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인의 시점.“…………준혁 씨의 마음은 알겠어요.”최준혁의 곧은 마음과 태도와는 달리, 아버지의 절망과 최준혁의 부모님의 반응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말끝이 흐려졌다. 나는 지금 아버지 곁을 떠날 수도 없고, 최준혁의 부모님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재혼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그런 나의 태도를 본 최준혁도 순간적인 실망을 가슴에 묻은 채, 다시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그럼 이제 나랑은 생각할 수 없는 거야? 이제는… 안 되는 거야?”“그건―――――. 그렇네요, 지금은 아버지 일 때문에 생각할 수 없어요.”“……그래. 알겠어. 오래 있어도 미안하니까 오늘은 이만 가볼게.”“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그럼 또 보자. 뭔가 알게 되면 바로 연락할게.”“네, 조심히 가요.”쓸쓸해 보이는 최준혁의 뒷모습이 응접실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뒤, 나는 다시 혼자 남아 있을 아버지를 떠올렸다.'아버지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실까――――'아버지를 위해 차를 우려 놓았지만, 방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사이에 이미 식어버려 내놓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잔에 담긴 차를 조용히 마시자, 그 차가운 온기와 쓴맛이 마치 내 마음의 아픔과 닮아 있었다. “언니! 언니, 이것 좀 봐―――――” 어릴 적, 서아영은 자주 나를 따라 하며 같은 옷을 갖고 싶어 했고, 머리 모양도 똑같이 해달라고 졸라댔다. 내가 동물 그림을 그리면, 서아영도 그 그림을 보며 열심히 따라 그렸다. 내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옷을 양보해 주면, 환하게 웃으며 “언니, 고마워! 언니 제일 좋아! 꼭 안아줄게!”라며 안기던 서아영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서아영은 나를 적대시하기 시작했고, 때로는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사춘기의 반항이 아니라, 정말로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서아영…… 서아영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건, 우리가 가족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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