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어, 빨리.”문밖에서 들리는 황주원의 목소리에 분노가 점점 짙어졌다.하은후가 화장실로 들어가라는 눈짓을 보내자 온이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그는 쿵쿵거리는 문 쪽으로 차분하게 걸어가 문을 열었다.황주원이 문을 걷어차려던 그때 문이 벌컥 열린 바람에 다리를 든 자세 그대로 멈칫하고 말았다.하은후는 황주원과 그의 뒤에 휴대폰을 들고 촬영하고 있는 듯한 두 남자를 쳐다봤다.“왜 저의 방 앞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는 거죠?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황주원은 문을 연 사람이 이렇게 기품 넘치는 남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현장에서 검거’당한 사람 특유의 당황함이 전혀 없었다.“내 와이프를 찾으러 왔어요.”황주원이 방 안을 들여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온이서,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당장 나와!”그러면서 방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하은후가 팔을 들어 가로막았다.“황주원 씨, 저의 동의 없이 함부로 방에 들어가는 건 불법 행위입니다.”황주원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하은후를 다시 훑어봤다.“날 알아요?”“작년 아스타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어요.”비즈니스 포럼은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황주원도 아버지 덕에 따라가서 구경만 했을 뿐이었다.‘일반 사람이 아니네?’황주원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하은후는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건넸다.명함을 본 황주원은 놀란 나머지 손바닥에 식은땀이 다 났다. 눈앞의 이 남자가 바로 자이언트 로펌의 창립자 하은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예전에 아버지에게서 하은후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이름은 법조계에서 단순히 성공한 변호사를 넘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넓은 인맥을 상징했다. 법조계의 거장이나 사법 시스템의 실세는 물론이고 금융, 부동산, 과학기술, 심지어 더욱 은밀한 분야에까지 인맥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인물이었다.그리고 법률 고문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청소부’이자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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