서 담화를 나누게 된다면 즉시 왕 어멈한테 알려서 소문을 퍼뜨리게 해.”“평양 후작 부인이 친히 청산사까지 따라가서 오 가의 딸과 대화를 요청했다고 말이야.”영주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소문을 퍼뜨림으로써 관망 중이던 세가에 평양 후작가가 아씨한테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면서 사실은 혼수를 위해 선수를 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고 알리려는 거지요?”“우리 영주 많이 똑똑해졌네?”오주은은 생긋 웃으며 영주의 볼을 꼬집었다.“만금에 달하는 혼수가 없다고 하여도 오씨 가문이 오랜 세월 일구어 낸 세력과 인맥이 존재하는데 경성의 귀족들이 다 바보는 아니지. 그저 평양 후작가와 척을 지기 싫었던 거지. 하지만 만약 평양 후작가가 남들에게는 온갖 안 좋은 소리와 경고를 서슴지 않으면서 사실 상 자기 이득만 챙기려 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 사람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영주는 선망에 찬 눈으로 오주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씨가 만약 사내였다면 분명 조정에서 승상의 자리까지 올라갔을 거예요!”오주은은 웃음을 터뜨리며 영주를 내보내고 자신은 사당으로 걸음을 옮겼다.청산사 뒷산은 사실 오씨 가문 조상님들이 묻힌 묘지였다. 선황후께서는 묘지를 옮길 필요 없이 매년 청산사로 가서 제사를 지내면 된다고 허락하였다.과거에는 무한한 영광을 누렸으나, 모두가 세상을 뜬 지금은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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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오주은도 같은 의문이 들었다.화려한 마차의 가림막이 열리자, 그녀는 재빨리 가림막을 내렸다.“그냥 유람하러 오신 걸 수도 있으니, 신경 쓰지 말고 뒷산으로 가자.”그녀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아까 부터 마차 밖에서 누군가의 집요한 시선이 느껴졌다.하지만 가림막을 열어볼 용기는 없었다.한편, 마차에서 내린 연예준은 뒷산을 향해 가고 있는 그녀의 마차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뒤를 따르던 상청은 헤벌쭉한 표정으로 그에게 농을 걸었다.“전하, 소인이 보기에 어째 오 소저는 전하의 마차를 보고 더 빨리 도망가는 것 같습니다?”싸늘한 눈총이 쏟아지자 그는 급기야 입을 다물었다.“네 말은 오 소저가 나를 싫어한다는 뜻이냐?”상청은 혹여 심기 뒤틀린 주인이 발길질이라도 할까 두려워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연예준은 차갑게 비웃어주고는 뒷산 방향을 힐끗 보다가 주지 스님의 안내를 받고 사찰 안으로 걸어들어갔다.그 시각, 오주은은 마부에게 내일 다시 오라고 당부한 후, 은화를 줘서 돌려보냈다.그리고 영주와 함께 익숙하고도 낯선 선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 내부는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꾸며 놓은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탁자 위에 놓인 나무 인형을 보자 오주은은 아련한 표정으로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왕 어멈한테는 잘 일러 뒀지?”그러자 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평양 후작 부인이 출발하자마자 왕 어멈이 사람을 시켜 소문을 퍼뜨렸으니 내일 저택으로 돌아가시면 분명 세가의 초대장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시 경연이 시작되기 전, 그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적당한 혼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시 경연이 끝나면 폐하와 약속한 기간까지 7일이 남았고 그 전에 혼처를 찾지 못한다면 황릉으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절대 그곳에 갈 수는 없어!’오주은은 기분을 추스른 후, 영주를 시켜 제사상을 준비하게 했다.그리고 때 마침 제사 의식이 시작되었다.번잡한 제사 예법을 지켜야 했는데, 오주은은 단 한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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