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직!눈부신 전기 불꽃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맞은편 해커의 시야를 반 초 동안 앗아 갔다.바로 그 반 초 사이, 정윤재가 오른손을 허리께로 스쳤다. 새까만 전술 단도가 돌벽을 긁으며 긴 불꽃을 뿜었다. 현란한 방어 동작 따위는 없었다. 어둠 속에서 정확히 옆으로 그어 버리자 피가 ‘촤악’ 하고 축축하게 식은 벽면에 튀었다.무거운 물체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 뒤, 얼음 저장고 가장 깊은 곳에는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남았다.“암호 상자는 푸른 벽돌담 뒤에 있어.”정윤재에게는 얼굴에 묻은 검은 피를 닦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녹슨 쇠 지렛대를 오른손에 거꾸로 들고 이를 악문 채 한 번, 두 번, 이끼 낀 벽돌담을 세차게 내리쳤다.쾅! 콰당!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가로세로 삼십 센티미터 남짓한 강철제 구식 기계식 암호함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기계식 톱니 판은 십칠 년 전 제작된 구식 수은전지의 마지막 남은 전력에 의지해 아주 미약한 ‘찰칵, 찰칵’ 초침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것이 임민정과 심기찬이 당시 하온에게 남긴 마지막 자기방어 수단이었다.심하온이 앞으로 다가갔다. 멀쩡한 왼손의 손끝이 녹청이 슨 미세한 숫자판을 빠르게 돌렸다.[점, 선, 긴 멈춤.]십칠 년 전 대서양 은행에서 사용하던 구식 모스 코드가 왼손 검지를 따라 한 글자씩 입력됐다.쿵!묵직한 연결봉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강철제 상자의 뚜껑이 양옆으로 열리며 가장 깊은 내부 칸을 드러냈다.무균 봉투로 밀봉된 작은 시험관 하나가 기이한 푸른빛을 희미하게 내며 조용히 놓여 있었다.본토에서 신경 손상을 입은 수십만 명을 치료할 수 있는 국산 신약의 진짜 원형 샘플, 임민정이 하마터면 빼앗길 뻔했던 바로 그것이었다.‘마침내 찾았다.’그러나 심하온의 왼손이 시험관에 닿기도 전, 암호함 바닥을 감싼 황동 톱니 아래에서 돌연 귀를 찢는 전자 오류음이 터졌다.상자 가장 밑바닥에 숨겨져 있던 액정 보조 화면이 기묘한 암적색 빛을 밝혔다.강 회장이 남긴 코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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