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7년간 사육된 강요나, 금주를 차버렸다: Bab 11 - Bab 20

30 Bab

제11장

강요나는 실크 소재의 흰색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 속에서 몸 전체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다. 막 팩을 하고 나온 얼굴은 물기를 머금은 듯 뽀얗고 매끈해서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떨어질 것 같았다.소파에 앉아 있던 이청은 그 모습을 보고 시선을 떼지 못했다.이청은 처음 그녀를 본 순간부터 알았다. 이 여자가 왜 7년 넘게 이혁 곁에 있었는지. 정말 지나칠 정도로 예쁘다. 요염함 속에 순수함이 있고 순수함 속에 거친 매력이 숨어 있다.“방해가 된 건 아니죠?”이청은 여전히 단정하고 온화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건 민폐 아니고 뭐겠어? 이혁 말고는 굳이 사람 비위를 맞출 생각이 없는 강요나는 웃으며 솔직하게 받아쳤다.“네. 팩 끝나면 목욕도 하려고 했는데 이젠 못 하겠네요.”올 타이밍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이청의 표정에 잠깐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 “그럼 정말… 미안해요.”“이청 씨는 용건 없으면 여기 올 분이 아니잖아요. 말씀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어요?”강요나는 자리를 옮겨 앉으며 길고 하얀 다리를 꼬았다. 슬립 원피스의 트임 사이로 말로 설명하기 힘든 흔적들이 어렴풋이 드러났다.이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강요나는 그녀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자세를 바꾸고 넋이 나간 이청을 불렀다. “이청 씨.”이청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강요나의 얼굴로 옮겼다.이 시대에 미인은 흔하다. 하지만 강요나의 얼굴은 한눈에 봐도 손 댄 곳 하나 없는 자연 미인이었다. 그 미모는 유난히 화려하게 튀었다. 자기의 외모조차 그녀 앞에선 빛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강요나 씨.” 이청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나는 이혁의 친누나는 아니에요.”“아, 그래요?” 강요나는 놀라지도 않았다.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이미 두 사람이 친남매는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친남매였다면…그건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 될 테니. 이혁이 아무리 인간 말종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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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알고 보니 약혼만 한 게 아니라 결혼까지 앞두고 있었다.“저랑 같이 가자고요?” 강요나는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건 좀…아니지 않나요?”“진석 씨도 막 귀국해서 요즘 많이 바쁘거든요. 오늘은 제가 미리 가서 보는 거고. 제가 먼저 몇 벌 정해 놓고 나중에 진석 씨랑 같이 가려고요.”이청의 말투에는 약혼자와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예비부부의 향기가 묻어 있었다.하지만 불과 몇 분 전에 그녀가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이혁, 그 남동생과 입에 담을 수 없는 과거가 있었다고. 이 여자는 대체 뭐지? 손에 하나 쥐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남의 것도 욕심난다는 거잖아.“아…그렇군요.” 강요나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친구가 거의 없거든요. 아는 사람도 강요나 씨뿐이고요. 그나마 가장 편해서 무례한 줄 알면서도 찾아온 거예요.”이청은 말을 하며 옆에 두었던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정교한 주얼리 케이스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제 작은 성의예요. 우리 첫 만남의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말하면서 이청의 시선이 강요나의 목선을 슬쩍 훑어보았다.역시 이혁 말이 맞았다. 그녀가 액세서리를 안 하면 사람들이 그를 인색하게 생각할 거라고. 주는 선물을 굳이 사양할 이유도 없었다.강요나는 케이스를 열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한눈에 봐도 싼 건 아니었다. 최소 8자리수다. 오랫동안 돈에 쪼들려 살다 보니 강요나는 이제 보석을 보면 바로 현금 환산이 된다. “너무 비싼데요.” 강요나는 말하며 상자를 다시 밀어놓았다.“이혁이 준 건 이것보다 몇 배, 몇 십 배는 될 텐데요. 제 선물을 초라하다고 여기지 않으셨으면 해요.” 겸손한 척하면서 슬쩍 떠보는 말.정확히 말하면 강요나한테 망신 주려는 것이다. 지금 이혁이 여배우를 데리고 주얼리 숍에 드나드는 영상이 한창 화제가 되고 있으니까.하지만 이청은 강요나라는 사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그 얘긴 하지 마세요.” 강요나는 태연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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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강요나는 웃었다. 웃음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이청은 왜 웃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강요나는 웃음 소리마저도 예쁘게 느껴졌다.“왜 웃는 거죠?” 이청이 물었다.“이청 씨, 이제 그만 돌려 말하세요.” 강요나는 바로 패를 깠다. “대체 제한테 뭘 원하는 건데요?”이청은 잠시 침묵했다. “강요나 씨는 정말 똑똑하시네요.”그걸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녀가 멍청했으면 진작에 이혁한테 차였지.“그러니까 이청 씨도 저 바보 취급 하지 마세요.” 강요나는 휴대폰을 가볍게 두드렸다.이쯤 되자 이청도 더는 빙빙 돌리지 않았다.“이혁은 임가와 정략 결혼을 하게 될 거예요. 본인은 원하지 않지만 결국 선택권은 없다고 봐요.” 그녀는 강요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지금은 강요나 씨를 잘 대해주는 것 같아도 결혼하고 나면 어떻게 될지…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그리고 천천히 속셈이 훤히 보이는 말을 덧붙였다.“이혁이라는 돈줄을 놓치고 싶지 않으면 조금 더 머리를 굴려야 하지 않겠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강요나는 붉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이청의 속셈이 다 보이는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제가 이혁을 꼬셔서 집안과 맞서게 하고 결국엔 임가와의 혼담까지 깨라는 말인가요?”방금까지 똑똑하다는 소리 들었는데 이 질문은 조금 멍청하게 들렸다.“그건 아니에요.” 이청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전 이혁이 강요된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 함께하길 바랄 뿐이에요.”이청의 말은 진심 같아서 강요나는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정말 깊은 사랑이네요.” 강요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혹시 제가 정말로 그 사람을 차지하게 되면 어쩌려고요?” 이청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강요나 씨가 정말 그럴 수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못 가졌을까요?”이 말은 강요나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인 것처럼 들렸다. “잘 생각해 보세요.” 이청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제가 거절하면요?” 강요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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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이곳은 이씨 가문의 주얼리 매장이었다. 이청은 이가의 아가씨였다. 하지만 이 당당한 정실 공주가 오랜만에 얼굴을 비친 탓에 오히려 강요나의 들러리처럼 보이고 말았다.강요나는 눈꼬리로 그녀를 힐끗 훑었다. 표정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어차피 보석만 챙기면 되니까.“이 목걸이 두 개 괜찮네요. 그리고 이 귀걸이하고 이 팔찌도 다 포장해 주세요.”강요나는 착용도 해 보지 않은 채 마음에 드는 것을 손가락으로 톡톡 짚어 말했다. 늘 그렇듯 시원시원했다. 직원들도 이미 익숙한 모습이었다.이곳에서 강요나는 원하는 만큼 얼마든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강요나는 결코 욕심 내지는 않았다. 항상 이혁의 선을 절묘하게 지키는 범위에서 움직였다. 한 번에 배 터지게 먹는 것보다는 오래 가는 게 낫다는 걸 그녀는 잘 안다.“다른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직원도 거의 다 골랐다는 걸 알면서도 예의상 한 번 더 물었다.강요나가 이젠 됐다고 말하려던 순간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다름 아닌 이 부인과 임솔이었다.정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엄마, 임솔 씨.” 이청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이 부인과 임솔의 시선은 곧장 강요나에게 꽂혔다. 눈빛엔 불쾌함이 서렸다.“너 왜 얘를 데리고 여기에 온 거야?”“요나 씨가 저를 데리고 온 거예요.” 이청은 깔끔하게 떠넘겼다.강요나가 이곳에서 수시로 보석을 가져간다는 건 이 부인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직접 마주친 데다 직원이 여러 개를 포장하는 모습까지 보자 속이 뒤틀렸다. 게다가 오는 길에 임솔과 이혁의 새 스캔들을 보고 막 강요나의 뒷담화를 나누던 참이었다. 잠깐 가지고 놀다 버려질 장난감과 같은 존재라는 식으로. 강요나는 괜히 귀가 간지러웠다. 알고보니 이 사람들이 뒤에서 수근거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반지 꽤 예쁘네요. 이거 한 번 껴 볼게요.” 강요나는 이 부인을 봤지만 인사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다시 주얼리를 고르기 시작했다. 늘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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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강요나는 치켜든 손이 얼얼해졌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따귀를 날렸다. 임솔이 날렸던 뺨의 정확히 두 배 강도였다. 강요나는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 뺨 한 대에 5000만원을 받긴 했지만 이 일을 그냥 넘길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반드시 돌려줄 생각이었는데 하필 오늘 임솔이 제 발로 굴러 들어온 것이다.“날… 때려?”임솔은 뺨을 움켜쥔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강요나는 얼얼한 손을 한 번 쥐었다 폈다.“임솔 씨는 머리가 안 돌아가세요? 그쪽이 날 때릴 수 있는데 나라고 왜 못 때리겠어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 부인이 황급히 임솔을 끌어당겨 감싸 안으며 소리쳤다.“강요나, 네가 뭔데 감히 솔이를 때려? 니가 그럴 자격이 있어?”이청은 다른 사람들처럼 처음엔 놀랐다가 곧 눈을 가늘게 뜨고 구경꾼 모드가 되었다. 이게 바로 그녀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강요나가 만만한 여자가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독할 줄은 몰랐다.이청은 임솔의 얼굴을 힐끗 봤다. 이삼 일은 가겠다.“사람 때리는 데 자격이 필요한가요?”강요나는 손에 낀 반지를 천천히 살폈다.팔각의 주홍빛 다이아몬드, 물결 같은 음각 무늬가 둘러진 링. 이게 이혁의 디자인이라니. 이런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정말 한가한 인간이다.“강요나, 임솔은 이혁의 약혼자야. 사람을 때려도 누구 사람인지 봐야 하는 거 아니니?”이 부인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내질렀다.강요나는 픽 웃었다.“아, 그러니까… 이 부인 눈에도 임솔은 그냥 이혁의 소유품이라는 거네요?”이 부인의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졌다.“너…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정말 어이가 없네. 당장 이혁한테 전화해. 와서 이 여자가 얼마나 버릇없는지 보게.”그녀가 가방을 뒤져 휴대폰을 찾으려는 순간 입구 쪽에서 익숙하면서도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게 다 무슨 일이야?” 이혁이었다.그는 뭔가 알고 온 건가? 아니면 그냥 우연히 들른 건가? 어쨌든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혔다.강요나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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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이 몇 년 동안 이혁 곁에 있으면서 강요나는 그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다음 순간 이혁은 그녀를 막아섰다.“신기하다고? 그럼 그냥 끼고 있어.”어?!강요나는 잠깐 멈칫했다. 주변 사람들도 역시 눈을 크게 떴다.특히 이혁을 따라온 그 신인 여배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다.지금 인터넷은 온통 그녀가 이혁의 새 여자가 될 거라는 기사로 도배되어 있었다. 강요나와 비교까지 하면서. 강요나는 이혁에게 한물 간 여자이고 그녀야말로 진짜 사랑이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그런데 지금 그가 직접 제작한 반지를 강요나에게 준다고? 다른 것도 아니고 반지를. 한 남자가 여자한테 반지를 준다는 건 의미부터가 다르다.이 부인 역시 잠깐 멍해있다가 곧장 다급히 다가왔다.“혁아, 이건 솔이랑 약혼하려고 맞춘 반지 아니었어? 네가 어떻게…”“누가 그녀 거라고 했어요?”이혁의 한마디에 이 부인의 벌어진 입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이혁은 강요나의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잘 어울려. 예뻐.”강요나는 이혁이 무슨 수를 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반지를 준 것만으로 충분히 그녀 체면을 세워준 셈이다. 원래 체면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지금처럼 이혁의 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는 솔직히 속이 시원했다.“응, 나도 예쁜 것 같아.” 강요나는 부드러운 몸을 이혁의 품 쪽으로 살짝 기댔다.이 부인의 눈이 붉어졌다.“혁아 너 미친 거 아니니?”이혁은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강요나를 바라봤다.“다른 건 다 봤어?”“응, 다 골랐어.”강요나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사랑받는 톤이었다.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잠깐.” 이 부인이 앞을 가로막았다.“이혁, 이제 더는 못 봐 줘. 네가 지금 뭘 하는지 알고는 있니? 너 이거 좀 봐.”그녀는 말을 하며 임솔을 끌어당겼다. “이 년이 이렇게 때렸어!”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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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하지만 손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히려 더 꽉 붙잡혔다.이혁은 강요나의 손을 잡은 채 자신을 붙들고 있는 여자를 차갑게 내려다봤다.담담하지만 서늘한 눈빛이었다.“여진아,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잊었니?” 그 말이 떨어지자 여진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손만큼은 끝내 놓지 않았다. 매달리듯 말했다.“이혁… 약속했잖아요. 나를 곁에 두겠다고.”여진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덧붙였다. “날 좋아한다고 했잖아요…”너무 비굴한 모습이었다. 강요나 역시 이혁 곁에 있을 때는 늘 조심스러웠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낮춘 적은 없었다.이혁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좋아하지. 지금도 좋아해. 그러니까 네가 내 주얼리 브랜드 모델을 맡고 있잖아.”모델? 애인이 아니라?강요나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그러고 보면 언론에 찍힌 주얼리 숍 데이트 영상도 전부 말이 됐다.여진은 손을 힘없이 놓아버렸다. 몸도 휘청거렸다. 이혁은 여진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대신 고개를 숙여 강요나를 바라봤다.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하지만 강요나는 분명 느꼈다. 차가운 손끝으로 알 수 있다. 그의 감정은 눈에만 있을 뿐 마음에는 없다는 걸. 다 보라고 하는 연기다. 이혁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와 호흡을 맞추는 건 자신의 몫이었다. 강요나는 일부러 서러운 기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억지로 눈가에 촉촉한 물기를 끌어올렸다.이혁이 손을 들어 그녀의 눈꼬리를 쓸어주고 뺨을 살짝 꼬집었다. 방금 전과 전혀 다른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였다.“괜히 오해하지 마. 기자들이야 늘 관심 끌려고 그러는 거고. 내 여자는 너 하나야. 다른 것들은……”그는 입꼬리를 비틀며 휴대폰을 들고 몰래 촬영 중인 사람들을 바라봤다.“전부 필요에 따른 연출일 뿐이야.”그 말에 연진은 완전히 무너졌다. 눈물이 뚝 떨어졌다.“이혁 씨… 너무하잖아요.”“억울하면 지금 나가도 돼. 모델이야 너 아니어도 할 사람은 많으니까.”그 말에 여진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맺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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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이혁은 강요나의 손을 잡은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혁은 이청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마치 길가의 행인을 대하듯이. 강요나는 눈꼬리로 이청을 힐끗 봤다. 얼굴이 잿빛으로 질려 있었다.이청은 이혁이 임솔과 결혼하는 것도 원치 않지만 그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건 이혁이 이렇게까지 강요나를 감싸고 아끼는 모습이었다.강요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쩜 이렇게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수가 있지?그리고 다시 이청의 안색을 보자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가 완벽하게 계산해서 짜 놓은 판이었다. 이청, 꽤나 재주가 있는데! 강요나는 질투와 원망이 뒤섞인 이청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한 번 눈을 깜빡인 뒤 허리를 살짝 흔들며 돌아섰다.직원은 강요나가 고른 액세서리를 차에 실었다. 이혁은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하며 그녀의 손을 놓았다.그 순간 손이 싸늘하게 저려 왔다. 반지가 끼워져 있던 그 손가락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강요나는 조심스럽게 이혁의 얼굴을 힐끗 바라봤다.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반지를 빼며 말했다.“미안해. 직접 제작한 반지인 줄 몰랐어. 그냥 예뻐서… 잠깐 껴 본 건데.”이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의 공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강요나는 손에 든 반지를 내려다봤다. 이걸 낀 게 괜히 오해를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속내가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괜히 이상한 생각하지 마.” 그녀는 그의 손을 잡으며 반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려 했다.그런데 다음 순간 이혁이 창문을 여는 걸 보고 강요나는 바로 반응했다.“이거… 엄청 비싼 거야.” 강요나는 황급히 반지를 다시 낚아챘다. 이혁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요나는 반지를 손에 꼭 쥔 채 다시는 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버리게 둘 수도 없었다. 일단은 갖고 있자. 혹시 언젠가 그가 다시 찾을지도 모르니까. 정말 필요 없어지면 나중에 형편이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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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강요나는 몸을 움찔 떨었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이건 뭐 집을 털러 온 거잖아!?“아가씨, 어서 도망쳐요!”이때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수현 이모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가라고? 어디로?여긴 그녀가 몸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한 번도 집이라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의 그녀를 받아 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리고 수현 이모를 남겨두고 자기 혼자만 도망친다고? 강요나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물론 그렇다고 여기서 맞고 있을 생각도 없었다. 강요나는 휴대폰을 꺼내려고 했지만 휴대폰을 켜기도 전에 거실 한가운데 앉아 있던 임솔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 이혁한테 전화해도 소용없어.”임솔은 반쪽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부은 얼굴 때문에 말도 또렷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이 타이밍에 강요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그래도 와서 내 시신은 수습해야 하지 않겠어?”강요나는 끝내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나 전화를 걸기도 전에 임솔이 데려온 사람이 휴대폰을 빼앗아 갔다. 그녀는 거칠게 밀려 거실 안쪽으로 끌려왔다.강요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몸을 떨고 있는 수현 이모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나 만나러 온 거 아닌가? 이모님은 그만 괴롭히지.”그러고는 수현 이모를 향해 덧붙였다. “이모님, 손님이 왔는데 왜 커피도 안 드렸어요? 그러니 화날 만도 하죠.” 수현 이모는 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금방 가져올게요.”“제 건 얼음 넣어서요.”강요나는 웃으며 말했다. 조금도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 수현 이모는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을 조심스레 살폈다.임솔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들도 더는 막지 않았다.강요나는 앞으로 두어 걸음 나아가 소파 앞에 서서 치맛자락을 정리한 뒤 앉았다. 우아하고 태연했다.“그래서… 내 목숨을 원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뭔가 원하는 게 있나? 말해봐.”임솔은 강요나를 못마땅해 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이 여자는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에 범상치 않은 기품이 풍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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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강요나는 입술을 살짝 다물고 웃었다.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 처음에 다들 석 달도 못 간다… 1년도 못 간다고 말들 많았지. 근데 어쩌다 보니 벌써 7년이네. 그리고…….” 강요나는 일부러 말을 끊었다가 다시 천천히 덧붙였다.“오늘 봤잖아. 아직 나한테 질린 것 같지도 않던데. 앞으로 몇 년 더 만날 수도 있고 어쩌면…… 나랑 결혼 할지도 모르고.” “꿈도 꾸지 마!” 임솔은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소리쳤다. 강요나의 미소는 오히려 더 환해졌다. “꿈이라는 게 원래 허황하긴 하지. 그래도 꿈은 꾸라고 있는 거잖아. 혹시 누가 알아? 정말 이뤄질지.” 강요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덧붙였다.“그리고 이혁이 임솔 씨랑 결혼한다 해도 날 내쫓는다는 보장은 없지. 어쩌면… 계속 날 만날 수도 있잖아?” “강요나, 너 진짜 뻔뻔하다! 세상에 남자가 그렇게 많은데 왜 하필 이혁한테만 들러붙는 거야?” 임솔은 분노에 휩싸여 소리쳤다. 부은 반쪽 얼굴이 더 붉어졌다. 강요나는 되묻듯 말했다.“임솔 씨도 정략 결혼의 상대는 부족하지 않잖아. 이혁이 임솔 씨를 마음에 없어하는 거 알면서 왜 굳이 이 사람이어야 하지?” 말이 끝나자마자 임솔은 옆에 있던 물건을 집어 강요나를 향해 던졌다. 강요나는 들고 있던 쿠션으로 가볍게 받아냈다. 물건은 바닥에 떨어졌다.강요나는 그것을 주워 툭툭 털고는 다시 옆에 두었다. 그리고 주방 쪽을 향해 말했다.“이모님, 임솔 씨 커피에도 얼음 넣어 주세요.”임솔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당장이라도 강요나를 죽일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강요나도 그걸 알고 있었다. 처음엔 이 많은 사람을 보고 잠깐 겁이 났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임솔의 목적은 하나뿐이었다. 자기를 쫓아내고 결혼하는 것이다. 정말로 피를 묻히면 그거 또한 자기 인생 망치는 짓이니까. “말해. 얼마면 되는데?”임솔은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한 채 이를 악물고 물었다.강요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여자, 이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구나. 적어도 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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