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음은 억울한 얼굴로 고개를 푹 떨구었다.그럴수록 오주은에 대한 증오만 커져갔다.이때, 등 뒤에서 방 어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첩실이면 첩실답게 조용히 살어. 큰 공자께서 심기가 불편하신데 자꾸 얼쩡거리지 말고.”첩실이라는 말이 유서음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분하고 억울했지만 그녀는 겉으로는 온순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가식적인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방 어멈의 입가에 비웃음이 가득했다.‘천첩 주제에 어디 안주인 행세를 하려고 들어? 얼마나 신분상승이 하고 싶었으면!’“나도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넌 평생 천첩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폐하께서 하명하셨어. 폐하께서 명을 거두어들이지 않는 한 아무리 큰 공자가 너를 아낀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야. 바랄 것을 바라야지.”유서음은 자신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듯이 굴던 육준수를 떠올리자 점점 미움이 사무쳤다.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방 어멈을 향해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멈.”‘오주은,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이 집에 발 들이기만 해봐! 처절하게 밟아줄 거야!’한편, 천대사를 만나기 위해 오주은은 청산사에 며칠 더 머물기로 했다.그 기간에 영주로부터 평양 후작 부인이 장공주 관저로 찾아갔다가 장공주에게 문전 박대를 당하고 돌아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그녀는 조용히 웃고 넘겼다.청산사에 온지 3일째 되는 날, 오주은은 이만 저택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영주야, 짐 챙기고 있어. 난 청산사에 가서 부처님께 향을 한번 올리고 가야겠어.”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청산사로 향했다.“아가씨, 먼저 가 계세요. 소인도 곧 따라가겠습니다.”오주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망토를 걸치고 청산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그렇게 사찰에 도착한 그녀는 향을 올린 후에 주지 스님을 찾아가서 천대사가 돌아오셨는지 물었다.조용히 고개를 젓는 주지 스님을 보고 오주은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주지 스님. 소녀는 오늘 집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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