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음흉한 진왕의 덫에 걸리다: Bab 21 - Bab 30

30 Bab

제21화

하늘이 어두워지자, 내보냈던 사람들이 돌아와 유정우에게 보고했다. 경성 바닥을 다 뒤졌지만, 유경서를 찾을 수 없다는 보고였다. 유은진은 침상에 누워 꼼짝도 못 했고, 퉁퉁 부은 얼굴에 검은 약을 바른 모습은 흉측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귀신 같아서 차마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유정우가 방으로 들어오자, 유은진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 꼭 제 억울함을 풀어주셔야 해요. 언니가 사내와 사통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하자, 죽여 입막음하려는 거예요.”“이런 망나니 같은 것! 정말 파렴치하구나!” 유정우는 욕설을 퍼부었다. “그년을 잡기만 하면, 내 반드시 그년의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다!”“아버지, 너무 아파요.” 유은진은 처참하게 울부짖었다.여식의 눈 뜨고 볼 수 없는 모습에 유정우는 유경서를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유은진을 놀라게 할까 봐,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위로했다. “의원이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단다. 걱정하지 마라, 내 반드시 그년을 단단히 혼내서 다시는 나쁜 짓을 못 하게 할 것이다!”눈물로 덮인 유은진의 두 눈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유경서 그 천한 것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원앙산에 중독되었으니, 남자와 음란하게 관계를 맺어야만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거다. 네가 감히 진왕 전하에게 시집가려 해? 네 혼삿날, 내가 옥연국 사람들에게 출가하지도 않은 몸으로 아무 남자나 상대해서, 사통한 천박한 년이라는 것을 알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진왕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황제와 태후께서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유경서는 고통 속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깊은 눈동자와 마주했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자마자 신음을 내며 다시 몸을 뒤로 젖히고, 몸을 웅크린 채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많이 아픈가?” 옆에 있던 남자가 이불을 걷고 그녀를 안으려 했다.“저리 가요!” 유경서는 그를 밀쳐내고, 이불을 끌어당겨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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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그녀의 인상 속에서 그는 과묵하고 냉혹하며 고독한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교류하는 능력은 두 부하보다도 못했고,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웠다.그녀는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꽤 정확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번에 사람을 단단히 잘 못 봤다. 진작에 그가 이렇게 음흉한 짐승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날 밤 그를 내쫓았을 것이다!숨 막힐 듯이 입 맞춤이 끝난 후에야, 연기준은 겨우 그녀의 입술에서 물러났다. 약간 부어오른 촉촉한 그녀의 입술을 보며, 그의 목울대가 움직였고, 숨이 턱 막혔다.“앞으로는 나한테 화내지 마라. 앞으로 한 번 화낼 때마다 한 번씩 입을 맞출 것이다, 화를 멈출 때까지!”“난….” 그녀는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녀가 자부했던 자존심과 냉정함은 이 남자 앞에서 완전히 무너졌다!곁눈질로 탁자 위에 타다 남은 붉은 촛불을 보자, 마음은 더욱 복잡 미묘했다.‘타인이 나약해진 틈을 타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한 사람은 아니야. 만약 그런 사람이었다면, 일을 마친 후에 바지를 올리고 떠났겠지. 굳이 자신의 혼인을 걸 필요는 없었을 거야.’그 붉은 촛불은 그녀에 대한 존중이며, 그들의 관계에 관한 명분이었다.정식으로 혼인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며,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욕설을 막아줄 방어막이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녀는 그가 책임지길 원하지 않았다. 그를 책임질 생각도 없었다. 훗날, 그녀가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게 해줄 봉양경을 찾게 된다면, 반드시 돌아가야 했다. 그와 엮이게 된다면, 그녀의 선택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피 냄새가 물씬 났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듯 물었다. “또 상처가 터진 거예요?”“그렇게 됐다.”연기준은 그녀를 안고 있는 팔은 놓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말했다. 유경서는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 “바보예요? 상처가 낫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그녀는 차마 짐승이라는 두 글자를 내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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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연기준은 이미 계획을 세워둔 것처럼 말했다. “떠나고 싶어 하니, 우리도 따라가면 된다. 적당한 때가 오면, 다시 경성으로 데려오면 된다.”우휘가 놀라서 물었다. “아가씨와 도피하시려는 겁니까?”연기준은 얼굴을 굳히고 차가운 눈빛으로 우휘를 쏘아보았다. “내가 내 여인을 데리고 나가 유람하는 것도 안 된단 말이냐?”장주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우휘를 밖으로 끌어냈다.“먼저 쉬십시오. 두 분께서 드실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한편, 유경서는 옆방에서 반 시진 동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피로는 많이 완화되었지만, 심란한 마음은 늘어만 갔다. “아가씨, 물이 식었는데, 뜨거운 물을 더 넣을까요?” 문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혜씨라는 사람은 이 별원의 관리인이었다.이 별원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지 않아도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옆방의 그 사내를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이마를 짚었다. 갑자기 이 세계로 떨어진 것도 골칫거리인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얼떨결에 혼인까지 해 버린 데다 정작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이 더 머리를 아프게 했다.남들은 아무리 눈먼 혼인을 한다 해도 중매쟁이를 통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알아본다.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가족은 어떤지 정도는 파악하고 들어간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그러나 그에게 물어보자니, 그를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넘어가자니, 너무 황당했다. 그녀는 고민 끝에 결국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지내자. 어차피 이 관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느 날 갑자기 각자의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누가 누굴 신경 쓴단 말인가!’그녀는 혜씨가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고 문을 열었다. 혜씨는 그녀를 보자마자 말했다. “아가씨, 주인님께서 오시랍니다.”유경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장주와 우휘가 돌보고 있지 않아? 오늘 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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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연기준의 얼굴은 까맣게 굳어 있었다.방금 그녀가 잠꼬대처럼 내뱉은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다면, 그는 유경서가 일부러 자는 척한 거라고 의심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잠결에 사람을 무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그녀가 잠결에 한 말을 떠올린 그의 눈가에는 서서히 의심이 번져갔다.‘늑대야, 이렇게 얌전히 굴어야 착한 늑대지. 계속 이렇게 예쁜 짓을 하면, 현대로 돌아갈 때 너도 데려가서 닭 다리, 콜라, 햄버거를 사주마.'그는 그녀가 한 말을 빠짐없이 기억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현대가 어떤 곳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닭 다리는 알겠지만, 콜라와 햄버거는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전하?” 그가 갑자기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장주가 손을 그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한 번도 이렇게 정신을 놓은 적 없었던 그의 모습에, 장주는 의아했다. 연기준은 정신을 차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밖에는 무슨 일 있느냐?”장주는 연기준이 정신을 차리자, 그제야 상처에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 몇 군데의 이빨 자국에도 연고를 발라주면서 답했다. “어제 태자께서 돌아가신 후, 밖에 암초를 배치했습니다. 전하와 아가씨의 일에 끼어들지는 못하겠지만, 속으로는 분명 불만이 있을 것입니다. 두분께 어떤 수단을 쓰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아가씨께서 유은진을 다치게 한 탓에, 유 장군이 크게 노하셨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사람을 풀어 찾게 했고, 지금도 아직 포기하지 않은 상태입니다.”연기준은 입술을 꽉 다문 채 말이 없었다.장주는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피더니 계속 말했다. “전에 아가씨와 함께 경성을 떠나시겠다고 하셨지요? 태자께서 암초를 많이 심어두었습니다. 언제든지 전하를 노릴 것입니다. 설령 아가씨가 없더라도, 지금 이런 몸으로 겨루는 것은 안 됩니다. 게다가 아가씨까지 계시니, 저희가 아무리 감시를 철저히 한다 해도 실수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두 분께서 경성을 벗어났다가, 감정이 공고해진 후에 돌아오셔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연기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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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혜씨는 그녀를 재촉하지 않은 채 조용히 탁자 위 그릇들을 거두었다.결국 유경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뒷문에 이르자, 정말로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거칠게 수염을 기른 마부 둘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그녀는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변장하고 뭐 하려는 거야?”장주는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일단 마차에 타시죠. 가면서 이야기하겠습니다.”유경서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날려 마차에 올라탔다.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싸늘한 눈빛을 지닌 그와 시선이 맞부딪혔다. 깊고 어두운 그 눈은 마치 어떤 것도 통과시키지 않을 심연 같았다.그녀는 좀처럼 담담하지 못했다. 그와 피부를 맞댄 후에는, 겉으로는 아무리 태연한 척해도, 마음속은 혼란스러웠다.“그, 상처는 좀 어때요?” 그녀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걱정하는 척 물었지만, 속으로는 그가 자초한 일이라고 중얼거렸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면모와 절제력이 있었더라면, 상처가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괜찮다.” 연기준은 차갑게 답했다.유경서는 갑자기 그의 차가운 입술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입술은 왜 그래요? 입이 헌 거예요?”그녀가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녀의 말에 연기준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개한테 물렸다!”유경서는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어쩌다가 개한테 물린 거예요?”누가 들어도 그녀의 웃음은 장난스러운 놀림이 분명했다.하지만 그 방자한 웃음소리가 연기준의 귀에 꽂히는 순간, 그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와 분노가 뒤섞여 치밀어 올랐다.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험한 기운을 느낀 유경서는 갑자기 웃음을 멈췄다. “왜 그래요? 내가 문 것도 아니잖아요! 자기 입으로 말해놓고, 왜 나한테 그래요!”연기준은 주먹을 꽉 쥐었고, 손가락 마디에서 소리가 났다.그는 화가 난 듯 고개를 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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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유경서는 생각지도 못한 도움에 크게 감동했다. “장주, 고마워.”장주는 연기준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아가씨, 모두 주인님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감사할 거면 주인님께 하셔야죠.”유경서는 맞은편 남자를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쪽이 이렇게까지 세심히 배려해 주실 줄은 몰랐네요.”연기준은 싸늘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우리는 이미 부부의 정을 나눴고, 그대 일은 곧 나의 일이다.”유경서는 너무 어색한 나머지 쥐구멍으로라도 숨고 싶었다.가능하다면, 정말 그와 솔직하게 터놓고 말하고 싶었다. 서로 맞지 않다고.그녀의 출신은 말할 것도 없고, 단순히 두 사람의 성격만 봐도 맞지 않았다. 하물며 습관, 가치관, 인생 목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혼인을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시집갈 생각은 없었다. 종일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그녀가 전생에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보였다. 저런 사람과 같이 지내면 얼마나 답답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에 훤했다소위 말하는 달콤하고, 웃음 넘치고, 행복한 생활은 그녀와 인연이 없는 것 같았다. 동궁.첩자가 가져온 소식에 연용화는 매우 놀랐다. “경성을 나섰다고? 혼자 나가더냐?”첩자는 말했다. “분명 혼자 경성을 나섰습니다.”연용화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이것은 분명 유인하려는 계책이다! 그렇지 않다면, 필시 다른 음모가 있는 것이다!”늘 행방이 묘연하던 진왕이 대놓고 경성을 나서는 것은, 그의 행동 방식에 어긋났다.게다가 그는 이미 진왕과 유경서가 한 객잔에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 두 사람은 분명 마음을 나눴을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진왕은 혼사 준비에 힘써야 마땅했다. ‘이런 시기에 유경서를 내버려두고 경성을 떠나다니? 무슨 속셈이지?’무언가 생각난 듯, 연용화는 첩자에게 물었다. “유 가문은 무슨 움직임이 있느냐? 유정우가 유경서를 잡아들였느냐?”첩자가 답했다. “여전히 거리에서 아가씨를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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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그가 대위에 오르기 전에, 연기준에게 주어진 것은 두 선택뿐이다. 죽거나, 황조부께서 남긴 보물을 내놓거나! 한편, 유경서는 외딴 작은 촌락에 도착했다. 유경서는 앉아 있는 방 안을 둘러보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물었다. “돈을 내고 집까지 빌린 건데, 왜 좀 더 넓은 곳으로 빌리지 않은 거예요?”이곳이 나빠서 불평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방 하나짜리 집은 한없이 작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그가 은자 한 덩이를 주자, 기뻐하며 아들 내외의 집으로 옮겨갔다. 주인의 며느리 삼이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 주었고, 방 안의 베개와 이불도 새것으로 갈아두었다.그들이 여기에 머물게 된 것은, 경성을 나서자마자 누군가에게 추적당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쫓는 사람들을 따돌리기 위해, 몰래 마차에서 내려 북쪽으로 도망쳤고, 장주와 우휘는 마차를 계속 몰아 남쪽으로 향했다.연기준을 상처를 입었던 탓에, 그녀는 임시방편으로 이 마을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이곳에서 요양하면서, 장주와 우휘를 기다리기로 했다. 은자 한 덩이를 지불하고도 이토록 협소한 집을 얻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바깥에 붙은 측간까지 더해 보아도 겨우 십여 평방 남짓할뿐, 바닥에 이불 한 채 펼 자리조차 없었다!연기준은 무심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작을수록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쉽지 않지.” “여기서 자지 말고, 아무 데나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서 자는 게 더 안전하지 않겠어요?”연기준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그녀의 밥그릇에 놓았다.“백 년 뒤면 결국 한 구덩이 무덤에서 함께 누울 터인데, 무엇이 그리 급하단 말인가?”“당신.” 유경서는 하마터면 그의 얼굴에 피를 토할 뻔했다.“많이 먹어두게.” 연기준은 그녀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지 못한 듯, 턱으로 그녀 앞의 밥그릇을 가리키며 그녀의 몸을 훑었다. “몸에 살집이 없더군.”유경서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슴을 내밀고 허리에 손을 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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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초여름 밤은 그리 덥지 않았고, 강물은 약간 차가웠다. 하지만 유경서는 무공을 닦은 몸이라, 한겨울 찬물에 몸을 씻어도 피부만 얼얼할 뿐, 뼛속까지는 시리지 않았다.시원한 물속에 몸을 맡기고 여정의 피로를 씻어내며,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걸린 별빛을 바라보았다.강가에 그 남자만 없었다면, 이 고요한 밤 풍경은 유경서에게 더없이 완벽한 휴식이 되었을 것이다.한참 동안 물속에서 몸을 씻어낸 뒤, 강가의 남자가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없자, 그녀는 괜히 심술이 올라 고개를 돌려 그쪽을 흘끗 쳐다보았다.“망을 보러 온 거예요, 아니면 내가 목욕하는 것을 보러 온 거예요?”연기준은 강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광활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밤의 강 풍경을 감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듣고,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는 듯 입을 열었다.“그 몸에서 내가 못 본 곳이 있긴 한가?”유경서는 할 말을 잃었다. ‘나를 무시하는 말까지 해놓고서, 어떻게 태연하게 내가 목욕하는 걸 보고 있을 수 있지?’그녀를 가장 화나게 만든 것은, 그녀가 강가에 벗어놓은 옷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물가로 올라가면, 알몸 그대로 그의 품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멀리 떨어진 숲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뿐만 아니라, 강가에 있던 연기준도 들었다.순간,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빨리 올라와!”망설일 것도 없었다. 목숨에 비하면, 이 정도 수치심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는 재빨리 강가로 헤엄쳐, 수면 위로 뛰어올라 그에게 날아갔다.강가의 남자는 팔을 벌려, 순식간에 그녀를 품에 감싸안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를 커다란 나무 뒤로 데려가 숨겼다.유경서는 쑥스러움도 잊고, 그의 팔 안에서 자신의 옷을 잡아 빠르게 몸에 걸쳤다.그녀 앞의 연기준도 가만있지 않았다. 길고 늘씬한 몸이 단단히 굳어 있었고, 차가운 눈빛은 주변을 재빠르게 훑었으며, 온몸이 한순간에 극도의 경계로 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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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유경서는 서둘러 연기준을 데리고 몸을 날려 내려갔다.검은 그림자가 서 있던 자리에는 깊은 구덩이만 남아 있었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다. 그녀는 코를 막으면서 두 눈을 크게 떴다.‘시신 도둑?’“그만 돌아가지, 돌아가야 할 시간이군.” 연기준이 그녀의 허리를 안은 팔을 더 조였다.“쫓아가서 보지 않을 거예요?” 두 눈으로 보지 않은 이상,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남의 무덤을 파헤치는 것은 21세기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땅속에 묻힌 시신을 훔쳐가다니. 다 죽은 사람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보통 사람들은 듣기만 해도 불길하고, 음산하고, 공포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왜 굳이 시신을 훔쳐 가는 것일까?’“여기에 막 도착했으니, 신중을 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연기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고, 그녀는 결국 호기심을 접었다.경성을 떠난 것은, 그의 원수들을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정우가 보낸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함도 있었다. 그녀는 자기 입으로 진왕과 혼인하겠다고 했다. 진왕이 그녀가 도망쳤다는 것을 알면 분명 유 가문을 곤란하게 할 것이고, 유정우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대로, 신중을 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여전히 허리를 감싸고 있는 그의 팔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충분히 안았어요?”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시신 도둑에게 발각될까 봐서였다. ‘아직도 내게 치근덕거리다니!’하지만 연기준은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몸의 반쯤을 그녀에게 기대었고, 약간의 허약함이 담긴 목소리로 대꾸했다. “오늘 상처에 약을 바르지 못해서 아프구나.”유경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남자답게 생겨서는 어디서 연약한 척을 해? 그날 나를 네다섯 번이나 괴롭힌 사람이? 상처에서 피가 터졌는데도 신음 한 번 내지 않던 사람이 오늘 고작 몇 걸음 걸었다고 벌써 지쳐?’“부인, 목욕을 다 했으면 이제 지아비를 씻겨줄 차례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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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그가 웃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유경서는 그가 이렇게 웃자, 자기도 모르게 매료되어 넋을 잃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었고,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허리에 있는 그의 손을 떼어냈다.“왜요? 하룻밤의 풍류로 하마터면 반쪽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남은 반쪽 목숨마저 마저 잃으려고요?” ‘감히 내 앞에서 미남계를 쓰려고 하다니!’연기준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살짝 굳어졌고, 빛나던 눈은 다시 침울해졌다.‘이 여자는 정말이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리는구나!’…오두막으로 돌아왔을 때, 밤은 이미 어두워진 뒤였다.방 안의 작은 침상을 보며, 유경서는 문턱 옆에 서서 난감해했다.‘학교 기숙사 침대와 크기가 비슷해 혼자 자는 건 괜찮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자기에는 너무 좁다고!’“이리 오지!” 연기준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녀가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먼저 자요, 밖에서 망을 볼게요. 만약 누가 쫓아온다면….” 그녀는 고민 끝에 그와 따로 자는 것이 낫다고 결정했다. 밤에는 그가 자고, 낮에는 그녀가 자는 것이다. 어차피 그녀는 밤낮이 바뀌었고, 그런 생활에 익숙했다.“지금 이 상태로, 내가 그대를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은가?” 연기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유경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잠시 망설인 후, 문을 닫고 다가갔다.신발을 벗고 침대 안쪽으로 기어 들어가 벽을 향해 누운 후, 그에게 3분의 2의 공간을 남겨 두었다.연기준은 입꼬리를 올리고, 이내 그녀의 옆에 누웠다.유경서는 바짝 긴장한 채, 움직이지 못했다. 혹시라도 실수로 그의 짐승 같은 본능을 건드릴까 봐 두려웠다. 비록 그와 가릴 것 없는 사이가 되었으나, 그들은 감정을 나누는 연인이 아니었다. 그와 같이 자는 것에 여전히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그녀는 줄곧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렇게 고도로 집중된 적이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눈이 피로했는지, 등 뒤로 들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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