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이 장수의관에 도착할 때쯤, 주서용은 의원이 진료를 마친 듯, 눈을 뜨고 있었다.의원이 진단한 결과 먼 길을 오느라 피로가 쌓인 것이라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하자, 녕국공 식구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김희영이 입구에서 막 들어가려는 순간, 배진운이 분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형, 김희영이 그동안 녕국공 부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 이제 누이가 돌아왔으니 원래 주인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거 아니야?”배진휘는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보다 김희영은 배진운이 이토록 주서용의 편을 들 줄은 몰랐다.5년 전, 녕국공 일가에 뜻밖의 재난이 닥치는 바람에 배진휘는 부모를 잃었다. 그리고 부모를 죽인 살인범을 찾으러 나섰다가 배후에게 암살당할 뻔했고, 주서용은 그를 구하려다 절벽에 떨어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그로 인해 배진휘는 큰 병으로 앓아 누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씨네 노부인은 옥패를 들고 태부 저택으로 찾아가서, 예전에 배 국공이 김희영의 조부를 살린 은혜를 내세우며 혼인을 요구했다.그 당시 배진휘의 부모가 비참하게 죽고 가문이 몰락하였기에, 김씨 가문에서는 김희영이 불구덩이에 빠지는 것을 차마 동의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김희영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혼수를 넉넉하게 챙기고는 녕국공 저택에 시집와서 배진휘의 부인이 되었다.그렇게 5년이 흘러, 애초에 혼인해 달라고 애원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그녀가 녕국공 부인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했다.김희영은 어처구니가 없어 코웃음이 나왔다.그 웃음소리가 날카롭게 모든 사람의 귀에 들린 순간, 의관 내부는 조용해지고 모두가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김희영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그들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리고 썰렁해진 분위기 속에서 허리를 곧게 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그녀의 단아한 회색 옷은 날씬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고, 굳이 연지를 찍어 치장하지 않아도 오관이 또렷하고 예뻤다.비록 옷차림은 수수해도 그녀의 아름다운 용모와 기품을 숨기지는 못했다.배진운은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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