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은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나무함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정교한 문양의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오주은의 어머니가 건재하실 때부터 신변에서 시중을 든 왕 집사는 한눈에 그 문양을 알아볼 수 있었다.“아씨, 이 향은 경성에서 천금을 주고도 못사는 귀한 향입니다.”“알지요.”오주은은 상자를 왕 집사에게 건네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아저씨, 어머니께서 직접 조제하신 유란향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걸 답례로 촉왕부에 전달하고 와주세요.”유란꽃의 청아한 향은 연예준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했다.한편, 밖에서 일을 보고 돌아온 연예준은 입이 귀에 걸린 상청을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웃는 모습이 참으로 흉하구나.”그 말을 들은 상청은 입을 삐죽이더니 상자 하나를 그에게 내밀었다.“전하, 오 소저께서 보내온 답례입니다. 지금 열어 보실 건가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내의 따가운 눈총이 날아왔다.“너 요즘 한가하니?”상청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에이, 그럴 리가요. 소인은 지금 할 일이 차고 넘쳤습니다! 바로 일하러 가볼게요!”말을 마친 그는 상자를 공손히 내려놓고 다급히 안방을 나섰다.연예준은 침상에 걸터앉아 무심하게 상자를 내려다보았다.그리고 한참 후, 그는 덤덤히 상자를 열었는데, 상큼하고 청량한 향이 상자 풍겨져 나왔다. 그는 저도 모르게 가녀린 소녀의 자태를 떠올리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참으로 향기롭군.”말을 마친 그는 향 한대를 집어 향로에 넣고 불을 붙였다. 방 안에 풍기는 은은한 향이 그동안에 쌓인 피로를 덜어주는 것 같았다.그는 노곤함에 그대로 침상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연예준은 경계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표정을 풀었다.그는 물끄러미 향로에서 타고 있는 향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내가 최근에 잠을 설친 것을 눈치챘나? 아니면 그냥 우연인가?’“상청, 지금이 언제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상청이 공손히 고했다.“전하, 뱃놀이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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