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국공 나리의 첫사랑: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한데 절반 남은 인삼을 다 서용 아가씨에게 먹였지요.”주서용은 마치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녀의 표정을 살핀 옥정은, 순간 그동안 참았던 억울함이 갑자기 해소되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부인이 분명 나리한테 말씀하셨어. 절반 남은 인삼을 노부인에게 먹여야 완치된다고. 그런데 먼저 주서용에게 양보해서 과하게 보양한 탓에 코피까지 흘렸네. 이것이 업보야.’주서용에게 귀한 백 년 산 인삼을 낭비한 탓에 그동안 노부인의 건강에 쏟아 부은 정성이 물거품이 되었다.그제야 김희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배진휘의 얼굴이 시퍼렇게 상기되었다.주서용에게 몸보신시키겠다고 그녀의 충고도 무시했더니 결국은 조모를 해치게 되었다.본래 큰일도 아닌 것이 뜻밖에 일을 망쳐 심각한 사태를 일으켰다.주 의원이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치료가 중단되면 그 전에 공들였던 것은 전부 헛고생이 될 겁니다. 하필이면 방금 혈압때문에 피도 토하고 쓰러지셨어서 당분간은 회복하기 어려울 겁니다.”결국은 돌고 돌아 업보가 노부인에게 가고 말았다.어찌해야 할지 망설이던 주서용은 자기 탓이 아니라고 부인했다.‘전부 배진운이 멋대로 나서서 조모를 해친 거야!’이번만큼은 녀석이 날뛰게 막았어야 했는데 정말 실책이었다.그녀는 죄책감을 못 이기고 노부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모든 것이 저 때문에 일어났네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요.”눈물을 뚝뚝 떨구며 흐느끼는 여인의 모습은 정말 가여워서 차마 볼 수 없었다.배진연은 옆에 앉아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언니, 울지 마. 언니 탓이 아니야. 다 둘째 오라버니가 멍청해서 벌인 짓이야.”둘째 숙모도 나서서 달래 주었다.“맞아. 서용아, 네 잘못이 아니야. 처음부터 넌 부인 탓이 아니고 몸이 허한 탓이라고 설명했었어. 그러니까 진휘도 서용이를 탓하지 마.”배진휘는 복잡한 감정이 섞인 눈으로 처량하게 우는 주서용을 바라보는데 도저히 화를 낼 수 없었다.‘그래, 오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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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녕국공 부인의 자리는 본래 주서용의 것이었다.그녀는 오라버니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며 온갖 고생까지 했으니, 남에게 자신의 자리까지 내줄 이유도 없었다.그래서 이번에 자신의 몫을 되찾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배진휘는 꿀이 떨어질 정도로 애틋한 눈길로 그녀를 주시했다.“서용아, 내 앞에서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돼.”5년이나 그리던 여인이 지금 품에 안겨 있다니, 하늘의 자비에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그는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주서용을 꼭 껴안아주었다.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한 장면을 본 김희영은 허웃음이 터져 나왔다.노부인이 여전히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은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끌어안고 있으니 어찌 황당하지 않겠는가?난감한 셋째 숙모 이 씨가 어색하게 기침을 하며 주의를 주고 나서야 배진휘가 정신을 차렸다. 주서용은 그가 먼저 밀어내기 전에 영리한 척 뒤로 물러서고는 김희영을 조마조마한 얼굴로 쳐다보았다.“부인, 오해하지 마세요. 내가 너무 무서워서 그만, 오라버니를 탓하지 마세요.”이어서 배진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당당하게 말했다.“난 그저 서용을 위로해준 것뿐이오. 이런 걸로 부인이 헛된 생각은 하지 않겠지.”김희영은 울컥하는 심정을 억누르고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었다.“헛된 생각이라니요. 난 아가씨를 원망하지 않고 더군다나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기 싫어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1800일 넘게 노부인의 건강을 위해 나와 주 의원이 온갖 심혈을 기울였는데, 이제 모두 도로묵이 되었네요.”“배진휘씨, 잘 들어요. 예전에 내가 노부인을 잘 돌보겠다는 약조를 어기지 않았어요. 난 최선을 다했는데 아쉽게도 중요한 순간에 그르쳤네요.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니 아무런 후회가 없어요.”그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돌아서서 나갔고, 배진휘는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한 채로 예전의 일들을 떠올렸다.5년 전에 김희영이 시집올 때, 노부인은 병이 심각한 탓에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그래서 배진휘가 경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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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배진휘가 차마 주서용의 청을 거부하지 못해 망설일 때, 노부인이 가까스로 눈을 뜨고말했다.“20대를 쳐. 제멋대로인 성격을 단단히 고쳐야 해.”노부인이 깨어나자 배진휘는 안도하며 20대만 치라고 다시 명령했다.곤장을 맞은 배진운은 엉텅이가 터져 피가 흘렀다.그동안 곱게 자란 도련님이 이런 고통을 당했을 리가 없었다.창백한 얼굴로 가까스로 버티다가 20대가 끝나는 동시에 너무 아파서 기절하고 말았다.그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주서용이 침상에 걸치고 앉아 직접 탕약을 먹였다.“진운, 나 때문에 네가 맞았어.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마. 본래 오라버니가 30대를 치라고 한 걸 내가 사정해서 20대를 친 거야. 네가 다치는 건 싫어.”그녀는 정말 배진운을 걱정해주는 것처럼 눈물까지 글썽거렸다.그러자 감동받은 배진운이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누이가 나 대신 사정해줘서 고마워. 이 세상에서 내게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은 누이뿐이야.”주서용은 손수건을 잡고 촉촉해진 눈가를 닦았다.“자, 이제 약 먹자. 내가 한 시진을 달여서 갖고 온 거야.”그러고는 재빨리 뒤로 손을 숨겼는데 배진운이 수상한 것을 알아챘다.“누이, 손은 왜 그래?”주서용이 입술을 오므리며 미소를 지었다.“별거 아니야. 그냥 화상을 입어서 물집이 생겼어. 아, 어릴 적에 네가 아플 때마다 내가 약을 달여서 먹인 생각이 나? 그런데 오랫동안 약을 달이지 않았더니… 손이 말을 안 듣네.”어릴 적 일을 언급하니 배진운은 또다시 감동을 받았다.그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누이, 걱정하지 마. 누이 것은 내가 대신 되찾아 줄게. 형의 아내는 누이 외에 누구도 자격이 없어.”주서용이 한숨을 내쉬었다.“진운아, 나 때문에 다시는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너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이번에 네가 곤장을 맞고 외조모까지 쓰러진 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괜히 돌아와서 소중한 가족을 해쳤어.”배진운이 이를 갈며 반박했다.“그게 왜 누이 탓이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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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주서용은 아무리 화가 나도 내색하지 않고 여전히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다 내 불찰이야. 탕약을 식히지 않고 너한테 먹여서 그래. 이만 옷 갈아입으러 갈 테니까 자책하지 마.”몸에 묻은 탕약에서 고약한 냄새가 올라와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더 있다가 정말 미칠 거 같아 안색을 굳히며 황급히 떠났다.배진운은 아무리 써도 거짓말까지 보태서 남은 탕약을 모두 마셨다.너무 써서 조금 뱉긴 했지만 대부분 마셨다.그런데 어떻게 탕약을 달였는지 정말 써서 먹다가 죽을 뻔했다.예전에 마셨던 탕약보다 열 배는 쓴 것 같았다.그는 황급히 하인 장청을 불러 밀전을 가져오라 지시했다.장청이 재빨리 밀전을 갖다 바쳤건만, 너무 시고 떫어서 예전처럼 달콤한 맛이 나지 않았다.배진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바로 뱉아냈다.“뭐가 이리 셔? 전에 먹던 그 밀전이 아니잖아!”장청이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둘째 도련님, 전에 보낸 밀전은 다 먹어서 없어요. 부인께서 아직 보내지 않으셔서 제가 주방에서 갖고 온 겁니다. 입맛에 안 맞으면 지금 부인한테 가서 달라고 할까요?”그 말에 배진운이 흠칫 놀라더니 조금은 창피했다.예전에 먹을 것은 전부 김희영이 직접 가져왔는데, 이제 주서용이 돌아와 자신의 처지가 위태롭게 되자 더는 아부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런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하, 그 여인의 물건은 싫어. 가지 마. 난 입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야.”그는 밀전 따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김희영이 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마음부터 사로잡는 수단이라 여길 뿐이었다.게다가 주서용이 돌아왔으니 더는 연기하지 않아도 되니, 다시는 김희영의 물건에 손끝도 건드리지 않아도 되었다. 결심을 내린 그는 장청에게 그 여인이 가져온 물품을 전부 싸서 내다버리라고 지시했다.그런데 정작 정리하고 보니, 처소에 있는 대부분 물건이 김희영이 챙겨준 것이었다.옷이며 신발이며 허리띠며, 종이와 먹과 붓, 심지어 평소 애지중지하던 보검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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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조금의 미련도 없는 김희영의 태도에, 옥정은 말리려다가 결국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오늘 나리의 행동은 부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으니 지금 부인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예전에 아까워서 고이 모셨던 비녀들은 지금 하나씩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다.여름이 쪼그리고 앉아 비녀를 줍고는 두 말없이 처소에서 나갔다.나리가 부인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부인이 지시하는 대로 비녀를 팔 것이고, 나리가 준 물건도 더 이상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옥정은 안쓰러워 몰래 눈물을 훔치고는 연고를 들고 와서 김희영에게 발라주려 했다.“부인, 손목이 부었어요. 제가 연고를 발라드릴게요. 그만 화를 푸세요. 나리가 이미 둘째 도련님을 벌해서 장 20대를 쳤으니, 지금쯤 정신 차리고 다시는 무례하게 굴지 않을 거예요.”김희영은 지쳤는지 눈을 서서히 감았다.“배진운이 나를 그토록 싫어할 줄은 몰랐어. 그동안 내 앞에서 가면을 쓰면서 단 한 번도 나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어.”둘째 도련님만 생각하면 옥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둘째 도련님뿐만 아니라 막내 아가씨도 똑같이 배은망덕하죠. 예전에 얼마나 부인께 살갑게 굴었어요. 이번에 서용 아가씨가 오니까 아주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따라다니잖아요. 그리고 노부인도 참, 아무리 서용 아가씨를 중시해도…”주서용이 월영헌에 머문 사흘 동안, 노부인은 좋은 물건이란 물건은 전부 그곳으로 보냈다.고급진 비단, 금은보석은 물론 노부인에게 값나가는 물건이라면 아낌없이 주었다.그것만 봐도 노부인이 주서용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예전에 노부인이 부인에게 잘해줄 때마다 감사히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주서용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니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때 김희영이 손을 들어 옥정의 불만을 바로 차단했다.“서용 아가씨는 외손녀이니 편애하는 건 정상이야. 그동안 노부인이 내게도 잘해 주셨어.김씨 가문의 사건으로 내가 병상에 앓아 누웠을 때, 노부인이 항상 곁에서 돌봐주셨어.”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심으로 교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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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노부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주서용의 손목을 잡았다.하얀 손등에 빨간 물집들이 올라오고 벌겋게 부은 상태였는데, 그 중 담황색 액체가 유독 눈에 거슬렸다.그중에 하나는 터져서 붉은 살갗이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어머, 물집이 터졌네. 어서 연고를 가져와!”노부인은 가슴이 아픈 나머지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상체를 일으켜 약을 발라주었다.그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진 주서용은 입술을 꼭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참을수록 노부인은 더욱 마음이 아파서 애지중지 아꼈다.연고를 바르고 나서 호호 불더니 아직도 어린애를 대하듯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김희영은 그 장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노부인은 주서용과 혈연 관계이니 외손녀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이 상황에서 김희영은 외부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이제 보니 노부인한테는 더는 그녀의 보살핌이 필요 없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았다.“노부인께서 무사하니 저도 안심하고 돌아갈게요.”그러자 주서용이 눈을 치켜들고 김희영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그동안 외조모를 세심하게 보살펴 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게다가 저택의 모든 일들을 혼자 처리하셨으니 많이 피곤하시죠? 이제 내가 돌아온 이상, 앞으로 노부인의 일생 생활은 내가 돌볼게요. 그럼 부인도 부담이 적을 테니까요.”그녀가 돌아온 이후로 노부인뿐만 아니라 배씨네 식구들이 저마다 김희영의 칭찬을 늘어놓았다.얼마나 똑똑하고 유능한지 저택의 하인들을 잘 관리하고, 모든 식구가 섭섭하지 않게 보살펴 주었다는데, 그 말을 들으니 주서용의 속이 말이 아니었다.그녀도 명문가 출신이라 당연히 김희영보다 뒤처지지 않았다. 그리고 예전에 배진휘가 경성에서 이름을 날릴 때, 김희영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 리가 없었다.‘내가 김희영 따위에게 질 수 없어.’그녀는 속으로 무슨 일이든 김희영보다 잘해낼 거라 다짐했다.배진휘의 마음을 돌려놓을 뿐만 아니라, 국공 부인의 자리와 부귀영화도 전부 되찾아올 것이다.직접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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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배진휘가 무슨 말을 건네려고 하는데, 김희영이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서 무척이나 당황했다.지금까지 자신을 무시한 적이 없었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그는 재빨리 뒤쫓아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내가 들어오는 걸 못 본 것이오?”김희영이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대답했다.“죄송해요. 방금 미처 보지 못했네요. 국공 나리.”그녀는 무뚝뚝하게 인사했다.“무슨 분부라도 있나요? 국공 나리.”배진휘는 여전히 싸늘하고 예의 바른 태도에 그동안 참았던 불만이 터져버렸다.말끝마다 국공 나리라고 부르는데 네 글자를 들을 때마다 눈썹이 꿈틀거렸다.그는 심호흡 한번 하고는 그녀의 팔을 잡고 모운원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리고 침실까지 들어가서는 문을 안으로 잠갔다.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으나 김희영이 싸늘하게 대하는 태도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예전에 항상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다정하게 쳐다보았고, 합방할 대마다 주서용의 그림을 안고 잠들어도 화내지 않았다.항상 현숙하고 이해심이 많아서 그가 무슨 짓을 해도 모두 받아주었는데 주서용이 돌아온 순간부터 완전히 태도가 달라졌다.침실의 등불이 어두워서 배진휘의 안색이 더욱 어둡게 비췄다.그는 김희영의 날씬한 허리를 잡아 병풍 옆에 밀어붙이고는 뜨거운 입김을 그녀의 볼에 뿜어냈다.김희영은 어색한 자세에 불편했지만, 그럴수록 배진휘가 힘으로 꼼짝도 못하게 가두었다.그러고는 길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들어올렸다.“왜 나를 피하는 거요?”“피한 게 아니라 정말 못 봤어요.”“거짓말!”김희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노여움이 가득한 그의 시선과 부딪쳤다.그가 턱을 너무 세게 잡아서 턱이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그동안 애써 억눌렀던 분노가 더는 통제하지 못하고 폭발했다.“배진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당신이 꿈에서도 그리던 첫사랑이 살아서 돌아왔으면, 여기서 피했다고 따지지 말고 그녀 곁을 지켜줘야죠. 이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워야겠어요?”그동안 굴욕적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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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배진휘는 동작을 멈추고 눈에 비친 욕망을 거두었다.드디어 신선한 공기를 마신 김희영은 힘껏 그를 밀쳐내고 이불을 잡아당겨 몸을 가렸다.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그를 조롱했다.“서용 아가씨가 찾는다잖아요. 급한 일인 거 같은데 빨리 가세요. 지금 서용의 일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에요?”배진휘가 대답하지 않자 송이가 재차 불렀다.“나리, 안에 계십니까?”김희영이 대신 대답했다.“잠깐 기다리게나. 곧바로 나갈 테니.”그제야 송이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김희영은 이불로 감싼 채로 침상에서 내려와 얇은 비단으로 조금 드러난 피부를 감쌌다.그녀의 눈에서 일말의 욕정을 찾아볼 수 없고 타인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이성적이었다.배진휘는 복잡한 심정으로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았다.“방금 나를 밀었소?”김희영이 웃으면서 완곡하게 말했다.“국공 나리, 무슨 말씀하세요? 서용 아가씨가 나리의 목숨을 구했는데 은혜를 갚으러 가지 않으세요? 지금 나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얼른 가세요.”“나리의 아내로서 당연히 지지해야죠. 난 인색한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지지해요. 서용 아가씨가 오래 기다리겠어요. 어서 가세요.”한밤중에 주서용이 부른 이유가 무엇일까, 남녀가 몰래 사랑을 나누기에 적합한 시간 아닌가?김희영이 먼저 가라고 밀어내자 배진휘는 충격을 먹었는지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정말… 진심이오?”김희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당연하죠. 내가 가지 말라면 정말 안 갈 거예요?”“…”그는 대답하지 못하고 침묵하더니, 심호흡을 하며 애써 진정했다.“서용이 온 후부터 부인의 태도가 완전히 변했소. 그동안 서재에서 잠들어도 찾아오지 않고, 무엇을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소.”마치 자신이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었다.예전에 그의 의식주는 전부 김희영이 직접 챙겨주었다.그가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 온도는 얼마가 적당한지, 어떤 원단의 옷을 좋아하는지, 신발 크기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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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당신의 말과 행동만으로도 내가 상처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배진휘는 당황함과 억울함이 교차하여 이를 악물었다.“내가 상처를 줬다고? 부인이 딴생각할까 봐, 불안해할까 봐, 내가 서용 때문에 부인을 내친다고 생각할까 봐 이런 말로 위로하는 거요. 그런데 부인은 고마움도 모르고 전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구려.”“…”“내가 인품이 바른 것을 다행으로 아시오. 난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부인과 이혼하지 않을 거요. 비록 아직도 서용을 잊지 못하긴 했지만 부인을 책임져야 하는 건 잘 알고 있소. 그동안 우리 가문을 위해 부인이 노력한 것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오.”“…”“정말 실망했소. 어쨌든 난 떳떳하니 부인이 오해해도 두려울 게 없소. 어떻게 생각하든 마음대로 하시오. 난 양심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았소.”배진휘는 자기 말만 퍼붓고는 돌아서서 떠났다.홀로 남은 김희영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소했다.‘책임? 그래서 책임 때문에 나와 이혼하지 않고, 주서용을 아내로 맞이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럼 주서용은 첩으로 들인다는 건가? 하, 정말 대단한 인품을 가졌네. 위대한 희생 정신에 감탄할 뻔했어!’‘그렇다면 나와 이혼하지 않은 것에 감동 받아서 당신과 함께 첫사랑을 돌봐야 한단 말이야?’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 머리가 아팠다.그녀는 주먹을 곽 쥐고 애써 흐르는 눈물을 참았다.옥정이 헐레벌떡 처소에 뛰어들어와 물었다.“부인, 눈이 빨개졌어요. 혹시 나리가 괴롭혔어요?”김희영은 고개를 젓고는 심호흡으로 모든 감정을 억눌렀다.“나 피곤해. 자고 싶어.”옥정은 말없이 부인을 씻겨주고 옷을 갈아 입히고는 침상에 눕혔다.그제야 김희영의 손목에 멍자국이 심해진 것을 발견했다.“부인, 연고 좀 바를게요.”그런데 김희정에게 거절당하고 말았다.“옥정아, 나 잠시 혼자 있고 싶은데, 나가 줄 수 있을까?”옥정은 코끝이 찡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바로 그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틈도 없이 노부인 처소의 하인이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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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러나 배진휘에게 달려가 따질 용기까지는 없었다.눈을 질끈 감았더니 머릿속에 온통 배진휘가 주서용의 그림을 들고 있었던 장면이 떠올랐다.지금 저기로 간다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옥정은 아직 무슨 일인지 몰라, 갑자기 돌아서는 김희영을 부르며 쫓아갔다.입구에서 나는 소리에 배진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방금 누가 있었어?”주서용은 사라진 연보라색 치맛자락을 보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혼인한 지 5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처녀 몸이었어? 정말 웃겨! 그렇다면 두려울 게 없겠네.’“어느 댁 하인이겠지. 오라버니, 외조모 뵈러 가자. 지금 많이 좋아지셨어. 그런데 위가 안 좋으셔서 내가 꿀물을 타드렸으니, 그걸 마시면 괜찮을 거야.”배진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주서용와 함께 들어갔다.한편 김희영은 무작정 돌아서 걷는 바람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기분도 최악이었다.하늘이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는지 날씨가 흐리면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빗물에 머리와 옷이 흠뻑 젖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김희영은 녕국공 저택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다가 마지막에 배진휘가 한 말이 떠올랐다.“큭.”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비를 쏟아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하하하하하.”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미친 것처럼 웃어댔다.옥정이 그녀를 찾았을 때 이미 정신을 똑바로 차린 뒤였다.“부인, 괜찮으세요?”김희영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 이만 돌아가자.”그날 밤에 또 악몽을 꾸어서 불안함에 잠을 계속 설쳤고, 어느새 날이 밝아졌는지 좀처럼 잠에 들지도 못했다.옥정과 여름이 들어와 시중을 들어주었다.간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초췌해진 김희영의 얼굴을 보고 걱정은 했지만 누구도 이유까지 묻지는 않았다.“오늘은 노부인을 뵈러 가실 거예요?”두 하인은 재빠르게 김희영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히고는 나지막하게 물었다.“매일 노부인에게 문안드리는 것은 국공 저택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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