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은 그리 덥지 않았고, 강물은 약간 차가웠다. 하지만 유경서는 무공을 닦은 몸이라, 한겨울 찬물에 몸을 씻어도 피부만 얼얼할 뿐, 뼛속까지는 시리지 않았다.시원한 물속에 몸을 맡기고 여정의 피로를 씻어내며,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걸린 별빛을 바라보았다.강가에 그 남자만 없었다면, 이 고요한 밤 풍경은 유경서에게 더없이 완벽한 휴식이 되었을 것이다.한참 동안 물속에서 몸을 씻어낸 뒤, 강가의 남자가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없자, 그녀는 괜히 심술이 올라 고개를 돌려 그쪽을 흘끗 쳐다보았다.“망을 보러 온 거예요, 아니면 내가 목욕하는 것을 보러 온 거예요?”연기준은 강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광활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밤의 강 풍경을 감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듣고,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는 듯 입을 열었다.“그 몸에서 내가 못 본 곳이 있긴 한가?”유경서는 할 말을 잃었다. ‘나를 무시하는 말까지 해놓고서, 어떻게 태연하게 내가 목욕하는 걸 보고 있을 수 있지?’그녀를 가장 화나게 만든 것은, 그녀가 강가에 벗어놓은 옷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물가로 올라가면, 알몸 그대로 그의 품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멀리 떨어진 숲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뿐만 아니라, 강가에 있던 연기준도 들었다.순간,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빨리 올라와!”망설일 것도 없었다. 목숨에 비하면, 이 정도 수치심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는 재빨리 강가로 헤엄쳐, 수면 위로 뛰어올라 그에게 날아갔다.강가의 남자는 팔을 벌려, 순식간에 그녀를 품에 감싸안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를 커다란 나무 뒤로 데려가 숨겼다.유경서는 쑥스러움도 잊고, 그의 팔 안에서 자신의 옷을 잡아 빠르게 몸에 걸쳤다.그녀 앞의 연기준도 가만있지 않았다. 길고 늘씬한 몸이 단단히 굳어 있었고, 차가운 눈빛은 주변을 재빠르게 훑었으며, 온몸이 한순간에 극도의 경계로 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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