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후작나리, 첩은 돈이 더 좋습니다: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무양은 태자에게 꾸중을 들어 어색한 표정으로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시선을 이율에게 돌렸다. “정말 여자가 한 명도 없습니까?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디 있습니까?” 이율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공주님께서 믿지 못하시겠다면 후부로 와 보셔도 됩니다.” 그 말에 세 사람은 모두 웃었다. 한 편, 아무도 고유린에게 일어나라고 하지 않아 그녀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선실의 갑판은 아주 습해서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으니 다리 아래로 한기가 스며들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세 사람의 웃음소리는 선실 안을 가득 채웠고, 끊임없이 고유린의 고막을 공격했다. 고유린은 조금 괴로웠지만 괜찮았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이율이 하루빨리 결혼하면 나도 하루빨리 후부를 떠날 수 있어. 그러니 이건 나에게 있어 잘 된 일이야.’ 이율은 약간 떨고 있는 고유린의 모습을 보더니 순간 바둑을 두는 수법이 날카로워졌다. 흑 돌의 공격이 흰 돌을 구석으로 몰아넣었고, 흰 돌은 바로 반격을 해서 승부가 빠르게 갈렸다. 흰 돌이 옥반 위에 내려지자 양승조는 웃으며 말했다. “홍지야. 네가 졌다.” 그러자 이율이 공수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양승조는 그들 사이를 한 번 보더니 농담으로 말했다. “이건 너의 진정한 수준이 아닌데. 혹시 미인에게 정신이 팔려 그런 것이냐?”이율은 반박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구석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여인을 한 눈 보더니 다시 시선을 무양에게로 돌렸다. “오라버니.” 무양 공주는 얼굴을 붉히며 선실을 뛰쳐나갔다. 이율도 바로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그러자 양승조가 말했다. “그래, 가보거라. 둘이 같이 물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고.” 이율은 그의 농담을 무시하고 일어나 쫓아 나갔다. 고유린을 지나갈 때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따라 나오너라.” 하지만 고유린은 움직이지 않고 윗몸을 일으켜 밖을 바라보았다. 이율과 무양 공주는 뱃머리에 나란히 서 있었다.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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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고유린은 온몸을 떨며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이율의 말투가 너무나도 급박해서 양승조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며 마치 그의 설명을 기다리는 듯했다. 이율은 고유린을 뒤로 끌어당기더니 양승조와 한 걸음 거리를 두고 말했다. “네 신분을 잊었느냐? 감히 태자 전하에게 부축을 받으려고 하다니. 똑바로 서지 못해?” 고유린은 무릎이 약간 시큰거렸지만 강제로 당겨져 똑바로 서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이율은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고유린은 자연스럽게 피하며 스스로 벽을 짚고 똑바로 섰다. 고유린에게 두 번이나 거절당하자 이율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손등에 힘줄이 불거졌다. 하지만 양승조는 오히려 화를 내지 않았다. “왜 작은 일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느냐? 내가 보기엔 재미있는 여인이구만.” 그는 고유린을 향해 반 걸음 다가가서 물었다. “얼굴에 점은 왜 찍은 것이냐? 누가 볼까 봐 그런 것이냐?” 고유린은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전하, 이건 제가 아침에 후작나리께 먹을 갈아드릴 때 튄 것입니다.” 이율은 자신이 직접 찍어준 점을 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당장 지우거라.” 그러자 고유린은 품속에서 손수건을 집어 얼굴의 먹물을 닦았다. 이율은 볼수록 짜증이 나서 차갑게 말했다. “공주가 뱃멀미를 하는 것 같으니 가서 차 한 잔 따라드려라.” 고유린은 아직 다리가 저려서 움직일 때 수백 개의 바늘이 발바닥을 찌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주먹을 움켜쥐고 빠른 걸음으로 찻주전자를 향해 걸어가 이를 악물고 찻물을 들고나갔다.고유린은 무양 공주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잔을 들고 공손히 말했다. “공주님, 차 드십시오.” 무양 공주는 방금 벌어진 일을 모두 보았다. 그녀는 고유린을 보며 찻잔을 받지도 내려놓으라고 하지도 않고, 손을 이마에 얹어 허약한 모습을 보였다. 고유린은 찻잔을 한참 들고 있자 손목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때 이율이 앞으로 다가가 차를 집어 들고 무양 공주의 입가에 내밀었다. “공주님, 차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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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고유린은 이율의 방향으로 달려왔다. 육진은 손을 뻗어 그녀와 가마 사이를 가로막고 말했다. “고 아씨, 후작나리께서 아씨에게 직접 돌아가시라고 하셨습니다.” “걸어서 돌아가라는 말씀입니까?” 고유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호숫가에서 후부까지 마차를 타고도 한 시진이 걸리는데, 두 다리로 걸어간다면 날이 어두워져도 돌아갈 수 없을 것이었다. 육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작나리께서 아가씨에게 마차를 탈 수 없고, 걸어서 후부로 돌아가는 동안 잘못을 뉘우치라고 하셨습니다.” 고유린은 마차에 있는 이율을 바라보았다. 주렴이 그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어 그의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이율은 마차에 앉아 몸을 곧게 펴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마치 고유린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고유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대치하다가 그녀는 결연히 마차를 돌아 스스로 떠났다. 육진은 마차로 다가가 주렴을 열기도 전에 이미 엄청난 기압을 느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후작나리, 고아씨를 불러올까요?” 그러자 이율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출발하거라.” 육진은 더 이상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한 손으로 마차에 올라 고삐를 휘둘러 마차를 몰고 떠났다. 마차가 떠나자 먼지가 자욱하게 날려 고유린은 계속 기침을 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돌을 걷어찼다. ‘태자가 날 부축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거절하란 말인가? 변덕스러운 남자 같으니라고. 자기가 공주와 사랑을 속삭이면 되고, 태자가 날 부축하면 화를 내? 속이 좁아도 너무 좁은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나에게 잘못을 인정하도록 강요하려는 것 같은데, 내가 순순히 굴복할 줄 알아?’ 고유린은 영신후부의 마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가장 가까운 술집으로 들어갔다. “손님,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고유린은 그에게 은자를 던지며 말했다. “윗방 하나 차려주고, 맛있는 음식이랑 술 모두 올려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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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고유린은 술집의 넓은 침대에 누워 음악을 즐기고, 차를 마시며 두 시진 동안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노래를 부르는 머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생겼고, 미소와 몸짓 하나하나에서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뛰어난 이목구비에도 불구하고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늘 엄숙한 표정을 짓던 이율과는 달랐다.이런 생활은 너무나 자유롭고 편안해서 고유린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저녁이 다가오자 그녀는 일어나 마차를 불러 후부에서 멀지 않은 옆길까지 마차를 타고 간 후, 내려서 걸어갔다.후부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정문은 활짝 열려 있어 마치 그녀를 환영하는 듯했다.고유린의 불안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커져갔다. 긴 복도를 지나자 그녀는 안뜰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이율을 보았는데, 그의 얼굴은 아주 평온했다.시위들과 하인들이 안뜰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소하도 무릎을 꿇고 있었다.고유린은 앞으로 다가가 절을 하며 말했다. “나리님.”이율은 고개를 들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보았다.그는 아침에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던 때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신발도 갈아 신지 않았다.고유린은 약간 놀랐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태연한 척했다. “나리님께서 저를 기다리신 것입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느리게 걸어 나리님을 세 시진 동안이나 기다리게 했습니다.”그녀의 말에 이율은 웃으며 물었다.“정말 세 시진이나 걸렸다는 말이냐?”고유린은 그의 말이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소하는 얼굴이 창백해져 무릎을 꿇은 채 한 걸음 옮겨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아씨, 후작나리께서 떠난 지 반주향도 안 돼서 다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아씨를 찾지 못해 시위대를 보내 수색하던 중…… 육시위께서 마차에서 내리는 아씨를 보았다고 합니다.”고유린은 놀라서 숨을 들이마시더니 즉시 이율에게 달려들었다.“나리님,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이율은 돌 의자에 앉아 두 다리를 약간 벌리고 나른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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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오는 길의 고생은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정말 재치 있다고 생각했다.이율은 그녀를 번쩍 안고 방으로 데려가 그녀가 씻을 물을 준비하도록 했다.그녀가 씻고 나올 때, 이율은 나른하게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 막 마친 그의 머리는 아직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몇 가닥의 젖은 머리카락이 그의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붙어 있었고, 옷깃이 살짝 열려 은은한 쇄골을 드러냈다.고유린은 하루 종일 고생을 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하지만 그녀는 순순히 앞으로 나아가 이율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이율의 옷 시중을 들었다.오늘의 일이 누구 옳고 누가 틀렸든 그녀는 성질을 부릴 자격이 없었다.그녀의 손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 허리띠를 채우려 할 때, 갑자기 이율에게 잡혔다.이율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머리를 그녀의 목덜미에 묻었다.고유린은 어리둥절해서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이율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자 고유린은 당황해서 해명했다.“전 오늘의 행동이 후작나리를 불쾌하게 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태자 전하입니다. 전 단지 후작나리에게 누를 끼칠까 봐 그랬던 것입니다.”이율은 마치 그녀의 말에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고유린은 귀가에 전해오는 기복이 심한 호흡을 느낄 수가 있었다.그리고 한참 후에야 호흡이 평온해졌다.고유린이 참지 못하고 다시 무언가를 설명하려 하자, 이율은 비로소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앞으로 다른 사람의 손을 잡지 말고, 만지지도 말거라.”“알겠습니다.”고유린은 부드럽게 대답했다.이율은 참다못해 몸을 돌려 그녀를 억누르고 물었다. “그때 내가 나오라고 했는데 왜 나오지 않은 것이냐?” 그땐 다리가 저려서 그랬던 것이었다. 고유린은 고개를 숙이고 애써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 후작나리께서 공주님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감히 방해를 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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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날 밤, 고유린은 편히 잠들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녀의 눈 밑은 더 검푸른 빛이 돌았고, 이율은 벌써 일어나서 떠났다. “아씨, 어젯밤에 폐하께서 곤란하게 하지 않으셨지요?” 고유린은 한 손으로 턱을 짚고 넋이 나갔다가 소하의 말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괜찮아.” 소하는 고유린을 위해 치장을 하며 무심코 말했다. “양아씨가 없으니, 후원에서 아씨께서 가장 총애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 기회를 틈타 후원을 관리하는 권리를 장악할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도 감히 우리를 얕잡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고유린은 약간 놀란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소하가 그녀와 함께한 세월이 짧지 않아 항상 신중하게 행동을 했다. 지난번 그녀가 양채평을 도발할 때부터 고유린은 조금 이상하다는 걸 느꼈고, 지금 한 말도 선을 넘었다는 걸 알아챘다. 게다가 그녀의 말투는 질문이라기보다는 떠보는 듯한 말투였다. “아씨, 왜 그런 눈빛으로 저를 보시는 겁니까?” 고유린은 그녀의 손에서 빗을 받아 들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 “후원을 관리하는 건 주모가 해야 할 일이다. 소하야, 우리가 어떤 신분인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앞으로 다신 이런 말을 하지 말거라.” 소하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씨. 저도 아씨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지금 위엄을 보이지 않는다면 훗날 주모가 들어오시면 아씨를 더욱 괴롭힐 것 아닙니까?”소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온통 걱정하는 눈빛이었는데 마치 정말로 그녀를 위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고유린은 왠지 불안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화제를 돌려 물었다. “소하야. 전에 네가 어릴 때부터 후부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너의 부모도 후부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냐?” 고유린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소하는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사실대로 말했다. “저의 아버지는 경교 장자에서 일을 보시고, 어머니는 노부인을 모시고 절로 가셔서 모두 후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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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이율이 혼인을 하든 말든, 소하가 누구의 사람이든 간에, 더 많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그녀는 계획을 좀 앞당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유린은 모든 가게를 돌아다니며 대충 자신의 자산을 정리했다. 그중 돈을 잘 들어오지 않는 가게는 양도를 맡겼고, 나머지 수익이 비교적 많은 가게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나중에 그녀는 남방에서 배당금만 받으면 되는 것이었다. 지금 가장 곤란한 건 그녀가 여전히 천적이라 성을 나갈 수도 집을 구매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경성에 있는 몇몇 가게들은 모두 봉사림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 고류인에게 봉사림과 그녀의 딸의 매매 계약서를 가지고 있지만 남쪽으로 가면 더 이상 그들의 신분을 사용할 순 없을 것이었다. 고유린은 방 안을 이리저리 거닐며 몇 번이고 고려한 끝에 암시장으로 생각을 옮겼다. 천적을 벗기는 건 어렵지만 가짜 호적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암시장이라는 복잡한 지하 거래 장소는 일반인들에게 아주 위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신분은 그녀에게 너무 매혹적이었다. 소하는 고유린의 방에서 나와, 이율이 조회에 들어갈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정원 문을 닫고 돌아가서 잠시 쉬었다가 이율이 돌아올 때쯤 다시 열려고 했다. 하지만 걸어 나오자마자 이율이 문신처럼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즉시 무릎을 꿇었다. 이율은 가볍게 기침을 하고 물었다. “너희 아씨는 어제 잘 잤느냐?” 소하는 고유린이 가르쳐준 대로 말을 한 후, 다시 한번 물었다. “후작나리, 아씨를 불러 시중을 들라고 할까요?”이율이 시간을 계산해보니, 고유린의 월경 날도 아니었고, 어젯밤에 그녀를 피곤하게 하지도 않았다.그러니 그는 분명 고유린이 일부러 그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설마 어제 일 때문에 화가 난 건가?’이율은 고유린의 방으로 다가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문 사이로 불룩한 이불을 보더니, 허리춤에 차고 있는 고유린이 만들어준 실감개를 만지며 말했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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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같은 시각, 고유린은 정교한 은색 가면을 쓰고 구불구불한 작은 골목을 지나 어둡고 신비로운 거리에 도착했다.암시장은 소문처럼 은밀하고 기이하며, 주변은 불안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맹수처럼, 방향을 잃은 사람들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대낮이라 길엔 행인이 거의 없었다. 고유린은 한 바퀴를 돌아다녔지만 숯을 파는 노인 한 명만 보았다.여름에 숯을 팔다니,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유린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어르신, 제가 도시를 떠나서 장사를 하려고 하는데, 도중에 호적을 잃어버렸어요. 다시 하나 발급받으려고 하는데 길을 가리켜주시겠습니까?”숯을 파는 노인은 부채를 흔들며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호적을 잃어버리면 경조부로 가야지. 여긴 암시장이야. 장사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그러자 고유린은 은자를 던지며 말했다.“경조부에 갈 수만 있다면 누가 암시장에 오겠습니까?”숯을 파는 노인은 은자를 주워 들고 즉시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도련님. 앞으로 세 번째 가게로 가셔서 강총표두를 찾으면 됩니다. 그가 만들 수 없는 물건은 없습니다.”“고맙습니다.”고유린은 인사를 한 후 그가 말한 가게로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주인에게 온 이유를 설명하자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공자 한 명이 나왔는데, 얌전한 생김새가 전혀 표두 같지 않았다.고유린은 일이 잘못된 것인 줄 알고 일어나려는데, 그 공자가 웃으며 말했다.“표두가 집에 없으니 아씨께서는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여자라는 신분이 들키자 소유린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일부러 비밀을 염탐한 건 아닙니다. 아씨께서 돈을 내시면 전 일을 처리할 테니 다른 건 절대로 묻지 않을 것입니다.”고유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왠지 눈앞의 잘 생긴 남자를 어디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 남자는 웃음이 더 깊어지더니 말했다. “아씨께서 이렇게 정성껏 꾸민 것으로 보아 신분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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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이율은 그녀를 데리고 보석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보석들로 가득했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주인은 두 사람의 옷차림이 범상치 않은 것을 보고 마중 나와 공손히 말했다.“두 분, 무엇을 보시겠습니까? 직접 사용하실 건가요, 아니면 선물하실 건가요?”“선물할 것이다.”이율은 약간 불편한 듯 고유린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골라보거라.”‘선물?’고유린은 무심코 비취 비녀를 들고 그가 누구에게 선물한 건지 생각했다.‘보석 가게에서 사는 물건이라면 무조건 여자인데, 설마…… 무양 공주에게 선물을 하려는 것인가?’고유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비취 비녀를 힘껏 움켜쥐었다.이율은 그녀가 그 비녀를 들고 한 참을 바라보는 걸 보고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포장하거라.”고유린은 얼른 비녀를 내려놓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닙니다. 좀 더 둘러봅시다.”그녀는 말을 한 후 이율을 끌고 가게에서 나왔다.이율의 어리둥절한 얼굴을 보고 고유린이 해명했다.“제가 더 좋은 보석 가게를 알고 있습니다. 거기 가서 사면 나리님께서도 만족하실 것입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이율을 데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보석가게에 도착했다.고유린은 가게에서 가장 비싼 보석을 하나하나 이율 앞에 놓았고, 이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사람을 시켜 후부로 보냈다.고유린은 순간 기분이 좋아져 웃음꽃이 번졌다.그녀는 비싸고 보기 흉한 상품들이 마침내 팔렸다고 기뻐했다. 그녀는 이율이 정말로 그녀의 재물 신이라고 생각했다. 이율은 그녀가 기뻐하는 것을 보며 계책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석 가게에서 나온 후, 고유린은 다시 그를 자신의 비단 가게, 옷 가게, 연지각으로 데려갔다. 거의 세 시간 동안 돌아다녔지만, 이율은 조금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고유린은 속으로 이율이 무양 공주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돈을 제대로 뜯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율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자 피곤한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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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날 밤, 이율은 기분이 좋아 그녀와 함께 도화주 한 주전자를 마셨다. 그리고 고유린은 꿈을 꾸었다. 꿈속의 이율은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방금 전의 어색함이 하나도 없이 그녀의 귓가에 진심을 전달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애틋했으며 한 글자 한 글자가 고유린의 마음을 저격했다. 계속 듣고 있으니 그녀는 귀가 뜨거워지고 얼굴이 빨개지며 자기도 모르게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마치 한 척의 작은 배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파도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더 깊은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사랑이 깊어지자, 이율은 그녀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 “고유린, 감히 날 배신하면 반드시 죽여버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귀밑에 대고 속삭였다. “유린아, 내 아이를 낳아주렴.” 밤새 이리저리 뒤척이며 귀가 닳도록 그녀에게 말을 했고, 고유린은 몇 번이고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빠져들었다. 깨어난 후,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고, 침대에는 그녀 혼자만 숙취로 인한 두통을 겪고 있었다. 고유린은 심장이 두근거렸고 뜨거운 뺨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어젯밤의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몰아내려고 했다. ‘아이? 나와 이율의 아이?’ 그 생각은 그녀를 당황하고 막막하게 했다.그녀는 후부로 들어온 지 3년 동안 매일같이 약식을 복용했다. 그녀는 그 약식의 용도를 물어본 적이 없었다. 단지 대가문은 적서의 구분을 중시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고, 서자가 적자보다 먼저 태어난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하물며 이율이 아직 결혼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녀의 출산을 허락할 수 있겠는가? ‘어제 술을 많이 마시긴 했나 보군. 이런 어처구니없는 꿈을 다 꾸다니.’ 고유린은 간신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고, 목구멍이 마치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뜨겁고 갈증이 나 물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이때 소하가 배로 끓인 물을 들고 들어왔다. “아씨, 목이 불편하시니 배로 끓인 물을 좀 드십시오. 제가 아침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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