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작나리, 첩은 돈이 더 좋습니다

후작나리, 첩은 돈이 더 좋습니다

By:  탕수육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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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 가문이 참수된 후, 고유린은 이율의 첩이 되었다. 고유린은 자신이 이율에게 단지 명분이 없는 대역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3년 동안 이율의 곁에서 온갖 아부를 떨며 그를 사랑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사실은 몰래 그의 돈으로 전국 방방곡곡으로 장사를 해서 스스로의 퇴로를 모색했다. 그리고 그가 혼인을 하기 전, 죽음을 가장해서 이 씨 가문에서 빠져나와 이름을 바꾸고 어린 장군에게 시집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혼인을 하기도 전에 이율에게 잡혀갔다. 이율은 그녀를 벽에 밀어붙이고 몇 번이고 키스를 하며 물었다. “그 사람, 나보다 더 강한 거야?” “고유린, 넌 내 거야. 아무도 널 내 곁에서 빼앗아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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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부용 장막.

고유린은 비단 이불 위에 엎드려 있었는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렸고, 얼굴엔 홍조를 띠었다.

오늘 밤, 남자는 피곤한 줄도 모르는지 벌써 세 번이나 합방을 했다.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말할 힘도 없었고, 눈물이 글썽한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율은 눈을 내리깔고,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헤치더니 뒷목을 주물러주었다.

“그렇게 피곤하느냐?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힘은 내가 썼는데.”

고유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이율의 시선과 마주쳤다.

남자의 일관된 차가운 눈동자에는 약간의 농락이 담겨 있었고, 얇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 날카로운 윤곽은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게 했다.

튀어나온 목젖을 따라 내려다보면, 그의 상의는 반쯤 열려 있었고 튼튼한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는 뚜렷한 곡선을 이루었다.

이율을 보고 있던 고유린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 이율의 허리춤에 있는 옥패를 만지작거렸다.

옥패는 차갑고 정교했는데, 윗부분의 실감개조차도 금실로 만들어져서 보기만 해도 가치가 상당했다.

다들 만족한 남자들이 상대하기 좋다고 하던데, 그녀는 어쩌면 지금 옥패를 구걸하면 이율이 그녀에게 선뜻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옥패를 판 돈으로 작은 가게를 내고도 남을 것이었다.

고유린은 생각할수록 더욱 흥분했고, 갑자기 피로가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떻게 말을 꺼내 옥패를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이율은 그녀가 딴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불쾌해서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

“뭘 보고 있는 것이냐?”

고유린은 큰 눈을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

“옥패의 끈이 정말 정교한 게 꼭 나리님을 모시는 양 아씨의 솜씨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이율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 물건들은 모두 하인이 관리하는 것이라 그는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양 아씨는…….

이율은 원래 욕망이 강한 사람이 아니어서, 매번 후원으로 와도 고유린만 찾아오지 다른 여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굳이 고유린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유린을 힐끔 쳐다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지금 질투하는 거냐?”

그러자 고유린은 대범하게 그의 손바닥에 비비며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질투를 하겠습니까? 다만 양 아씨가 부러울 뿐이지요. 혹시 저에게도 옥을 선물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연습을 해서 이것보다 더 정교한 옥패를 만들어 나리님께 드리겠습니다.”

이율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옥패를 벗겨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이거로 연습을 해서 실감개와 함께 가져오너라. 그럼 내가 매일 차고 다닐 테니.”

그의 말에 고유린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돈을 버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뭐야? 하룻밤 고생해서 돈을 벌기는커녕 실감개까지 사게 생겼잖아.’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불철주야 연습을 해서 하루빨리 나리님께 가장 아름다운 실감개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말을 한 후 고유린은 머리를 이율의 품에 묻고 얼굴에 가득한 좌절감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율의 눈을 피할 수 없었고, 이율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가 떠난 후, 고유린은 하녀 소하를 불러 낮은 목소리로 분부했다.

“몰래 시장에 가서 평범한 실감개를 사 오너라. 될수록이면 저렴한 걸로.”

옥패를 받기는커녕 돈을 쓰게 생긴 마당에 그녀는 실감개를 만들 기분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어차피 이율은 안목이 없는 사람이니 아무거나 대충 골라서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고유린은 몸을 뒤척이며 날이 밝을 때까지 잤고, 깨어나서도 온몸이 쑤셨다.

소하는 상자를 들고 들어와 침대 머리맡에 놓고 가볍게 그녀를 흔들었다.

“아씨, 나리님께서 물건을 보내오셨어요. 어서 일어나 보셔요.”

고유린은 졸린 눈으로 상자를 열어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에는 크고 작은 십여 개의 옥패가 들어 있었는데, 모두 색깔이 영롱하고 보기만 해도 가치가 상당한 물건들이었다.

고유린은 신나서 다리를 두드렸다.

그녀는 이율이 안목이 없다고 했던 생각을 취소했다.

“어서 마차를 준비하거라. 거리로 나가 견사를 사서 실감개를 만들어야겠다.”

소하는 영문을 몰랐지만 고유린의 분부대로 했다.

반 시진 후, 고유린은 긴 면사 모자를 쓰고 거리로 나갔다.

그녀는 먼저 경성의 큰 가게들을 둘러본 후, 옆문으로 나가 채운헌으로 갔다.

그곳은 경성에서 옷을 만드는 가장 큰 가게였는데, 오가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아 가게 안이 북적북적했다. 심지어 계산하려는 사람이 가게 밖까지 줄을 지었다.

고유린이 들어서는 순간, 계산을 하던 가게 주인은 즉시 주판을 놓고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아이고, 주인님 오셨군요.”

고유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별실로 몸을 돌렸다.

그 여인의 이름은 봉사림이었는데,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일처리가 깔끔해서 두어 마디로 경성의 크고 작은 일을 설명하고 장부를 하나하나 그녀 앞에 펼쳐놓고 차 한잔을 건넸다.

“주인님은 정말 능력이 뛰어나십니다. 3년 전에 주인님께서 이 가게를 샀을 때는 이 방만했는데, 지금은 온 경성을 둘러봐도 옷을 만드는 가게가 우리보다 큰 건 없습니다.”

고유린은 장부를 보며 넋이 나갔다.

‘3년 전에 난 어떤 경지였지?’

고씨 가문이 반역을 꾀하는 사건에 참여하여 온 가문이 참수당했고, 고유린과 친언니인 고안닝만 경성에서 가장 유명한 기루에 보내졌다.

고유린은 그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었다.

왜냐하면 고유린과 고안닝은 두 개의 물건처럼 관람석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대 아래에는 뚱뚱하고 부유한 상인들이 가득 서 있었고, 공기 중에는 남자들의 땀 냄새와 구역질 나는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그때 고유린은 죽을 생각도 했지만, 일이 임박하자 또 살아갈 용기가 조금 생겼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몇 백 번이고 누군가가 그녀를 불바다에서 구해 주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하늘이 그녀의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마침 이율이 나타난 것이었다.

천자에 가까운 신하에 5만 금군을 거느리고 있으며, 수법이 잔인하고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영신후 말이었다.

그렇게 차갑고 고귀한 사람이 기루 같은 곳에 간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고안닝 때문이었다.

고씨 가문이 몰락하기 전, 이율은 고안닝과 혼약을 한 적이 있었고, 고안닝은 고유린에게 이율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러 번 자랑했다.

그리고 고유린은 단지 고안닝과 닮았다는 이유로 이율의 눈길을 끌어 뺨을 열몇 대나 맞았었다.

당시에는 고안닝과 닮은 자신의 얼굴이 싫었지만, 이 얼굴이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이율의 옷자락을 잡고, 염치없게 전 형부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구걸했다.

첩이 되고, 하녀가 되고, 통방이 되더라도, 심지어 입에 오르지 못할 외실이 되어도 그곳을 떠날 수만 있다면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날, 고안닝은 그녀의 뺨을 때리며 염치를 모르고 지조가 없다며 크게 꾸짖었다. 그리고 죽을지 언정 이율의 첩이 되지 않겠다며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고유린은 그런 언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씨 가문이 번창할 때도 그녀는 하루도 좋은 날을 누리지 못했다. 적모는 각박하고, 자매들은 그녀를 고립하고 따돌렸다. 오랜 세월 동안 굶주림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 고씨 가문이 몰락했다고 그녀에게 절개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인가?

그래서 그녀는 이율의 옷자락을 잡은 손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

결국 고안닝에게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고안닝과 닮은 얼굴이 이율을 기쁘게 했는지, 그는 고유린을 데려갔다.

그날 밤, 이율은 온화한 편은 아니었다.

정이 깊어지자 그는 손수건으로 고유린의 눈을 가렸다.

고유린은 자신이 고안닝과 가장 닮지 않은 곳이 바로 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율은 그녀의 몸에서 고안닝의 그림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날 밤, 고유린의 눈물이 손수건을 적셨고, 그녀는 이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일이 끝난 후, 그녀는 은자 50냥을 받고 이 가게를 샀다.

그 후로 매일 밤, 그녀는 자발적으로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사업에 전념하며, 이율을 위해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고유린은 장부를 내려놓으며 감개무량했다.

“그래도 고진감래라고, 조금만 더 있으면 여길 떠날 수 있겠어.”

봉사림은 머뭇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경솔한 하인이 뛰어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영신후께서 직접 오셔서 주인님을 만나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말리긴 했는데 결국 말리지 못하고 지금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고유린은 놀라서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주판을 떨어뜨릴 뻔했다.

순간, 수많은 생각이 고유린의 머릿속을 스쳤다.

‘이율이 왜 이런 곳에 오지? 설마 날 잡으러 온 건 아니겠지? 몇 년 동안 조심하게 행동하며 감쪽같이 속였는데 어떻게 알게 된 거지? 가게가 모두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우연인가?’

남자의 둔탁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고유린의 심장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절대로 지금 폭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율은 원한을 반드시 갚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배신하고 속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만약 첩이 자신의 코앞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3년 동안의 심혈을 헛되이 하는 건 물론이고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것이었다.

발자국소리는 문밖에서 멈추었고, 아래층은 후부의 시위들로 가득 찼다.

그야말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고유린의 손바닥엔 땀으로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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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부용 장막. 고유린은 비단 이불 위에 엎드려 있었는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렸고, 얼굴엔 홍조를 띠었다. 오늘 밤, 남자는 피곤한 줄도 모르는지 벌써 세 번이나 합방을 했다.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말할 힘도 없었고, 눈물이 글썽한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율은 눈을 내리깔고,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헤치더니 뒷목을 주물러주었다. “그렇게 피곤하느냐?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힘은 내가 썼는데.” 고유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이율의 시선과 마주쳤다. 남자의 일관된 차가운 눈동자에는 약간의 농락이 담겨 있었고, 얇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 날카로운 윤곽은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게 했다. 튀어나온 목젖을 따라 내려다보면, 그의 상의는 반쯤 열려 있었고 튼튼한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는 뚜렷한 곡선을 이루었다. 이율을 보고 있던 고유린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 이율의 허리춤에 있는 옥패를 만지작거렸다. 옥패는 차갑고 정교했는데, 윗부분의 실감개조차도 금실로 만들어져서 보기만 해도 가치가 상당했다. 다들 만족한 남자들이 상대하기 좋다고 하던데, 그녀는 어쩌면 지금 옥패를 구걸하면 이율이 그녀에게 선뜻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옥패를 판 돈으로 작은 가게를 내고도 남을 것이었다. 고유린은 생각할수록 더욱 흥분했고, 갑자기 피로가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떻게 말을 꺼내 옥패를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이율은 그녀가 딴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불쾌해서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 “뭘 보고 있는 것이냐?” 고유린은 큰 눈을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 “옥패의 끈이 정말 정교한 게 꼭 나리님을 모시는 양 아씨의 솜씨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이율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 물건들은 모두 하인이 관리하는 것이라 그는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양 아씨는…….이율은 원래 욕망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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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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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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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율은 무조건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라 밤새도록 고유린을 괴롭혀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했다. 날이 밝도록 괴롭힘을 당한 고유린은 울 힘조차 없었다. 뜨거운 물을 방으로 들일 때, 고유린은 이미 기절해 있었다. 이율은 그녀를 욕조에 안고 들어가 깨끗이 씻긴 후, 다시 안고 침대에 눕히고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촛불 아래서 고유린은 곤히 자고 있었고, 분홍빛을 띤 작은 얼굴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긴 속눈썹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입술은 붉게 부어올라 촉촉한 윤기가 돌았다. 이율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는 고유린을 왜 사 왔는지 몰랐다. 그리고 대체 누가 누구의 시중을 드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손을 뻗어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다 그녀의 부어오른 이마를 보며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이율은 일어나서 두루마기를 걸치고 서재로 갔다. 그는 책상 위의 공문을 두 번 보더니 다시 내려놓고 짜증스럽게 밖으로 소리쳤다. “육진.” 육진은 문을 열고 들어와 손을 내리고 말했다. “후작나리님, 분부하실 게 있으십니까?” 이율은 육진을 불러들여 고유린의 이마에 난 상처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아보라고 하려고 했는데 육진이 들어오자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감정에 끌려다니는 기분이 싫었다.그는 억울함을 당한 사람은 고유린인데, 그녀가 자신에게 와서 일러바치지도 않았는데 왜 그녀를 위해 나서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율은 다시 공문을 집어 들고 말했다. “차가 식었으니 한 잔 바꿔오너라.” 육진은 방금 가져온 따뜻한 차를 보며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분부대로 차를 한 잔 바꿔왔다. 고유린은 정오까지 잠을 잤고, 눈을 떴을 때 온몸이 나른하고 허리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소하는 인기척을 듣고 방으로 들어와 커튼을 젖혔다. “아씨, 정말 오래 주무셨습니다. 어서 일어나서 진지를 드셔요.” 고유린은 몸을 지탱하고 씻은 후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을 살펴보았다. 눈 밑에는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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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데려가다니? 울지 말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말해보거라.” 소하는 흐느끼며 방금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고유린은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나빠졌다. “내가 여러 번 경고했지 않느냐? 후원 사람들과 충돌하지 말라고, 왜 이렇게 경솔한 것이냐?” 소하의 흐느끼는 소리는 조금 줄어들었고 쭈뼛쭈뼛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유린은 소하의 낭패한 모습을 보며 차마 계속 꾸짖을 수가 없었다. “상자의 돈을 꺼내서 의원을 찾아가 약을 처방받아먹거라. 그리고 요 며칠은 시중들지 않아도 된다.” 소하를 내보낸 후, 고유린은 직접 양채평의 벽수각에 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말을 전하러 나온 하녀는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 “봉 주인은 우리 아씨의 옷을 재어주고 바로 떠났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후작나리님을 찾아가십시오.” 고유린은 즉시 알아챘다. 봉사림은 그녀를 만나지 못한 이상 자기 발로 나갔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분명 누군가가 그녀를 내쫓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양채평의 성격상, 체면이 구겨지기 싫어서라도 더 이상 봉사림을 후부로 들여 고유린을 찾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었다.그녀는 심사숙고 끝에 날이 어두워지면 직접 나가기로 결정했다.밤이 되자, 고유린은 하인의 옷을 갈아입고 긴 면사 모자를 쓰고 옆문으로 몰래 나갔다.사각문에서 하녀 한 명이 고개를 내밀고 고유린이 떠난 것을 확인한 후, 재빨리 벽수각으로 돌아가서 양채평에게 말했다.“주인님, 제가 정확하게 봤습니다. 하인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분명 고유린이었습니다.”양채평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옷을 만드는 것뿐인데 채운헌의 주인이 직접 올 리가 없다고. 고유린처럼 소심한 사람이 나에게 사람을 요구할 리가 없어. 그러니 이 안에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그러자 하녀도 맞장구를 쳤다.“설마 남자를 만나러 간 건 아니겠지요?”양채평은 들을수록 더욱 흥분했다.“사람을 보내 주시하라고 해. 나는 후작나리를 찾아가서 같이 현장을 덮칠 테니까. 그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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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날이 밝아왔지만 남거리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고, 채소 상인들은 이슬을 머금은 채소를 하나하나 늘어놓았다. 아침 식사 가게는 시루를 열었고 주인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시장은 조금씩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아침 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왕래하는 상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율은 2층 다락방에 서 있었는데, 얼굴색이 매우 어두웠다. 육진도 죽을 맛이었다. 그들은 이미 한 시진 동안 서 있었는데 다리가 저려 죽을 지경이었다. 한 시진 전, 그는 후부로 돌아왔고, 이 일로 인해 이율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율이 꿈속에서 고유린의 이름을 중얼거려, 하인이 고유린을 모시러 갔다가 허탕을 친 것이었다. 그래서 어제 있었던 일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율은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안 좋아져서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단지 한마디만 물었다. “그래서 고유린 혼자 거기에 남겨두고 온 것이냐?” 육진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이율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게 질투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게 싫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고유린을 데리고 오지 않아서 화가 난 것이었다. 육진이 의하해서 대답하기도 전에 이율은 이미 말을 타고 채운헌으로 달려갔고 그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율은 말을 타고 남거리에 도착한 후, 오히려 서두르지 않고 채운헌 맞은 편의 2층으로 올라가 시야가 좋은 곳을 찾아 바라보기만 했다. 들어가지도 않고 그저 한순간도 시선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시진 동안 서있자 아침 시장까지 열렸다.육진은 조용히 발을 옮겼다. 그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몰랐다. 왜냐하면 남거리의 가게는 아침 시장이 끝나서야 문을 열었는데 수십 년 동안 그래왔다. 육진이 손목을 움직이려고 할 때 채운헌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이때 마른 체구에 긴 면사 모자를 쓴 사람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삐걱거리는 나무 문의 소리와 함께 나타난 하얀 면사모자를 쓴 사람은 유난히 눈에 띄어 상인들은 하나둘씩 곁눈질을 했다. 육진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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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율은 말을 타지 않고 고유린의 손을 잡고 걸어갔는데, 마치 아침 산책을 하러 나온 평범한 부부 같았다.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고유린은 가슴이 두근거렸고, 폭풍 전의 고요함을 느꼈다.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지만, 보름 동안 이율을 만나지 못한 데다 밤잠을 설쳐 머리가 텅 비어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후부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녀의 발걸음도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녀는 아침 식사 포장마차를 가리키며 물었다.“나리님, 완탕 드시겠습니까?”그녀는 말을 하자마자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이율이 어떻게 나와 포장마차에서 완탕을 먹겠는가?’그는 여덟 살 때 작위를 이어받아, 어려서부터 존귀하게 자랐다. 그렇기에 의식주에 전담 요원이 있었고, 요리사들도 모두 엄격하게 선별해서 매 식사가 매우 까다로웠다.심지어 궁중의 연회에서도 그는 거의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하물며 이 더럽고 작은 포장마차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고유린은 약간 난처해서 자신이 그냥 해본 말이라고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이율은 그녀에게 배가 고픈 것이냐고 물으며 그녀를 데리고 포장마차로 갔다.고유린은 놀라서 즉시 손수건으로 의자와 탁자를 꼼꼼히 닦고, 다시 뜨거운 물에 수저를 데운 후에야 이율에게 건넸다.“완탕 두 그릇 주십시오.”주인은 대답을 한 후, 곧 김이 모락모락 나는 완탕 두 그릇을 내왔다.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자, 고유린은 그제야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끼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고기소의 완탕에 작은 새우를 얹어 한 입 먹자 뜨거운 육즙이 혀끝에서 터져 위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고유린은 이율이 한참 동안 젓가락을 들지 않자 완탕을 먹으며 권했다. “나리님, 어서 드셔 보십시오. 맛이 아주 좋습니다.” 이율은 고개를 숙이고 두 입 맛본 후,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고유린이 먹는 것만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소에 후부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식사를 할 때도 천천히, 우아하게 먹어야 해서 매번 그저 냄새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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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고유린은 복도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며 뭔가 잘못을 한 아이처럼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율이 다가가 보니 그녀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는 걸로 보아 방금 목욕을 마친 것 같았다. 머리카락 끝의 물방울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고, 분을 바르지 않은 작은 얼굴엔 윤기가 돌았다. 그의 시선은 걷잡을 수 없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떨어졌고, 매혹적인 치자꽃 향기가 그의 코를 파고들었다. 보름동안 아무 여인을 건드리지 않았던 그는 지금 당장 고유린을 안고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이율은 충동을 억누르고 거친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 “사고를 쳤다는 걸 아는 것이냐?” 고유린은 입을 오므리며 그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나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건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나리님을 너무 사모하다 보니, 나리님의 눈길이 다른 여인에게 가는 게 싫었을 뿐입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때리거나 욕하셔도 됩니다. 다만 저를 쫓아내지만 말아주십시오.” 이율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작은 손이 자신의 옷자락을 만지작 거리는 걸 보며 가슴에 불이 타는 것 같았다. ‘이런 교활한 사기꾼 같으니라고, 매번 달콤한 말로 사람을 달랠 줄만 알고. 날 이용하고 나서 또 속이다니. 내가 매번 속을 줄 알아?’ 이율은 그녀의 손을 잡아떼고 거리를 유지했다. 그는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에게 교훈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아가서 혼자 반성하거라.” 그는 무뚝뚝하게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 고유린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발로 기둥을 세게 걷어찼다. ‘반성은 무슨. 아침까지 분명히 멀쩡했는데, 오후에 무양 공주를 보더니 마음이 끌려서 날 외면하는 거잖아. 역시 남자는 다 똑같아.’ 그녀는 속으로 원망을 하며 뾰로통해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간 그녀는 침대에 엎드려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소하는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며 말했다. “아씨, 혹시 후작나리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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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닷새째 되던 날, 고유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밤에 이율은 서재에서 문서를 읽었고, 육진은 옆에서 먹을 갈고 있었다. 그는 붓을 들어 먹을 찍으며 무심코 물었다. “완탕을 며칠 동안 만들었느냐?” 육진은 완탕이라는 말만 들어도 속이 울렁거렸다. 그날 돌아온 이후로, 이율은 매일 주방에게 완탕을 만들라고 지시를 해서 그는 말만 들어도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순순히 대답했다. “닷새째입니다. 그리고 고아씨께서 이미 이틀째 음식을 가지러 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이율은 붓을 버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고유린 물어봤느냐? 나가거라.” 육진은 입을 다물고 몸을 굽혀 인사를 한 후 물러났다. 그가 물러난 후, 면사 치마를 입은 계집애가 들어와 공손하게 국그릇을 탁자 위에 놓았다. 이율은 무의식적으로 그릇 안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릇 안의 완탕을 보자마자 이율은 화를 내려고 문서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 계집애는 갑자기 몸을 돌려 그의 다리에 앉았다. 이율은 그녀의 목을 조르며 사람을 내쫓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보자 깜짝 놀라 목을 조르던 손을 놓고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 “고유린, 죽고 싶어서 환장했느냐?” 하지만 고유린은 두려워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그의 목을 안고 말했다. “전 야식을 드리러 왔는데 나리께서 어찌 화를 내시는 겁니까?” “제대로 말하거라. 완탕을 가져다주러 온 것이냐 내 품에 안기려고 온 것이냐?” 그러자 고유린이 대답했다. “당연히 완탕을 드리러 왔지요.” 그녀는 완탕 하나를 떠서 이율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말했다. “제가 직접 빚은 완탕입니다. 나리께서 드셔보시면 주방에서 만든 것보다 훨씬 낫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율의 시선은 그녀의 파랗게 멍든 손가락에 집중되었고, 손등에는 물집이 생겨 빨갛게 부어올랐다. “고육지책인가?” 고유린은 이 틈을 타서 참담하게 굴지 않고, 젖은 큰 눈으로 이율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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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아침 식사 후, 이율은 고유린을 데리고 호숫가로 가서 배에 올랐다. 고유린은 처음 배를 탔을 때 약간 정신이 없었고, 발판을 밟을 때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호수에 빠질 뻔했다. 이율은 그녀를 부축하여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가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거두었다. 고유린은 간신히 몸을 가누고, 마구 뛰는 심장을 억누르며 몰래 그를 노려보았다. 이율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정인군자의 모습으로 회복했다. 그는 문을 열고 선실로 들어갔고 고유린도 그 뒤를 따랐다. 선체는 크지 않았고, 위에는 간단한 네모난 탁자와 네 개의 마루만 있었다. 뱃사공이 앞에서 노를 젓고 있었고, 네모난 탁자 양쪽에는 남자와 여자가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고유린의 시선은 여자의 뒷모습을 따라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짙은 색의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준수한 외모에 풍채가 뛰어났다. 얼굴에 창백함을 띠고 있었지만 그의 행동은 결코 비범했다. 이율은 앞으로 다가가 옷자락을 젖히고 무릎을 꿇어 인사를 올렸다.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고유린은 깜짝 놀라 즉시 시선을 거두고 비틀거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남자는 신경 쓰지 않고 손을 흔들며 부드럽고 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홍지야, 나와 한 판 하지 않겠느냐?” 홍지는 이율의 별명이었다. 태자의 말에 그는 어쩔 수 없이 태자의 맞은편에 있는 여인과 나란히 앉았다. 이때 여인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 우리의 이 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태자 양승조는 웃으며 흰 바둑돌을 놓고 말했다. “너희 두 사람이 같이 나와 바둑을 둔다고 해도 난 지지 않는다.”이율은 바둑통을 내밀며 말했다. “공주님께서 놓아주십시오.” 여인은 흑 돌을 집어 들었지만 급하게 놓지 않고 이율을 바라보았다. 고유린은 그제야 눈앞의 여인이 바로 그날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던 무양 공주라는 걸 알아챘다. 오늘 그녀는 연한 하늘색 치마를 입었고, 긴 머리를 묶어 올려 용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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