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혁의 시점.“더 속도를 내! 긴급 상황이야. 서둘러 줘!” “사장님, 이 이상은 위험합니다! 저희까지 사고가 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운전석 뒤에서 고함을 쏟아 내는 나를 향해, 평소 온화한 운전기사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 말에 간신히 남아 있던 이성이 머릿속을 찔렀다. 운전기사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우리까지 사고가 나 도착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초조함에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고, 심장은 갈비뼈를 뚫고 나올 듯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손에 땀이 차 미끄러질 것 같은 휴대폰을 세게 움켜쥐고 응급실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게 했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도심의 풍경은 지나치게 빠르게 감기는 필름처럼 보이면서도, 끔찍할 만큼 길게 늘어진 느린 화면처럼 느껴졌다. '해인아…… 해인아, 제발. 무사해 줘. 나에게서 더는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마……!' 마지막으로 통화에서 들었던 전민수의 떨리는 목소리가 몇 번이고 귓속에서 반복되었다.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신 것 같아 의식이 흐려져 있었고…….’ ‘마지막으로 최 사장님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내 이름을 불렀다고? 이혼한 뒤 그토록 상처를 주고 멀어지게 만든 내 이름을, 왜 서해인은 불렀던 걸까. 나와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인가? 돌이켜 보면 늘 그랬다. 나는 언제나 오만함과 나약함 때문에 서해인이 가장 절실하게 도움을 원하던 순간에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결혼했을 때도, 이혼하고서야 서해인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에도 나는 서해인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돕거나 지키지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모든 것을 말하겠다”, “곁에서 지키겠다”라고 맹세했는데, 또다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만약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이…… 서아영이나 신우석이 해인을 노리고 일부러 사고를 일으킨 거라면…….”문득 머릿속을 스친 최악의 가설에 분노로 어금니가 맞부딪치며 떨렸다. 신우석은 도주했고, 서아영은 그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 내가 서해인에게 접근하려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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