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후작나리, 첩은 돈이 더 좋습니다: Bab 1 - Bab 10

30 Bab

제1화

부용 장막. 고유린은 비단 이불 위에 엎드려 있었는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렸고, 얼굴엔 홍조를 띠었다. 오늘 밤, 남자는 피곤한 줄도 모르는지 벌써 세 번이나 합방을 했다.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말할 힘도 없었고, 눈물이 글썽한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율은 눈을 내리깔고,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헤치더니 뒷목을 주물러주었다. “그렇게 피곤하느냐?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힘은 내가 썼는데.” 고유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이율의 시선과 마주쳤다. 남자의 일관된 차가운 눈동자에는 약간의 농락이 담겨 있었고, 얇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 날카로운 윤곽은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게 했다. 튀어나온 목젖을 따라 내려다보면, 그의 상의는 반쯤 열려 있었고 튼튼한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는 뚜렷한 곡선을 이루었다. 이율을 보고 있던 고유린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 이율의 허리춤에 있는 옥패를 만지작거렸다. 옥패는 차갑고 정교했는데, 윗부분의 실감개조차도 금실로 만들어져서 보기만 해도 가치가 상당했다. 다들 만족한 남자들이 상대하기 좋다고 하던데, 그녀는 어쩌면 지금 옥패를 구걸하면 이율이 그녀에게 선뜻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옥패를 판 돈으로 작은 가게를 내고도 남을 것이었다. 고유린은 생각할수록 더욱 흥분했고, 갑자기 피로가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떻게 말을 꺼내 옥패를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이율은 그녀가 딴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불쾌해서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 “뭘 보고 있는 것이냐?” 고유린은 큰 눈을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 “옥패의 끈이 정말 정교한 게 꼭 나리님을 모시는 양 아씨의 솜씨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이율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 물건들은 모두 하인이 관리하는 것이라 그는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양 아씨는…….이율은 원래 욕망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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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율은 황급히 달려와 채운헌에 들어서서야 약간 황당함을 느꼈다. 방금 조회를 마치고 몇몇 동료들과 술 한잔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그들에게서 기이한 얘기를 들었다. 경성에서 가장 큰 재봉가게, 연지가게, 그리고 상점과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 모두 같은 여인이라는 것이었다. 그 관리는 아주 생생하게 묘사를 했다. 그는 그 주인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몸매가 날씬하고 우아하며, 멀리서 보면 마치 산골짜기에 홀로 우아하게 피어난 난초 같았다고 했다. 이율은 그가 점점 과장해서 말을 하자 금치 못하고 웃었다. ‘세상에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고유린의 얼굴과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가 떠올랐다. 그러자 관리의 찬사가 갑자기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는 정색을 하며 농담을 하는 남자들을 제지했고, 사람을 시켜 알아보라고 한 후, 사람이 채운헌에 있다는 걸 알고 달려왔다. 2층 별실 입구에 멈춰 서서야 이율은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수완이 좋은 여주인과 집에서 그에게만 달라붙는 고양이 같은 여인이 어떻게 한 사람일 수 있겠는가?’ 그는 자신이 황당했다. 문을 열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안에서 더없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나른하고 요염하며 소녀처럼 활기찬 목소리였다. “주인,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감개를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아래층에서 이리저리 골라봐도 마음에 드는 게 없어 특별히 이 별실로 오게 되었으니 경성에서 가장 좋은 실들을 모두 가져오십시오.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선물을 받는 사람은 귀인이라 별의별 물건들을 다 본 적이 있겠지만, 그래도 난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습니다.”이율은 문을 밀려고 했던 손가락으로 문을 문지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부귀한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노비를 부리며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자랐다. 부친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모친은 오랫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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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고유린은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며 급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오늘따라 왜 저러는 거야?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예전에 명분이 없을 땐 소문이 두려웠지만 자유로운 몸이었고, 돈만 갚으면 언제든지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갑자기 그녀에게 명분을 주겠다고 하니, 첩이든 통방이든 그녀는 후부의 사람으로서 평생 후부에 갇혀 떠날 수 없을 것이었다.그럼 강남의 집, 즐거운 인생, 그리고 잘 생긴 사내는 모두 물거품으로 될 것이었다.이율은 처음에 고유린의 기색을 살피며 그녀가 기쁨에 겨워 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렇지 않아 의심이 생겼다.그는 순간 정색하며 물었다.“왜 그러느냐? 설마 싫은 것이냐?”고유린은 즉시 경계심을 가지고 이율의 소매를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싫을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나리께서 아직 혼인을 하지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명분을 바라겠습니까? 저는 오래오래 나리님 곁에 남아 시중을 들 수만 있다면 만족합니다.”그러자 이율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내가 상을 내리겠다는데 받으면 그만이지, 뭐가 두려운 거냐?”고유린은 그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손을 그의 무릎에 얹고 부드럽게 권했다.“절대 안 됩니다. 전 나리님의 호의를 알고 있지만 후부 내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지 나리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 같은 죄인의 딸이 어찌 감히 조상의 규칙을 어기고 나리님의 명성을 더럽힐 수가 있겠습니까? 정말 그렇게 한다면 노부인께서 저를 용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저를 손가락질할 것입니다. 그러니 나리님께서 정말 저를 아끼신다면 혼인을 한 후에 저를 위해 계획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이율은 명성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외부 사람들은 감히 그의 앞에서 논의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여덟 살 때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부처에게만 매달렸던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릴 마음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눈물이 그렁그렁한 고유린의 두 눈은 마치 물에 빠진 고양이 같아서 거절하는 말이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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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율은 무조건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라 밤새도록 고유린을 괴롭혀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했다. 날이 밝도록 괴롭힘을 당한 고유린은 울 힘조차 없었다. 뜨거운 물을 방으로 들일 때, 고유린은 이미 기절해 있었다. 이율은 그녀를 욕조에 안고 들어가 깨끗이 씻긴 후, 다시 안고 침대에 눕히고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촛불 아래서 고유린은 곤히 자고 있었고, 분홍빛을 띤 작은 얼굴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긴 속눈썹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입술은 붉게 부어올라 촉촉한 윤기가 돌았다. 이율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는 고유린을 왜 사 왔는지 몰랐다. 그리고 대체 누가 누구의 시중을 드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손을 뻗어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다 그녀의 부어오른 이마를 보며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이율은 일어나서 두루마기를 걸치고 서재로 갔다. 그는 책상 위의 공문을 두 번 보더니 다시 내려놓고 짜증스럽게 밖으로 소리쳤다. “육진.” 육진은 문을 열고 들어와 손을 내리고 말했다. “후작나리님, 분부하실 게 있으십니까?” 이율은 육진을 불러들여 고유린의 이마에 난 상처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아보라고 하려고 했는데 육진이 들어오자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감정에 끌려다니는 기분이 싫었다.그는 억울함을 당한 사람은 고유린인데, 그녀가 자신에게 와서 일러바치지도 않았는데 왜 그녀를 위해 나서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율은 다시 공문을 집어 들고 말했다. “차가 식었으니 한 잔 바꿔오너라.” 육진은 방금 가져온 따뜻한 차를 보며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분부대로 차를 한 잔 바꿔왔다. 고유린은 정오까지 잠을 잤고, 눈을 떴을 때 온몸이 나른하고 허리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소하는 인기척을 듣고 방으로 들어와 커튼을 젖혔다. “아씨, 정말 오래 주무셨습니다. 어서 일어나서 진지를 드셔요.” 고유린은 몸을 지탱하고 씻은 후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을 살펴보았다. 눈 밑에는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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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데려가다니? 울지 말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말해보거라.” 소하는 흐느끼며 방금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고유린은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나빠졌다. “내가 여러 번 경고했지 않느냐? 후원 사람들과 충돌하지 말라고, 왜 이렇게 경솔한 것이냐?” 소하의 흐느끼는 소리는 조금 줄어들었고 쭈뼛쭈뼛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유린은 소하의 낭패한 모습을 보며 차마 계속 꾸짖을 수가 없었다. “상자의 돈을 꺼내서 의원을 찾아가 약을 처방받아먹거라. 그리고 요 며칠은 시중들지 않아도 된다.” 소하를 내보낸 후, 고유린은 직접 양채평의 벽수각에 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말을 전하러 나온 하녀는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 “봉 주인은 우리 아씨의 옷을 재어주고 바로 떠났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후작나리님을 찾아가십시오.” 고유린은 즉시 알아챘다. 봉사림은 그녀를 만나지 못한 이상 자기 발로 나갔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분명 누군가가 그녀를 내쫓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양채평의 성격상, 체면이 구겨지기 싫어서라도 더 이상 봉사림을 후부로 들여 고유린을 찾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었다.그녀는 심사숙고 끝에 날이 어두워지면 직접 나가기로 결정했다.밤이 되자, 고유린은 하인의 옷을 갈아입고 긴 면사 모자를 쓰고 옆문으로 몰래 나갔다.사각문에서 하녀 한 명이 고개를 내밀고 고유린이 떠난 것을 확인한 후, 재빨리 벽수각으로 돌아가서 양채평에게 말했다.“주인님, 제가 정확하게 봤습니다. 하인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분명 고유린이었습니다.”양채평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옷을 만드는 것뿐인데 채운헌의 주인이 직접 올 리가 없다고. 고유린처럼 소심한 사람이 나에게 사람을 요구할 리가 없어. 그러니 이 안에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그러자 하녀도 맞장구를 쳤다.“설마 남자를 만나러 간 건 아니겠지요?”양채평은 들을수록 더욱 흥분했다.“사람을 보내 주시하라고 해. 나는 후작나리를 찾아가서 같이 현장을 덮칠 테니까. 그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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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날이 밝아왔지만 남거리의 불은 아직 켜져 있었고, 채소 상인들은 이슬을 머금은 채소를 하나하나 늘어놓았다. 아침 식사 가게는 시루를 열었고 주인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시장은 조금씩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아침 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왕래하는 상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율은 2층 다락방에 서 있었는데, 얼굴색이 매우 어두웠다. 육진도 죽을 맛이었다. 그들은 이미 한 시진 동안 서 있었는데 다리가 저려 죽을 지경이었다. 한 시진 전, 그는 후부로 돌아왔고, 이 일로 인해 이율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율이 꿈속에서 고유린의 이름을 중얼거려, 하인이 고유린을 모시러 갔다가 허탕을 친 것이었다. 그래서 어제 있었던 일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율은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안 좋아져서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단지 한마디만 물었다. “그래서 고유린 혼자 거기에 남겨두고 온 것이냐?” 육진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이율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게 질투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게 싫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고유린을 데리고 오지 않아서 화가 난 것이었다. 육진이 의하해서 대답하기도 전에 이율은 이미 말을 타고 채운헌으로 달려갔고 그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율은 말을 타고 남거리에 도착한 후, 오히려 서두르지 않고 채운헌 맞은 편의 2층으로 올라가 시야가 좋은 곳을 찾아 바라보기만 했다. 들어가지도 않고 그저 한순간도 시선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시진 동안 서있자 아침 시장까지 열렸다.육진은 조용히 발을 옮겼다. 그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몰랐다. 왜냐하면 남거리의 가게는 아침 시장이 끝나서야 문을 열었는데 수십 년 동안 그래왔다. 육진이 손목을 움직이려고 할 때 채운헌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이때 마른 체구에 긴 면사 모자를 쓴 사람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삐걱거리는 나무 문의 소리와 함께 나타난 하얀 면사모자를 쓴 사람은 유난히 눈에 띄어 상인들은 하나둘씩 곁눈질을 했다. 육진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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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율은 말을 타지 않고 고유린의 손을 잡고 걸어갔는데, 마치 아침 산책을 하러 나온 평범한 부부 같았다.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고유린은 가슴이 두근거렸고, 폭풍 전의 고요함을 느꼈다.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지만, 보름 동안 이율을 만나지 못한 데다 밤잠을 설쳐 머리가 텅 비어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후부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녀의 발걸음도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녀는 아침 식사 포장마차를 가리키며 물었다.“나리님, 완탕 드시겠습니까?”그녀는 말을 하자마자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이율이 어떻게 나와 포장마차에서 완탕을 먹겠는가?’그는 여덟 살 때 작위를 이어받아, 어려서부터 존귀하게 자랐다. 그렇기에 의식주에 전담 요원이 있었고, 요리사들도 모두 엄격하게 선별해서 매 식사가 매우 까다로웠다.심지어 궁중의 연회에서도 그는 거의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하물며 이 더럽고 작은 포장마차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고유린은 약간 난처해서 자신이 그냥 해본 말이라고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이율은 그녀에게 배가 고픈 것이냐고 물으며 그녀를 데리고 포장마차로 갔다.고유린은 놀라서 즉시 손수건으로 의자와 탁자를 꼼꼼히 닦고, 다시 뜨거운 물에 수저를 데운 후에야 이율에게 건넸다.“완탕 두 그릇 주십시오.”주인은 대답을 한 후, 곧 김이 모락모락 나는 완탕 두 그릇을 내왔다.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자, 고유린은 그제야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끼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고기소의 완탕에 작은 새우를 얹어 한 입 먹자 뜨거운 육즙이 혀끝에서 터져 위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고유린은 이율이 한참 동안 젓가락을 들지 않자 완탕을 먹으며 권했다. “나리님, 어서 드셔 보십시오. 맛이 아주 좋습니다.” 이율은 고개를 숙이고 두 입 맛본 후,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고유린이 먹는 것만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소에 후부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식사를 할 때도 천천히, 우아하게 먹어야 해서 매번 그저 냄새가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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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고유린은 복도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며 뭔가 잘못을 한 아이처럼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율이 다가가 보니 그녀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는 걸로 보아 방금 목욕을 마친 것 같았다. 머리카락 끝의 물방울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고, 분을 바르지 않은 작은 얼굴엔 윤기가 돌았다. 그의 시선은 걷잡을 수 없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떨어졌고, 매혹적인 치자꽃 향기가 그의 코를 파고들었다. 보름동안 아무 여인을 건드리지 않았던 그는 지금 당장 고유린을 안고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이율은 충동을 억누르고 거친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 “사고를 쳤다는 걸 아는 것이냐?” 고유린은 입을 오므리며 그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나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건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나리님을 너무 사모하다 보니, 나리님의 눈길이 다른 여인에게 가는 게 싫었을 뿐입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때리거나 욕하셔도 됩니다. 다만 저를 쫓아내지만 말아주십시오.” 이율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작은 손이 자신의 옷자락을 만지작 거리는 걸 보며 가슴에 불이 타는 것 같았다. ‘이런 교활한 사기꾼 같으니라고, 매번 달콤한 말로 사람을 달랠 줄만 알고. 날 이용하고 나서 또 속이다니. 내가 매번 속을 줄 알아?’ 이율은 그녀의 손을 잡아떼고 거리를 유지했다. 그는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에게 교훈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아가서 혼자 반성하거라.” 그는 무뚝뚝하게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 고유린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발로 기둥을 세게 걷어찼다. ‘반성은 무슨. 아침까지 분명히 멀쩡했는데, 오후에 무양 공주를 보더니 마음이 끌려서 날 외면하는 거잖아. 역시 남자는 다 똑같아.’ 그녀는 속으로 원망을 하며 뾰로통해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간 그녀는 침대에 엎드려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소하는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며 말했다. “아씨, 혹시 후작나리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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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닷새째 되던 날, 고유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밤에 이율은 서재에서 문서를 읽었고, 육진은 옆에서 먹을 갈고 있었다. 그는 붓을 들어 먹을 찍으며 무심코 물었다. “완탕을 며칠 동안 만들었느냐?” 육진은 완탕이라는 말만 들어도 속이 울렁거렸다. 그날 돌아온 이후로, 이율은 매일 주방에게 완탕을 만들라고 지시를 해서 그는 말만 들어도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순순히 대답했다. “닷새째입니다. 그리고 고아씨께서 이미 이틀째 음식을 가지러 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이율은 붓을 버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고유린 물어봤느냐? 나가거라.” 육진은 입을 다물고 몸을 굽혀 인사를 한 후 물러났다. 그가 물러난 후, 면사 치마를 입은 계집애가 들어와 공손하게 국그릇을 탁자 위에 놓았다. 이율은 무의식적으로 그릇 안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릇 안의 완탕을 보자마자 이율은 화를 내려고 문서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 계집애는 갑자기 몸을 돌려 그의 다리에 앉았다. 이율은 그녀의 목을 조르며 사람을 내쫓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보자 깜짝 놀라 목을 조르던 손을 놓고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 “고유린, 죽고 싶어서 환장했느냐?” 하지만 고유린은 두려워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그의 목을 안고 말했다. “전 야식을 드리러 왔는데 나리께서 어찌 화를 내시는 겁니까?” “제대로 말하거라. 완탕을 가져다주러 온 것이냐 내 품에 안기려고 온 것이냐?” 그러자 고유린이 대답했다. “당연히 완탕을 드리러 왔지요.” 그녀는 완탕 하나를 떠서 이율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말했다. “제가 직접 빚은 완탕입니다. 나리께서 드셔보시면 주방에서 만든 것보다 훨씬 낫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율의 시선은 그녀의 파랗게 멍든 손가락에 집중되었고, 손등에는 물집이 생겨 빨갛게 부어올랐다. “고육지책인가?” 고유린은 이 틈을 타서 참담하게 굴지 않고, 젖은 큰 눈으로 이율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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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아침 식사 후, 이율은 고유린을 데리고 호숫가로 가서 배에 올랐다. 고유린은 처음 배를 탔을 때 약간 정신이 없었고, 발판을 밟을 때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호수에 빠질 뻔했다. 이율은 그녀를 부축하여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가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거두었다. 고유린은 간신히 몸을 가누고, 마구 뛰는 심장을 억누르며 몰래 그를 노려보았다. 이율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정인군자의 모습으로 회복했다. 그는 문을 열고 선실로 들어갔고 고유린도 그 뒤를 따랐다. 선체는 크지 않았고, 위에는 간단한 네모난 탁자와 네 개의 마루만 있었다. 뱃사공이 앞에서 노를 젓고 있었고, 네모난 탁자 양쪽에는 남자와 여자가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고유린의 시선은 여자의 뒷모습을 따라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짙은 색의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준수한 외모에 풍채가 뛰어났다. 얼굴에 창백함을 띠고 있었지만 그의 행동은 결코 비범했다. 이율은 앞으로 다가가 옷자락을 젖히고 무릎을 꿇어 인사를 올렸다.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고유린은 깜짝 놀라 즉시 시선을 거두고 비틀거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남자는 신경 쓰지 않고 손을 흔들며 부드럽고 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홍지야, 나와 한 판 하지 않겠느냐?” 홍지는 이율의 별명이었다. 태자의 말에 그는 어쩔 수 없이 태자의 맞은편에 있는 여인과 나란히 앉았다. 이때 여인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 우리의 이 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태자 양승조는 웃으며 흰 바둑돌을 놓고 말했다. “너희 두 사람이 같이 나와 바둑을 둔다고 해도 난 지지 않는다.”이율은 바둑통을 내밀며 말했다. “공주님께서 놓아주십시오.” 여인은 흑 돌을 집어 들었지만 급하게 놓지 않고 이율을 바라보았다. 고유린은 그제야 눈앞의 여인이 바로 그날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던 무양 공주라는 걸 알아챘다. 오늘 그녀는 연한 하늘색 치마를 입었고, 긴 머리를 묶어 올려 용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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