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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내 남편의 아내: Capítulo 1121 - Capítulo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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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1화

타다다다닥.심하온은 한 손으로 보지 않고 조작했다.다섯 손가락이 키캡 세 개나 빠지고 탄내까지 나는 메인보드 키보드 위에서 잔상을 그렸다. 그녀가 사용하는 문장 부호는 극도로 짧았다. 금융 암시장에서 해외 헤지펀드와 목숨 걸고 싸울 때나 쓰던, 이른바 데드 코드였다.화면이 보이지 않는다고? 상관없었다.임민정이 암호 상자 가장 밑바닥에 숨겨둔 16자리 마이크론 단위의 역추적 프로토콜을, 심하온은 이미 지하 지하실에서 1만 번도 넘게 뇌에 새겨두었으니까.왼손 검지가 엔터 키를 사납게 내리쳤다.역추적 코드가 블랙 스완호 마스트에 임의로 설치한 마이크로파 중계기를 타고 나가 보이지 않는 금융 철벽을 구축했다. 강성 캐피탈이 해외에 세운 고주파 차단 망을 향해, 자살 특공대 같은 야만적인 기세로 위성 제어 체인을 타고 역류하며 갉아먹기 시작했다.[강성 캐피탈 해외 탐사선 위성 프로토콜 강제 탈취 중.][하부 과부하 주입: 45%... 67%...]“심하온 씨. 상대 대서양 역외 창구가 블랙 스완호 운항 허가를 역청산하고 있습니다. 암시장 시스템이 우릴 해적선으로 판정해 물리적으로 파괴하려 합니다. 40초 남았어요.”허도영이 레이더실에서 계기판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입 닥쳐.”심하온은 고열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바닷바람에 튼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와 글을 보는 즉시 도망치라고 적힌 소가죽 종이 위로 떨어지며 글씨를 검붉게 물들였다.그녀는 왼손 엄지로 메인보드 핵심부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축전기를 세게 눌렀다.고압 정전기가 손끝을 타고 거꾸로 몸 안으로 흘러들었다. 왼팔 전체 근육이 감전된 듯 경련했다.“본토에는 네 밑천인 몇조 자산도 공매도한 나야. 대서양에 왔다고 고작 폐쇄 표식 하나 단 탐사선 따위가 상법상 내 청소부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아? 꿈 깨.”마지막 3초.심하온의 눈에 진정한 금융 도박꾼의 광기가 번뜩였다. 그녀는 왼손으로 노트북의 메인보드 중앙을 사납게 후려쳤다.쾅.메인보드가 철판 위에서 두 동강 났다. 고압 불꽃과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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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심하온의 몸이 휠체어와 함께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발판 밑의 강철판을 통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끔찍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중형 강철판들이 고압에 짓눌려 비명 지르는, 영혼까지 으스러뜨릴 듯한 소리였다.그것은 줄곧 그들의 뒤를 1000m 간격으로 따라오던, 익명 암초 코드를 단 거대 핵잠수함이었다.이 핵잠수함은 단 한 번의 상업적, 방어적 경고조차 보내지 않은 채 불과 1분 만에 모든 물리적 부상 밸브를 강제로 열었다.촤아아악.반사 도료조차 칠하지 않은 시커먼 철 갑판이 수천 톤의 대서양 해수를 휘감으며, 100년을 잠들었던 심해의 괴수처럼 블랙 스완호 밑바닥을 들이받았다.쾅.블랙 스완호의 300톤급 선체가 마치 철로 된 본토에 정면으로 들이받힌 듯 요동쳤다.휠체어를 묶고 있던 나일론 밧줄이 그대로 끊어졌다. 심하온은 망가진 노트북과 함께 철제 바닥 위를 처참하게 세 바퀴나 굴렀다.그리고 블랙 스완호의 우현은 길이 100m에 달하는 핵잠수함의 거대한 등껍질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순식간에 최하층 보일러실까지 훤히 드러나는 10m짜리 흉측한 파열구를 냈다. 대서양의 짜고 쓴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바닷물은 블랙 스완호 우현에 벌어진 10미터 길이의 균열을 따라 계속해서 들이닥쳤다.철컥, 콰앙.동력실 밑바닥의 보일러가 차가운 해수에 닿자마자 꺼졌다. 균형을 잃은 화물선은 거친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야만적인 기세로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졌다.“심하온. 선실로 들어가. 빨리 구명정으로 가.”정윤재의 고함이 뜨거운 증기에 거의 묻혀 버렸다.길이 100미터의 핵잠수함이 블랙 스완호의 잔해를 스치듯 지나갔다. 칠흑 같은 등껍질에는 그 어떤 마크도 없었다. 마치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이름 없는 쇳덩이 같았다.블랙 스완호 선체의 절반 이상이 대서양에 잠기기 직전, 허도영이 기름투성이 바닥에서 멀쩡한 왼손으로 공압 밸브를 힘껏 내리쳤다.쾅.중형 원통형 탈출정이 두 줄기의 고압 불꽃을 내뿜으며 블랙 스완호의 레일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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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쿠구궁.머릿속의 썰렁한 농담이 끝나기도 전, 탈출정 앞부분의 삼중 내압 강철판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충격음이 터졌다.탈출정이 임민정 연구소 최외곽의 특수 강화 석영 유리를 그대로 들이받아 산산이 부쉈다.치이익.수압 차이로 인해 탈출정 문이 수중에서 거칠게 튕겨 열렸다.정윤재가 심하온을 무쇠 좌석에서 거칠게 끌어냈다. 두 사람이 바닥에 발을 디디자 차가운 대서양 바닷물이 곧바로 무릎까지 차올랐다.이곳은 수심 2000m에 자리한 최하층 중앙 통제 구역이었다.연구소 절반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바닥에는 파란색 화학 시약병과 15년 전 시장 청산 당시 수은 독소에 절어 버린 폐지 조각들이 물속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어둡고 음산했다. 살아 있는 사람의 기척은 조금도 없었다.오직 실험실 정중앙에 해저 지열 발전기로 15년간 버텨온 푸르스름한 심해등만이 빛나고 있었다. 그 차가운 빛이 하얀 심해의 이끼가 낀 콘크리트 벽면을 비추니, 마치 해저에 버려진 공동묘지 같았다.“허도영은?”심하온은 고열 때문에 나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휠체어 대신 정윤재의 성한 오른팔에 몸을 기댔다.“그 녀석은 뒤쪽 보조 캡슐에 있어. 용골만 멀쩡하면 죽지는 않을 거야.”정윤재가 얼굴에 묻은 바닷물을 닦아냈다. 그의 오른손엔 병원에서 가져온 생화학 주사기가 여전히 쥐여 있었다.그는 둥둥 떠다니는 시약병을 짓밟아 깨뜨리며 심하온을 밀고 나아갔다.손전등의 차가운 빛이 지나가며 중앙에 세워진 높이 3미터의 마이크론급 주 제어 스크린을 비췄다.심하온은 정윤재의 손을 뿌리치고, 멀쩡한 왼손으로 암호 상자를 받쳐 든 채 절뚝거리며 스크린 앞으로 다가갔다.스크린에 떠 있는 것은 신약 분자식 따위가 아니었다.스크린 하단에는 심해 속에서 무려 15년 동안 소리 없이 자동 운용된 다국적 비밀 내기 협약이 푸른 데이터 흐름을 토해내고 있었다.심하온은 협약 맨 아래, 곰팡이가 피고 검은 해저가 잔뜩 낀 낡은 타자기 키보드를 뚫어지게 응시했다.아무 쓸모도 없는 폐기 장비처럼 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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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찰칵.암호 상자와 주 제어대 핵심부의 황동 실물 슬롯이 그 순간 정확히 맞물렸다.우우웅.대형 스크린 전체가 푸르스름한 형광 빛으로 뒤덮였다. 마지막 3개월의 청산 경고가 미친 듯이 점멸했다.[청산 사각지대 활성화 완료.][생체 정보 브리지 검사 중.]대형 화면 바로 아래에서 산업용 방폭 강철 도장이 찍힌 밀폐형 원형 생체 인식 슬롯이 탁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그 안에는 10cm 길이의 온통 흑강으로 만들어진 역방향 실물 추출 주사기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정윤재는 차가운 빛을 내는 주사기를 힐끔 본 뒤, 심해의 찬바람에 펄럭이는 심하온의 텅 빈 오른쪽 소매를 바라보았다.“하온아, 네 엄마가 이곳에 가장 악독한 친족 실물 박리 데드 프로그램을 남겼어.”정윤재가 성큼 다가가 오른손으로 흑강 주사기를 움켜쥐었다.그가 고개를 돌렸다. 핏발이 선 늑대 같은 눈에는 피비린내 나는, 승부를 즐기는 도박꾼의 살기가 일렁였다.“대서양의 생체 활성 키를 얻으려면, 네 이미 잘려 나간 오른쪽 어깨 속의 특이 골수 세포를 주 제어대의 하드웨어 브리지에 연결해야 해.”그는 고열로 벌겋게 달아오른 심하온의 얼굴을 바라봤다.“마취제 따위는 없어. 이 협약이 네가 임민정의 친족이 아니라고 판정하면, 네 몸 절반은 그 자리에서 고압 전류에 타 숯덩이가 될 거야. 하온아, 이 마지막 판에 나와 목숨 걸고 베팅할 수 있겠어?”심하온은 손가락보다도 굵은 흑강 바늘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자조적으로 웃었다.‘오른팔도 잃었는데 이런 게 무섭겠어?’그녀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려던 찰나였다.쾅.예고도 없이 둔탁하고 폭력적인 금속 파열음이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 제어 구역 정후방, 15cm 두께의 정강 방압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수압 따위의 소리가 아니었다.산업용 수중 고압 절단기가 바닷속에서 무쇠를 강제로 녹이는 귀를 찢는 초고주파 굉음이었다.치지지직.고압의 청록색 불꽃과 뜨거운 생화학 증기가 문 중앙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통해 우리에서 풀려난 악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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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고압 전기 아크가 흐르는 검은색 수중 중형 레이저 무기가 심하온의 관자놀이에 닿았다.차갑고, 비현실적일 만큼 선명한 금속의 감촉이었다.레이저 총구에서 흐르는 미세한 전류가 고열로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를 간질이며 마비시켰다. 수중 2000m 아래, 대서양의 바닷물은 이미 두 사람의 무릎을 넘어 허벅지 위로 미친 듯이 차오르고 있었다.“심하온, 움직이지 마. 이 물건의 하부 안전장치는 수중에서 아주 예민해. 내 손이 한 번만 떨려도 공매도나 하던 그 머리가 그 자리에서 증발할 거야.”건너편의 청소부 우두머리가 고압 증기 속에서 말했다. 마스크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무덤에서 기어 나온 듯 쇳소리가 섞인 저음이었다.심하온은 얼음물에 자극받은 오른쪽 절단부가 너무 아파 눈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한 손으로 따개비가 잔뜩 붙은 제어대 모서리를 꽉 움켜쥐었다. 손톱 사이에는 끈적한 이끼가 끼어들었다. 유일하게 멀쩡한 왼손은 극도로 힘이 빠졌으나, 본능적으로 양복바지 주머니 안을 계속 더듬었다.손끝에는 바닷물에 불어 말랑해진, 글을 보는 즉시 도망치라고 적힌 소가죽 종이가 닿았다.‘도망치라고? 웃기지 마. 숨 쉴 배기 밸브 하나 없는 곳에서 어디로 도망가란 말이야?’“하씨 가문은 15년 전 청산 시장에서 너희 청소부들의 계정까지 전부 말소했을 텐데.”심하온은 상대를 죽일 듯 바라보았다. 그의 방호복 가슴팍에는 오래된 티타늄 배기 밸브에 박혀 있었다. 이 배기 밸브는 오랜 시간 심해에 잠겨 있어 누렇게 변색하였다.배기 밸브에서는 3초마다 아주 작은 기포 두 개가 희미하게 빠져나왔다.아무 쓸모도 없어 보였지만, 저곳은 이 중형 잠수 장비의 유일한 물리적 순환이 이루어지는 사각지대였다.심하온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고열에 정신이 나간 와중에도 뇌는 미친 듯이 회전했다.‘예전엔 고급 빌딩에 앉아 말 몇 마디로 중산층을 자살로 내모는 월 스트리트 금융 재벌도 충분히 저질 짐승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제대로 배웠네. 진짜 다국적 자본 시장은 염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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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정윤재가 갑자기 몸을 날렸다. 정윤재가 짐승처럼 튀어 올랐다.흉부에 입은 내상이 격한 동작에 다시 터져 나가든 말든 상관없었다. 정윤재의 목구멍에서 짐승 같은 저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기어 올라온 무쇠 벽처럼,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오른손과 함몰된 왼쪽 어깨를 이용해 옆에 있던 200근짜리 지열 배터리 함을 야만적으로 걷어 올렸다.무쇠 배터리 캐비닛이 엄청난 기세로 공기를 가르며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더니 청소부 우두머리의 하체를 향해 내리꽂혔다.쾅.“죽고 싶어 환장했군.”청소부 우두머리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중심을 잃은 그는 생사의 순간 본능적으로 중형 레이저 무기를 아래로 눌렀다.눈부시게 새하얀 고압 레이저가 심하온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엄청난 열기가 그녀 곁의 바닷물을 순식간에 기화시켜 끓어오르게 했다. 레이저가 그녀의 머리 위를 넘어 제어대 뒤쪽의 석영 압력 벽을 강타하자, 특수 유리에 반경이 2m 되는 구멍이 뚫리며 가장자리에서는 붉은색 용암 같은 액체가 흘러내렸다.바닷물까지 치지직 소리를 내며 끓기 시작했다.심하온이 기다린 순간은 바로 그때였다.월 스트리트의 진정한 도박꾼답게 심하온은 목숨을 걸고 판을 뒤엎는 1초의 퇴로를 노렸다.레이저가 몸을 관통할 위기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청소부 우두머리가 정윤재가 던진 배터리에 맞아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은 찰나, 심하온은 멀쩡한 왼손에 극도로 힘을 주었다. 손가락 마디에서 연달아 뚝뚝 소리가 났다.그녀의 왼손이 번개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배터리 쇼트로 사방에 불꽃이 튀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제어대 위에 산산조각 난 노트북의 메인보드 칩을 낚아챘다.“임민정 씨가 남긴 패는 하씨 가문 따위가 가져갈 수 없어.”고열에 달아오른 심하온의 입술이 10cm짜리 흑강 추출 주사기를 꽉 물었다.왼손은 극심한 통증으로 미친 듯 떨렸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검은 연기를 뿜는 남은 메인보드 조각을 주 제어대 최하단의 생체 카운트다운 슬롯에 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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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검은 따개비로 뒤덮인 강철 압력 지지대가 2000m 심해의 자폭 굉음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피할 곳은 없었다.심하온은 고압 회로가 과부하 되며 뿜는 역한 오존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다. 고열 탓에 시야는 온통 흐렸고, 오른팔을 대신해 왼손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쾅.거대한 지지대가 오른팔이 없는 그녀의 상반신을 덮치기 직전, 피와 기름 냄새를 풍기는 뜨거운 몸이 옆에서 사납게 뛰어들었다.정윤재였다.통제 구역 절반을 뚫고 떨어진 무쇠 지지대가 영구적으로 내려앉은 정윤재의 왼쪽 어깨 위에 고스란히 내리꽂혔다.우지끈.텅 비고 고요한 심해 폐허에서 소름이 끼칠 만큼 선명한 뼈 분쇄 음이 울렸다. 심하온은 그의 가슴 아래에 단단히 보호된 채, 정윤재와 함께 2m 깊이의 얼음물을 가르며 최하층 고철 더미와 함께 장비 잔해 속으로 처박혔다.사방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머리 위에서는 2000m 심해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지지대가 비명을 지르며 삐걱거렸다. 바닷물이 두 사람의 코로 사정없이 들어오며 쓰나미 같은 질식감이 밀려왔다.“정윤재, 이 미친놈아.”심하온이 입을 열자 녹슨 맛이 나는 짠물이 한꺼번에 목으로 들어갔다.“입 다물어.”정윤재의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갈라져 있었다. 그는 등으로 반쯤 무너진 지지대를 떠받치고 있었고 입안에는 피가 가득했다. 고개를 숙이자 끈적한 검은색 피가 심하온의 창백한 옆얼굴에 뚝뚝 떨어졌다.그러면서도 유일하게 멀쩡한 오른손은 길이 10cm의 흑강 추출 주사기를 꽉 쥐고 있었다.차가운 물이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흘렀다.정윤재의 늑대 같은 눈은 희미한 핏빛 조명 아래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사나웠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오른손으로 심하온의 잘려 나간 오른 어깨의 살점을 꽉 눌렀다. 너무나 힘을 준 탓에 손가락 끝이 죽은 사람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하온아, 주 제어대의 연쇄 자폭 프로토콜이 카운트다운 중이야. 50초 남았어. 네가 죽을지, 내가 죽을지는 이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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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대형 화면의 자폭 카운트다운은 1초씩 계속 줄어들었다.[생체 특징 세포 추출 중: 85%... 92%...]임민정이 15년 전 주 제어 화면 최하단에 남겨 둔 마지막 숨은 코드가 심하온의 부러진 뼈에서 골수를 빨아들이는 순간, 죽음과 자폭을 뜻하던 핏빛에서 미친 듯이 초록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절대적인 생명을 뜻하는 짙은 녹색이었다.[혈족 실물 박리 검사 통과.][최고 상속 명령 합법적 잠금 완료. 전 세계 역외 방송 개시.]쾅.마지막 3초, 세인트루시아 해역의 모든 심해 다국적 케이블에서 잠금이 풀리는 굉음이 터졌다. 실제 소리가 아니라, 원래 강성 캐피탈과 해외 암초 펀드에 속했던 수백 개의 하부 데이터 흐름이 본토 신호의 방해를 전혀 받지 않은 채 허공을 강제로 뚫고 솟아오른 진동이었다.새벽 6시 정각.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본토 금융 암시장과 해외 암초 펀드의 수많은 청산 단말기에서 같은 시각,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귀를 찢는 무음 잡음을 토해냈다.하씨 가문이 해외에서 15년 동안 쌓아온 불법 주식 파생 구조는 단 1초도 버티지 못했다.임민정이 15년을 가로질러 준비한 실체 브리지 키의 압도적인 공격 아래, 몇조 규모의 판은 껍데기까지 산산이 조각나며 대낮에 발가벗겨진 채 서킷 브레이크와 함께 지옥으로 떨어졌다.본토 임상 피해자들을 위한 신약 원본의 활성도가 그 순간 3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깨뜨리고 전면적으로 역활성화되었다.“심 대표님. 정 대표님. 버티세요.”머리 위 반쯤 무너진 돌무더기 사이에서 갑자기 돼지 잡는 듯한 가느다란 비명이 들렸다.허도영은 머리 붕대가 전부 풀려 망가진 대걸레처럼 늘어진 채, 블랙 스완호에 남은 마지막 보조 탈출정을 조종하고 있었다. 기계식 로봇 팔 두 개가 가장 난폭한 물리적 철거 권한을 행사하듯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상층 철근망을 강제로 부쉈다.심하온과 정윤재가 2000m 수압에 짓눌려 질식하기 3분 전, 로봇 팔이 허리를 낚아채듯 두 사람을 폐허 속에서 끄집어냈다.치이익.보조 탈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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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검은 필기체 영문 서명은 땅속에서 막 파낸 무쇠 못처럼 거미줄처럼 깨진 휴대전화 화면 한가운데에 박혀 있었다.[세계 의료 재조정국 최고 청산 집행위원, 임민정.]심하온은 이 글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고열 때문에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세인트루시아 해면 위로 첫 아침 햇살이 내려와 바닷물에 젖은 깨진 유리에 기괴할 정도로 음산한 암녹색 빛을 만들었다.“귀, 귀신이다.”허도영은 갑판의 무쇠 난간 쪽으로 기어가듯 달려갔다. 얼굴의 새까만 경유와 피를 막 닦아낸 뒤 그는 이 이름을 보자 손을 떨며 하마터면 몇백만짜리 단파 통신기를 그 자리에서 대서양에 던질 뻔했다.블랙 스완호는 여전히 속이 뒤집힐 만큼 심하게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파열구에서는 하얀 거품이 부글부글 쏟아지고 있었다.심하온은 몸무게의 절반 이상을 정윤재의 멀쩡한 오른쪽 어깨에 싣고 있었다.수심 2000m 아래에서 2분 동안 흑강 바늘로 골수를 강제 추출 당하던 끔찍한 환상통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고, 40도 고열까지 겹쳐 온몸의 근육은 기괴한 빈도로 미친 듯이 경련하고 있었다.아팠다. 정말 지독하게 아팠다.하지만 그녀의 유일하게 성한 왼손은 휴대폰을 놓지 않았다. 손가락 끝은 힘을 준 탓에 피부는 비정상적으로 푸르스름해졌다. 그녀는 허도영의 비명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화면 최하단을 노려보았다.그곳에는 국제 익명 암호화 프로토콜 때문에 깨진 화면 위로 형광 녹색의 동적 파형이 일렁이고 있었다.이 파형은 0.5초마다 한 번씩 기괴하게 역류하며 절대적인 디지털의 냉혹함을 뿜어내고 있었다.장난도, 해외 해커가 심심해서 만들어 낸 사기 문자도 아니었다.임민정이 15년 전 본토의 전면 붕괴 청산 폭풍이 닥치기 직전 마지막 숨과 데드 기록 코드를 이용해 국제 청산망 최하단에 강제로 박아 넣은 시간 지정 고에너지 자동 폐쇄 회로였다.타이머는 지나치게 정확했다. 아침 6시 1분, 단 1초의 오차도 없었다.‘쯧, 엄마는 높은 지능을 과시할 기회라면 절대 놓치질 않지.’심하온은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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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열리면 열리는 거지. 해외에서 세탁하는 놈들을 두려워할 것 같아?”퉤.정윤재는 입안의 피를 뱉어냈다. 그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으로 고열에 떨리는 심하온의 왼쪽 손목을 꽉 붙잡았다.굵은 굳은살로 뒤덮인 손바닥은 놀랄 만큼 뜨거웠다.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불필요한 동작이었지만, 그 순간 반쯤 가라앉아 흔들리는 화물선 위에서 심하온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물리적 지지점이 되었다.아침 6시 30분.대서양 암시장의 역외 시간 라인이 본토 경고 하나 없이 가장 피비린내 나는 교환 단계로 갑자기 넘어갔다.쿠궁.블랙 스완호 돛대 위, 새까맣게 타고 일그러진 무음 중계소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고막을 찢을 듯 날카로운 적외선 고주파 경보가 연달아 터졌다.데이터 창고가 폭발한 것이다.임민정이 남긴 최고 청산 유언장이 실물 브리지를 타고 넘어가자, 세인트루시아 심해 밑바닥에 박혀 있던 활성 키가 보이지 않는 국제 암시장의 최종 공매도 명령으로 변했다.대형 화면의 잔해 위로 녹색 코드가 폭포처럼 미친 듯이 역방향으로 쏟아졌다.“청산입니다. 강성 캐피탈이 해외 암초 펀드 명의로 보유하던 6조 규모 주식이 강제로 청산되고 있습니다.”허도영이 레이더실에서 목이 터질 듯 외쳤다. 목소리는 꼬리를 밟힌 내시처럼 날카로웠다.“4.2조, 3조... 젠장. 케이맨 제도에 있던 하씨 가문 가문의 모든 명의신탁 구조가 단 1초도 못 버티고 임민정 씨가 남긴 유언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전면 서킷 브레이크입니다.”“매도 주문 걸어.”심하온의 말은 막 날을 세운 단검처럼 짧았다.흙탕물 묻은 화면 위로 왼손 다섯 손가락이 미친 듯이 블라인드 타이핑을 이어갔다. 고열 때문에 시야는 겹쳐 보였지만, 금융 암시장에서 다져진 도박사의 본능은 그녀를 오직 돈만 좇는 살인 기계로 만들었다.“북위 14도에 있는 모든 유동성 창구를 전부 뚫어. 정윤재, 정씨 가문 데드 서약서 아래 남은 화물선 30척을 써서 강성 캐피탈이 토해낸 역외 기초 자산을 모조리 실물로 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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