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날 밤, 그는 숨을 헐떡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살려주면… 그대에게… 모든 것을 주겠다.” 이튿날, 그녀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여기에 서명하면, 오늘부터 내 수하가 되는 거예요.” 집안의 혼인 강요에 그녀는 황숙의 청혼을 승낙했고, 혼인 직전, 새로 거둔 수하를 데리고 외지로 도망쳐 유유자적하게 지낸다. 이후, 뜬소문이 나돌았고,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유 가문의 적녀가 정혼자를 버리고 웬 사내와 도주했답니다!” 얼마 후, 수하라는 자는 그녀를 끌어안고 사람들 앞에서 선언했다. “그 사내가 바로 이 몸이다!”
View More그가 웃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유경서는 그가 이렇게 웃자, 자기도 모르게 매료되어 넋을 잃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었고,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허리에 있는 그의 손을 떼어냈다.“왜요? 하룻밤의 풍류로 하마터면 반쪽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남은 반쪽 목숨마저 마저 잃으려고요?” ‘감히 내 앞에서 미남계를 쓰려고 하다니!’연기준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살짝 굳어졌고, 빛나던 눈은 다시 침울해졌다.‘이 여자는 정말이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리는구나!’…오두막으로 돌아왔을 때, 밤은 이미 어두워진 뒤였다.방 안의 작은 침상을 보며, 유경서는 문턱 옆에 서서 난감해했다.‘학교 기숙사 침대와 크기가 비슷해 혼자 자는 건 괜찮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자기에는 너무 좁다고!’“이리 오지!” 연기준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녀가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먼저 자요, 밖에서 망을 볼게요. 만약 누가 쫓아온다면….” 그녀는 고민 끝에 그와 따로 자는 것이 낫다고 결정했다. 밤에는 그가 자고, 낮에는 그녀가 자는 것이다. 어차피 그녀는 밤낮이 바뀌었고, 그런 생활에 익숙했다.“지금 이 상태로, 내가 그대를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은가?” 연기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유경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잠시 망설인 후, 문을 닫고 다가갔다.신발을 벗고 침대 안쪽으로 기어 들어가 벽을 향해 누운 후, 그에게 3분의 2의 공간을 남겨 두었다.연기준은 입꼬리를 올리고, 이내 그녀의 옆에 누웠다.유경서는 바짝 긴장한 채, 움직이지 못했다. 혹시라도 실수로 그의 짐승 같은 본능을 건드릴까 봐 두려웠다. 비록 그와 가릴 것 없는 사이가 되었으나, 그들은 감정을 나누는 연인이 아니었다. 그와 같이 자는 것에 여전히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그녀는 줄곧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렇게 고도로 집중된 적이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눈이 피로했는지, 등 뒤로 들리는 남자
유경서는 서둘러 연기준을 데리고 몸을 날려 내려갔다.검은 그림자가 서 있던 자리에는 깊은 구덩이만 남아 있었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다. 그녀는 코를 막으면서 두 눈을 크게 떴다.‘시신 도둑?’“그만 돌아가지, 돌아가야 할 시간이군.” 연기준이 그녀의 허리를 안은 팔을 더 조였다.“쫓아가서 보지 않을 거예요?” 두 눈으로 보지 않은 이상,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남의 무덤을 파헤치는 것은 21세기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땅속에 묻힌 시신을 훔쳐가다니. 다 죽은 사람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보통 사람들은 듣기만 해도 불길하고, 음산하고, 공포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왜 굳이 시신을 훔쳐 가는 것일까?’“여기에 막 도착했으니, 신중을 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연기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고, 그녀는 결국 호기심을 접었다.경성을 떠난 것은, 그의 원수들을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정우가 보낸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함도 있었다. 그녀는 자기 입으로 진왕과 혼인하겠다고 했다. 진왕이 그녀가 도망쳤다는 것을 알면 분명 유 가문을 곤란하게 할 것이고, 유정우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대로, 신중을 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여전히 허리를 감싸고 있는 그의 팔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충분히 안았어요?”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시신 도둑에게 발각될까 봐서였다. ‘아직도 내게 치근덕거리다니!’하지만 연기준은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몸의 반쯤을 그녀에게 기대었고, 약간의 허약함이 담긴 목소리로 대꾸했다. “오늘 상처에 약을 바르지 못해서 아프구나.”유경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남자답게 생겨서는 어디서 연약한 척을 해? 그날 나를 네다섯 번이나 괴롭힌 사람이? 상처에서 피가 터졌는데도 신음 한 번 내지 않던 사람이 오늘 고작 몇 걸음 걸었다고 벌써 지쳐?’“부인, 목욕을 다 했으면 이제 지아비를 씻겨줄 차례 같은데
초여름 밤은 그리 덥지 않았고, 강물은 약간 차가웠다. 하지만 유경서는 무공을 닦은 몸이라, 한겨울 찬물에 몸을 씻어도 피부만 얼얼할 뿐, 뼛속까지는 시리지 않았다.시원한 물속에 몸을 맡기고 여정의 피로를 씻어내며,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걸린 별빛을 바라보았다.강가에 그 남자만 없었다면, 이 고요한 밤 풍경은 유경서에게 더없이 완벽한 휴식이 되었을 것이다.한참 동안 물속에서 몸을 씻어낸 뒤, 강가의 남자가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없자, 그녀는 괜히 심술이 올라 고개를 돌려 그쪽을 흘끗 쳐다보았다.“망을 보러 온 거예요, 아니면 내가 목욕하는 것을 보러 온 거예요?”연기준은 강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광활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밤의 강 풍경을 감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듣고,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는 듯 입을 열었다.“그 몸에서 내가 못 본 곳이 있긴 한가?”유경서는 할 말을 잃었다. ‘나를 무시하는 말까지 해놓고서, 어떻게 태연하게 내가 목욕하는 걸 보고 있을 수 있지?’그녀를 가장 화나게 만든 것은, 그녀가 강가에 벗어놓은 옷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물가로 올라가면, 알몸 그대로 그의 품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멀리 떨어진 숲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뿐만 아니라, 강가에 있던 연기준도 들었다.순간,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빨리 올라와!”망설일 것도 없었다. 목숨에 비하면, 이 정도 수치심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는 재빨리 강가로 헤엄쳐, 수면 위로 뛰어올라 그에게 날아갔다.강가의 남자는 팔을 벌려, 순식간에 그녀를 품에 감싸안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를 커다란 나무 뒤로 데려가 숨겼다.유경서는 쑥스러움도 잊고, 그의 팔 안에서 자신의 옷을 잡아 빠르게 몸에 걸쳤다.그녀 앞의 연기준도 가만있지 않았다. 길고 늘씬한 몸이 단단히 굳어 있었고, 차가운 눈빛은 주변을 재빠르게 훑었으며, 온몸이 한순간에 극도의 경계로 치달
그가 대위에 오르기 전에, 연기준에게 주어진 것은 두 선택뿐이다. 죽거나, 황조부께서 남긴 보물을 내놓거나! 한편, 유경서는 외딴 작은 촌락에 도착했다. 유경서는 앉아 있는 방 안을 둘러보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물었다. “돈을 내고 집까지 빌린 건데, 왜 좀 더 넓은 곳으로 빌리지 않은 거예요?”이곳이 나빠서 불평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방 하나짜리 집은 한없이 작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그가 은자 한 덩이를 주자, 기뻐하며 아들 내외의 집으로 옮겨갔다. 주인의 며느리 삼이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 주었고, 방 안의 베개와 이불도 새것으로 갈아두었다.그들이 여기에 머물게 된 것은, 경성을 나서자마자 누군가에게 추적당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쫓는 사람들을 따돌리기 위해, 몰래 마차에서 내려 북쪽으로 도망쳤고, 장주와 우휘는 마차를 계속 몰아 남쪽으로 향했다.연기준을 상처를 입었던 탓에, 그녀는 임시방편으로 이 마을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이곳에서 요양하면서, 장주와 우휘를 기다리기로 했다. 은자 한 덩이를 지불하고도 이토록 협소한 집을 얻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바깥에 붙은 측간까지 더해 보아도 겨우 십여 평방 남짓할뿐, 바닥에 이불 한 채 펼 자리조차 없었다!연기준은 무심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작을수록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쉽지 않지.” “여기서 자지 말고, 아무 데나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서 자는 게 더 안전하지 않겠어요?”연기준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그녀의 밥그릇에 놓았다.“백 년 뒤면 결국 한 구덩이 무덤에서 함께 누울 터인데, 무엇이 그리 급하단 말인가?”“당신.” 유경서는 하마터면 그의 얼굴에 피를 토할 뻔했다.“많이 먹어두게.” 연기준은 그녀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지 못한 듯, 턱으로 그녀 앞의 밥그릇을 가리키며 그녀의 몸을 훑었다. “몸에 살집이 없더군.”유경서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슴을 내밀고 허리에 손을 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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