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6년 만의 재회, 똑같은 선택: Kabanata 21 - Kabanata 30

30 Kabanata

제21화

하은후의 부엌은 넓은 거실에 비해 그래도 생기가 좀 있었다.말했던 대로 조미료도 모두 구비되어 있었고 손이 닿기 편한 위치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온이서는 부엌이 어느 정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부엌 도구들이었다.칼이 너무 작아서 야채를 자르는 데 불편했다. 좀 더 빨리하기 위해 조급한 탓인지 실수로 손을 베어버렸다.“아야!”낮은 목소리로 외쳤지만 하은후가 어느새 부엌으로 걸어 들어왔다.부엌의 밝은 조명 아래 피가 스며 나오는 손가락을 붙잡고 있는 온이서는 잠시 어쩔 줄 몰라 했다.“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하은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약간 거친 어조로 말했지만 아주 살며시 온이서의 손가락을 잡았다.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하은후는 수돗물을 튼 뒤 그 아래에 온이서의 손을 가져다 댔다. 시원한 물이 상처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자 피도 곧 멈췄다.“괜찮아.”온이서가 말했다.“네 집 칼 오래 사용하지 않아 무뎌서 살짝 벤 거라 걱정할 필요 없어.”하은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수도꼭지를 잠근 후 주방용 휴지를 뽑아 조심스럽게 상처 주변의 물기를 닦아냈다. 그런 다음 서랍에서 반창고를 꺼냈다.“손 들어.”하은후의 말에 온이서가 순순히 손을 들자 하은후는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다가왔다. 따듯한 하은후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 옆쪽의 연한 피부를 스치자 온이서는 형용하기 어려운 저릿저릿한 느낌이 들었다.거리가 너무 가까운 탓에 하은후가 몸에 바른 샴푸 향기까지 맡을 수 있었다.온이서가 입술을 꽉 다문 채 고개를 들어 하은후를 바라보자 하은후도 때마침 그녀를 보고 있었다.눈이 마주친 순간 시간과 주변 공기마저 멈춰 버린 것 같았다. 주변이 고요해지며 오직 두 사람의 호흡소리만이 같은 리듬을 타며 선명하게 얽혀 있었다.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하은후는 저도 모르게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온이서의 붉은 입술에 멈췄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키스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됐... 됐어.”온이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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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은후 오빠, 정말 오빠가 부른 요리 도우미야?”심아정이 하은후에게 확인을 하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그럼 뭐겠어?”하은후는 불쾌한 표정이었다.“누가 그렇게 멍청해서 아무 이유 없이 요리 도우미인 척하겠어?”은근히 디스 당한 느낌에 온이서는 말문이 막혔다.“뭘 그리 멍때리고 있어? 빨리 요리 안 하고?”하은후가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요리 도우미 역할이 그렇게 좋다면 제대로 연기하게 해주지 뭐.’“알겠습니다. 하은후 씨.”온이서는 부엌으로 돌아가 야채를 썰기 시작했다.거실에 있는 심아정은 여전히 온이서의 신분을 의심하며 빙빙 돌려서 하은후에게 캐물었다. 그러자 하은후도 귀찮은지 한마디 했다.“중요하지 않은 사람인데 왜 그렇게 많이 묻는 거야?”“알았어. 알았어, 안 물을게.”심아정은 그제야 포기한 듯 다시 부드럽고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외국에서 오빠 선물 사 왔어, 마음에 드는지 봐.”밖에서 여행 가방을 열고 선물을 뜯는 소리가 들렸지만 온이서는 아무런 감정 없이 규칙적으로 야채를 썰었다.‘하긴, 내가 뭐라고... 내 주제를 제대로 알아야지.’오늘 하은후에게 진 빚을 갚은 후 앞으로 그 어떤 걸로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두 시간 후 온이서가 여섯 가지 반찬과 국을 차려놓자 식탁 위의 음식을 본 심아정은 하이톤으로 말했다.“우연치고는 참 기가 막히네요. 여섯 가지 반찬 모두 은후 오빠가 좋아하는 음식이에요.”테이블 앞으로 걸어온 하은후는 음식과 온이서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온이서가 웃으며 말했다.“메뉴는 하은후 씨가 보내 주셨어요. 저는 요청에 따라 만든 것뿐이고요.”“그렇군요. 은후 오빠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았나 싶었어요.”심아정은 의심이 사라졌지만 하은후의 시선은 여전히 온이서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메뉴는 하은후가 보낸 것이 맞지만 워낙 여러 가지 음식을 보냈다. 그리고 모든 반찬이 하은후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우연히 고른 것이 모두 하은후가 좋아하는 음식이었을까?‘혹시 온이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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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두 분 천천히 드세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온이서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온이서는 하은후의 집에서 돌아온 후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다.하은후와 그의 여자친구가 함께 있는 장면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라 가슴이 씁쓸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슬픈지 몰랐다.워낙 훌륭한 외모의 하은후는 이제 사업도 성공해 재산도 많아졌고 사회적 지위도 높아졌다. 이런 남자는 명예와 이익이 모이는 곳에서 벌과 나비를 끌어들이는 꽃 같은 존재로 곁에 젊고 예쁜 여자친구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하은후와는 6년 전에 이미 헤어진 사이였으니 다시 이 남자에게 마음이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자기 미래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온이서가 마음을 정리하며 혼자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라임 어머니, 라임 아빠가 방금 라임을 데리러 왔는데 라임의 이불을 가져가지 않았어요. 내일 주말이라 아이들더러 이불을 가져가서 빨라고 했는데... 가능하시다면 오늘 하교 시간에 가져가실 수 있을까요?]‘라임 아빠?’순간 바짝 긴장한 온이서는 직접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선생님, 라임 아빠가 라임이를 데려갔다고요?”“네, 라임 아빠가 방금 유치원에 왔는데 라임이가 요즘 밤에 자면서 항상 기침을 한다며 병원에 데려가 보겠다고 했어요.”“언제 데려갔는데요?”“20분 전이에요.”온이서는 선생님과의 전화를 끊고 즉시 황주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가정 폭력을 당한 후 처음으로 황주원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황주원은 마치 온이서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아주 빨리 전화를 받았다.“여보, 드디어 전화했네.”‘여보’라는 두 글자에 온이서는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황주원, 라임이 어디 있어? 라임이 데리고 어디 갔어?”분노와 걱정 때문에 온이서는 목소리까지 떨렸다.“애는 안전한 곳으로 보냈어.”“무슨 속셈이야? 내 아이 돌려줘!”“그냥 너랑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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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온이서가 라임으로 자신을 협박하는 말을 들은 온이서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아이는 무고해. 내가 미우면 나한테만 화내, 왜 아이까지 끌어들여?”“무고하다고? 성은 황씨인데 다른 남자의 피가 흐르는 아이야. 태어난 그날부터 죄라고.”“처음에 아이를 낳으라고 한 건 너야! 황씨 성을 쓰게 한 것도 너고!”“맞아, 하지만 난 그게 싫어!”“도대체 어떻게 해야 라임이를 돌려줄 건데?”“가정 폭력으로 고소한 거 취소하고 이혼 소송도 취소해. 여기로 돌아와서 전처럼 나 황주원의 아내로 살아.”다시 예전처럼 이 숨 막히는 감옥으로 돌아가라니, 그건 온이서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왜 이러는 거야? 황주원, 너무 역겹다고 생각하지 않아?”“네 딸 생각해서 내가 좋은 말로 할 때 듣는 게 좋을 거야. 너랑 지금은 순순히 상의를 하지만 내 말을 계속 안 들으면 나도 어떻게 할지 몰라.”“제발 아이는 해치지 마, 다 네 말대로 할 테니까 아이는 건드리지 마!”엄마에게 있어 아이가 제일 큰 보배이듯 온이서 역시 마찬가지였다....온이서는 나중에야 황주원이 그녀를 협박해 돌아오게 한 이유가 최씨 가문 사모님 장가을의 생일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장가을과는 골프를 통해 알게 된 온이서는 한때 골프장에서 자신의 골프 경험을 장가을에게 전수해 주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자주 함께 골프 실력을 겨루며 사적으로 친해져 가까운 친구처럼 지냈다.이번 장가을의 마흔 살 생일에 황씨 가문에 초청장을 보낼 때 온이서의 이름까지 적으며 자신의 생일 파티에 온이서와 꼭 함께 참석하라고 강조했다.장가을의 남편 최강현은 정부에서 일하는 관리자로 상음시 시장인 황용검보다 두 급 더 높은 자리에 있었다. 승진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황용검이었기에 당연히 최강현 부부에게 잘 보여야 했으므로 최씨 가문 사모님이 지목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반드시 데려가야 했다.황주원의 목적을 알고 난 온이서는 오히려 안도했다. 황주원에게 아직 쓸모가 있다면 황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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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검은색 하이엔드 맞춤 정장을 차려입은 하은후는 아주 잘생겼다.그의 곁에 있는 심아정은 검은색 벨벳 롱드레스를 입어 두 사람이 매우 어울려 보였다.‘세상이 작다는 말 이래서 하나 보네...’온이서는 그들이 보지 못하게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지만 하은후는 여전히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하은후의 멈칫한 시선에 심아정도 바로 온이서를 발견했다.“오빠, 저분 며칠 전에 오빠 집에 와서 요리하던 시간제 도우미 언니 아니야?”눈에 놀라움이 스친 심아정은 온이서 앞으로 걸어가며 물었다.“언니, 여기서 뭐 하세요?”“저...”상음시의 드레스 전문점은 고급 정품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었기에 여기 드레스 가격은 시간제 요리 도우미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온이서가 어떻게 둘러댈지 생각 중이었을 때 점원이 그녀 곁으로 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지금 손에 들고 계신 이 드레스, 디자이너 로렌스 씨가 때마침 2층에 계세요. 필요하시면 내려오셔서 디자인 컨셉을 설명해 드리라고 하겠습니다.”“괜찮아요. 감사합니다.”“사모님?”심아정은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사모님이라고요? 그럼 왜 은후 오빠 집에서 시간제 도우미로 일한 거예요?”“이혼 준비 중이어서 생활비를 벌려고요.”온이서가 말했다.“그럼 지금은요?”“지금은... 지금은 이혼 안 하려고요.”온이서의 말이 끝나자 하은후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눈빛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독을 묻힌 바늘 같아 관자놀이가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단 1초도 머물고 싶지 않아 막 돌아서려는 순간 황주원이 다가왔다.“이거, 하은후 변호사님 아닌가요?”하은후를 발견한 황주원이 웃으며 악수를 하려고 다가왔지만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서 있는 하은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색해진 황주원은 지난번 호텔에서 하은후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때문에 하은후가 이러는 줄 알고 사과하려 했다. 바로 그때 하은후가 입을 열었다.“황주원 씨, 누군지 소개 좀 해줄래요?”하은후가 온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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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하은후, 미쳤어?”온이서가 당황하며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빨리 나가!”“미친 게 누군데!”온이서를 바라본 하은후는 맹수처럼 거친 기운을 내뿜으며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너한테 가정 폭력을 하고 너를 기절시켜 다른 남자 침대에 보내 바람을 피운 것처럼 모함하려는 그런 개자식인데, 그래도 이혼 안 하겠다고?”“내 일이니까 신경 끄고 나가!”온이서가 손을 들어 하은후를 밀쳤지만 하은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일한 출구를 막아서며 두꺼운 벨벳 커튼에 등을 기댄 채 말을 이었다.“황주원이 뭐가 좋은데? 그렇게까지 황주원이라는 남자를 사랑해? 너를 해쳐도 용서할 만큼? 결혼해서 부부라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거야.”온이서는 초조하면서도 화가 났다.“하은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따지는데? 우리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무슨 자격? 잊었어? 나는 네가 바람피운 상대야.”하은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자 큰 키 때문에 온이서 몸 위에 하은후의 그림자가 뒤덮였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숨 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좁아졌다.“다시 네 남편과 산다고? 그러면 네 바람 상대인 나는 어쩌고?”온이서는 하은후가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바람 상대 역할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싶었다.“아프면 가서 치료를 받아, 여기서 미친 짓 하지 말고!”온이서가 다시 한번 하은후를 밀치려 했지만 하은후는 오히려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쥔 뒤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너무 뜨거운 하은후의 체온에 온이서는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했다.“아가씨, 결혼 생활에 떳떳하지 못한 행동한 적 없다고? 그럼 지난번 호텔에서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하은후는 긴 손가락으로 온이서의 길고 하얀 목을 스쳤다.“네 남편이 아닌 남자에게 키스 마크를 남겨놓고 결혼 생활에 떳떳하다고?”하은후의 어두운 눈빛에 위험한 감정이 출렁이는 것을 본 온이서는 긴장한 마음에 거울에 몸을 기댔다.“지금 이런 걸 얘기할 때가 아니야, 누가 들어와서 우리 둘이 여기 있는 걸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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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빨리 가!”온이서는 거의 애원하는 어조였다.“내보내려면 일단 빚부터 갚아.”“무슨 빚? 이미 요리까지 해줬잖아?”“호텔 빚.”말을 마친 하은후는 온이서의 허리를 꽉 잡더니 고개를 숙여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불꽃처럼 덮쳤다.그날 온이서가 했던 것처럼 부드러운 키스가 아니라 벌과 징벌의 의미를 담은 강한 빨림이었다.“으...”눈살을 찌푸린 온이서는 따끔하고 간지러운 감각에 저도 모르게 온몸을 떨었다.어떻게든 몸을 비틀며 하은후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강하고 거친 하은후의 힘 앞에서는 턱없이 부족했다.밀폐된 공간에 거칠게 얽히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렸다.몇 초 후 하은후가 드디어 온이서를 놓아주었다.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서 거울에 기댄 온이서는 목에 선명하고 애매한 붉은 자국이 남은 것을 발견했다.‘큰일 났네... 고른 드레스가 모두 터틀넥 스타일인데... 이제 어떻게 입어 보지?’몸을 곧게 편 하은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온이서의 하얀 피부에 자신이 남긴 키스 마크를 바라본 순간 눈빛이 폭풍 전야의 바다처럼 무거워졌다. 눈빛 속에는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혼란이 섞여 있었다.손을 들어 손가락 끝으로 자기 입술을 살짝 닦은 뒤 한마디 했다.“이걸로 호텔 빚 갚은 거야.”말을 마친 뒤 온이서를 더 이상 보지 않은 채 뒤로 돌아 커튼을 젖혔다. 그러고는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거친 기운을 풍기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온이서는 부드러운 의자에 미끄러지듯 앉았다. 미처 숨을 고르기도 전에 두 점원이 함께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황씨 가문 사모님, 필요한 드레스 두 벌 다 가져왔어요. 나와서 입어 보세요.”갑작스럽게 생긴 키스 마크라 뭐로도 가릴 수 없었기에 온이서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깔끔하게 다듬은 손톱으로 하은후가 남긴 키스 마크를 세게 꼬집었다.“아악!”온이서가 비명을 질렀다.“벌레!”두 점원이 온이서의 비명을 듣고 급히 뛰어 들어왔다.“사모님, 괜찮으세요? 벌레 어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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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이내 의사가 와서 온이서의 ‘상처’를 소독한 뒤 연고를 발라주었다.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후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온이서는 더 이상 드레스를 고를 생각이 없었다. 대충 꽃 자수가 있는 드레스 한 벌을 입어 본 뒤 괜찮겠다 싶어 점원에게 부림원으로 보내달라고 했다.온이서가 떠날 때 하은후는 여전히 아래층에 앉아 심아정이 드레스를 고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이 남자,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데 왜 내 일에 자꾸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걸까?’온이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별 이슈가 없이 무사히 넘어간 것에 대해 안도했다.사흘 후면 바로 최씨 가문 사모님 장가을의 생일 파티였다.사흘 동안, 온이서는 매일 황주원에게 라임의 일상 영상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딸이 그리운 이유도 있었지만 영상 속 배경에서 실마리라도 찾아 황주원이 라임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워낙 잔뜩 경계하고 있던 황주원인지라 보낸 영상에서는 그 어떤 유용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난감해진 온이서는 그 때문에 라임이 더 걱정되어 매일 하루하루가 십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하은후 역시 사흘 동안 편히 보내지 못했다. 드레스 가게에서 만난 다음 날 온이서가 집에 남겨둔 조미료 한 봉지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문을 두드렸다.그런데 문을 연 사람은 소예린이었다.소예린이 하은후를 보고 멈칫했다.“이서 찾으러 온 거야?”“물건 돌려주려고.”“하지만 이미 이사 갔어.”하은후는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이사 갔다고? 정말 이혼하지 않겠다는 건가?’순간 머릿속에 황주원이 온이서의 허리에 손을 얹은 장면이 떠올랐다. 황주원 곁으로 돌아가서 매일 밤 살결을 맞대며 부부 관계를 가질 거라는 생각에 마음속에 이유 모를 분노가 불타올랐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은후는 온이서가 가져왔던 조미료 한 봉지를 전부 계단 쓰레기통에 내던졌다.깜짝 놀란 소예린은 하은후가 떠나자마자 바로 방으로 돌아가 온이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서야. 하은후가 너 찾으러 왔어.”“나?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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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황주원과 조미리가 동시에 온이서를 향해 압박하는 시선을 보냈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신호였다.“아무 일도 없어요. 얼마 전에 며칠 여행 다녀오느라 조금 피곤해서 연락드리지 못했어요.”“아무 일 없다니 다행이야. 언제 시간 나면 꼭 불러줘, 전에 이서 씨가 가르쳐 준 두 동작 지금 아주 잘 연습했으니까 나중에 확인해 줘. 이서 씨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거든.”“알겠어요.”두 사람이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연회장 입구에 또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이서 씨, 편히 앉아 있어. 나는 다른 손님 맞이하러 가야 해서. 우리 나중에 시간 날 때 또 이야기하자.”“네, 바쁘실 텐데 수고하세요.”장가을이 자리를 뜨자 시어머니 조미리가 온이서를 한쪽으로 끌어당겼다.“주원한테 들었는데 너 요즘 이혼하겠다고 난리라며? 우리 주원이 술에 취해서 실수로 너한테 손을 댔다고 바로 경찰에 가정 폭력으로 신고했다며?”조미리는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온이서, 너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온씨 가문이 파산해서 넌 이제 온씨 가문 딸도 아니야. 친정에 빚만 잔뜩 있는데 우리 주원이를 떠나면 누가 너를 원하겠니? 이혼할 자격도 없는 주제 무슨 난리를 치는 거야?”조미리는 아들을 사랑하는 전형적인 시어머니 유형이었다. 조미리 눈에 자기 아들 황주원이 하는 모든 일이 항상 옳았고 이 세상 가장 완벽한 존재였다. 온이서는 황씨 가문에 들어온 순간부터 숨 쉬는 것조차 잘못이었다.“정신이 있으면 우리 주원이 곁에 남아서 대를 이을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을 생각이나 해. 만약 아들을 또 못 낳으면 네가 이혼하겠다고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버릴 거야. 황씨 가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필요 없으니까.”손자만 바라는 조미리는 남녀 차별이 극도로 심했다. 온이서가 딸 라임을 낳았을 때 여자아이라는 소식을 들은 뒤 병원에도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병상에 누워있던 온이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을 낳을 때까지 노력하라고 명령했다.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 후 온이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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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변호사님, 또 뵙네요!”황주원이 하은후를 보자 즉시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맞이하며 인사했다.하은후는 미지근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황주원은 여전히 열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변호사님, 며칠 전 로펌 변호사분께서 전화 주셔서 조언해 주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안 그러면 제 상음시 항구 사업에 큰 문제가 생길 뻔했죠.”‘며칠 전에 전화를?’온이서는 피팅룸에 있었던 그날 하은후가 메시지를 보낸 후 황주원의 전화벨이 울렸던 게 생각났다.‘그날이었을까?’“황주원 씨, 상음시 항구 쪽에 저와 제 친구들도 약간 작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사업을 많이 확장하고 있나 보네요.”하은후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지만 저도 모르게 압박감이 풍겼다.“한 마디 조언드리자면 다들 돈 벌기 위해 사업하는 거지만 선은 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안 그러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울 테니까요.”황주원은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지난 몇 년 동안 상음시 시장인 아버지만 믿고 선 넘는 사업을 적지 않게 해왔다.‘하변이 뭔가 알게 된 걸까?’하은후의 방금 한 말은 겉으로는 조언 같지만 실은 경고에 더 가까웠다.“알겠습니다. 앞으로도 변호사님의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하은후는 말없이 발걸음을 돌려 떠나갔다.한쪽에 서서 듣고 있던 온이서는 그제야 뭔가 이해했다.이제 보니 하은후가 황주원의 약점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피팅룸에서 그렇게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하은후는 한마디만 했지만 이 한마디에 황주원이 많이 당황한 듯했다. 더 이상 고객 대응을 할 마음이 사라진 황주원은 온이서를 뒤로 한 채 복도로 나가 오랫동안 전화를 했다.황주원이 곁에 없으니 굳이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었기에 온이서는 오히려 기뻤다.작은 접시에 담긴 말차 무스를 한 접시 들고 혼자 연회장의 창가 앞에 서서 천천히 먹었다.통유리에 연회장 안의 각양각색의 드레스와 술잔이 어우러진 장면이 그대로 비쳤다. 사람들 속에 있는 하은후는 그야말로 위성들에 둘러싸인 지구나 다름없었다.최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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